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검진 받고, 변속기 이상 발견 인터넷으로 정비예약
2003-05-20  |   4,992 읽음
자동차 매니아로 유명한 성우 배한성 씨를 인터뷰할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차에는 영혼이 있는 것 같아요. 잘 보듬어주면 신기하게도 잘 달려주는데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금새 말썽을 부리지요.” 그때만 해도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기자에게 이 말은 마음에 잘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반떼 XD와 함께 한 시간이 반년을 넘어서자 언제부턴가 애마의 시름과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과장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고 놀려댔지만 관심을 갖고 대하니 차가 이상이 생길 때마다 윙윙거리는 소리나 야릇한 냄새로 신호를 보내고는 했다. 꼭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매일매일 보듬어주면 큰 고장은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면 오토바이의 거친 시동음이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정비소에 가서 물었더니 네 바퀴가 모두 헐어 바꿔야 한다는 최악의 처방을 내렸다. 차는 잘 돌봐주지 않으면 금새 이곳저곳에 말썽이 생긴다더니, 그동안 흘려들었던 이야기가 비수가 되어 마음 한 구석에 꽂혔다. 하지만 이제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결국 다시 한번 큰 지출을 감수하고 차를 정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신 이번에는 차를 일반 공업사에 맡기지 않고 현대자동차 직영정비사업소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확실하게 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서 예약접수하고
남부사업소 찾아가 구석구석 점검 받아

인터넷에 접속해 현대자동차 홈페이지(www.hyundai-motor.com)에 들어갔다. 마우스를 움직여 ‘서비스’를 클릭해 정비예약을 선택했더니 원하는 시간과 사업소에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화면에 떴다. 전화번호와 지도 정도만 알아도 좋겠거니 하고 접속했는데, 예약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되어 놀라웠다. 지시하는 데로 차종과 점검부위, 요청내용 등을 적었다. 그리고 서울 남부사업소의 예약시간을 클릭했더니 ‘예약시간 15분전에 입고’하라는 당부와 함께 ‘승용1반’ 예약번호가 주어졌다. ‘벌써 끝난 건가?’ 오히려 조금 허탈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약도를 인쇄하니 일이 쉽게 마무리됐다. 대신 회원 가입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정 귀찮으면 네트워크만 클릭해도 전국 24군데 정비사업소의 전화번호와 주소, 지도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약속한 날짜가 되어 대방동에 자리한 남부사업소에 도착했다. 정문 안으로 들어가 예약한 사람이라고 하니 안내원이 길을 가르쳐줬다. 차를 몰고 언덕을 올라가 2층에 있는 ‘승용1반’에 갔더니 이재일 반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디에 문제가 있나요? 여기에는 브레이크, 시트에 이상이 있고, 운전할 때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적혀 있네요.”

이재일 반장의 말에, 기자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심지어는 정비소에 갔더니 네 바퀴를 다 교체하라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그러자 이 반장은 수리 요청서에 이름과 차번호, 문제점 등을 적어 담당자에게 전해주었다. “테스트부터 해보지요. 기다리는 동안 휴게실에서 쉬고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기자가 아니다. 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어떻게 고치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옆에서 보면 안돼요?” 물었더니 좋다는 답변이다.

시트와 타이어 등에는 큰 문제없어
트랜스미션 이상으로 재검사 판정

점검 받아야 할 부분은 시트 떨림과 브레이크 밀림, 타이어 점검과 잡소리 체크. 우선 시트 이상을 알아보기 위해 담당인 오성국 씨가 차문을 열고 비닐 소재의 ‘흙받이’를 매트커버 위에 올려놓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작업 중에 오물이 뭍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다니…….

그리고 나서 시트를 앞뒤로 크게 흔들었다. “시트가 떨리는 현상은 좌석 높이 조절장치가 달려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차들도 다 이 정도는 떨리거든요. 상태가 더 심해지면 모를까 아직 바꿀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네요.”

기자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일까? 분명히 운전할 때마다 덜컹거렸는데……. 원래 그렇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국산차의 실내 마무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탓할 수밖에…….

“사이드 월에 있는 삼각형 표시를 따라 올라가면 트레드 사이에 ‘마모한계선’이 보입니다. 법적으로 보통 1.6mm로 정해져 있고, 그 이하로 트레드가 마모되면 위험하다고 보지요.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빗길에서 수막현상도 생기고, 열을 밖으로 내뿜지를 못해서 타이어에 펑크가 날 수 있거든요. 이 차 정도면 앞으로 몇 년은 끄떡 없겠네요. 정비소에서 소리가 나는 게 타이어 때문이라고 그랬다면 오판을 한 것 같습니다. 소음은 직접 시운전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지요.”

바퀴를 바꿀 필요가 없다니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냉큼 시운전에 따라나섰다.

“원래 이렇게 시운전도 해요?”

“그럼요. 사업소 안에서 일일이 다 점검할 수가 없거든요. 또 고객이 운전할 때 어떤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줘도 직접 주행을 해봐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답니다.”

시운전 시간은 약 10분. 속도를 내서 달리다가 중립상태로 놓고 소음을 들어보고, 차를 세워놓고 핸드 브레이크를 채운다음 액셀을 세게 밟아 소리를 측정하는 식이다.

“빨리 달리다가 기어를 중립에 놓고 액셀을 밟을 때 소리가 나면 섀시에, 세워놓고 액셀을 밟았을 때 소음이 나면 동력계통에 이상이 있는 겁니다. 이 차는 중립일 때는 조용하고, 세워놓고 동력을 높였을 때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쪽에 이상이 있는 것 같네요. 리프트에 올려놓고 더 검사를 해봐야겠지만요.”

산 넘어 산이라더니……. 리프트에 차를 올려놓고, 엔진룸을 열어 허브 베어링부터 이곳저곳을 살폈다. 소음은 민감한 부분이라 여러 사람들이 검사를 했지만 처음에는 다들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실내에서는 소리가 나는데 하체에서는 소리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결국 트랜스미션에서 잡음을 발견해, 재검사부터 정비까지 7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을 받기로 했다. (다음호에 계속)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