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퍼 & 장마철 용품 고르기 비가 와도 두렵지 않다
2003-05-20  |   10,671 읽음
봄이 왔는가 싶더니 연한 초록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6월말쯤 시작되는 장마와 비 내리는 날이 많은 여름철은 와이퍼가 가장 바쁜 계절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빗속을 달릴 때는 와이퍼와 함께 맑은 시야를 얻도록 해주는 장마철 용품도 큰 도움이 된다.

와이퍼와 장마철 용품을 챙겨두는 것은 빗길 안전운전을 확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은 자동차용품점이나 정비업소를 직접 찾지 않아도 대형할인점에서 저녁 찬거리와 함께 와이퍼 등 간단한 용품을 살 수 있어 편리하다. 유비무환. 아주 작은 부주의와 무관심이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마철에 꼭 필요한 와이퍼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요긴한 장마철 용품을 소개한다.

빗길 필수품, 와이퍼

와이퍼의 제대로 된 이름은 ‘윈드실드 와이퍼 시스템’(windshield wiper system)이다. ‘윈드실드’가 차의 앞유리를 일컫는 단어이므로 ‘윈드실드 와이퍼 시스템’은 앞유리를 닦는 장치라는 뜻. 보통 ‘와이퍼’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51조 1항에는 ‘자동차의 앞면 창유리에는 시야확보를 위한 자동식 창닦이기·세정액 분사장치·서리 제거장치 및 안개 제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는 반드시 와이퍼를 달도록 되어 있다.

와이퍼는 회전운동을 일으키는 모터와 모터에서 나오는 회전운동을 좌우로 움직이는 진자운동으로 바꿔주는 링크(link), 고무와 지지대로 구성된 블레이드(blade), 링크와 블레이드를 연결하는 암(arm) 등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소모성이 가장 크고 중요한 부분이 바로 블레이드다.

블레이드의 크기는 인치(inch)로 표시하는데 보통 10인치(254mm)에서 28인치(711mm)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차의 앞유리 면적에 따라 크기가 정해지는 블레이드는 차종, 연식, 운전석과 조수석쪽으로 구분해 각각 다른 제품을 달아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 에쿠스는 운전석쪽에 22인치, 조수석쪽에 20인치를 끼워야 하고, 아토스는 운전석쪽에 20인치, 조수석쪽에 16인치의 블레이드를 달아야 한다. 차의 사용설명서나 블레이드의 제품설명서를 참고하면 자기 차에 어떤 크기의 제품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블레이드를 구성하는 부품들
한 개의 블레이드는 보통 6∼8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굵은 뼈대에 해당하는 1차 레버(primary lever)의 가운데에는 어댑터가 있어 암과 연결되고, 조인트(joint)로 양쪽 끝에 2차 레버(secondary lever)를 달도록 되어 있다. 2차 레버도 1차 레버와 같이 조인트를 통해 고무를 잡는 요크(york)와 연결된다. 고무 안에는 동물의 척추 역할을 하는 철심(vertebra)이 들어있다.

매우 단순해 보이는 블레이드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블레이드가 1차, 2차 레버와 요크 등 세 단계를 거쳐 고무와 연결되는 것은 닦는 힘을 골고루 나누기 위해서다. 와이퍼 암을 들어 안쪽을 보면 스프링이 달려 있는데 이 스프링 장력에서 나오는 힘을 마찰저항 없이 고무 전체에 분산시키려면 단계적인 연결이 필요하다. 스프링의 장력이 레버를 거쳐 요크에 미치면 고무 안에 들어 있는 철심이 힘을 받아 고무가 닿는 모든 면이 고루 닦이는 원리다.

블레이드는 철심을 붙잡고 눌러주는 요크의 개수에 따라 6점 압력식(6 point pressure)과 8점 압력식(8 point pressure)으로 나누기도 한다. 또 1차 레버와 2차 레버를 연결할 때 리벳을 끼우면 리벳(rivet)형, 리벳 없이 레버 양쪽을 꼭 조여 연결하는 클램핑(clamping)형으로도 구분하지만 표준화된 것은 아니고 제조업체의 기술과 개발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산차의 대부분은 리벳형 블레이드를 달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리벳을 만들어 끼우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클램핑형을 주로 만들고 있다.
클램핑형은 리벳형보다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레버를 연결하는 강도가 약해 리벳형보다 요크 수가 적다. 20인치 블레이드를 예로 들면 리벳형은 8점 압력식이 많지만 클램핑형은 주로 6점 압력식이어서 고무를 앞유리에 밀착시켜 닦는 힘은 리벳형이 낫다.

블레이드의 가장 굵은 뼈대인 1차 레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형해 기능성을 더하는데 구멍을 뚫어 공기 저항을 줄이는 퍼포레이션(perforation)형, 날개를 달아 바람을 막는 스포일러(spoiler)형, 1, 2차 레버 가운데 어느 한 부분을 플라스틱 재질로 만드는 메탈플라스틱형 등으로 구분된다.

블레이드는 과학이다
간단한 부품인 줄 알았던 와이퍼 블레이드는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블레이드는 모두 몇 종류나 될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다만 1, 2차 레버의 구조, 모양 등의 조합에 따라 수 천 가지에 이를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와이퍼 블레이드가 어떤 모양이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얼마나 잘 닦이고 오래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블레이드의 고무에 숨어있다.

유리를 직접 닦는 고무는 블레이드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기술로는 블레이드 고무를 만들 수 없어 일본 후꼬꾸 등 외국 업체로부터 수입해 쓰고 있다. 후꼬꾸의 한국지사인 한국후꼬꾸심슨(주)이 일본에서 들여온 원재료를 가공해 만든 블레이드 고무를 대부분의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블레이드는 오랫동안 써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 내구성과 어떤 기후 조건에서도 변하지 않는 성질이 필요해 일반 고무와 다른 특수고무로 만든다. 하지만 제조업체마다 배합성분을 극비로 하고 있어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섞이는지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블레이드 고무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성분’과 ‘배합’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천연·화학·실리콘 고무를 섞고, 내마모성을 높이기 위해 텅스텐, 불소 코팅을 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블레이드가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우선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51조 2항의 내용을 만족시켜야 한다. 와이퍼가 작동하는 주기는 적어도 2가지 이상이어야 한다. 아무리 느려도 분당 20번 이상, 가장 빠를 때는 분당 45번 이상을 닦아야 한다. 각 단계마다 움직이는 회수의 차이는 15번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차의 옵션에서 ‘간헐식(intermittent) 와이퍼’를 라는 단어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규정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와이퍼 스위치에 있는 ‘INT’는 ‘intermittent’를 뜻한다.

현대, 대우, 쌍용 등 완성차업체가 요구하는 성능시험 기준은 따로 있다. 기아에 와이퍼 암과 블레이드를 납품하는 ADM21사는 내구성과 녹이 나는 정도를 알아보는 내식성, 열과 습기에 대항하는 항열항습 등 7∼8단계의 시험을 통해 제품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물을 뿌려가며 150만 번을 닦은 뒤에도 이상이 없어야 내구성을 인정받고, 480시간 동안 소금물을 뿌려도 프레임에 녹이 나지 않아야 한다. 또 열과 습기, 자외선을 오래 쬐어도 블레이드의 모양과 성능에 이상이 없어야 합격이다.

제품 고르기와 바꿔 달기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가진 와이퍼 블레이드라도 앞유리가 지저분하고 블레이드 고무에 이물질이 끼어 있으면 제값을 못하게 된다. 블레이드가 지나간 자리에 선이 생긴다거나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닦인다면 앞유리와 블레이드 고무를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앞유리를 오랫동안 닦지 않으면 먼지와 습기가 엉겨붙어 얇은 막이 생긴다. 일부 운전자들은 워셔액을 뿌려 와이퍼로 대충 닦아 내지만 장마철만이라도 유리세정제 등을 이용해 제대로 닦는 것이 좋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주위가 어두운 데다 비 때문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맑고 넓은 시야를 얻는 것이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 블레이드는 휴지나 헝겊으로 날을 따라 한번만 닦아내도 좋은 효과를 낸다. 고무가 빗물이나 워셔액으로 젖어있을 때 닦으면 더욱 좋다.

앞유리와 블레이드 고무를 깨끗이 닦았는데도 빗물이 잘 닦이지 않을 때는 블레이드를 갈아주어야 한다. 블레이드를 바꿀 때는 앞서 설명한 대로 자기 차에 맞는 크기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크기가 맞지 않는 블레이드를 쓰면 잘 닦이지 않을뿐더러 블레이드와 보디부분이 닿으면 모터가 망가질 수 있다. 대체로 운전석과 조수석쪽 블레이드의 크기가 다르다는 점도 명심하자. 값은 낱개로 1천500원∼2만 원대로 고무의 재질과 프레임의 모양에 따라 다양하다.

프레임의 모양이 단순하고 블레이드 고무의 질이 낮아 1천500원∼4천 원 대에 팔리는 저가형 제품은 값이 싼 대신 성능이 좋지 않고 오래 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특히 길가에 자동차용품을 펼쳐 놓고 파는 행상 가운데 일부는 제조사가 확실하지 않고 포장에 표시된 크기가 실제와 다른 제품을 팔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많은 운전자들이 자동차용품점이나 대형할인점이에서 사서 쓰는 가장 대중적인 블레이드는 4천∼8천 원대로 거의 모두 국산제품이다. 특히 최근 대형할인점 등에서 외국의 유명상표를 붙이고 나오는 제품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국내 업체가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값이 비슷하다면 상표만 다를 뿐 성능 차이는 별로 없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고무는 같더라도 프레임의 구조와 모양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흔히 검정색을 칠하는 프레임에 컬러를 입히고 멋을 부린 디자인의 블레이드는 1만 원 선으로 비싼 편이다. 독특한 디자인이 바람저항을 낮게 한다는 등의 업체측 설명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아 참고하는 정도로만 알아두자.

시중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도 팔리는데 2만 원 대로 값이 비싸지만 제조 과정의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불량률을 크게 줄인 제품들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좋은 성능을 낸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만드는 저가형 모델에 밀려 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유행을 타고 있는 일체형 블레이드는 사계절용으로 쓸 수 있고 10만 원 정도로 가장 비싸다. 하나의 블레이드로 앞유리 전체를 닦을 수 있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일반 블레이드 고무보다 한층 더 강화한 특수고무를 쓰기 때문에 성능이 좋고 사용기간도 길지만 일부 고급차에만 달려나온다.

블레이드를 교환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와이퍼 암을 위로 들어 올려 세운다. 블레이드 고무가 하늘을 향하도록 완전히 젖힌 다음 어댑터의 맨 아래에 튀어나온 고정핀을 누른 상태에서 블레이드를 아래로 밀어 뗀다. 새 블레이드를 끼울 때는 뺄 때와 정반대의 순서에 따른다. 블레이드를 끼울 때는 어댑터와 U자로 구부러진 암의 끝부분에서 ‘똑’ 소리가 나야 한다. U자로 구부러진 암의 끝부분을 살펴보면 네모난 홈이 파여 있는데 이곳에 어댑터의 고정핀이 들어가면서 소리를 내야 제대로 끼워진 것이다.

블레이드를 바꿀 때는 암을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암에 무리한 충격을 주거나 위, 아래가 아닌 좌우로 힘을 주면 암이 틀어져 블레이드를 바꾸어도 좋은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암을 들어올리거나 앞유리에 내려놓을 때도 살살 다뤄 휘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밖의 장마철 용품

와이퍼만 신경 쓰더라도 장마철을 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이참에 장마철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용품들도 챙겨두는 것이 좋겠다.

앞서 와이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와이퍼 블레이드의 성능을 더 높여주는 이른바 ‘발수 코팅제’라는 용품이 있다. ‘발수(發水)’는 물을 뿌려낸다는 의미로 용품업체들이 지어낸 말. 실리콘과 알코올 등을 섞어 물방울이 맺히게 하는 발수코팅제는 앞유리 바깥 면에 발라 빗방울이 퍼지지 않고 둥글게 뭉쳐 바람에 날리게 한다.

이 때문에 와이퍼를 움직이지 않아도 앞을 볼 수 있어 빗길 운전에 도움이 된다.
발수코팅제는 윈도에 바르거나 스프레이로 뿌리는 제품과 워셔액과 섞어 사용하는 제품으로 구분한다. 윈도에 직접 바르는 제품이 가장 오랫동안 효과를 볼 수 있어 장마철에 알맞고, 스프레이나 워셔액에 타서 쓰는 제품은 임시로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값은 3천∼5천 원으로 싼 편이다.

장마철에는 습기가 많기 때문에 차안의 유리에 김이 서릴 때가 많다. 에어컨을 틀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걸레, 휴지로 닦아도 보지만 금새 다시 서려 귀찮기만 하다. 이럴 때 김서림 방지제를 쓰면 적어도 며칠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서림 방지제는 유리에 붙는 물기를 넓게 퍼뜨려 물방울이 맺히지 못하도록 하는 화학반응을 응용한 제품이다. 5천∼1만 원 대로 값이 싸고 한 번 바르거나 뿌리면 1주일 이상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리 표면에서 반응하는 화학약품을 응용한 것이기 때문에 선팅 필름 위에 뿌렸을 때는 효과가 떨어진다.

유리세정제를 윈도와 사이드 미러에 뿌려 닦아주면 비가 오더라도 항상 깨끗한 시야를 얻을 수 있다. 값은 7천 원 대. 유리세정제가 없을 때는 집에서 쓰는 식물성세제를 물에 풀어 닦아도 된다.

차안에서 냄새가 날 때는 방향제나 살균제를 뿌려준다. 방향제 대신 숯을 차안에 두어도 냄새를 없애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매트 위에 신문지를 두껍게 깔아두면 차안의 습기를 빨아들여 눅눅한 느낌이 가신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트렁크에도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살균제를 뿌려둔다.

이런저런 일로 바쁜데, 언제 와이퍼를 점검하고 장마철 용품을 챙기겠냐고 생각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관심과 변화가 큰 수확을 가져다준다. 자동차에 있어서의 수확은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이다. 다리품을 좀 팔더라도 마음가짐을 바꿔 준비해보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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