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클라임 테크닉 산길주행의 기본이 되는
2003-11-07  |   6,387 읽음
Lesson 1. 기어비를 알자

힐클라임에 도전하기 전에 크로스컨트리 4WD의 기어를 살펴보자. 기어는 왜 있고 변속기가 2개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4WD와 로·하이 기어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 언덕 오르기의 기본이다. 이것을 모르고 어물쩍 기어를 선택하면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다.

낮은 기어는 힘, 높은 기어는 속도에 강하다
자동차에 기어가 필요한 이유는 엔진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클러치를 거쳐 타이어와 엔진을 바로 연결할 경우 결과는 뻔하다. 차는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금방 엔진이 꺼져버릴 것이다. 필요한 회전수에 비해 엔진은 너무 빨리 돌아가고 적당한 토크를 내기에는 엔진이 너무 약하다.

이 때문에 트랜스미션과 디퍼렌셜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한다. 트랜스미션과 디퍼렌셜은 서로 다른 크기의 기어를 맞물려 엔진에서 전해지는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크로스컨트리 4WD는 여기에다 ‘트랜스퍼’라는 변속기를 하나 더 갖추고 있어서 한층 낮은 기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트랜스미션과 기본원리는 같다.

자전거 기어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힘으로 달리려면 출발할 때와 오르막에서는 낮은 기어가, 그리고 속도가 올라가면 높은 기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낮은 기어는 높은 기어보다 힘이 있는 반면 높은 기어는 낮은 기어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힐클라임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앞서 지적한 원칙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오르막은 ‘낮은 기어로 올라가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낮은 기어는 힘이 있지만 구동력이 지나치게 높아 타이어가 헛도는 경우가 있다. 또 저속 기어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회전한계까지 액셀 페달을 밟다가 오르막 중간에서 포기하게 되는 일도 있다. 차의 한계가 아니라 잘못된 기어 선택과 운전방법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네바퀴굴림 차에는 감속기구가 3개 있다
SUV가 천천히 힘있게 달릴 수 있는 이유는?

큰 토크를 이용해 험로를 주파하고 비탈을 힘차게 올랐다가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은 크로스컨트리 4WD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따라서 크로스컨트리 4WD는 ‘천천히 힘차게 달리는 것’이 중요한 성능으로 꼽힌다.


그러면 미쓰비시 지프는 얼마나 천천히 달릴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트랜스미션과 트랜스퍼 모두 낮은 기어를 선택하고 엔진 아이들링 상태에서 클러치를 넣었다고 하자(승용차와는 달리 크로스컨트리 4WD는 액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엔진 스톨이 일어나지 않는다).
4DR5형 디젤 엔진의 올바른 아이들링 회전수는 800±50rpm. 이때 엔진은 약 800회전이고, 초당 13.3회전 꼴이다.

그러나 타이어는 이처럼 고속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엔진에서 일어난 회전속도는 타이어에 도달하는 사이에 ‘속도가 떨어진다.’ 이 작업을 감속이라 하고, 원래 회전수와 감속된 회전수를 비교한 수치를 감속비라 한다.
그러면 어디에서 감속이 일어나는가. 4WD에는 3개의 감속 포인트가 있다. 먼저 ①트랜스미션(전진 5단, 후진 1단 ), ②트랜스퍼(하이/로 기어 선택), ③디퍼렌셜(기어비 고정)이다.

여기서 ③은 파이널 기어(최종감속비)라 부른다. ‘최후에 감속하는 기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각 기어에서 반드시 감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쓰비시 지프 J55 트랜스퍼의 하이 기어는 기어비가0.903으로 ‘1’보다 낮다. 따라서 거꾸로 속도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 이럴 때는 감속이라고 하지 않고, 가감속을 한 데 묶어 변속이라 부른다. 트랜스미션과 트랜스퍼가 감속기 또는 부 변속기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이들 ①, ②, ③의 모든 변속비를 합쳐 총 감속비라고 한다.

1단 4L일 때 미쓰비시 지프 J55의 총 감속비는 ①3.300×②2.306×③4.777=36.352다. 엔진 회전수의 36.352분의 1이 타이어 회전수가 된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아이들링 회전수에 맞추면 엔진 13.3회전(초당)÷36.352=타이어 0.36회전(초당). 곧 3초에 1회전하는 꼴이다. 어른이 천천히 걸어도 따라갈 수 있는 속도다.

check!!
지금까지 기어비만을 다루었다. 그러나 힐클라임 성능은 단순히 기어비만으로 따질 수 없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차 무게, 휠베이스, 서스펜션, 차동제한장치(LSD의 유무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결정된다. 이번에 몰고 나온 미쓰비시 지프 J55(MT)와 도요타 TJ 랜드크루저(AT)는 등판능력이 엇비슷했다. 그러나 내리막에서 엔진 브레이크가 믿음직하기로는 수동 기어를 단 J55가 뛰어났다.


Lesson 2. 긴 오르막에 도전하는 법

짧은 비탈은 기어 선택에 약간 실수가 있더라도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긴 오르막은 정교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따라서 힐클라임의 참 맛을 알려면 롱 휠클라임을 해야 한다. 연습을 할 때는 그립과 트랙션의 한계를 의식하면서 도전할 만한 길이의 언덕을 찾는 것이 좋다. 취재팀이 고른 장소는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타케 오프로드. 기울기 25도에 길이 약 100m의 긴 언덕이다. 타이어 그립만으로는 절대로 올라갈 수 없는 중급 코스이다. 물기까지 배어 있어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힘들 정도.

가파르게 경사진 비탈을 보면 초보자는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취재팀 역시 ‘천천히 조심
해서 올라가야지’라고 마음먹고 1단 4L 기어를 선택했다. 천천히 비탈에 다가가 오르막에서 ‘이때다’ 하고 액셀 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타이어는 헛돌 뿐이다. 허둥대며 액셀 페달을 계속 밟았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엔진은 아우성을 치고 타이어에서는 흰 연기가 뿜어 나왔다.

왜 실패했을까. ‘낮은 기어는 힘이 있다’는 것만은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동력이 지나치면 타이어가 오히려 헛돌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 노면을 움켜쥐지 못하고 헛도는 타이어는 빙판에 미끄러지는 것과 같아 비탈을 오르는 데 전혀 쓸모가 없다. 게다가 비탈을 오를 때는 도움닫기가 필요하다는 간단한 사실도 잊었다. 4WD는 만능이 아니다.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어 선택이 성패를 가르는 열쇠
간단한 법칙을 깨달은 취재팀은 제2단계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2단 4L 기어를 고르고 뒤에서부터 힘을 받아 언덕에 돌진했다. 엔진이 버거워할 정도로 탄력을 붙였더니 정상 직전에 있는 가벼운 모글 형의 돌출부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이쯤에서 차는 대각선으로 서버리고 말았다.

아쉽다. 돌출부만 없었다면 거뜬히 올라갔을 것이다. 이 이상부터는 중급자 정도는 되어야 올라갈 수 있다. 속도를 더 높여야 하기 때문에 도중에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바꿀 경우 초보자는 핸들 조작이 서툴러 따라가지 못한다. 자신이 없으면 포기해야 한다.

다시 평지까지 내려와 세 번째 도전을 하기로 했다. 제3단계는 3단 4L 기어를 썼다. 오르막 직전에 탄력을 최대한 붙여 기세 좋게 올라갔다. 차가 약간 튀는 느낌이 들고 단순히 미끄러지는 것과는 다른, 트랙션 로스가 일어났지만 탄력으로 이겨냈다. 방향을 약간 틀어 문제의 돌출부를 지나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취재팀은 시험삼아 한단 더 높은 4단으로 오르막에 도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힐클라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낮은 기어도 운전자의 용기도 아니다. 정확한 기어를 선택하고 힘차게 달려 올라가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속도를 붙여 단번에 오르는 것만 생각하기로 하자. 그리고 충분한 토크를 얻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높은 기어를 선택한다. 이것이 바로 힐클라임의 기본이다.

낮은 기어를 고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1장에서 네바퀴굴림 차가 얼마나 느리게 달릴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카탈로그에 표시된 등판능력과 힐클라임은 전혀 다르다. 단순히 비탈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모르는 긴 언덕을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등판능력’이란 말에 얽매이지는 말자. 초보자는 경사가 심한 비탈일수록 낮은 기어를 고르게 마련이다.

그립만으로 오를 수 있는 비탈이면 괜찮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올라가다 보면 구덩이도 만나고 둔덕도 지나게 된다. 따라서 스턱을 일으키는 포인트를 발견하면 피할 것인지, 돌파할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건 노면이 고르지 못한 언덕을 오를 때는 충분한 토크를 얻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높은 기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heck!!
이번에 도전한 비탈은 기울기 22∼25°로 옆에서 보면 “뭐야, 이 정도란 말이지?”라고 얕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숙달되지 않은 초보자에게 이 정도 경사는 45°쯤으로 느껴진다. 정상 부근에서 뒤를 돌아보면 등골이 오싹할 만큼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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