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로에서 유용한 윈치 테크닉 사용법 간단하지만 활용법은 무궁무진
2003-11-07  |   16,491 읽음
80년대 초, 코믹 영화 ‘부시맨’을 보았던 독자들은 영화 내내 먼지 뿌연 아프리카 사막을 누비는, 털털거리는 랜드로버 디펜더를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몇 년도 모델이었는지 까마득히 잊었지만 영화 속 디펜더는 상태가 몹시 나빠 제대로 작동하는 게 별로 없었다. 클랙슨이 고장난 탓에 복잡한 거리에서는 운전자가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비켜주세요”라고 소리쳤고, 고장난 도어는 문을 열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영화 속 디펜더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탓에 차를 멈추게 하려면 일단 속도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그 다음 주인공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차안에서 커다란 돌덩이를 들고 앞쪽으로 열심히 뛰어간 다음 저만치 앞에 그 돌을 받혀 천천히 굴러오던 디펜더가 돌에 걸려 멈추도록 했다.

오프로더에 꼭 필요한 궁극적인 구난장비
영화 초반에 이 디펜더가 커다란 강을 건너다 그만 스턱에 걸려 꼼짝달싹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때 주인공은 디펜더에 달린 윈치에서 힘겹게 와이어를 풀어내 강 건너 나무 위에 묶어 놓고, 다시 차로 되돌아와 윈치를 작동시킨다. 그 사이 강 건너에서 잠시 또 다른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 탓에 주인공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디펜더는 윈칭을 계속했고 앞으로 끌려가 높은 나무 위에 걸린 윈치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 되었다. 재미있는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랜드로버 디펜더 못지 않게 ‘윈치’의 강한 이미지가 깊이 남았었다.

윈치는 이렇듯 차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용한 장비다. 80년대 후반 4WD의 익스테리어 튜닝 용품으로 수입되기 시작해 90년대 중반부터 ‘오프로드 매니아’라는 실수요자들을 만나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윈치를 선택하는 매니아가 늘어나면서 험로에서 가장 궁극적인 구난장비로 자리 잡았고 최근 오프로드 튜닝 붐을 타고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굴곡이 심한 험로에서는 하체가 바닥에 걸리거나 미끄러운 곳에서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스핀 하는 경우, 바퀴가 수렁에 빠져 꼼짝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난처한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을 전문 용어로 스턱(stuck)이라고 한다.

앞뒤로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라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낭떠러지 급경사에서 차가 한쪽으로 쏠려 타이어가 벼랑 끝에 걸린 상황이라면? 이럴 경우 반드시 다른 구난차 또는 장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윈치를 갖춰놓았다면 무척 유용하다. 윈치가 있으면 자신이 처한 위험에서 탈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졌을 때도 구조할 수 있다. 윈치는 전기 또는 유압 방식 등을 사용하고 감속기어를 이용한 하나의 작은 자동차용 크레인이라고 보면 된다. 길게 감긴 와이어를 감거나 풀어내면서 힘을 쓸 수 있어 일정한 지지점에 윈치 와이어를 걸고 작동하면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윈치는 모터의 힘과 감속기어비율 등에 따라 성능도 제각각이고 값 차이도 크다. 그러나 다양한 종류에 성능도 제각각인 윈치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주의사항과 사용방법을 제대로 익혀두지 않으면 자칫 주변사람이 부상을 입거나 감속기어가 망가질 수 있다. 또 윈치 와이어가 끊어지면 제대로 구난을 하기 전에 윈치를 못 쓰게 되는 경우도 많다.

윈치 활용법과 주의점 등을 제대로 알고 쓴다면 그 효과를 몇 배 더 누릴 수 있다. 작동법은 간단하지만 활용법은 무척 다양하다.

윈치로 다른 차 또는 자기차를 구난할 때는 먼저 주변상황을 살펴 견인차와 피견인차가 모두 윈칭을 해도 안전한 상황인지를 살피는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윈칭 도중 전복이 되거나 주변 사람이 다칠 수 있는지도 따져보고 윈칭을 시작한다.

작업 전에는 곤경에 처한 차를 끌어내려는 견인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타이어 앞에 커다란 돌이나 버팀목을 막아 세우고 1단 또는 후진기어를 넣어두는 것이 좋다. 자동기어의 경우 주차 브레이크를 걸고 ‘P’레인지에 두면 된다. 필요할 경우 네 바퀴 모두에 버팀목을 대고 그래도 견인차가 딸려간다면 다른 차를 뒤쪽에 세운 다음 견인로프를 이용, 견인차를 고정시킨다.

이렇게 윈칭할 수 있는 기본 안전조건이 갖춰진 다음 윈칭을 시작한다. 리모콘으로 조절하는 윈치는 작업 도중 될 수 있으면 사용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윈치 옆을 지키는 것이 좋다. 윈치나 와이어 또는 끌려오는 차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윈칭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의사항 지켜야 안전사고 막을 수 있어
기본적인 작동법은 쉽다. 먼저 윈치 와이어를 천천히 풀어 구조차의 범퍼 아래에 있는 견인 고리에 걸고 스위치를 작동한다. 25∼30m가 대부분인 윈치 와이어는 많이 풀어낼수록 힘이 좋아진다. 그러나 너무 많이 풀어도 곤란하다. 윈치 와이어를 감고 있는 안쪽 드럼에 최소한 10번 정도는 감겨 있어야 작업도중 와이어가 풀려나가지 않는다.

고리가 연결되었다면 와이어가 팽팽해질 정도로 당긴 다음 본격적인 윈칭을 시작한다. 와이어에 수건이나 두꺼운 천을 먼저 걸어놓으면 줄이 늘어지는지를 파악하기 좋다. 또 견인 와이어가 끊어졌을 때 갑자기 튀어 오르는 것을 막아줌과 동시에 주변사람이 와이어를 확인하면서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수건 등은 윈치 쪽보다 와이어 후크 쪽에 가깝게 걸어 놓는다. 커다란 수건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밝은 색의 겉옷을 걸쳐놓는다.

견인을 하는 도중에는 와이어에 가깝게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컨트롤 가드(윈치를 조절하는 사람) 역시 윈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리모콘을 작동하고 줄이 엉키거나 잘못 감겼을 때는 윈칭을 중단하고 조치한 뒤 다시 작동한다.

리모콘을 이용해 와이어를 감는 동안 와이어가 한쪽에 몰려서 감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견인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윈치 와이어가 망가질 수 있으므로 와이어가 한쪽으로 몰릴 정도가 되면 윈칭을 중단하고 피견인차를 안전하게 세운 다음 와이어를 다시 정리해 윈칭을 시작한다.

전동 윈치라면 사용할 때 반드시 시동을 걸어놓아야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액셀 페달을 밟아 회전수를 높이는 것이 좋다. 윈치를 작동시킬 때 전력을 많이 소모하므로 제너레이터에 충전을 해주는 것이다. 회전수를 올리면 윈치 견인력도 순간적으로 높아진다. 끌려가는 차에도 반드시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 비상시 차의 방향을 틀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윈치 와이어는 아무리 단단하게 만들어졌어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끊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윈칭할 때는 만일에 일어날 사고에 대비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원’사의 XD 9500i 전동윈치를 단 무쏘와 뉴 코란도, 록스타 튜닝카 등을 동원해 실전에서 겪을 수 있는 구난 상황을 만들어 다양한 윈치 테크닉을 알아보았다.

앵글 윈칭법을 쓴다
장소가 비좁아 견인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 사용한다. 와이어 방향이 꺾이는 중간 지점에 도르래, 즉 스내치 블록을 걸어주면 와이어가 이것을 통과하면서 견인방향을 바꾼다.

먼저 주변을 살펴 가장 단단한 지지물을 찾아낸다. 적당하고 안전한 지지물을 찾아내는 것이 윈칭 기술을 판가름한다. 차 무게를 견딜만한 나무나 지지물을 정했다면 윈치에서 와이어 고리를 빼내 목표물까지 넉넉하게 풀어낸다. 와이어를 만질 때는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워야 손에 상처가 나지 않는다. 가늘고 단단한 철사를 수십 겹 엮어 놓은 와이어는 중간중간에 조금씩 끊어진 철사가 가시처럼 돋아나 있기 때문이다.

지지점이 나무라면 나무 밑에 견인바를 두른다. 나무 중간에 두르면 지지력이 떨어지고 나무가 휘어지거나 뽑힐 수 있다. 견인바와 윈치 와이어는 셔클(shackle)로 연결해야 쉽게 빠지지 않는다. 견인바는 두꺼운 천을 여러 겹 감아 만들었기 때문에 나무에 상처를 내지 않는다. 따라서 나무에 직접 와이어를 감지 말고 견인바를 사용한다.

이런 앵글 윈칭법을 쓸 때는 무턱대고 차를 끌 경우 차가 전복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취재팀도 록스타를 스턱에 빠뜨린 뒤 끌어내 보았는데 스내치 블록을 연결했음에도 차체가 옆으로 넘어질 뻔한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되었다. 그때마다 드라이버의 핸들링으로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이 경우 최소한 3명이 필요하다. 한 명은 윈치를 조작하고 다른 한 명은 끌려 올라오는 차안에 올라타 윈치에 무리가 가지 않고 가장 안전한 코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핸들을 돌려야 한다. 마지막 한 명은 두 대의 차를 모두 보면서 양쪽의 의사를 전달해가며 윈칭을 리드한다.

CB(생활무전기)가 있거나 무전기를 갖추고 있다면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간단한 수신호를 익혀 이용하도록 한다.
스내치 블록을 피견인차에 단다

깊은 구덩이에 차가 빠졌을 경우 윈치를 똑바로 연결해 꺼내도 좋지만 끌려 올라오는 차가 너무 깊게 빠져있다면 윈치 힘으로 부족할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쓰는 편법이 있는데 요긴하므로 알아두자.

바로 앞서 설명한 앵글 윈칭의 변형법이다. 이 방법은 끌려 올라오는 차가 하나의 지지점이 되는 것이다. 차가 구덩이에 깊이 빠졌다면 두 대의 차가 견인을 준비한다. 피견인차 뒤쪽에 두 대의 차를 안전거리를 두고 세운다. 윈치 차에서 와이어를 풀어 피견인차, 즉 끌려 올라오는 차에 연결한다. 이때는 반드시 스내치 블록을 이용해 연결한다. 피견인차의 도르래를 통과한 와이어는 또 다른 구난차에 연결한다.

준비가 끝났다면 윈칭을 시작한다. 앞서 말한 기본적인 앵글 윈칭에서 지지점이 된 나무는 움직이지 않지만 피견인차를 지지점으로 쓰면 차는 움직이면서 끌려 올라온다. 이 방법은 윈치차를 단단하게 고정할 수 없어 앞쪽으로 끌려갈 수 있는 상황에 쓰이는 테크닉 가운데 하나다.

취재 도중, 조금 험하다 싶은 정도의 길 옆 수렁에 뉴 코란도 취재차를 빠트리는 모션을 취하다 차가 진짜로 빠지고 말았다. 윈치 없이 자력으로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상황. 윈치가 있었지만 2톤이 넘는 차 무게와 바퀴가 걸린 상황 탓에 윈치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스내치 블록을 두 개 연결하고 와이어를 최대한 많이 풀어 끌어당기자 쉽게 스턱을 빠져나왔다.

이 경우 앞서 말한 대로 밝은 색의 겉옷을 와이어에 걸어 두고 될 수 있는 한 와이어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안전하다.

하이리프트 잭도 활용하자
앞서 와이어를 길게 풀어내면 풀어낼수록 윈치 힘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도르래를 이용해 와이어를 왕복으로 연결하면 짧은 길에서도 윈치 힘을 두 배로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스내치 블록을 무조건 많이 연결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도르래를 3∼4개 연결하면 윈치에 무리는 그만큼 덜 가지만 짧은 거리 윈칭에 많은 전력을 낭비하게 된다. 윈치 감속기어에 무리는 덜 가겠지만 윈칭 시간이 길어져 배터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먼저 끌려 올라오는 차 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면 리프트 잭을 이용해 윈칭을 도울 수 있다. 끌려가는 차가 바위를 직접 타고 넘기 어려우므로 일단 리프트 잭으로 차를 들어 올린다. 그 다음 윈칭을 시작하면 잭이 넘어지면서 차는 바위 위에 출렁하며 올라앉게 된다. 이런 바위 같은 장애물이 연속해서 있다면 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서 윈칭을 하면 된다.

요즘 차는 FRP 범퍼와 사이드 스텝 등을 써 리프트 잭으로 차체를 들어올리면 부서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바퀴 휠 스포크 사이에 견인바를 걸고 이 견인바에 리프트 잭을 걸어 들어올린다.

이렇게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윈치는 일단 값이 비싸다. 또 윈치가 없다고 해서 오프로딩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어서 반드시 장만해야하는 필요조건은 아니다. 단지 윈치를 달면 혼자서도 험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점과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덤으로 따라온다.

또한 윈치는 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다른 동료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재난구조에 유용하다. 하지만 윈치를 지나치게 이용하면 오프로딩의 궁극적인 목적인 성취의식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윈치는 어디까지나 구난에 있어서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윈치 이용 아이디어
긴급수리, 바윗돌 치우기…
대부분 다른 차를 견인할 때만 윈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알고 보면 윈치란 다목적 구난장비다. 일체형 리지드 액슬 구조의 구형 코란도의 경우를 들어보자.

굴곡이 심한 험로에서 쉽게 고장나는 부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티어링 타이로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이 긴 쇠봉처럼 생긴 타이로드가 두 개의 앞바퀴를 좌우로 밀어가며 조향을 하는데 굴곡이 심한 바윗길에서 큰돌에 찍혀 이 타이로드가 위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경우가 있다. 타이로드가 휘어짐에 따라 조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험로에서 큰 낭패를 겪게 된다.

이때는 윈치를 이용해 타이로드를 원래대로 펼 수 있다. 두 사람이 타이로드 양쪽을 파이프 렌치 등으로 단단하게 붙잡고 앞 범퍼와 나란히 고정한다. 그 다음 타이로드의 휘어져서 불룩해진 부분에 와이어를 걸고 윈치를 살짝 돌리면 휘어진 타이로드 부분을 끌어당기면서 반듯하게 펴진다. 물론 타이로드를 완벽하게 원래 모습으로 복구할 순 없지만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윈칭 아이디어다.

또 길 양쪽에 버티고 선 커다란 바위 사이를 지나다가 차체가 바위에 걸려 진행이 어렵다면 앞쪽에 윈치 지지점을 만들고 거기에 스내치 블록을 건 다음 차체를 찍고 있는 바위에 와이어를 연결, 윈칭해 바위를 옆으로 치울 수도 있다. 편법이긴 하지만 위급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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