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 놈의 차들
2009-04-06  |   8,323 읽음
연비 꽝인 차
‘고유가’를 중학교 윤리시간에 배운 No.1 덕목인양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류가 있다. 이들은 한시라도 많이 CO₂를 뿜어 지구온난화에 이바지하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고 뚝뚝 떨어지는 연료게이지를 보이며 주인의 사랑을 확인해야 한다. 이들 세계에서 연비가 L당 5.0km를 넘으면 치욕으로 친다. 국내에서 팔리는 모델 중 이 분야 1위의 영예는 페라리 612 스카글리에티에티가 차지했다. 질 좋은 휘발유를 1L 삼키고 4.2km를 달린다. 이것도 컨디션 좋을 때 수치라니. 쯧쯧!

디자인 꽝인 차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로 크게 인기를 끌던 코미디언이 있었지만 못생긴 자동차는 철저하게 고객의 외면을 받는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주관적이라 몇몇 고귀하신 분들에게 예술품처럼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눈을 가진 우리들에겐 돈주고 ‘떵~’ 사는 격이니 그럴 수밖에.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telegraph)의 지난해 8월 발표 결과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못생긴 차 1위는 폰티액 아즈텍이다. 2위 피아트 멀티플라를 위협하며 쌍용 로디우스가 3위를 차지했다. 이 중 아직까지 생산되는 차종은 로디우스 뿐이다. 로디우스는 이태리 경제지 ‘이솔레24오레’(isole24ore)가 뽑은 가장 추악한 차에서도 3위에 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몇 대 팔렸냐고? 국내 시장 올 1월 판매량이 43대다. 흠, 생각보다 많이도 팔렸네.

고장 잘나는 차
자동차를 굴리면서 가장 스트레스받는 경우는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고장. 멀쩡한 허우대에 반해 덜컥 샀는데 3일이 멀다하고 차가 멈춰 선다면 정말 황당한 일이다. 우리는 이런 부류를 ‘욕설을 부르는 차’라고 말한다. 국내의 전문 리서치 회사 ‘마케팅인사이트’가 2004~2008년 동안 10만 명으로부터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21개 조사대상 국산차 중 기아 카렌스Ⅱ가 운전자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터무니없이 비싼 차
애스턴마틴이 일을 저질렀다. 올 가을부터 100만 파운드(약 20억 원)에 이르는 원-77 수퍼카를 내놓는다. 이름에서 밝혔듯이 77대만 한정 생산되기 때문에 돈 있는 갑부들도 족보 깔끔히 정리하고 순번 기다려야 할 판이다. 20억이면 연봉 3,000만 원 월급쟁이가 66년 이상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다. 이런데도 700마력짜리 V12 7.3L 엔진 수퍼카에 끌릴 텐가. 

중고차값 똥값인 차
방금 새차를 산 오너들은 이 글을 삼가라. 혹 당신이 산 차의 이름이 여기에 올랐다면 중고로 팔 생각은 애초에 거두는 것이 좋을 터. 그냥 폐차할 때까지 ‘쭈~욱’ 타라. 고장이라도 나면 비싼 부품값으로 속깨나 아플 테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특별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1월 말 자료에 따르면 국산차 중 잔존가치가 낮은 차 즉, ‘중고차값이 똥값인 차’의 정상은 쌍용 카이런이다. 새차값이 2.353만 원인 카이런 EV5 2.0L 모델의 2007년식 값은 상태가 좋아야 1,100만 ~1,200만 원이고 2006년형은 900만 원으로 떨어져 같은 연식의 현대 아반떼(1,100만~1,070만 원)보다 싸다. 새차를 산 오너라면 땅을 칠 노릇이지만 중고차를 노리는 실속 오너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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