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션 디바이스’의 비밀을 파헤친다[ap]최악의 오프로드를 정복하는 마지막 무기
2003-11-07  |   6,937 읽음
노면이 심하게 굴곡진 험로에서는 네바퀴굴림차라도 바퀴가 헛돌기 쉽다. 특히 진창이나 사방에 둔덕이 널려 있는 모글 지형에서는 바퀴가 공중에 떠 허우적대는 차를 만나기 일쑤. 움쭉달싹 못하는 차를 보고 있으면 막막하기만 하다. ‘조금이라도 접지력이 살아난다면……’ 하는 바람이 절로 생긴다. 이럴 때 ‘트랙션 디바이스’(traction device)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온로드에서 필요한 디퍼렌셜, 산길에서는 방해되기도
트랙션 디바이스, 즉 차동제한장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차동장치’라고 하는 디퍼렌셜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쉽게 좌우 뒷바퀴를 상상해 보자. 차가 돌아갈 때 오른쪽과 왼쪽 타이어가 그리는 회전반경이 다르다. 원의 중심은 같지만 트레드 너비만큼 안쪽보다 바깥쪽 타이어의 회전반경이 크기 때문. 차가 오른쪽으로 돈다면 오른쪽 타이어의 궤적이 왼쪽보다 짧다. 타이어 반경은 같으므로 궤적이 짧으면 회전수가 적어야 한다.

디퍼렌셜은 굴림바퀴의 좌우 구동축 중간에 자리잡아 차가 돌 때 좌우 바퀴의 회전차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먼저 좌우 구동축과 연결된 사이드 기어가 있다. 파이널 기어(링기어)와 함께 돌아가는 ‘디퍼렌셜 케이스’ 중간에 사이드 기어가 마주보게 놓여 있다. 디퍼렌셜 케이스에 샤프트를 통한 피니언 기어가 그 사이에 끼워져 있다.

좌우 바퀴의 회전차가 나지 않을 때, 즉 직진할 때는 피니언 기어가 움직이지 않는다. 두 바퀴가 같은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너를 돌 때는 회전차가 생겨 피니언 기어가 회전한다. 이때 좌우 사이드 기어가 역회전해 속도차를 메운다. 안쪽 타이어는 사이드 기어가 역회전한 만큼 속도가 떨어지고, 바깥 타이어는 반대로 속도가 올라간다.

이렇듯 차가 매끈하게 방향을 틀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디퍼렌셜. 하지만 이것이 험로를 달리는 4WD에는 이따금 방해가 된다.

좌우 바퀴 중 하나가 떴다고 하자. 떠 있는 타이어에는 저항이 걸리지 않고 노면에 닿아있는 타이어의 저항을 받아 피니언 기어가 회전한다. 그래서 떠 있는 타이어가 2배로 회전하고, 땅에 있는 타이어에는 구동력이 전해지지 않는다.

풀타임 4WD는 같은 모양의 디퍼렌셜이 앞뒤 프로펠러 샤프트 사이에 끼워져 있다. 따라서 떠 있는 바퀴는 4배속으로 회전한다. 직결 4WD라고 해도 앞뒤 바퀴가 하나씩 공회전하면 스턱(험로에서 타이어가 빠져 차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상태)하고 만다. 흔히 ‘대각선 스턱’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막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타이어가 쉽게 뜨지 않도록 한다. 다시 말해 노면을 잘 따라가는 유연한 서스펜션으로 바꾸는 것이다. 둘째는 디퍼렌셜의 기능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트랙션 디바이스’(traction device)가 바로 그것이다.

트랙션 디바이스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① 운전자가 필요할 때 디퍼렌셜의 사이드 기어를 운전자가 고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수동 디퍼렌셜 록’. 흔히 라커(locker)라고 부르는 장치로 국내에 잘 알려진 ARB의 ‘에어 라커’도 스위치를 조작해야 하므로 수동식에 해당한다. ② 보통 때는 사이드 기어를 고정하고 회전할 때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으로 해제하는 ‘자동 디퍼렌셜 록’. 록라이트 제품이 유명하다. ③ 구동 토크에 호응하여 다판 클러치가 사이드 기어에 저항을 주는 ‘다판식 LSD’ 등이다.

고급차에는 LSD가 기본으로 달려나오는 차들이 많다. 하지만 ‘라커’라 불리는 디퍼렌셜 록 장치들은 시중에서 사서 달아야 한다.

LSD(Limited Slip Differential)는 다판식 외에 여러 종류가 있다. 비스커스 커플링을 이용한 속도감응형, 헬리컬 기어를 조합해 저항을 낳는 ‘토센 디퍼렌셜’ 등이다. 애프터마켓용은 다판식 LSD가 대부분이다. 또 넓은 의미로는 ABS 장치를 이용하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도 트랙션 디바이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①, ②, ③에 해당하는 제품의 구조와 특징을 알아보고 간단한 사용소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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