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감상하며 천천히 달리자 초보자를 위한 산길주행 키 포인트
2003-11-07  |   7,391 읽음
시원한 계곡을 찾아가는 길에는 비포장도로가 많다. 한적하고 깊은 곳일수록 포장도로는 보이지 않고 울퉁불퉁한 숲길과 졸졸거리는 시내가 가로막고 선다. 그렇다고 승용차도 다닐 수 있는 평탄한 길만 고집한다면 어디 특별한 경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자연에 푹 파묻혀 조용히 쉬다올 무공해 여행지를 원한다면 평소에 잘 쓰지 않는 4WD 기어도 과감히 주무를 줄 알아야 한다. 패인 골을 머뭇거리지 않고 건너가 자연의 깊은 품에 안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본적인 운전요령만 익히면 초록의 숲, 얼음장처럼 차디찬 계곡에 다가갈 수 있다. 네바퀴굴림차를 갖고 있지만 산에 오르기를 두려워했던 오프로드 운전 초보자들을 위해, 오프로드 드라이빙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간단한 테크닉을 소개한다. 2WD 미니밴 운전자도 알아두면 비포장길을 달릴 때 도움될 것이다.

준비물 챙기기와 운전자세
돌발상황이 많은 오프로드에서는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므로 떠나기 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패인 골에 차가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구난장비를 챙기는 것은 필수. 차에 맞는 유압식 잭과 견인할 때 쓰는 로프 등이 필요하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산길에서는 잭을 제대로 세워놓을 형편이 못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잭 밑에 받칠 합판과 자루가 긴 삽도 준비한다. 지도는 1/10만은 되어야 산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길을 헤맬 경우에 대비해 나침반과 물, 비상식량도 가져가고 비상공구도 챙긴다.

준비물을 모두 갖췄으면 산길을 나서 보자. 운전자세는 오프로드와 온로드 주행 때가 다르다. 울퉁불퉁한 노면에 민첩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등받이를 세우고 시트는 페달에 발을 올려놓았을 때 110도 정도 되도록 당겨 앉아야 페달 조작을 재빨리 할 수 있다. 핸들은 감아쥐지 말고 엄지손가락을 핸들 림 위에 올려놓아 충격으로 핸들이 갑자기 돌 때 손가락이 다치지 않게 한다. 장애물과 부딪혔을 때 몸이 퉁겨나가지 않도록 안전벨트도 꼭 매고 창문은 닫는다. 경치구경 한다고 창문을 내리고 다니다가는 나뭇가지 등에 눈이 찔릴 수 있다.

새겨두어야 할 기본 운전요령
4WD 전환은 오프로드에 들어서기 직전에 바꿔주는 것이 안전하다. 노면이 고른 곳에서는 4H에 넣고 기어는 2단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다. 3단 기어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4WD를 쓰지 않아도 된다. 험한 길이나 가파른 경사, 개울 등을 건널 때는 4L를 사용한다.

오프로드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달리는 것이 상책이다. 진창이나 골과 같은 거친 험로를 만나면 반드시 차에서 내려 노면상태를 확인한다. 또 될수록 직진 코스를 잡고 핸들과 기어, 브레이크 조작도 가급적 피한다. 액셀로만 속도를 조절하되, 섬세하게 다뤄야 주행리듬이 깨지지 않는다. 험한 코스를 찾아갈 때는 두 대 이상이 가야 위험에 빠졌을 때 도와줄 수 있다. 여러 대가 같이 달릴 때는 일정한 간격을 두어서 앞차가 서거나 밀릴 때, 돌 등이 튈 때 뒤차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돌길과 장애물 통과하기
우리나라 산에는 작은 돌이 깔려 있는 곳이 많다. 이런 길에서는 핸들을 꽉 쥐면 차가 더 덜컹거려 승차감이 좋지 않으므로 핸들을 느슨하게 잡고 리듬을 타면서 서서히 나아간다.

하지만 큰 돌덩어리와 같은 장애물을 통과할 때는 충격이 큰 만큼 핸들을 놓치기 않도록 단단히 잡아야 한다. 국산 SUV의 최저지상고는 20cm 안팎이므로 이보다 큰 바윗돌은 타고 넘는다. 차 바닥에는 엔진오일 팬과 트랜스미션, 트랜스퍼 기어박스 등 중요한 부품들이 있으므로 그 위치를 알아두고 피해가도록 한다. 디퍼렌셜은 보통 가장 낮게 달리는 부품이므로 어느 쪽에 있는지 꼭 살펴둔다.

돌이 너무 크면서 경사가 가파를 경우는 돌 주변에 작은 돌을 쌓아 계단식으로 통과하는 방법이 통한다. 이때는 큰 돌 위에 올라선 뒤 핸들을 약간 틀면서 내려와야 하체가 부딪히지 않는다. 동행자가 차에서 내려 돌의 움직임과 차의 방향을 알려 주면 큰 도움이 된다. 날카로운 돌이 많은 곳에서는 타이어 옆면이 돌 모서리에 찢기지 않도록 조심한다.

오르막과 내리막 주행
산길운전의 기본은 오르막과 내리막 달리기다. 웬만한 경사는 천천히 달리면 되지만 심하게 기울어진 언덕을 오를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무게중심이 뒤쪽에 몰리기 때문에 앞바퀴 접지력이 떨어지므로 기어 조작을 피하고 직선 코스로 꾸준히 올라간다. 중간에 턱이나 구덩이가 있으면 바로 앞에서 액셀 페달을 조금 풀었다가 앞바퀴가 턱을 넘어갈 때 다시 밟아주는 방법을 쓴다. 짧고 가파른 언덕은 뒤로 물러섰다가 탄력을 이용해 단숨에 오르는 요령이 필요하다. 중간에 섰을 경우는 다시 내려와서 재도전한다.

내리막에서도 핸들이나 페달, 기어 조작을 삼가고 똑바로 달린다. 1단 기어로 꾸물꾸물 내려가면 되는데, 그래도 속도가 빠를 경우는 브레이크를 함께 쓴다. 페달을 너무 세게 밟으면 차 뒤쪽이 들리면서 주행리듬이 깨지므로 필요한 만큼만 살짝 밟아준다.

우거진 수풀 달리기
여름철 자동차 통행이 적은 산길에는 풀이 수북히 자라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곳은 바닥에 구덩이나 장애물이 있어도 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므로 그냥 들어서지 말고 걸어서 노면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땅이 단단하고 장애물이 없는 덤불 숲은 달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4L 기어를 써서 꾸준히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지나갈 곳의 풀을 어느 정도 꺾어주면 시야가 트이고 하체의 부품에 풀이 말려 들어갈 염려가 없다. 얇은 나뭇가지가 섞여 있는 곳에서는 자칫 바퀴와 서스펜션에 나뭇가지가 걸려 엉키는 수가 있다. 이때 억지로 속도를 내서 나아가려고 하면 부품이 손상될 위험이 있으므로 뒤로 한발 짝 물러났다가 핸들을 틀어 방향을 다시 잡는다.

개울과 강 건너기
SUV로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수심은 30cm 정도다. 4L 1단이나 2단을 사용해 물에 들어선 다음 급한 핸들조작과 브레이크 사용을 피하면서 꾸준히 나아간다. 중간에 기어를 바꾸면 마찰력을 잃게 되고 트랜스미션 안쪽이 순간적으로 진공상태가 되어 물을 빨아들일 수 있으므로 삼간다. 물살이 조금 빠르다 싶으면 하류 쪽을 보고 비스듬히 달려야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

머플러 위까지 물이 찼어도 고회전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내면 배기가스의 압력 때문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잘못해서 차 뒤쪽이 물에 잠겼을 때는 머플러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반드시 시동을 켜둔 상태에서 구조요청을 한다. 반대로 앞쪽이 물에 빠졌을 경우는 시동을 꺼야 에어클리너에 물이 스미지 않는다.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미리 개울 바닥을 확인해야 한다. 돌이 많거나 돌에 이끼가 끼어있으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진흙길과 패인 길 달리기
장마철 이후 산을 찾으면 질퍽한 진흙길과 골이 깊게 패인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달리다 진흙길을 만나면 앞바퀴를 똑바로 한 상태에서 그대로 직진한다. 4L보다는 노면저항이 적은 4H 2단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액셀 페달로 속도를 조절하되, 습관적으로 페달을 부릉부릉 밟아 힘을 단절시키지 않도록 한다. 바닥에 나무판자나 신문지 등을 깔고 지나면 더 쉽다. 진흙 깊이가 하체에 닿을 정도이거나 속에 돌이 많이 숨어 있는 경우는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 낫다.

고랑을 타고 바퀴가 지나간 자리가 있으면 그대로 따라간다. 핸들을 틀지 말고 시선은 5m 앞쪽을 둔다. 바퀴자국을 따라 갈 수 없을 경우는 한쪽 바퀴를 고랑에 올려놓는다. 이때도 핸들조작을 피하고 조심스럽게 지나야 차가 중심을 잃지 않는다. 골이 길 가운데 얇게 패인 경우는 바퀴를 가장자리에 놓고 그 부분만 피해간다.

바닥이 가로로 패여 있는 곳을 만나면 골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들어선 다음 액셀을 밟아 부드럽게 빠져 나온다. 패인 곳이 넓으면 바퀴가 지날 자리에 돌이나 판자를 대고 통과해야 한다.

비상 탈출법
차가 둔덕에 얹혔을 때는?

무리하게 높은 둔덕을 지나다 차 프레임이나 디퍼렌셜 기어가 얹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무턱대고 액셀 페달을 힘껏 밟으면 타이어가 헛돌아 더 깊이 빠지므로 4단계 탈출을 시도해 본다.

①기운 쪽 반대편 바퀴 아래 흙을 파서 평평하게 만든다.

②지면에 닿은 부분에 잭을 넣을 수 있도록 폭 30cm 정도로 땅을 판다.

③잭을 이용해 차를 띄운 다음 빠진 타이어 밑에 흙이나 돌을 다져 넣는다. 바닥과 하체 간격이 10cm쯤 되게 쌓으면 된다. 땅이 단단하지 않을 때는 잭 밑에 판자나 편편한 돌을 댄다.

④마지막으로 잭을 풀고 차를 움직이면 위험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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