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인 상황과 리커버리를 알자 언덕과 내리막 통과하기(Ⅱ)
2003-11-07  |   8,125 읽음
오프로드에서 흔하게 만나는 것이 언덕과 내리막이다. 로 기어가 달린 2단 트랜스퍼를 쓰는 4WD차는 기어비를 낮춰 엔진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이에 힘입어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거나 엔진 브레이크를 써서 안정되게 내려갈 수 있다. 오르막 달리기에서 범하기 쉬운 실수가 무조건 낮은 기어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힘이 좋아지지만 구동력이 지나치게 높아 타이어가 헛돌 가능성이 높다.
언덕은 오르기 전에 미리 코스를 살펴 바퀴가 지나갈 곳을 정한다. 도움닫기를 충분히 하고 액셀 페달을 부드럽게 조절해 머릿속에서 그린 코스대로 차를 움직인다. 내리막은 자동과 수동기어 모두 로 기어 1단에 넣고, 가능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엔진 브레이크만으로 내려간다. 클러치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야 엔진 브레이크를 쓸 수 있으므로 담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내리막에 접어들 때는 차 머리를 똑바로 놓고, 풋 브레이크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한다.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클러치를 써야 할 때
오르막과 내리막 달리기의 원칙은 위와 같지만 항상 예외가 있는 법이다. 평탄한 흙길과 호박만 한 돌이 박혀 있는 울퉁불퉁한 노면을 똑같은 방식으로 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심한 비탈과 2∼3가지 노면이 섞인 언덕은 베테랑 운전자도 지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개울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야 할 경우에는 젖은 타이어로 흙이나 돌을 밟게 되어 접지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경사가 낮다고 해도 타이어가 헛돌아 물러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경우를 그려 보고, 평소에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궁리하는 사람과 아무 생각 없이 밀어붙이는 운전자 중 누가 더 잘 달릴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운전’이 오프로드를 잘 달릴 수 있는 비결이다.
또 하나 결정적인 차이는 기어 형식이다. 자동기어는 엔진 힘을 오일을 이용해 전달한다. 때문에 바퀴 쪽에서 저항이 생겨도 트랜스미션 오일이 이를 흡수해 엔진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진다. 게다가 수동 5단과 자동 4단을 비교하면 자동기어 쪽의 기어비 간격이 훨씬 넓다. 일상적인 운전은 자동기어가 편하지만, 오프로드에서 수동기어가 유리한 이유다.
수동기어차는 노면 상태와 경사도에 맞는 기어를 선택하고,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내리막을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비탈진 진흙길을 내려갈 때는 엔진 브레이크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노면 접지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 바퀴가 회전하지 않고 잠기면서 미끄러진다. 이 경우 무게가 앞으로 쏠려 뒷바퀴가 들리고, 동시에 꽁무니가 옆으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초보 운전자라면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게되고, 바퀴가 잠기면서 차는 옆으로 더 많이 돌아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차가 비스듬히 서는 것만큼 위험한 상황은 없다. 자동차는 45도 정도의 언덕을 똑바로 오르거나 내려가도 절대로 뒤집어지지 않지만 옆방향은 다르다. 30도 정도면 전복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때문에 비탈을 오르내릴 때는 차의 방향을 똑바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동기어와 자동기어를 통틀어 내리막에서 바퀴가 잠겨 꽁무니가 돌아가면 과감하게 액셀 페달을 밟아 바퀴를 회전시켜야 한다. 돌아가는 바퀴는 접지력을 갖고 있으므로 내려가는 방향에 맞춰 핸들을 꺾고, 액셀 페달을 부드럽게 밟아 자세를 바르게 한다. 내리막에서 액셀 페달을 밟아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차가 똑바로 서면 다시 천천히 액셀 페달을 놓으면서 내려간다.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엔진 브레이크만 써야 하지만 기어비가 높고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낮은 자동기어차는 어쩔 수 없이 풋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수동기어도 속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한다. 내려갈 지점을 똑바로 보면 차가 어느 쪽으로 흔들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섬세한 페달 조작이다.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으면 바퀴가 잠겨 미끄러지고, 너무 약하게 밟으면 속도를 줄이지 못한다. 발꿈치를 바닥에 고정하고 발가락 뒤쪽, 발바닥의 두툼한 부위로 페달을 살짝 눌러 준다. 수동기어의 경우 브레이크를 너무 깊게 밟아 바퀴가 잠기면 시동이 꺼질 것처럼 차체가 떨려 쉽게 알 수 있으나 자동기어는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때문에 자동기어차는 좀더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다.
내리막에서 클러치를 써야 할 때도 있다. 바위나 돌이 많은 내리막은 접지력이 약하지 않고, 돌을 넘을 때마다 앞머리가 크게 출렁거린다. 엔진 브레이크를 쓰며 무작정 내려가다가는 차 바닥을 찍거나 차가 튀어 올라 방향을 벗어나기 쉽다. 때문에 돌에 올라갔을 때 클러치를 밟아 동력을 끊고, 브레이크를 서서히 놓으면서 내려서는 방식으로 침착하게 달린다.

똑바로 내려가야 하는 리커버리
언덕을 오르다 실패했을 때 후진으로 내려가는 것을 리커버리(recovery) 혹은 백다운(back down)이라고 한다. 베테랑 운전자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뒤로 달리는 것일 뿐 내리막 통과와 다를 것이 없다. 언덕을 오르는 중간에 힘이 떨어져 멈추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아무리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헛바퀴만 돌 뿐이다. 무리하면 차의 방향이 틀어져 위험해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의 방향을 똑바로 유지하는 일이다. 노면 굴곡에 따라 틀어지는 스티어링 휠을 단단히 잡고, 바르게 내려온다.
차가 멈춘 상태에서 수동기어차는 클러치를 밟아 후진기어를 넣고,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클러치를 살짝 뗀다. 차체가 약간 떨리면서 클러치가 붙은 느낌이 오면 브레이크를 늦추고 클러치 페달을 완전히 뗀다.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고 있어도 관성과 엔진 힘에 의해 차는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후로는 브레이크만으로 속도를 조절해 최대한 느리게 내려간다. 다른 방법도 있다. 반클러치가 자신이 없으면 시동을 끄고 클러치를 밟아 후진기어를 넣는다. 다시 클러치를 떼고, 오른발로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은 채로 시동키를 돌린다. 엔진이 걸리면서 자연스럽게 차는 내려갈 것이다. 자동기어차는 엔진 브레이크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풋 브레이크를 조절해 내려가야 한다.
후진으로 긴 언덕을 똑바로 내려갈 때는 정확한 목표를 정하고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최선이다. 시선이 이리저리 흩어지면 그에 따라 핸들이 돌아가고, 차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자세를 잡기가 더 어려워진다. 또 속도가 높으면 작은 조작에도 차가 크게 움직이므로 최악의 경우 옆으로 돌아가 멈춰 버린다. 이럴 때는 무리해서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언덕 위에서 견인바를 이용해 방향을 다시 잡아 주어야 한다.
긴 내리막에서 2WD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앞바퀴에 수동 허브가 달린 차는 로 기어를 넣고 앞바퀴 허브를 풀면 2WD 상태가 된다. 바퀴자국이 깊게 난 내리막 눈길이나 진흙길에서 4WD를 쓰면 차가 골을 빠져 나가 위험해진다. 이럴 때는 2WD로 바꾸어 앞바퀴에 전달되는 동력을 끊어야 한다. 내리막에서는 어차피 차가 내려가므로 엔진 브레이크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면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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