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달리기의 기초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는
2003-11-07  |   7,616 읽음
등산과 오프로드 달리기를 비교한다면 산에서 목숨을 잃은 많은 등산인들에게 누가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천m가 넘는 산에 오르는 이들을 보면 숭고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1924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다가 목숨을 잃은 영국의 조지 말로리 경이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하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차를 몰고 오프로드에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도전’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등산에 정상 정복을 위한 알파인에서 동네 뒷산에 오르는 가벼운 하이킹까지 다양한 종류
가 있듯이 오프로드 달리기도 길 아닌 곳을 개척하는 ‘하드코어’가 있는가 하면 조용한 숲길 달리기도 있다. 오프로드 도전 석 달째를 맞고 있는 기자는 이번 달에 가벼운 마음으로 험하지 않은 오프로드를 달려 보기로 했다. 혼자서 즐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가을의 풍경을 만끽하며 산 속을 달리는 드라이브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산길 드라이브 상식
세계적으로 SUV를 타는 사람들 가운데 오프로드를 달리는 사람은 10% 미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특히 저속기어가 없는 도심형 SUV는 산길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SUV는 태생적으로 오프로드를 잘 달린다.

승용차보다 2∼5cm 높은 최저지상고만으로도 갈 수 있는 길은 상당히 많다. 그만큼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늘어난다. 현대 싼타페만 해도 저속기어가 없는 AWD를 쓰고 2WD 모델이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지상고가 20cm로 충분하기 때문에 가벼운 산길 정도는 쉽게 지날 수 있다.

렉서스 RX300의 경우도 승용 SUV답게 AWD 시스템을 쓴다. 그래도 유명산 정도는 거뜬히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에 차를 몰고 유명산으로 향했다. 오프로드 도전기를 처음 시작하며 호된 경험을 했던 곳이지만 지금쯤이면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뤘으리라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오프로드를 찾아가는 길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휘발유차라면 몰라도 속도가 빠르지 않은 디젤 SUV를 몰고 장거리를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산에서 먹을 음식물은 미리 사둔다. 산에서 쓰레기를 다시 가져오는 것은 기본이다. 또 오프로드에 도착하기 전 기름을 가득 채워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가을부터는 해가 일찍 지는 데다 산 위는 기후의 변화가 심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므로, 가능하면 오전에 오프로드에 도착해야 한다. [pageetner]
산길에 들어서면 일단 창문을 눈높이에 맞도록 올린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모두 활짝 열어두고 싶더라도 나뭇가지가 실내로 들어오면 눈이나 얼굴에 상처를 입을 수 있으므로 자제한다. 창문을 완전히 올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는 두 대 이상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움직인다. 그래야 흙먼지도 피하고 앞차가 위험에 빠졌을 때 뒤차가 구해줄 수 있다.

산길을 달릴 때는 한쪽은 산, 반대편은 절벽인 경우가 많다. 유명산의 중턱 8부 능선을 달리다보면 절벽 쪽이 약간 무너진 길이 나온다. 이런 곳에서는 바닥이 닿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산 쪽으로 붙어서 지나간다. 따라서 자기 차의 폭을 확실히 알아야 하고, 바퀴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정확히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장소는 물이 흘러내리며 골이 패인 길이다. 대체로 이런 골에 바퀴를 집어넣고 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진흙길에서 통하는 방법이다. 물이 흘러내리면서 흙을 쓸어내려 거친돌들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고 지상고가 낮은 도심형 SUV는 하체의 가운데가 긁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길의 여유가 있다면 골을 피해 평평한 노면에 바퀴를 올려놓고 지나는 것이 낫다. 속도를 줄여 바퀴가 미끄러지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과 내리막 운전요령
지난달 자기 차의 제원을 수치가 아닌 몸으로 느껴보는 방법을 소개했다. 한적한 공터에서 연습해 볼 때는 쉬워 보여도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오프로드에서는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차신일체(車身一體)’가 될 정도로 여러 번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가벼운 코스를 다니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오프로드 달리기는 도전과 정복의 의미도 크지만, 즐겁고 안전하게 지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차가 망가지면 수리비도 들고 기분도 좋지 않으니 애당초 좋은 풍경을 보기 위해 오른 산이라면 쓸데없는 만용으로 무리하지 말고, 어려운 길을 만나면 과감하게 차 머리를 돌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로 기어가 없는 AWD 모델로 산길을 달릴 때는 1단 기어를 이용한다. 너무 빠르게 달리는 것을 막고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다. 특히 출력전달을 트랜스미션에서 조절하는 자동기어는 2단 기어에 고정하거나, 겨울철 휠 스핀을 막는 ‘윈터(W, 스노, 홀드 등)’ 모드를 사용한다. 트랙션 컨트롤 장치가 달려 있다면 언덕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므로 의외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리막 달리기다. 상당한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라도 10m 정도만 도움닫기를 하면 치고 올라갈 수 있지만, 저속기어가 없는 내리막은 속도를 제어할 방법이 브레이크 조작밖에 없어 미끄러지기 쉽다. 따라서 올라갈 방법을 생각할 때 ‘저 길을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근처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선 내리막 경사와 나란히 차를 세운다. 차가 조금이라도 옆으로 틀어져 있으면 바퀴가 잠기면서 옆으로 돌기 때문에 내리막과 나란히 세워 브레이크 페달을 밟더라도 차의 방향이 틀어지지 않도록 한다. 만약 차 뒷부분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놓아야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수동기어는 1단을 넣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아주 살짝 밟으며 천천히 내려온다. 바퀴가 잠길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발의 힘을 약간만 줄여 바퀴가 구르도록 하고, 다시 좀더 세게 밟는 것을 반복한다.

바닥이 두꺼운 등산화나 딱딱한 구두는 이런 미세한 조절을 하기 어려우므로 차라리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답력을 조절한다. 노면이 마른 흙일 경우 바퀴가 잠겨도 무조건 밀려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차체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아 바퀴를 잠그고 푸는 것을 반복하며 내려오면 된다.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동기어 차는 편법을 써 본다. 언덕을 오르던 중에 차가 멈추면 후진으로 다시 내려오기가 힘들다. 후진기어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데, 이때는 기어를 전진 1단에 넣은 상태에서 액셀 페달만으로 바퀴 회전을 제어한다. 반대로 내려올 때는 후진기어를 넣고 똑같은 요령으로 내려온다. 이 방법을 쓰면 트랜스미션 오일과 컨버터에 무리가 가지만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고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4WD 저속기어가 없는 AWD 차로도 산에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보자도 생각만 조금 바꾸면 맑고 깨끗한 공기와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취재 협조 : 한국토요타자동차 ☎ (02)553-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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