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안전운전 요령 빙판길에서는 장사가 없다
2003-12-12  |   9,802 읽음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달력에 빨간 색으로 칠해진 ‘25’라는 숫자를 보며 누구나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올 겨울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까?’ 그러나 운전자에게 눈은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잠깐, 차들이 지나가면서 다져진 눈은 저녁에 얼어붙어 빙판이 되고, 시내 교통은 그야말로 마비된다. 눈이 녹을 때는 또 어떤가. 얼음과 물이 석인 질퍽한 도로를 달리다보면 진흙을 잔뜩 뒤집어 쓴 살쾡이 마냥 차들의 모습이 볼품 없어진다.

2단 기어나 홀드 모드에서 출발해야 안전
히터는 어느 정도 엔진 데워진 뒤 켜도록


눈길과 빙판길에서는 웬만한 운전기술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차를 세워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면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전을 하면서 겨울을 몇 번 지냈는지는 운전실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그 척도라는 것이 눈길과 빙판길을 달리는 요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끄러운 길을 달리다보면 한두 번씩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이 결국 빙판길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고 안전운전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침 출근길에 꽁꽁 얼어붙은 차에 오르는 일은 대문을 열고 따뜻한 집을 나서는 것보다 더 곤혹스럽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은 금방 데워지지 않고 스티어링 휠은 만지기 힘들 정도로 차갑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터운 외투를 입은 채 그대로 차에 오르게 되는데, 이때는 운전자세가 평소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안전벨트가 몸에 밀착되지 않아 만일의 사고에서 벨트가 몸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을 돌리거나 기어를 변속하는 데에도 거추장스러우므로 두터운 외투는 가급적 벗어두고 운전석에 오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추위 때문에 외투를 벗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히터 바람이 따뜻해질 무렵 적당한 곳에 차를 잠시 세우고 외투를 벗은 뒤 다시 운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눈을 밟고 난 다음 신발을 털지 않고 그대로 운전석에 오르면 페달을 밟을 때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꼭 털고 차에 오르도록 한다.
워밍업은 1∼2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간혹 히터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올 때까지 워밍업을 하는 운전자가 있는데, 이는 공해물질만 내뿜을 뿐 효과적이지 못하다. 서서히 달리면서 엔진을 데워줘야 따뜻한 히터 바람도 더 빨리 쐴 수 있다. 다만 시동을 건 후 냉각수 온도가 정상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급가속을 피해야 한다. 윤활, 냉각 시스템의 구조상 엔진이 차가운 상태에서 무리하게 회전수를 높이면 엔진 수명이 짧아질 뿐더러 연비도 크게 나빠진다.
아침에 차가 얼어붙는 정도를 줄이려면 아파트 지하주차장 같은 실내가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다음날 아침 햇살이 비치는 곳에 차를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차하는 전날 밤에 눈이 내린다면 두꺼운 골판지나 천으로 앞 윈도를 가려놓아야 다음날 얼어붙은 앞 유리창의 서리를 손으로 긁어내는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질퍽한 도로를 달린 다음 주차 브레이크를 채워두면 아침에 브레이크 라이닝과 드럼이 얼어붙어 브레이크가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려면 평탄한 곳에 주차한 뒤 AT(자동기어)차는 P, MT(수동기어)차는 1단이나 후진에 넣어두고 주차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하는 길은 사실 속도를 내지 않고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지 않는다면 주행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차들에 의해 눈이 조금씩 다져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져진 눈은 빙판에 가까운 특성을 지니게 되고 이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끄러운 빙판길에서는 ‘급’자가 붙은 모든 행동을 줄여야 한다. 즉 MT차는 출발할 때 구동력이 약한 2단을 쓰는 것이 좋고 이때도 클러치 페달을 천천히 이어 붙여야 바퀴가 헛도는 것을 줄일 수 있다. AT차는 D레인지에서 홀드 버튼을 누르면 2단으로 출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메이커에 따라 홀드 대신 윈터(W) 버튼이 달려있기도 하다.

언덕은 평지에서 탄력 받고 올라가야
커브길에서는 엔진 브레이크도 위험


출발에 성공했다면 달릴 때도 부드럽게 액셀 페달을 다루어야 한다. 특히 뒷바퀴굴림 차는 구조상 달리다가 급격하게 액셀 페달을 조작하면 갑자기 스핀할 위험이 크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경사진 길을 오르다가 중간에 서면 다시 출발할 때 구동바퀴가 헛돌아 오도 가도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구동력을 다시 얻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언덕을 오르기 전 충분히 탄력을 받은 다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앞차가 언덕을 오르다 미끄러지면 뒤차도 꼼짝없이 언덕 중간에 멈춰서야 하므로 여유가 된다면 앞차가 언덕을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평지에서부터 탄력을 붙여 단번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특히 구조상 앞이 무겁고 뒤가 가벼운 1톤 트럭이나 뒷바퀴굴림 승합차는 언덕에서 종종 미끄러지기 때문에 이 차들을 뒤따를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미끄러운 길을 달릴 때는 액셀 페달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도 부드럽게 다루어야 한다. 갑자기 스티어링 휠을 감아 앞 타이어가 옆으로 미끄러지면 방향전환이 되지 않는다. 이때는 스티어링 휠을 더 감거나 풀어도 소용이 없으므로 스티어링 휠의 각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타이어가 접지력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특히 커브길에서는 섣불리 브레이크나 액셀 페달을 놓으면 차체가 스핀할 위험이 있으므로 충분히 속도를 낮춘 다음 천천히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아나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브레이크 역시 급하게 밟아서는 안 되고 제동거리도 평소보다 크게 늘려 잡아야 한다. 그리고 평소 엔진 브레이크를 쓰지 않는 운전자라도 미끄러운 길에서만큼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 전에 기어 단수를 내려 엔진 브레이크를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기어 단수를 두 단 이상 내리며 급격하게 엔진 브레이크를 쓰면 미끄러질 위험이 있고 또한 클러치를 이을 때도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는 최대한 부드럽게 밟아 바퀴가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다. ABS가 달린 차는 그냥 페달을 세게 밟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제동효과를 볼 수 있다.
커브길에서는 가급적 가속과 제동을 삼가야 한다. 엔진 브레이크를 걸 때 생기는 약간의 요동으로도 차가 스핀할 위험이 크다. 커브를 돌 때는 미리 속도를 낮춰 브레이크나 액셀 페달을 최소한으로 밟도록 한다. 평탄한 코너를 돌다 갑자기 빙판길을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스티어링 휠과 페달 움직임을 최대한 줄여 빠져나가는 것이 좋다. 특히 코너에서는 ABS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자. ABS는 앞뒤 방향으로 바퀴가 잠기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옆으로 미끄러질 때는 속수무책이다.
간혹 눈이 녹기 시작한 질퍽한 도로를 마치 빗길인 양 속도를 높이는 차들이 있다. 사실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이때 훨씬 높다. 아주 미끄러운 길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속도를 줄여 운전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가벼운 접촉사고에 그치지만 빗길처럼 달리다가 미처 녹지 않은 얼음으로 인해 미끄러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눈과 얼음이 녹고 마른 다음의 도로에는 흙먼지가 많이 남아있어 여전히 타이어의 접지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겨울이 다 가고 내년 새싹이 틀 때까지 평소보다 안전운전을 하겠다는 각오로 올 겨울을 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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