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407의 어제와 오늘 ①HISTORY - 랠리로 기본기 다진 프랑스 대표 중형세단
2004-11-12  |   8,010 읽음
사막의 라이언’ 푸조는 힘차고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는 WRC와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푸조가 거둔 수많은 승리의 결과물이다. 푸조는 메이커 설립 초창기부터 레이스에 적극 출전했다. 1894년 파리-루앙 경주와 1895년 프랑스자동차클럽이 주최한 사상 첫 자동차경주 파리-보르도 왕복 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한 주역이 바로 푸조다. 그리고 80년대 소형차 205 T16과 중형차 405 T16이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연승한 후 ‘사막의 라이온’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터프한 이미지의 주역이 평범한 소형차와 중형차라는 사실은 불가사의에 가까운 일이다.
푸조는 메르세데스 벤츠 다음으로 긴 역사를 지닌 자동차 메이커다. 1810년 기계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고, 창업자의 손자인 아르망 푸조(Armand Peugeot)는 1888년 스몰레가 설계한 증기기관을 얹은 3륜차의 제작에 들어가 1889년 완성했다. 이때부터가 자동차 메이커 푸조의 시작이다.
아르망 푸조는 2년 뒤 다임러 엔진을 얹은 1호차(1891년)를 만들고 1896년에 푸조 브랜드를 정식으로 등록한다. 2기통 565cc 3.3마력 엔진을 얹어 최고시속 16km를 낸 푸조 1호차는 프랑스차의 원조로 꼽힌다.
당시 푸조는 자동차 모델을 타입으로 구분했는데, 가장 유명했던 차는 타입39였다. 이 차는 앞선 메커니즘인 4기통 1천42cc 엔진과 4단 기어를 얹었지만 생산대수가 100대에 미치지 못했다. 타입39는 현재 프랑스의 가장 희귀한 차로 대접받으면서 엄청나게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다음에 등장한 인기차는 타입69였다. 1905년부터 1913년까지 생산된 이 차는 베베(아기)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1차대전이 발발하자 푸조는 승용차를 만들지 않고 군용차 생산에 전력을 다했다. 당시 푸조가 생산한 기관총을 얹은 장갑차는 전쟁에서 맹위를 떨쳤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대에 접어들어 승용차 생산에 주력한 푸조는 1929년 파리 오토살롱에 201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현대식 자동차의 생산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데뷔한 301은 201과 함께 자동차 메이커 푸조의 이름을 한껏 드높였고, 프랑스와 푸조를 대표하는 중형세단 4시리즈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934년이다.

401과 402(1934∼1940년)
1934년 푸조는 6기통 엔진을 얹은 601과 함께 401을 선보였다. 세단, 해치백, 카브리올레, 쿠페+카브리올레(이클립스), 로드스터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등장했지만 401은 먼저 나온 201의 큰 인기에 눌려 1934년부터 1935년까지 1만3천545대가 생산되는데 그쳤다. 푸조 201이 1937년 9월 생산을 접을 때까지 14만2천 대나 생산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었다.
1935년 푸조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기역학적인 유선형 디자인을 쓴 402를 내놓았다. 2.0X 엔진을 얹은 402는 부드러운 곡선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헤드램프를 그릴 안쪽에 넣은 독특한 스타일이 돋보였다.
402부터 푸조는 차 이름 가운데 0을 넣는 전통의 세 자리 수 이름을 전 모델에 쓰기 시작했다. 402는 401보다 모델 가짓수가 줄었지만 판매실적은 좋았다. 특히 이클립스는 세단보다 훨씬 우아한 뒷모습으로 인기가 높았다. 402는 2차대전으로 1940년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15만2천240대가 생산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푸조 공장은 독일군이 점령했고 연합군의 폭격을 받는 비운도 겪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난 후 푸조는 1948년 파리 오토살롱에 203을 선보였다. 203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푸조의 제2 전성기를 이끈다. 203은 단종된 60년까지 68만 대나 팔려나갔다.

403(1955∼1965년)
푸조는 이태리의 천재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닌파리나와 손을 잡으면서 큰 변혁을 맞이한다. 1955년 등장한 푸조 403은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푸조의 첫차로, 이때부터 푸조가 오늘날까지 쓰고 있는 사자 엠블럼이 등장했다.
403은 4기통 1천468cc 58마력 엔진을 얹어 최고시속 136km의 성능을 냈다. 사파리 랠리 등에 출전해 내구성을 인정받았고 판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단을 비롯해 3도어 카브리올레, 3도어 상용차, 왜건인 5도어 패밀리카 등 다양한 모델이 나왔고 1965년까지 68만5천828대가 팔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404(1960∼1978년)
1960년 5월 선보인 404는 이전의 유선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직선을 강조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404의 디자인 역시 피닌파리나의 작품. 404는 역대 푸조 중형차 가운데 가장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나왔다. 4도어 세단을 비롯해 5도어 왜건, 5도어 패밀리카, 3도어 쿠페, 카브리올레는 물론 3도어 상용차와 2도어 픽업까지 갖추었다.
404는 전작인 403보다도 큰 인기를 누리면서 푸조 중형차 중 처음으로 판매대수 100만 대를 넘겼고, 1978년 단종될 때까지 모두 121만4천121대가 생산되었다. 60년대 푸조는 404를 앞세워 랠리의 강자로도 군림했다. 404는 69년 나온 504에게 랠리카 자리를 물려주었고, 504는 78년까지 세계 랠리 무대를 휩쓸다시피 했다.
한편 푸조는 74년 경영난에 빠진 시트로앵을 인수했다. 여세를 몰아 78년 유럽 크라이슬러와 심카를 합병하고, 이후 영국 선빔소속의 탈보트와 프랑스 탈보, 마트라까지 인수하기에 이른다. 몸집이 커진 푸조는 80년 그룹 이름을 PSA(푸조-시트로앵)로 바꾸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PSA그룹은 르노를 제치고 명실공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로 떠올랐다.

405(1987∼1995년)
1979년 로봇을 이용한 현대적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푸조는 205와 309에 이어 1987년 405를 내놓았다. 404가 단종된 지 9년만의 일이다. 1987년 제52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405는 ‘실용적인 중형차’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1988년 유럽 최우수 자동차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89년 미국 최우수 수입차, 90년 일본 최우수 수입차 등에 연달아 올라 주가를 높였고, 판매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푸조 405의 디자인 역시 피닌파리나가 맡아 공기저항계수 0.29∼0.31의 매끈한 보디를 자랑했다. 심장은 1.4X 에서 1.9X까지 5종류의 휘발유 엔진을 얹었다. 이들 가운데 최고급 모델인 405 MI16은 1.9X DOHC 160마력 엔진을 얹어 최고시속 220km를 기록했다. 405는 또한 ‘지옥의 사투’로 불리는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아랫급 205와 함께 3연승 신화를 일구어 ‘사막의 라이온’이라는 새 닉네임의 주인공이 되었다. 4도어 세단과 5도어 왜건 두 가지 모델로 나왔고 95년 단종될 때까지 282만1천28대가 팔리는 빅히트를 쳤다.
92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405는 섀시의 강화로 안전성이 더욱 높아졌다. 리어램프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로고를 크롬으로 바꾸었다. 이때 리어램프 사이의 모델 이름을 없앴고 트렁크 모서리 디자인을 달리해 짐을 싣고 내리기가 편해졌다. 405 MI16에는 2.0X DOHC 터보 196마력 엔진을 얹어 고성능 이미지를 뽐냈다.
푸조 405는 90년 국내에도 소개되어 100대 이상 팔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수입차 가운데 처음으로 교통부 성능검사(연간 100대 이상 판매된 차가 받는 검사)를 받은 차가 바로 405다.

406(1995∼2004년)
1995년 405가 데뷔한 지 8년만에 발표된 406은 605와 405를 섞어 놓은 듯한 직선 위주의 스타일이지만 한결 세련된 인상이었다. 차체가 커져 공기저항계수는 0.29에서 0.30으로 높아졌다. 차체에 고강도 아연도금 강판을 써 무게가 405보다 200kg쯤 무거워진 대신 강성이 좋아졌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8X DOHC 112마력을 기본으로 2.0X DOHC 135마력, V6 2.4X 170마력을 얹었다. 유럽 시장을 위해 1.9X 92마력 디젤 터보를 기본으로 2.1X 디젤 터보 110마력 엔진도 준비했다. 트랜스미션은 5단 수동을 기본으로 ZF 4단 AT를 더했다. 앞 서스펜션은 405의 것을 개선한 스트럿을 쓰고 뒤에는 멀티 링크를 달았다. 보쉬제 ABS와 듀얼 에어백, 안전벨트 프리텐셔너 등의 풍부한 안전장비를 갖추고 사이드 임팩트빔과 충격 흡수패드로 안전성을 높였다.
406은 1999년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4도어 세단을 기본으로 2도어 쿠페, 5도어 왜건, 5도어 패밀리 왜건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나왔고 2003년 말까지 163만8천145대(쿠페 제외)가 판매되었다.

407(2004∼현재)
올해 3월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데뷔한 푸조 407은 이전보다 더 미끈하고 날렵해진 스타일과 9개의 에어백 등 한결 높아진 안전성을 자랑한다. 엔진은 모두 6가지. 1.8X DOHC 117마력을 시작으로 2.0X 136마력과 2.2X 160마력, V6 3.0X 211마력 등 휘발유 엔진 4가지와 푸조가 자랑하는 직분사 디젤(HDi) 1.6X DOHC 터보 110마력, 2.0X 136마력 등을 얹는다.
한편 올해 제네바 오토살롱에서는 4도어 세단과 함께 왜건인 407SW도 등장했다. 407SW는 미니밴처럼 두툼하게 만들어 뒤로 기울인 D필러와 유리 지붕이 독특하다. 레일이 깔린 넉넉한 트렁크, 평평하게 접히는 시트, 스키를 실을 수 있는 긴 터널 등 활용도 높은 개성만점 실내가 돋보인다.
407에 이어 407SW가 11월 국내 시판을 기다리고 있고, 디젤 모델은 내년에 수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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