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다양성 모두 갖춘 튜너 - HAMANN(1)
2009-03-14  |   16,265 읽음
튜닝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량 양산차와의 차별화이다. 양산 모델보다 빠르고 강하게 달리고, 색다른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생겨난 사업이 바로 튜닝이다. 더불어 자동차 메이커가 사업성을 이유로 제작하지 않는 소량의 자동차를 만들어 불특정 소수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튜닝사업은 규모가 그리 클 것 같지 않지만, 독일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의 튜닝사업은 자동차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의 역사가 오래 되면서 자동차문화와 모터스포츠가 발달한 그들에게 튜닝은 단순히 멋을 부리고 성능을 높이는 것이라는 인식을 넘어 개인 맞춤화로 받아들여진다.

차를 운전하는 습관이나 용도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대량 양산차는 모두 똑같은 포맷으로 생산된다. 이에 개성파 오너들은 튜닝으로 자신의 운전습관과 특성에 맞게 차를 조율해서 재미있고 안전하게 타고자 한다. 대량 생산된 기성복을 내 몸에 맞게 다시 수선해서 입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바퀴가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튜너들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튜닝카와 튜닝 용품은 판매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정이 튼실하지 않은 튜너들은 제품개발과 생산을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또 생산을 하더라도 값이 너무 비싸지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 개발에 부담을 갖다 보니 특정 브랜드나 차종만을 전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브랜드와 차종의 제약 없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튜너도 있다. 독일의 하만(HAMANN)이 대표적인 예다.

독일 라이프하임에 위치한 하만은 1986년 리하르트 하만(Richard Hamann)이 만들었다. 리하르트 하만은 독일 모터스포츠에서 20년 넘게 활약해온 레이서였다. 1980년대 초반 피아트 127로 투어링카 레이스를 시작해 1984년에는 독일 F3 챔피언십에 도전했으며,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슈니처팀의 BMW M3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BMW의 스페셜카 M1을 타고 독일의 스페셜 투어링카 트로피(STT) 시리즈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훌륭한 레이서였다. 

그는 레이서에서 은퇴하기 전부터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1986년 하만 모터슈포르트(HAMANN MOTORSPORT)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튜닝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신에게 우승을 안겨 주었던 BMW를 전문으로 사업을 시작한 그가 처음으로 만든 차는 M3(E30) 튜닝카. 직렬 4기통 2.3L 192마력의 기본 엔진에 터보차저를 붙여 최고출력을 348마력으로 끌어 올렸고, 0→시속 100km 가속이 5.1초, 최고시속이 273km나 되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수퍼카였다.

대부분의 튜너가 차의 내외관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것과 달리 하만은 처음부터 내외관뿐만 아니라 엔진과 구동계까지 손을 댔다. 리하르트 하만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터스포츠에서 노하우를 쌓은 덕분이다. 그가 레이서로 쌓아온 명성은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안겨 주었고, 이에 힘입어 판매량도 꽤 많았다.

이후 하만은 BMW의 모든 모델에 대한 다양한 튜닝 프로그램을 내놓기 시작한다. 간단한 ECU 튜닝부터 시작해 흡ㆍ배기 시스템, 서스펜션, 에어로파츠, 트랙션 컨트롤을 포함한 각종 전자장비까지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만큼 강력한 성능을 내는 좋은 제품들을 만들었다. 특히 하만이 자랑하는 것은 고품질의 경량합금 휠. 자동차의 가장 기초적인 부품인 바퀴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킨 하만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무게를 줄이면서 강성을 높인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1피스 주조부터 3피스 단조 휠까지 갖추고 있고, 디자인도 단순한 5스포크에서 고급스러운 매시 타입까지 다양하다. 휠 제품군은 튜너들 중 하만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현재 하만의 휠에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끼워진다.

BMW 전문 튜너로서의 역량을 확대해 가며 짧은 기간 동안 고속성장을 이룬 하만은 1990년 중반 AC슈니처, 하르트게 등을 제치고 가장 크고 유명한 BMW 전문 튜너가 된다.

기술력이 다양성의 원천력
1994년 하만은 BMW 전문 튜너에서 벗어나 한층 더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도전한다. 바로 페라리 F40 튜닝카를 선보인 것. 시대를 대표하는 고성능 머신을 튜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은 하만은 이듬해에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페라리 F512M 와이드 버전을 내놓아 또다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엔초 페라리를 비롯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등 고성능 머신의 튜닝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수퍼카의 영역에 도달한 차를 튜닝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수퍼카들은 높은 엔진 출력을 뽑아내면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달리도록 조율된 차들이다. 이런 차를 튜닝해 출력을 높이는 것은 뛰어난 기술력을 지니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며, 결과물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회사 명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만의 엔지니어는 엔초에 하이 퍼포먼스 스포츠 배기 시스템과 촉매를 바꾸면서 48마력을 높여 최고출력을 660마력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서스펜션과 머플러를 바꾸고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를 붙여 수퍼카 이상의 수퍼카를 탄생시켰다.

페라리 튜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인 하만은 1997년에 자회사인 오페라 디자인(OPERA DESIGN)을 만들어 메르세데스 벤츠도 손대기 시작했다. 하만의 특별지시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는 짧은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에 의해 빠르게 벤츠 전문 튜너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특히 오페라 디자인의 에어로파츠는 그동안 벤츠 튜닝카에서 볼 수 없었던 우아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내세우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페라 디자인이 만든 SL500 그랑프리 스포츠 버전은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에어로 패키지를 덧댔고, 엔진은 최고출력 330∼420마력에 여러 가지 옵션을 마련했다. 그 중 420마력 튜닝카는 0→시속 100km 가속 5.2초, 최고시속 296km를 낸다.

하만은 독일 튜너들 가운데 비교적 신생업체에 속한다. BMW 튜너로 출발해 뛰어난 튜닝 기술을 인정받은 하만은 2000년부터 포르쉐, 랜드로버, 애스턴마틴, 마세라티, 피아트 등 차종과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의 차를 튜닝하고 있다. 또 사업적 역량을 넓혀 레이싱카 튜닝 및 신생 레이싱팀의 인프라 구축을 도와주는 한편, 라이프스타일 액세서리도 판매하고 있다. 하만이라는 이름 자체가 곧 상품이 될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키운 것이다. 

하만은 소비자의 욕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금도 기술 및 상품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와 차종, 차값에 국한되지 않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전문성과 다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몇 안 되는 튜너가 바로 하만이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리하르트 하만은 레이서 시절 BMW M1으로 독일 STT 시리즈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 영광을 떠올려 하만은 2007년 독일 레카로 튜닝카쇼에 당시 스타일대로 튜닝한 M1을 선보였다2001년 등장한 라구나세카Ⅱ는 하만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모델이다. BMW M3에 480마력의 V12 6.0L 엔진을 얹어 최고시속 312km를 기록했다하만은 튜너들 중에서 가장 가볍고 견고한 휠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하만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하르트 하만하만은 브랜드와 차종을 가리지 않고 튜닝한다. 이렇게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페라리 599GTB자회사 오페라 디자인이 튜닝한 메르세데스 벤츠 SL500. 최고시속 296km를 달성했다엔초 페라리를 튜닝해 48마력을 높이기도 했다. 엔초에 끼운 23인치 휠‘에디션 레이스’는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성능 모델에만 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