대각선 스턱(1) 디퍼렌셜을 알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2003-11-07  |   9,534 읽음
이번 달 오프로드 핸드북은 영어 공부로 시작해 보자. 흔히 차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스턱(stuck)에 걸렸다’라고 표현한다. ‘끼다, 못 움직이게 된다’는 뜻인 ‘stick’의 과거형으로, 전치사 ‘in’이 붙어 ‘곤경에 빠지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자동차와 관련해 쓸 때는 어딘가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상태를 가리킨다.
4WD라고 해도 스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일반 승용차와 달리 네 바퀴에 동력을 전하는 4WD는 험로에서 벗어날 때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큰 코 다친다. 어째서 4WD도 스턱에 걸리는 것일까? 이유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노면 저항이 작은 쪽으로 구동력 몰아 주는 디퍼렌셜
4개의 바퀴가 달린 차가 회전한다고 생각해 보자. 차체는 회전반경 안에서 크게 원을 그리는데, 4개의 바퀴는 반지름이 다른 원을 만들며 돌아간다. 앞바퀴는 바깥쪽이 더 큰 원을 그리고, 뒷바퀴보다 앞바퀴의 원이 더 크다. 이는 차체가 한 바퀴 돌 때 네 바퀴의 이동 거리가 제각기 다르다는 말이다. 좌우, 앞뒤 바퀴 사이에 회전차가 생기는 것이다.
좌우 바퀴가 직결로 연결되어 있다면? 직선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코너에서는 한쪽이 더 빠르게 돌아야 하므로 안쪽의 바퀴가 멈칫거리는 현상이 생긴다. 뒷바퀴굴림차의 앞바퀴, 앞바퀴굴림차의 뒷바퀴는 좌우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상관이 없지만 엔진 힘을 전달하는 구동 바퀴는 문제가 발생한다. 회전차가 작거나 노면 마찰력이 낮은 곳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접지력이 높은 포장도로라면 코너 바깥쪽으로 차가 밀려 나가거나 드라이브 샤프트, 액슬, 트랜스미션 등 구동계통에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좌우 회전차를 보상해 주는 디퍼렌셜(differential)이 달리는 이유다.
디퍼렌셜에는 좌우 액슬 샤프트에 연결된 사이드 기어와 이를 위아래로 물고 있는 피니언 기어가 들어 있다. 양쪽 바퀴의 회전 차이가 없을 경우 피니언 기어는 단순히 동력만 전달한다. 하지만 회전차가 생겼을 때는 2개의 피니언 기어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양쪽의 차이를 흡수한다. 즉 노면저항이 작은 바퀴가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구동력을 몰아 주는 것이다.
여기에 스턱의 원인이 있다. 왼쪽 바퀴만 빙판에 올라섰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구동력이 걸리면 접지력이 약한 왼쪽 바퀴가 헛돌기 시작한다. 이때 디퍼렌셜은 돌아가는 왼쪽 바퀴에 엔진 힘을 보내게 된다. 차가 움직이려면 마른 노면을 딛은 오른쪽에 힘이 실려야 하지만 디퍼렌셜 때문에 계속 헛바퀴를 돌릴 뿐 차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런 디퍼렌셜을 오픈형이라고 한다.
4WD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보통 뒷바퀴만을 굴리다가 4WD를 작동하면 트랜스퍼에서 앞쪽 드라이브 샤프트로 동력을 보낸다. 이때 앞뒤 샤프트를 직접 연결해 똑같은 비율로 구동력을 나누는 것을 직결식 4WD라고 한다. 대부분의 파트타임 4WD가 여기에 해당한다. 앞에도 디퍼렌셜이 있기 때문에 좌우 회전차가 보상되지만 앞뒤 액슬 사이에 생기는 회전차는 보상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아스팔트 등에서 4WD 고속 또는 저속을 넣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랜드로버와 같은 풀타임 4WD는 앞뒤로 구동력을 보내지만 센터 디퍼렌셜이 달려 앞뒤 회전차를 흡수한다. 항상 네 바퀴를 굴리고 온로드를 주로 달리기 때문에 상시(랜드로버에서는 ‘영구’라고 표현한다) 4WD에서는 센터 디퍼렌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같은 풀타임 4WD 방식의 벤츠는 센터 디퍼렌셜 대신 전자식 클러치를 달고, 핸들 조향각이나 가속 등에 따라 클러치를 잇고 붙여 회전차를 보상한다.

대각선 스턱은 세 바퀴 접지로 피한다
직결식 4WD의 경우 2WD보다 스턱에 걸릴 가능성은 작다. 앞쪽 바퀴가 한꺼번에 스핀 하더라도 뒷바퀴로 보낸 50%의 구동력으로 차는 움직인다. 하나의 바퀴가 미끄러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앞뒤 바퀴가 하나씩 미끄러진다면? 구동력이 모두 헛도는 바퀴로 보내져 차는 움직이지 못한다. 대체로 왼쪽 앞과 오른쪽 뒤와 같은 대각선 방향으로 헛도는 경우가 많아 이를 ‘대각선 스턱’이라고 부른다. 4WD가 험로에서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편 풀타임 4WD차는 더 심한 경우를 만나기도 한다. 앞뒤 바퀴의 회전차를 보상하는 센터 디퍼렌셜이 한 바퀴만 헛돌아도 그곳으로 구동력을 보낸다. 때문에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동 또는 자동잠금장치가 달리기도 한다. 또 고급차에는 TCS(Traction Control System)가 더해진다. 디퍼렌셜로 인해 헛도는 바퀴에 구동력이 모여도 해당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면 반대편으로 동력을 전해 주는 장치다. TCS는 디퍼렌셜의 약점을 없애 주지만 작동할 때 브레이크에 열이 발생한다. 때문에 긴 시간 쓰면 얼마간 TCS의 작동을 멈춰 냉각시켜야 한다.
대각선 스턱을 피하려면 ‘세 바퀴 접지’의 원칙을 지키도록 한다. 직결식 4WD에 오픈형 디퍼렌셜을 단 차는 세 바퀴가 땅에 닿아 있으면 앞으로 움직인다. 이를 위해서는 지형을 잘 살펴 바퀴가 항상 땅에 닿도록 코스를 잡아야 한다.
험로에 들어갈 때는 차에서 내려 미리 바퀴가 지나갈 곳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코드라이버와 함께 코스를 확인하고, 어떻게 지나갈 것인지를 상의한 후 차에 오른다. 드라이버는 코드라이버가 앞에서 안내하는 대로 핸들을 꺾으며 나아간다.
코스를 잘 알고 있어도 차의 바퀴가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모르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체로 왼쪽 바퀴는 풋레스트에 얹은 왼발, 오른쪽은 동승석 A필러 아래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이것은 차가 똑바로 나갈 때의 기준이다.
핸들을 꺾었을 때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넓은 주차장에서 우유팩을 놓고 바퀴로 밟는 연습을 해본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네 바퀴로 번갈아 가며 정확하게 밟을 수 있게 된다면 오프로드를 통과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아예 디퍼렌셜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차동제한장치가 달렸다면 한쪽 바퀴가 미끄러진다고 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LSD(Limited Slip Differential)는 만들 때 설정한 회전차(코너링 등에서 생기는)가 기준을 벗어나면 내장 클러치가 작동해 좌우를 직접 연결한다. 순정으로 달려 나오는 LSD는 구동력 전달효과가 30%를 넘지 못하고, 자주 쓰면 LSD 내부의 클러치가 닳아 제기능을 못한다. 라커(Locker)는 기계적으로 좌우 액슬을 고정시켜 버린다. 직결식 4WD를 바탕으로 앞뒤 디퍼렌셜에 라커가 달린 차는 어떤 상황에서도 각 바퀴에 힘을 25%씩이 나누기 때문에 바퀴 하나에만 접지력이 걸려 있어도 움직일 수 있다.
차동제한장치가 오프로드에서 필요한 장비이기는 하지만 기계에 의존하면 운전기술이 늘 수가 없다. 오프로드 튜닝에도 마찬가지다. 곧바로 튜닝카를 타면 오프로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오프로드 주행은 어려운 길을 간신히 통과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매력이다. 따라서 무작정 차동제한장치를 달기보다는 순정 상태로 빠져 나오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다음 호에는 대각선 스턱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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