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과 관련된 모든 것(1) 험로 탈출을 위한 기본장비
2003-11-07  |   12,070 읽음
오프로드가 아니라고 해도 힘 좋은 4WD를 타다 보면 다른 차를 견인해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겨울에는 눈길이나 빙판길에 미끄러지거나, 둔덕을 보지 못하고 빠져 버린 승용차를 도와줄 때가 있다. 이런 차를 만나면 모른 척 야속하게 지나지 말고 넉넉한 인심을 발휘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장비와 이용방법을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견인 고리를 튼튼하게 만든다
견인장비라고 하면 스내치 블록이나 윈치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차에 달려 있는 견인 고리다. 모든 자동차는 견인에 대비해 차체에서 가장 튼튼하고 인장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견인 고리가 달려 있다. 승용차는 보디 아래 섀시에 직접 연결되고, 프레임과 보디가 구분되어 있는 SUV는 앞뒤 프레임에 견인 고리가 달린다.

순정으로 달려나오는 견인 고리는 평지에서 차를 끌기 위한 것이므로 강도가 떨어진다. 바퀴가 푹푹 빠지는 오프로드에서는 힘을 견디지 못해 견인 고리가 벌어지거나 심한 경우 끊어지기도 한다. 부러진 견인 고리나 셔클이 날아가 사람이 다치거나 차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때문에 오프로드를 자주 다니는 사람은 견인 고리부터 튼튼한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조향 계통이나 서스펜션 암을 이용해 견인해서는 안 된다. 2톤이 넘는 차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차는 끌어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된다. 견인 고리처럼 생겼지만 운송용으로 차를 바닥에 고정하는 용도의 고리도 마찬가지다.

새 견인 고리를 달 때는 두께가 10mm 이상의 철제품을 프레임에 직접 잇는다. 날카로운 부분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견인 스트랩(끈)이나 로프를 쉽게 이을 수 있도록 최대한 위쪽으로 단다. 와이어나 쇠사슬이 범퍼에 닿으면 손상되므로 달 자리를 잡을 때 각도를 잘 살려야 한다. 록스타나 구형 코란도처럼 철제 범퍼가 프레임에 연결된 차는 견인 고리를 범퍼 위에 고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흔히 ‘D’링이라 부르는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차를 끌어낼 수 있다.

순정 견인 고리 외에 견인 볼이나 핀틀(pintle), 히치(hitch)를 다는 경우가 있다. 제트스키나 보트 등을 끌기 위해 견인용 볼을 달 때는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을 고려해야 한다. 트레일러와 연결하기 위해 견인 볼을 낮게 달 경우 오프로드에서 이탈각이 크게 손해를 본다. 또 진흙길에서는 견인 히치가 닻처럼 땅을 파고 들어가 꼼짝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가능한 한 범퍼에 가깝게 붙이고, 트레일러의 견인 고리를 높이는 것이 낫다.

지름 50mm의 볼 히치는 차체가 견디는 한도에서 3.5톤 정도까지 트레일러를 끌 수 있고, 볼과 핀이 함께 달린 경우는 5천kg, 흔히 나토 타입으로 불리는 군용 핀틀은 훨씬 무거운 것도 끌 수 있다. 갤로퍼는 뒤쪽 범퍼 사이에 핀틀이나 볼을 고정하는 자리가 있어 편하고, 구형 코란도와 록스타는 프레임과 뒷범퍼가 연결되는 곳은 어디에나 견인 장치를 달 수 있다. 다른 SUV는 프레임에 링크로 연결하는 서브 프레임을 달아야 제대로 힘을 받는다.

견인용 로프와 스트랩을 알자
견인용 로프나 스트랩은 차의 총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SUV는 가장 가볍다는 레토나도 전체 무게(승차정원이 모두 탔을 때)가 2톤에 가까울 정도로 무겁다. 때문에 견인용 로프는 꼭 인장 강도를 확인해야 한다.

재질은 썩지 않는 나일론, 폴리프로필렌 등이 많다. 하지만 이런 재질은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강도가 약해진다. 마닐라 삼으로 만드는 선박용 로프는 물을 흡수하지만 마르면 다시 팽팽해지는 특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튼튼하다.

견인 바로 부르는 웨빙 스트랩(webbing strap)은 닿는 면적이 넓어 나무에 연결해도 손상을 주지 않고, 둥글게 말아 보관할 수 있어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또 로프에 비해 청소가 쉽고 빨리 말라 널리 쓰인다. 나무에 스트랩을 감을 때는 지면에 가까운 곳에서 한 바퀴 이상 돌려야 한다. 하지만 나무가 튼튼하다면 견인용 로프나 와이어가 지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올리는 것이 낫다.

로프나 스트랩 두 개를 이어서 써야 할 경우, 셔클처럼 금속으로 된 부품을 중간에 끼우면 위험하다. 줄이 끊어질 때 셔클이 튀어 나가 사람이 다치거나 차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셔클이나 금속 링은 반드시 차체에 고정하고, 로프를 이을 때는 매듭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웨빙 스트랩은 끝부분을 촘촘하게 바느질한 둥근 매듭이 있어야 한다. 로프나 스트랩만 있는 경우에 대비해 풀리지 않는 단단한 매듭을 묶는 방법을 알아두면 편하다. 스트랩은 오버핸드(overhand) 방식(사진)으로 매듭을 지어 묶으면 양끝을 묶거나 두 개의 다른 스트랩을 단단하게 이을 수 있다. 이때 매듭 좌우에 남은 부분을 테이프로 단단하게 감아 두면 스트랩이 느슨해졌을 때도 매듭이 풀어지지 않는다. 로프와 로프는 이중으로 매듭을 지으면 된다. 당길수록 단단하게 조여져 범퍼 좌우에 로프를 잇고, 견인할 차에 반대편 로프를 고정하면 방향에 상관없이 차를 끌어낼 수 있다.

흔히 스프링 로프로 불리는 KERR (Kinetic Energy Recovery Rope)는 서로 다른 로프를 일정한 방향으로 꼬아서 만든 것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8개의 가닥으로 된 KERR은 12톤의 무게를 견디고, 잡아당기면 8m의 길이가 11m까지 늘어난다. 늘어난 KERR은 스프링처럼 다시 줄어들려는 특성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차를 잡아채듯이 빼낼 수 있다. 나일론 소재여서 오래되면 닳고 모래 등 이물이 닿거나 햇볕을 받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오프로드용으로 나온 KERR은 아직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다.

더해서 갖추어야 할 것들
로프와 스트랩만으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최소한 19mm 이상, 혹은 자기 차의 견인 고리가 허용하는 최대 굵기의 셔클 서너 개, 큼직한 스내치 블록 한두 개는 있어야 견인 장비를 제대로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셔클은 ‘D’ 형태로 생긴 것보다 둥근 것이 더 쓸모가 크다. 또 스내치 블록도 나일론 밧줄을 쓸 수 있는 큰 것이 있으면 좋다. 스내치 블록은 꼭 윈치가 아니라도 스틸 와이어를 써 견인할 때 아주 요긴하다.

셔클의 핀은 평소에는 완전히 잠겨 있어야 잃어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거리에서 견인을 위해 셔클을 쓸 때는 반 바퀴 정도 풀어야 견인 후 셔클이 완전히 잠겨 풀리지 않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반면 온로드에서 견인하거나 스트랩 또는 로프를 길게 늘어뜨린 경우는 셔클을 단단하게 조여야만 진동에 의해 풀리지 않는다. 스내치 블록을 쓰면 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대신 견인 속도가 반으로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스내치 블록의 수가 늘어날수록 힘이 덜 들면서 견인 속도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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