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단의 선구자 - BMW 328
2009-03-14  |   15,750 읽음

BMW는 1913년 항공기 엔지니어 칼 프리드리히 라프(Karl Friedrich Rapp)가 세운 항공기 엔진 회사였다. 독일이 1차대전의 패전국으로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더는 군수물자를 만들 수 없게 되자 BMW는 군수물자인 항공기 엔진 생산이 중단돼 큰 타격을 입는다. 이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기술을 토대로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시작했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 힘입어 모터사이클은 큰 인기를 끌어 자동차 회사보다 많은 수익을 올렸다.

모터사이클로 재정이 좋아지자 BMW는 1928년에 딕시(Dixi)를 인수했다. 딕시는 영국의 오스틴 세븐을 라이선스로 만들던 회사였다. 딕시의 인수는 BMW가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계기를 마련했고, 곧바로 BMW 로고가 붙은 3/15가 나왔다.

이후 1932년 BMW는 오스틴과 계약을 끝내고 고유 모델을 만들어 새롭게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운다. 1933년 드디어 BMW가 자체 개발한 첫 모델인 3/20PS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듬해 오스틴의 직렬 4기통 엔진을 베이스로 직렬 6기통 1.2L 엔진을 얹은 303이 선보였다. 303은 BMW 처음으로 직렬 6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이로써 BMW가 자랑하는 ‘실키식스’의 역사가 시작됐다.

양산 전, 트랙에서 성능 입증
BMW가 자체 모델을 선보인 지 4년 만에 1930년대를 대표하는 차가 탄생했다. 디자이너 루돌프 슈라이처(Rudolf Schleicher)와 수석 엔지니어 프리츠 피들러(Fritz Fiedler)는 진정한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은밀히 진행했다. 그 결과 BMW 역사에 기본 틀이 되는 328이 빛을 보게 됐다. 328은 319의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326의 브레이크와 엔진 블록을 베이스로 개발됐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기술을 쓴 328의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BMW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강철 튜브를 사용해 만든 프레임과 견고한 리어 액슬, 예리한 핸들링을 돕는 랙 앤드 피니언 방식의 스티어링과 독립식 앞 서스펜션은 가볍고 날렵한 2인승 스포츠카를 더욱 빛나게 했다. BMW가 지금까지도 추구하는 ‘궁극적인 드라이빙 머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컨셉트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BMW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다.

328 엔진은 오스틴 세븐의 직렬 4기통 747cc 엔진을 베이스로 했지만 전혀 새로운 엔진으로 거듭났다. 무게를 줄인 직렬 6기통 1,971cc 엔진은 주철로 만든 실린더 블록과 알루미늄 헤드를 사용했고 밸브는 실린더당 2개씩 달렸다. 3개의 카뷰레터와 반구형 연소실로 8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으며, ZF 4단 수동변속기를 단 뒷바퀴굴림 차였다. 또한 차체 무게가 830kg에 불과한 완벽한 2인승 로드스터였다.

당시 라이벌들은 과급기와 대배기량으로 출력을 올렸지만 BMW는 차체 무게를 줄이고 작지만 고성능 엔진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본형 328의 엔진은 80마력이었으나 경주에 출전하는 차들은 간단히 100마력 이상으로 출력을 높였다.

328은 양산하기 전 트랙에서 먼저 신고식을 치뤘다. 1936년 6월, 뉘르부르크링크에서 열린 아이펠렌넨 경주에서 모터사이클 레이서 출신 에른스트 헨네는 2.0L 스포츠카 부문과 1.5L 경주차 부문에 326 프로토타입을 이끌고 출전해 평균시속 100km이라는 놀라운 속도로 우승컵을 안았다. 이 승리에 힘입어 이듬해인 1937년, 328이 로드스터와 쿠페 버전으로 양산됐다. 직렬 6기통 2.0L 엔진을 얹은 328은 BMW가 선보인 본격적인 스포츠카로,     시속 190km의 최고속도를 자랑하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구석구석을 거침없이 내달렸다.

328을 논하면서 스타일링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첫 번째가 카리스마 넘치는 앞모습. 328의 앞모습은 차체와 헤드램프, 펜더가 하나로 부드럽게 어우러져 당시로서는 무척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또 비행기 디자인을 응용해 공력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유선형 차체도 인상적이었다. 카누와 같이 갈수록 좁아지는 보트테일로 마무리한 차 뒷부분도 돋보였다. 아울러 유선형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달리기 위해 태어난 스프린터임을 암시했다. 328은 1930년대에 나온 차 중 가장 우아한 유선형 스타일의 로드스터인 동시에 326과 327의 로드스터 버전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BMW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디라인을 가진 차로 평가받고 있다.

달리기 위해 탄생한 328은 각종 경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독일 내 2.0L 클래스 경주는 물론 랠리, 스프린터, 힐클라임 등 1936년부터 1940년까지 130여 개 경주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1938년 1,000마일의 도로를 달리는 가혹한 이태리 밀레밀리아 경주에서 평균시속 166km로 우승해 높은 내구력과 스피드를 입증받았고, 1939년에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940년 브레시아 1,000마일에서 종합우승의 영광을 안은 328은 카로체리아 투링의 경량 알루미늄 차체로 최고시속 220km를 자랑했다.

모터스포츠에서의 성과에 힘입어 328은 단숨에 세계의 명차 대열에 올랐다. 1936~1939년 겨우 462대밖에 생산되지 못했지만 328은 이후 나온 수많은 스포츠카의 중요한 교과서 역할을 할 만큼 많은 영향을 끼쳤다. 328은 BMW 로드스터의 시작이었고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컨셉트를 일구어 낸 기념비적인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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