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제의 간격을 줄이다 주차장에서 배우는 오프로드 달리기
2003-11-07  |   9,652 읽음
아무리 운전경력이 많다하더라도 포장도로만 달리다 오프로드에 뛰어든다는 것은 초보 운전자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운전을 너무 쉽게 배우는 것 같다. 시험합격을 위한 테크닉만 익혀 운전면허를 따고 시간 때우기 식의 도로연수를 거친 뒤 곧바로 차를 몰기 시작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교통흐름이 깨지건 말건 자기 식대로 운전하고 몇 번의 접촉사고와 고장은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드라이빙 스쿨에서 교육이라도 받아야 할까. 그런 얘기는 아니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이 오래갈 수 없듯이 운전을 할 때도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뜻이다. 운전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특성을 이해하고 위험에 대처하는 요령도 몸에 익혀두어야 한다. 처음부터 바른 운전습관을 들여야 고급 기술도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다.

오프로드 운전도 마찬가지다. 운전경험이 많은 사람도 처음 SUV를 몰고 오프로드를 갈 경우는 차의 성능과 기본적인 운전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제원표는 복잡하지만 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이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차가 나빠서 또는 개조를 안 해서 오프로드에서 힘을 못쓴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전실력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틈틈이 운전연습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프로드 운전 베테랑을 꿈꾸는 기자 역시 기본 기를 탄탄하게 다질 생각으로 차에 대한 특성을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본지 김준형 기자의 쌍용 코란도 튜닝카와 자매지 <자동차생활> 이병선 미술부장의 95년형 현대 갤로퍼 숏보디를 가지고 오프로드에 들어서기 전 습득해야 할 여러 가지 부분을 체크해보았다.

이번 연습을 통해 오프로드에서 어떻게 하면 장애물을 피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지 감을 잡게 되었다. 운전석에서 보이는 장애물이 실제로 얼마나 떨어진 거리에 있는지, 최저지상고 ‘20cm’란 어느 정도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인지, 하체의 어떤 부분을 조심해서 달려야 장애물에 긁힐 위험이 없는지를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나니 오프로드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다. 독자 여러분도 따라서 연습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원표는 수치일 뿐, 운전석에서 몸으로 느껴본다
차 크기와 장애물과의 거리를 알아보자

아무리 다양한 자료가 있어도 모든 공부의 기초는 교과서라는 말이 있듯이, 차에 대해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메이커에서 제공하는 사용설명서다. 여러 기기들의 작동법에서 기어비 같은 자세한 제원, 긴급 전화번호까지 알토란같은 정보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차의 길이, 너비, 높이는 제원표에 나와 있는 숫자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운전석에 앉아서 느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바른 운전자세를 잡고 앉아 백미러와 룸미러를 정확하게 맞춘다. 갤로퍼에는 오른쪽 아랫부분을 보여주는 보조 미러가 달려있는데, 이것도 거울을 잘 조절하면 오프로드에서 쓸모가 크다.

차 크기를 운전석에서 실제로 느껴보고 주변 장애물과의 거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 먼저 피자 박스처럼 두께가 얇은 종이박스를 여러 개 구한다. 그런 다음 자동차 앞 범퍼 아래에 쌓아 놓고 운전석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차를 후진했다가 앞으로 천천히 전진하면서 운전석에서 보기에 어느 정도의 거리에 가까이 가면 범퍼가 종이박스에 닿는지 알아본다. 실제 생각하는 것보다 차가 더 많이 가까이 가야 박스에 닿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차의 뒤 범퍼 아래에 박스를 놓고 같은 실험하면서 차의 앞뒤 길이를 확인한다. 스티어링 휠을 왼쪽으로 꺾은 상태에서 오른쪽 앞에 박스를 놓고 어느 정도 거리에서 범퍼가 닿는지도 느껴본다. 마찬가지로 핸들을 왼쪽으로 끝까지 꺾은 뒤 후진하면서 오른쪽 뒤에 쌓아 놓은 박스와의 거리도 얼마나 되는지 감을 잡아본다.

일반적으로 오프로드에서 길이 막히면 차를 돌려야 할 경우가 있다. 길이 좁고 차에서 내려 거리를 가늠해볼 상황이 안될 때 이런 연습을 해둔다면 자신 있게 차를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은 단번에 일렬주차를 시키는 요령이기도 하다.

일단 앞에 있는 박스와 차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끝났으면 박스 개수를 하나씩 줄여가며 같은 실험을 해본다. 이런 연습을 계속하면 멀리서 보이던 장애물이 어느 정도를 다가가야 차에 닿게 되는지 파악하는 감각이 생긴다. 또 오른쪽 앞에 장애물을 놓고 오른쪽 앞바퀴가 밟고 지나가기 직전까지 가능한 최대로 붙어서 운전을 해본다. 중요한 것은 운전석에서만 대충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차에서 내려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프로드는 안전하게 달리는 것이 중요하므로 무리를 해서라도 통과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20cm’의 감각을 익히자
지상고를 알면 험로가 두렵지 않다

두 번째 연습은 최저지상고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오프로드에 가고 싶어도 차가 망가질까 걱정이 되어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차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쓸 데 없는 자만심만 버리면 안전하게 오프로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전 제일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 중 하나가 최저지상고다. 바퀴를 빼고 차에서 가장 낮은 부분을 가리키는 최저지상고는 동력전달의 핵심인 디퍼렌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오프로드에서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승차인원이 늘어나면 지상고가 더 낮아지고 차종에 따라 디퍼렌셜만 피하면 더 높은 바위라도 그냥 지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최저지상고를 지녔어도 차종에 따라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이 다르므로 자신의 차를 가지고 실제 지상고를 체크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는 높이가 15∼18cm 정도 되는 종이박스나 스티로폼을 준비한다. 나무나 쇠처럼 단단한 것은 피하고 부서지더라도 아깝지 않은 물건을 찾는다. 기자는 두 개의 실험 도구를 만들었다. 첫 번째 실험도구는 길이, 너비, 높이가 30×15×17cm인 전자제품 포장용 스티로폼이고 두 번째 실험도구는 종이박스에 테이프를 감은 것으로 길이, 너비, 높이가 30×4.5×7.5cm다. 19∼21cm의 최저지상고를 지닌 국산 및 수입 SUV는 모두 실험할 수 있는 크기다.

우선 첫 번째 실험 도구를 차 정면 바닥에 놓고 운전석에 앉아 실제 어느 정도 크기로 보이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자. 손에 들고 있을 때보다 훨씬 커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장애물은 튜닝을 하지 않은 차도 쉽게 지나갈 수 있다. 첫 번째 실험도구가 차 아래로 들어가면 차를 세워 눈으로 확인한다. 실제로 얼마 정도나 여유가 있는지, 또는 가장 닿을 확률이 높았던 하체의 부분도 직접 체크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두 개의 실험도구를 나란히 놓고 지나가 본다. 이렇게 높이가 다른 장애물을 기준으로 차가 지나갈 수 있는 정도를 알아가다 보면 어느 정도 크기의 장애물까지 넘을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장애물을 피할 때 알아야할 정보
하체 중요부품의 위치를 살펴둔다

세 번째로는 정비소에 들러서 하체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험로를 다니는 SUV는 하체를 점검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럴 때 확인해도 괜찮고 엔진 오일을 갈 때 한번쯤 리프트에 올라있는 애마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리프트에 들어올린 차는 바퀴가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무게가 걸려 있을 때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곳은 차체에 붙어 있는 부품들이다.
하체를 살피면서 운전석을 기준으로 주요부품들의 위치를 기억해둔다. 대체로 앞 디퍼렌셜은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중요한 부품을 보호하는 언더 커버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차 왼쪽에 있는지 오른쪽에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둥근 공 모양으로 된 뒤 디퍼렌셜 케이스는 하체 중간쯤에 있다. 하체 낮은 곳에 달리는 부품 중의 하나인 머플러나 드라이브 샤프트, 프레임, 브레이크 라인 등 오프로드에서 손상을 입으면 치명적인 부품의 위치들도 빠짐없이 체크한다.

갤로퍼는 높이가 낮은 부품이 모두 운전석 아래를 지나고 있다. 앞쪽 디퍼렌셜은 언더 커버 안쪽, 운전석 아래의 앞 서스펜션 로 암 부근에 있다. 보통 차 앞부분에서는 디퍼렌셜이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장애물을 넘을 때 그 부분만 피해가면 된다. 하지만 갤로퍼의 경우는 디퍼렌셜보다 프레임이 더 아래에 있어 피할 갈 만한 공간이 없다. 따라서 바퀴로 장애물을 아예 타고 넘는 것이 안전하다.

뉴 코란도도 갤로퍼와 비슷한 하체 모양을 보여준다. 차이점은 갤로퍼처럼 운전석 아래에 센터 디퍼렌셜이 없고, 하체의 부품들이 최대한 프레임 위쪽에 붙어 있어 지상고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보통 차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는 것이 뒤 디퍼렌셜이다. 뒤 디퍼렌셜과 노면까지의 거리가 최저지상고인 셈. 뒤 디퍼렌셜도 위치를 기억해 두었다가 장애물을 지날 때 긁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오프로드에서는 바퀴가 깊은 웅덩이에 빠지거나 바위를 타고 올라가다가 미끄러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차가 움직여 차체가 닿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부품들의 위치를 알아두었다가 활용하면 손상을 가능한 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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