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에서 유용한 운전요령 원리는 있어도 원칙은 없다
2003-11-07  |   6,424 읽음
오프로드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서울, 경기지역 동호인들에게 가장 험한 오프로드를 몇 곳 꼽으라면 대부분 경기도 가평군 연인산을 빠트리지 않는다. 연인산은 경기도 포천과 가평군 경계에 있는 해발 1천100m의 험준한 산으로, 포천군 마일리에서 가평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 전폐고개가 인근에서 악명 높은 오프로드 코스다.

전폐고개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뒤로 넘어질 듯 심한 경사에 컴퓨터 모니터 만한 돌부터 책상 만한 바위덩어리까지 널려 있는 곳으로, 엄청나게 긴 S자 돌계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더 이상 못 올라가고 방향을 돌려 내려올 때면 경사가 너무 심해 자칫 차가 전복되는 경우도 있다.

걸어서 올라가면 3시간 남짓 걸리는 곳으로 그리 긴 거리는 아니지만 산을 잘 탄다는 등산 매니아도 혀를 내둘 만큼 산세가 험한 곳이 전폐고개다. 차를 타고 이곳을 관통했을 때 느끼는 소름 돋는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무모하게 도전한 험로에서 큰 낭패 당해
18시간 고생 끝에 소름 돋는 성취감 느껴


2년 전 여름, 오프로딩과 튜닝 재미에 빠져 일주일이면 서너 번씩 갤로퍼 이노베이션을 몰고 오프로드 출정에 나설 때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인근의 이름난 오프로드 코스는 빠짐없이 쫓아다닐 때였다.

처음으로 32인치 머드타이어를 달았던 날, 기자는 별다른 구난장비 하나 갖추지 않고 구형 코란도 2대와 함께 이 전폐고개에 올랐다. 코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마냥 험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갤로퍼는 못 올라간다`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하지만 의기양양하게 전폐고개에 도전했던 기자는 큰 낭패를 겪었다. 2시간의 사투 끝에 어렵사리 정상 가까이 올랐는데 막바지에 이르러 커다란 바위가 길을 막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리프트 잭으로 차를 들어올려 차 밑에 바윗돌을 받치기도 하고, 동호인들이 차를 밀기도 해가며 10시간 가까이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는 제자리 아니 오히려 미끄러져 내리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자정 무렵, 오른쪽 바퀴가 허공에 들려 끝내 차가 뒤로 뒤집어지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가까스로 견인바로 붙잡아 매놓고 차체를 내려놓으면 다시 차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전복될 듯한 상태가 되었고, 이런 상황이 10시간 가까이 반복되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작업을 벌였지만 날이 밝아오면서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기 시작했다.

동이 틀 무렵, 어떻게 해서 전복을 막고 무사히 되돌아가느냐가 최대 목적이 되었다. 이미 지쳐 있는 몸은 탈진상태가 되었고, 땀으로 범벅되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땀에 젖은 양말이 신발 속에서 질퍽거렸다. 당시 상황은 거의 `조난`에 가까웠다.

휴일이었던 다음날 아침이 밝자 등산객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막?땅에 눌려 있느냐를 뜻하는 `접지력`도 중요하다. 좌우 굴곡이 심한 노면에서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면 차체가 기울게 되고, 한쪽 바퀴가 허공에 뜨는 경우가 많다. 바닥에 닿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미 접지력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타이어가 헛돌기 마련이다.

한쪽 타이어가 헛돌게 되면 지난달 LSD 테스트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반대편 타이어는 멈춰 버린다. 결과적으로 한쪽 타이어는 허공에서 맴돌고, 반대편 타이어는 멈춰있게 되므로 차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별다른 차동제한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왼쪽 앞바퀴와 대각선 방향의 오른쪽 뒷바퀴가 공중에 떴다고 가정해보자.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허공에 뜬 바퀴만 열심히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차체가 기울어져도 타이어는 땅에 붙어 있어야 접지력이 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타이어가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휠 트래블(Wheel travel)이라고 한다. 휠 트래블이 크다는 의미는 차체 기울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타이어가 바닥을 일정한 힘으로 집고 있다는 뜻이다. 굴곡이 심한 험로에서는 최대한 좌우 롤링을 줄이면서 지나는 것이 접지력을 살리면서 전복 위험을 막는 길이다.

또한 몇 가지 기본원칙을 제외하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운전방법과 판단이 필요하다. 흔히 V자 골이 파인 길은 무조건 골을 차 바닥으로 집어넣고 천천히 달려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일 뿐 때에 따라 타이어를 골에 빠트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훨씬 안전한 경우도 있다. V자 골 주변이 쉽게 무너질 정도로 약한 지반이라면 처음부터 바퀴를 골 안에 집어넣고 달리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골이 깊지 않고 전복되거나 차체가 상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

미끄러운 오르막길을 무조건 앞으로만 올라갈 이유도 없다. 바닥이 미끄러워 타이어가 스핀한다면 후진으로 언덕을 올라보자. 언덕길을 오를 때는 차체 앞쪽이 들리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쏠린다. 이때 차체 뒤쪽은 비교적 가볍기 때문에 타이어가 바닥을 누르는 힘도 그만큼 떨어진다. 이 경우 후진으로 오르면 무거운 엔진 쪽으로 무게중심까지 쏠려 타이어를 누르는 접지력도 커지고, 전진할 때보다 쉽게 오를 수 있다.

구덩이에 빠진 바퀴를 애써 꺼내려 하지 말고, 반대편 바퀴 밑에 돌을 받쳐도 차는 움직인다. 길이 `S`자로 꺾여 있다고 반드시 `지그재그` 모양으로 달릴 이유도 없다. 최대한 직선에 가깝게 달리면서 접지력을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듯 오프로드에서는 기본 원리만 존재할 뿐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은 없다.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원칙을 응용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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