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지친 차, 생생하게 되살리기 바캉스 후의 관리요령
2003-08-18  |   10,184 읽음
탁트인 바다, 붉게 이글거리는 태양, 눈부시게 푸른 물결……. 멋진 추억을 남긴 여름휴가가 끝났다. 여운은 남지만 이제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평소보다 무리한 운행조건에 시달린 자동차도 점검이 필요하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자동차 점검이 중요한 이유는 소중한 생명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여행 뒤에 정비 한번 안 했다고 뭔 일 있겠냐 생각할지 모르지만, 뙤약볕 아래 장거리를 달린 데다 바닷가 모래나 염분에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방치해두면 차가 빨리 상하고 수명도 짧아진다.

휴가 후유증 체크
오일부터 배터리까지 꼼꼼히 점검한다


우선 차 겉모습을 한바퀴 둘러본다. 세세한 부분은 나중에 세차를 하며 살피고, 찌그러지거나 큰 상처를 입은 부위는 없는지 한번쯤 훑듯이 확인하면 된다. 별 문제가 없다면 보네트를 열고 엔진룸을 점검한다. 엔진룸은 보기에도 복잡하므로 순서를 정해 차례대로 살펴보는 것이 편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엔진부터 점검한다. 엔진 오일 게이지를 뽑아 오일 수위가 L과 H 사이에 있는지 보고, 오일의 색도 살핀다. 엷은 갈색이면 정상, 시커멓게 변했다면 갈아야 한다. 손으로 오일을 비볐을 때 찌꺼기가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한다. 트랜스미션 오일도 마찬가지로 확인한다.
일반적인 교환주기는 엔진 오일 5천~8천km, 트랜스미션 오일 4만km지만 운전습관이나 차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0만km를 달렸지만 트랜스미션 오일에 이상이 없는 차도 있다. 그러므로 수시로 점검해 이상이 있을 때 교환하는 것이 좋다. 비포장 도로와 단거리 시내도로를 자주 다닌다면 좀더 빨리 교환하도록 하자. 엔진 오일을 바꿀 때는 에어클리너 필터와 엔진 오일 필터도 같이 교환하도록 한다.
파워 스티어링 오일과 브레이크 오일은 교환주기가 4만km 이상으로 길다. 여름에는 브레이크가 과열되는 때가 많으므로 자주 점검하도록 한다. 브레이크 오일이 줄어들었다면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패드에 이상이 없다면 오일을 보충하고 일정시간 후에 다시 검사한다. 이때도 오일이 줄어들었다면 브레이크 실린더나 파이프라인을 따라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부품이 정상이라면 파워스티어링 오일과 브레이크 오일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오일류의 검사가 끝나면 배터리를 점검한다. 장마가 기다리는 여름철에는 헤드라이트와 라디오 같은 전기장치를 많이 쓰게 되므로 배터리에 무리가 간다. 요즘 나오는 무보수 배터리는 점검창이 있어 배터리의 방전기미를 사전에 살필 수 있다. 점검창이 녹색이나 파란색을 띤다면 정상이다. 투명한 하얀색이거나 배터리를 2년 넘게 썼다면 가까운 정비소를 찾아 상태를 측정해보고 필요하면 교환하도록 한다. 이때 제너레이터도 점검하면 된다.

시동을 걸 때 배터리가 필요하다면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는 제너레이터에서 공급되는 전기가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제너레이터는 그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제너레이터를 돌리는 벨트의 유격도 확인한다. 손으로 눌렀을 때 탄성이 적당하면 정상이다. 눌렀을 때 고무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표면이 상해 있다면 교환하는 것이 좋다.
엔진룸의 점검을 마친 다음에는 실내를 살핀다. 산에서 묻은 흙이나 바닷가의 염분은 중성세제를 물에 풀어 닦아내야 한다. 매트를 다 꺼내어 물에 빤 뒤 햇볕에 널어 말린다. 의자나 대시보드의 틈새까지 깨끗하게 닦아낸다. 연식이 오래된 차라면 전문실내세차를 받는 것이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전문업체를 찾으면 세척은 물론 소독까지 받을 수 있다.
실내를 청소한 다음에는 트렁크를 연다. 알게 모르게 습기가 배어 있는 곳이 트렁크다. 커버를 벗겨내고 스페어타이어가 들어있는 바닥을 살펴보자. 물이 고여 있다면 닦아내고 건조시킨다. 물은 습기가 모인 것일 수도 있고 문에 단차가 생겨 고무 몰딩 사이로 흘러 들어온 것일 수도 있다. 몰딩이 오래 되었다면 탄력이 살아있는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때 빼고 광내기
전문업소를 찾아 하체를 청소한다


세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름을 넣으면 공짜로, 또는 몇 천 원만 받고 해주는 주유소 자동세차 서비스는 가장 간편하게 세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세차 솔이 거칠어 차에 잔기스가 날 위험이 있고 구석구석 꼼꼼히 닦아주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근래에 많이 보급된 셀프세차장은 차주가 직접 세차를 하는 방식이다. 500원 동전을 몇 개 넣으면 물 뿌리기부터 비누칠하기, 헹구기, 물왁스 칠하기까지 차례대로 할 수 있다. 차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며 직접 세차를 할 수 있는 셀프세차장을 찾는 것이 좋다. 단 시간과 품이 많이 들고 거품의 양이나 솔의 품질, 왁스칠의 효과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문제다. 하체 세차를 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전문세차장은 바캉스를 다녀온 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차의 표면을 관리하는 코팅도 해주면 좋지만, 그것보다는 하체세차가 급하다. 염분이 섞인 바닷바람을 많이 쐬었거나 바닷길을 직접 달렸다면 반드시 하체를 세차해야 한다.
철판에 물이나 이온이 닿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녹이 생긴다. 물에 들어있는 산소가 철을 부식시키는데, 바닷물의 성분인 염화나트륨은 철을 더 빨리 녹슬게 만든다. 그래서 바다를 운항하는 철선은 녹을 방지하기 위해 방청효과가 뛰어난 아연판을 붙이고 자동차는 철판에 페인트칠을 해 산소와 물의 접촉을 막는 방식을 쓴다.
차의 보디는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녹이 슬 염려가 거의 없으나 차체 하부는 다르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면서 입은 상처가 많아 부식도 쉽게 된다. 바닷가를 달린 뒤, 겨울철 제설제인 염화칼슘이 많이 뿌려진 길을 달린 뒤에 하체세차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체를 세차한 뒤에는 차를 리프트에 올려 수리하거나 교체할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피도록 한다.

전문가의 진단 받기
정비소 찾아 ‘예방정비’로 마무리


자가점검과 하체세차를 마쳤다. 이제는 전문가의 판단에 의지할 차례다. 차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보이더라도, 예방정비 차원에서 정비소를 찾아가보자. 적절한 값으로 정직하게 정비해주는 동네 단골카센터도 좋고 메이커에서 운영하는 정비공장도 좋다.
기자는 메이커의 직영정비공장을 찾았다. 잘 정돈된 작업장과 깔끔한 복장의 정비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바캉스를 다녀온 후 정비 입고된 차가 있어 검사과정을 지켜보았다. 정비사가 엔진룸을 열어 기본적인 점검을 한다. 앞서 했던 자가정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비사는 에어컨의 작동과 벨트류를 점검하고 엔진 오일과 에어필터를 교환했다.
다음으로는 차를 리프트에 올려 하체검사를 꼼꼼하게 했다. 정비사가 집중적으로 살핀 부위는 서스펜션과 고무 부싱, 삼원촉매장치를 포함한 배기파이프, 엔진룸 부근의 서브 프레임 등이다. 바꿔 말해 하체에서 약간 튀어나와 있어 쉽게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부위들이다. 서스펜션이 점검대상에 포함된 이유는 비포장도로를 심하게 달렸을 때 상할 수 있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검사대상 차는 2차 연결대가 조금 찍히고 촉매장치에 비닐이 눌러 붙은 자국이 있었다. 그러나 굳이 정비할 필요는 없는 정도다. 다만 서브 프레임이 많이 긁혀있어 잘 닦은 뒤 페인트를 덧칠했다. 이 차는 전체적으로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검사를 담당한 이건화 르노삼성 성수사업소 서비스팀장은 “비포장도로를 다녀왔다면 하체와 서스펜션이 상하기도 한다”며 “차를 깨끗이 닦아내고 말린 뒤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잘 살펴야한다”고 설명했다.
바캉스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에어컨과 발전기 정비가 크게 늘어난다. 엔진 오일을 교환하기 위해 가볍게 들른 차에서, 점검을 하다보면 큰 이상이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이건화 팀장은 “차의 변화에 대해 오너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며 “운전을 하다가 어딘가 달라졌다고 느꼈다면 정비사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차를 제대로 고치는 데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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