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과 내리막 통과하기(Ⅰ ) 오프로드 달리기의 기초
2003-11-07  |   11,370 읽음
오프로드 주행은 말 그대로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것이다. 다양한 지형을 만나게 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언덕과 내리막이다. 경사가 심한 언덕이나 내리막은 웬만큼 경험이 쌓인 오프로더들도 두려움을 느끼는 곳이다. 때문에 확실하게 테크닉을 익히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트랜스미션-트랜스퍼-디퍼렌셜을 알자
오르막과 내리막 달리기를 이해하려면 4WD의 기어를 먼저 알아야 한다. 언덕 달리기는 정확한 기어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몇 단에 넣을 것인가, 트랜스퍼를 저속과 고속 어디에 둘 것인가 등 상황에 꼭 맞는 기어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낮은 기어는 힘, 높은 기어는 속도에 유리하다’는 것을 마음에 새긴다. 자동차는 엔진에서 나온 회전력을 트랜스미션과 트랜스퍼, 디퍼렌셜 등을 통해 바퀴로 전달한다. 기어가 낮을수록 회전수가 높아 힘이 좋아지고, 높아지면 낮은 회전에서도 바퀴가 빨리 돌아 차의 속도가 올라간다. 자동차에는 트랜스미션과 디퍼렌셜이 달려 회전수를 상황에 맞추어 조절한다.
SUV에는 기어비를 더 낮출 수 있는 로 기어가 포함된 트랜스퍼라는 변속기가 달린다. 고속(4H)은 기어비가 1.000으로 트랜스미션에서 나온 회전을 그대로 디퍼렌셜에 전하지만 로 기어(4L)는 트랜스미션의 출력 쪽에서 나오는 회전수를 2∼3으로 나누어 더 느리게 돌도록 한다. 즉 4WD 로 기어를 갖춘 SUV는 엔진에서 바퀴까지 3단계(트랜스미션-트랜스퍼-디퍼렌셜)에 거쳐 감속이 일어난다.
또 하나 알아둘 것이 엔진 브레이크다. 액셀 페달을 밟아 실린더에 연료가 공급되면 폭발이 일어나고, 엔진은 그 힘으로 회전력을 만든다. 회전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되므로, 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면 엔진은 스스로 멈추려 한다. 바퀴와 엔진이 기어로 이어져 있을 때는 바퀴의 회전력이 더 커도 엔진의 저항에 의해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엔진 브레이크는 기어가 낮을수록 효과가 좋다.
어째서 오르막을 달릴 때 기어 선택이 중요할까? 기어가 낮을수록 힘이 좋다면 경사가 급한 오르막은 4L 1단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는 오프로드를 꽤 다녔다고 하는 사람들도 혼동하는 부분이다. 이유는 단순한 비탈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과 노면 상태 때문이다. 특정 경우가 아니라면 로 기어 1단이 필요한 오르막은 많지 않다. 2단이나 3단이 적당할 때가 더 많다.

오르막은 경사에 맞는 기어 선택이 중요
경사가 심한 언덕일수록 낮은 기어를 써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타이어가 노면을 확실하게 잡는 바위산이나 포장된 길에서는 이 방법이 옳다. 하지만 낮은 기어는 힘은 좋은 대신 구동력이 지나치게 높아 타이어가 헛도는 경우가 생긴다. 비탈을 올라갈 때 도움닫기를 하려면 속도를 내야 하는데, 로 기어 1단이나 2단은 회전수를 높여도 충분한 속도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언덕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올라가다 보면 좌우로 패인 모글이 있고, 갑자기 둔덕이 나타나 타이어가 공중에 떠오르기도 한다. 속도를 높여 뛰어넘듯 가야 하는지, 아니면 좌우로 방향을 틀어 피해야 하는지에 따라 진입 속도가 달라지고, 기어도 바꾸어야 한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언덕을 올라갈 때는 차를 끌어올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유지한 상태에서 가장 높은 기어를 써야 한다.
언덕 오르기는 차에서 내려 코스를 미리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운전석에 앉아서 보는 것과 발을 딛고 직접 살펴보는 것은 천지 차이가 있다. 흙의 부드러운 정도, 땅에 박혀 있는 작은 돌, 바퀴가 좌우로 움직일 정도의 모글 등은 꼭 체크해야 한다. 어떻게 피할 것인지, 바퀴를 댔을 때는 차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 것인지도 머릿속에 그려 본다.
노면을 확인할 때는 언덕 정상까지 올라가 보는 것이 최선이다. 정상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체크하고 차를 내려다보며 경사도를 파악한다. 언덕 경사도는 위에서 내려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다시 차로 돌아와 한두 번 언덕을 중간까지 천천히 올랐다가 내려오는 보는 예비등판을 해본다. 타이어를 살짝 헛돌게 하면 접지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오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면 힐클라임에 도전한다. 도움닫기는 가능하면 평지에서 하고, 언덕 전에 최대한 속도를 높인다.
일단 오르막에 접어들면 액셀 페달을 부드럽게 조절하면서 머릿속에 넣어 두었던 장애물에 대응한다. 요철을 넘었을 때 속도가 떨어지면 정상 정복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차가 튀어 오르더라도 방향이 크게 틀어지지 않으면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정상에 도착하면 관성에 의해 차가 멈출 수 있도록 오른발을 슬쩍 놓는다.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해 기어 선택이 간단하다. 보통 4L 1단 기어를 쓰면 된다. 앞에서 설명한 엔진 브레이크를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이때 반드시 바퀴가 돌아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타이어는 노면에 붙어 있을 때 접지력이 생기고, 그에 따라 브레이크와 코너링 능력을 갖게 된다. 바퀴가 잠기면 핸들을 돌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
최악의 사태는 운전자가 겁을 먹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경우다. 수동기어차의 경우 시동이 꺼지는 것을 염려해 클러치 페달을 밟게 되고, 차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내리막 끝까지 미끄러져 내려간다. 바퀴가 잠기면서 방향이 틀어져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 내리막 달리기의 시작이다.
내리막에서는 또 수동기어와 자동기어차의 운전법이 다르다. 엔진 브레이크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운전법도 바뀌어야 한다. 우선 수동기어차는 클러치에서 발을 완전히 떼야 한다. 로 기어 1단에 들어가면 아이들링 상태에서 차는 상당히 느리게 굴러간다. 또 충분한 힘이 전달되기 때문에 웬만큼 세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따라서 내리막에 접어들면 클러치를 잊도록 한다.
내리막은 차 머리를 똑바로 해서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비스듬히 들어서면 옆으로 구르게 되므로, 전·후진을 반복해서 바른 자세를 잡는다. 반클러치를 쓰면서 천천히 내리막에 들어서고, 앞바퀴가 관성에 의해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하면 클러치를 붙여 엔진 브레이크 상태로 바꾼다.
이후에는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을 정도로 살짝 밟으면서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조절하면 된다. 내려갈 곳을 똑바로 바라보고, 스티어링 휠을 천천히 돌려 위치를 잡는다. 자동기어차는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작아 풋브레이크를 많이 쓰는 만큼 브레이크를 더욱 세밀하게 조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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