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거리 줄이는 요령 브레이크, 제대로 알고 써야 안전하다
2003-09-17  |   16,196 읽음
자동차의 안전장비는 크게 소극적인 안전장비와 적극적인 안전장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인 안전장비는 사고가 일어난 후 승객의 안전을 위한 장비로 승객이 탄 공간을 지켜주는 세이프티 존이나 정면충돌 때 축이 꺾여 실내로 밀려들어오지 않는 스티어링 휠, 안전벨트 등이 대표적이다. 적극적인 안전장비는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장비로 위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는 탄탄한 서스펜션이나 강한 엔진 힘, 브레이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위급한 상황에서 가장 확실하게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장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브레이크다. 늘 운전자가 쓰는 장비이기 때문에 별다른 테크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제동거리를 좀더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제동거리 1∼2m 차이에 따라 사고 유무가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급할 때 과감하게 브레이크 밟도록
바퀴 잠기기 직전의 한계제동 익혀야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대부분의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게 마련이다. 이때 차가 제대로 멈춰서면 ‘사고가 날 뻔한’ 일이 되고, 미처 멈추지 못하고 앞차를 박으면 ‘사고’가 된다. 시속 100km에서 일반 운전자의 제동거리는 대략 60∼80m 정도. 제한속도가 시속 100km인 고속도로에서 최소 차간거리를 100m로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운전에 능숙한 레이서들은 같은 상황에서 제동거리가 40m 이내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인사사고가 불과 몇 m를 먼저 서냐 못 서냐에 따라 일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20∼40m의 거리는 대단한 차이다. 레이서만큼은 어렵겠지만 일반 오너들도 조금만 요령을 익히면 제동거리를 꽤 줄일 수 있다.
먼저 타이어가 잠겨 ‘끼이익’ 하는 노면 마찰음을 낼 정도로 급브레이크를 밟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이 같은 풀 브레이킹은 말 그대로 최대한 힘차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단순한 방법이다. 하지만 초보운전자나 여성 운전자들이 내는 추돌사고 중에는 이 같은 풀 브레이킹을 제대로 쓰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가 적지 않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브레이크를 힘껏 밟는 것만으로도 제동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미리 한적한 곳에서 힘차게 브레이크 밟는 연습을 해두어 급브레이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좋다.
풀 브레이킹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면 이제 급브레이크를 밟더라도 바퀴가 잠기지 않도록 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바퀴가 잠겨 스키드 마크를 그리면서 멈추면 제동거리가 크게 줄어들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으면 제동거리가 더 길어지고 이 같은 상황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잠기기 때문에 장애물이 나타나도 피할 수가 없다. 바퀴가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페달을 때리듯 콱 밟지 않아야 한다. 갑자기 큰 힘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때리듯이 밟으면 브레이크 실린더 쪽으로 순식간에 큰 유압이 걸려 제동력이 충분히 높아지기 전에 바퀴가 잠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그 짧은 순간에서도 우선 페달에 살짝 힘을 준 다음 다시 지긋이 큰 힘을 주는 것이 올바른 급브레이크 사용 요령이다.
일반적인 노면 상황에서는 타이어가 잠기기 바로 직전까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제동거리가 가장 짧다. 이것을 ‘한계제동’이라고 하며, 드라이빙 스쿨에서도 ‘급제동 코스’를 두고 가르치는 중요한 운전 테크닉이다. 급제동 코스에서는 먼저 시속 60∼100km 정도로 풀 브레이킹을 시도해 급브레이크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이후 타이어가 잠기기 직전까지만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는 연습을 한다. 타이어에서 들릴 듯 말 듯한 ‘끼익’ 소리가 불연속적으로 들리면 바로 그때가 한계제동 상황이다.

한계제동 넘어서면 더블 브레이크 써야
엔진 브레이크도 함께 쓰는 것이 안전


그러나 운전자가 실제 위급한 상황에서 한계제동을 정확하게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바퀴가 잠기게 되며 바로 이때 쓸 수 있는 기술이 더블 브레이크다. 즉 타이어가 잠기면서 스키드 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발에서 힘을 살짝 빼 타이어의 접지력을 다시 살려주는 방법이다. 이 같은 더블 브레이크 혹은 펌핑 브레이크를 쓰면 바퀴가 잠기지 않아 제동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스티어링 휠을 돌려 피할 수 있다. 다만 펌핑 브레이크가 ‘펌핑’이란 말처럼 발을 들었다 놓는 펌핑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두자. 옆에서 보았을 때 발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발끝의 힘만으로 미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요령이다.
ABS가 달린 차는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더라도 기계가 1초에 6∼10회 정도 펌핑 브레이크를 대신해주기 때문에 바퀴가 잠기지 않는다. 그러나 ABS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ABS는 단지 바퀴가 잠기지 않도록 도와주기 장비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도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 제동거리를 줄여주는 장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ABS가 달린 차도 ABS가 없는 차와 마찬가지로 한계제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가장 제동거리가 짧다.
엔진 브레이크는 위에서 설명한 풋 브레이크 이상으로 요긴한 제동 기술이다. 그러나 많은 오너들이 엔진 브레이크란 말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 운전에서 활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풋 브레이크만으로도 차가 잘 서는데 번거롭게 엔진 브레이크를 쓸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많은데, 일면 맞는 말이다. 평범한 상황에서는 굳이 엔진 브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진 브레이크가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 그때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원리를 이해하고 요령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엔진 브레이크의 원리는 간단하다. 공회전 상태에서 액셀 페달을 힘껏 밟았다가 떼면 rpm이 높게 치솟았다가 곧 떨어진다. 연료가 공급되지 않아 엔진 자체의 마찰로 자연스럽게 rpm이 떨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런 엔진의 특성을 브레이크로 활용하는 것이 엔진 브레이크다. 액셀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rpm이 나오는 단수에 기어를 넣으면 자연스럽게 차의 속도가 떨어진다. 수동기어 차는 달리고 있는 현재의 속도에 적당한 기어보다 1∼2단 낮은 기어로 변속한 다음 클러치에서 발을 떼면 된다. 지나치게 급하게 클러치를 떼면 차가 울컥거리므로 중립 상태에서 액셀 페달을 살짝 한번 밟아주면 한결 부드럽게 변속된다. AT차 역시 오버 드라이버 스위치를 끄거나 레버를 당겨 낮은 단수로 기어를 고정하면 rpm이 올라가면서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다.
긴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풋 브레이크만 오래 쓰면 브레이크가 과열되어 제동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엔진 브레이크를 함께 써야 안전하다. 또한 사람이 많이 타거나 짐을 가득 실었을 때는 평소보다 제동거리가 길어지므로 엔진 브레이크를 함께 써야 안전하다. 차가 무거운 상태에서 주행하다가 갑자기 신호등이 바뀌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엔진 브레이크의 필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평소 가벼운 차로도 겨우 정지선 앞에 설 수 있는 이 같은 상황에서 무거운 차를 재빠르게 세우기 위해서는 엔진 브레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밖에 빗길이나 눈길처럼 노면이 미끄러워 풋 브레이크를 밟는 것 자체가 위험할 때도 엔진 브레이크는 요긴하게 쓰인다. 그리고 놓치기 쉬운 사실 한 가지. 엔진 브레이크를 써서 rpm을 높여도 액셀 페달을 밟아 연료를 뿜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비는 전혀 나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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