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테크닉(Ⅰ)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2003-11-07  |   8,464 읽음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을 돌아보면 전년도에 비해 규모가 11.5% 커졌다. 하지만 SUV는 무려 60.4%가 늘어났다. 미니밴을 더한 시장 점유율은 42.5%. 10대 중 4대 이상의 차가 RV라는 뜻이다.

자동차 제작사는 SUV나 미니밴도 가능하면 승용차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어딘가 차이가 있다는 뜻이므로, 각 차에 맞는 운전요령이 필요하다. 어디가 다르고 어떻게 운전하는 것이 중요할까?

자동차의 물리법칙을 이해해야

SUV만의 운전요령을 알아보기에 앞서 물리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관성의 영향을 받는다. ‘물체가 운동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관성의 법칙이다. 쉽게 말해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이려 하고, 멈추어 있는 것은 그대로 있으려고 한다. 이는 자동차도 마찬가지여서 달리는 차는 계속 달리려고 한다. 공기가 있어 저항이 생기고, 노면과 타이어의 저항 등으로 달리는 차는 반드시 멈추게 되어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달리고 돌고 멈추는 자동차의 기본적인 움직임은 관성에 의한 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지해 있는 차를 움직이기 위해 액셀 페달을 밟으면 엔진 힘이 바퀴에 전달되어 차를 앞으로 밀어낸다. 계속 달리려는 차를 세우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관성을 이기기 위한 동작이다.

두 번째는 원심력이다. 물리학에서는 ‘원 운동을 하는 물체에 나타나는 관성’이라고 정의하는데, 간단하게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힘이라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에서는 커브를 돌아갈 때 주로 작용해 코너 바깥으로 차가 기울어지는 원인이 된다. 원심력은 속도가 빠를수록, 회전반경이 작을수록 커진다.

세 번째는 접지력이다. 타이어가 노면에 붙어 있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마찰력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마찰력은 두 물체가 맞닿을 때 생기는 저항력으로 두 물체 표면의 마찰계수에 따라 크기가 결정된다. 마찰계수는 그리스문자 뮤(μ)로 나타내고, 물체의 재질이나 물과 기름 같은 윤활제의 유무에 따라 바뀐다.

접지력을 살리는 운전을 하려면?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 확실하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 접지력이다. 아무리 출력이 높고 서스펜션 세팅이 잘되어도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으면 자동차는 미끄러지게 된다.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접지력을 살리는 운전을 하면 훨씬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은 같은 노면 상태에서는 언제나 일정한 힘을 갖는다. 이 힘을 달리고 돌고 멈추는 자동차의 기본운동에 나누어 쓰게 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식이 된다.

접지력=가속+제동+코너링

왼쪽의 접지력이 항상 일정한 상수이므로, 오른쪽의 세 가지 힘의 합이 접지력을 넘어서면 타이어는 헛돈다.

코너를 달리는 도중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차의 앞바퀴는 코너링을 위해 일정한 수준의 접지력을 이미 쓰고 있다. 거기에 차를 세우기 위해 제동력을 걸면(브레이크를 밟으면) ‘코너링+제동’이 접지력보다 커진다. 결국 바퀴는 접지력을 잃고 바깥으로 밀려 나게 된다. 앞바퀴굴림차의 경우 코너에서 액셀 페달을 밟으면 앞바퀴가 접지력을 잃고 코너 바깥으로 밀려난다. ‘코너링+가속’이 접지력을 넘어선 경우다.

때문에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온로드, 오프로드를 막론하고 접지력의 한계 안에서 운전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코너 중간에서 접지력을 잃고 싶지 않을 때는 미리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 원심력을 낮추고, 코너링을 위한 접지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노면의 상태가 달라져 마찰계수가 바뀌는 빗길이나 눈길에서는 접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속도를 낮추고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 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머드 타이어의 경우 오프로드에서는 진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 접지면적이 넓어지지만 온로드에서는 땅에 닿는 트레드 면적이 작아 일반 타이어에 비해 접지력이 떨어진다. 오프로드 성능을 높이기 위해 머드 타이어를 끼웠다면 온로드에서는 천천히 달려야 안전하다.

접지력은 운전을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은 사람이 항상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문제다.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튜닝을 하기 전에 자신의 드라이빙 테크닉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상황에 따라 그 원인을 알 수 있다면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섬세한 페달 조작은 베테랑 운전의 기본

타이어는 미끄러지기 직전이 가장 큰 힘을 전달한다. 이를 위해서는 섬세한 페달 조작이 필수다. 똑같은 차를 몰고 있는데도 다른 사람보다 오프로드나 온로드에서 실력이 달린다면 오른발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 창이 두껍지 않은 신발을 신고 액셀을 밟아 일정한 회전수를 유지하거나 단번에 원하는 회전수에 도달할 수 있다면 훨씬 여유 있게 운전할 수 있다. 흐름에 맞춰 일정 속도를 낼 수 있고, 불필요하게 가속을 반복하는 경우가 줄어들어 연비도 좋아진다.

이는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 페달의 유격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만큼의 힘으로 밟으면 차가 멈추기 시작하는지, 마른 노면에서 얼마나 깊고 빠르게 밟아야 타이어가 잠기거나 ABS가 작동하는지를 연습을 통해 익혀야 한다.

신호대기 정지선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만 밟아 정확하게 멈추는 것을 연습해 보자. 의외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원하는 곳에 정확히 차를 멈출 수 있다면 브레이크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는 오른발이 민감해지면 눈길이나 빙판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차를 세울 수 있다. 또 교통상황에 따라 적당히 속도를 줄일 수 있고, 다시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 액셀을 깊이 밟을 필요가 없어진다.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의 조작 여부에 따라 동승자가 받는 느낌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왈칵거리는 택시와 버스를 상기해 보라.

섬세한 액셀과 브레이크 조작은 오프로드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접지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액셀 페달에 얹은 오른발을 mm 단위로 조작할 수 있다면 없는 접지력도 만들어낼 수 있다. 바퀴가 헛돌 때, 천천히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면서 타이어의 회전력을 줄이다 보면 차를 앞으로 밀어낼 수 있을 만큼의 힘과 접지력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이 분명히 있다. 접지가 살아나면 천천히, 조금씩 액셀을 밟아 구동력을 높여 탈출하면 된다. 연습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경사면을 달릴 때 액셀을 급하게 밟으면 차의 균형을 흔들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달리기 위해 오른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물결 모양의 둔덕을 넘어야 할 때, 언덕 정상에서는 관성이 ‘0’이 되도록 액셀 페달을 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리막에 진입하면서 속도가 빨라져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연속된 언덕을 오르내릴 때는 액셀 페달만으로 가감속을 부드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구동력을 만들고 타이어가 잠기지 않을 정도로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험로 주파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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