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 자동차의 새 물결 AGreen Waves
2009-02-09  |   11,448 읽음

지난 연말 MBC에서 방영된 자연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1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언제까지나 순백의 눈으로 덮여 있을 것만 같았던 북극은 거대한 빙붕이 녹아내리며 생태계가 빠르게 파괴되고 있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북극곰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이누이트들은 작살과 사냥총을 내려놓고 배를 타는 어부가 되었다.

북극의 문제는 온실효과에 의해 기온 상승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온실은 한겨울에 여름 과일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 유리나 비닐막이 태양에너지를 가두고 외부로 열이 달아나는 것을 막아내기 때문이다. 지구가 지금처럼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역시 온실효과 덕분. 하지만 지금의 온실효과는 극점의 얼음을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극심한 홍수와 가뭄 같은 환경재앙을 일으키는 원흉이 되고 있다.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er Tomorrow)에서 보았던 대재앙이 상상 속의 일이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푸른 물결
CO2뿐 아니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분진 등 자동차에서 나오는 많은 공해물질은 자연과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석유자원의 고갈이 가시화되면서 효율 높은 엔진이나 배출가스 저감 기술, 나아가 차세대 동력원 개발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졌다. 2005년 발의된 도쿄 의정서에 의해 CO2 배출 규제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다량의 CO2를 배출하려면 큰 돈을 내고 배출권을 구입하든지 CO2 저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요즘 녹색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는 제조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해물질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공해산업. 하지만 이미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생산을 함부로 줄일 수도 없다. 따라서 새차를 만들 때 재료를 적게 쓰고 공해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엔진의 연소효율을 높여 배출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형차 비중을 높이고 연비 좋은 엔진 개발이 필수다. 아울러 충전해서 쓸 수 있는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혹은 수소를 사용하는 무공해 연료전지차 개발과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한동안 고급차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자동차업계는 갑자기 불어닥친 미국발 경제한파와 석유자원 고갈, 환경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효율 좋은 소형차와 미래형 무공해차 개발에 힘쓰는 중.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를 파괴하는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에 유익한 생활도구가 되고자 하는 자동차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CO2 절감을 위한 노력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출력과 토크, 가속성능, 연비 등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CO2 배출량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공해물질을 줄이는 방식은 크게 연소효율을 높이는 것과 배출가스에서 걸러내는 것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앞은 휘발유 직분사나 고정밀 연소제어 등을 통해 연소를 최적화시킴으로써 공해물질의 발생을 줄인다. 뒤의 방식은 휘발유 엔진의 삼원촉매장치나 디젤의 분진 필터 등을 들 수 있다.

CO2를 줄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엔진 배기량이다. 크라이슬러의 고성능 세단 300C SRT-8은 V8 6.1ℓ 425마력 엔진으로 km당 330g의 CO2를 뿜어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기량이 큰 엔진이 CO2도 많이 나온다. 미국이 도쿄 의정서에서 탈퇴하고, 독일이 프랑스와 CO2 배출량 기준을 놓고 대립하는 이유도 두 나라의 대형차 비율이 높은 데서 기인한다.

덕분에 요즘은 작은 배기량으로 큰 출력을 내는 과급장치들이 주목받고 있다. 터보와 수퍼차저는 한때 공해의 주범으로 몰려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연소제어기술이 향상되면서 터보를 달고도 저연비가 가능해졌고, 소형 고출력 엔진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아우디 신형 S4가 V8 4.2ℓ 엔진을 버리고 V6 수퍼차저를 얹은 것이 좋은 예다.

직분사 방식 역시 공해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 공기만 빨아들여 압축하고, 연료는 연소실에 고압으로 직접 분사한다. 디젤에서 전수받은 직분사 기술은 엔진의 압축비를 높일 수 있어 효율이 뛰어나고, 최적의 연소제어로 고성능을 끌어낸다. 대표적인 엔진은 폭스바겐/아우디가 사용 중인 2.0 FSI와 터보형인 2.0 TFSI. 아우디 A4에 얹은 2.0 TFSI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으로 ℓ당 출력이 100마력을 웃돈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10.0km/ℓ의 연비와 함께 CO2 배출량은 km당 154g. 최근 발표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E클래스 역시 직렬 4기통과 6기통 휘발유 엔진을 직분사화해 이전보다 연비가 20% 정도 좋아졌다. E200 CGI는 스타트/스톱 기능까지 갖춰 14.7km/ℓ의 연비와 함께 CO2 배출량이 159g/km으로 줄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디젤과 휘발유 엔진의 특성을 한데 묶은 디소토 엔진을 컨셉트카 F700에 얹어 선보이기도 했다. 배기량은 1.8ℓ지만 디젤의 압축착화와 휘발유의 스파크 점화를 상황에 따라 사용해 최고출력 238마력을 내고, 차무게가 1.7톤이나 되지만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18.9km/ℓ의 연비를 가능케 하는 궁극의 내연기관이다. CO2 배출량은 127g/km. 얼마 남지 않은 석유 때문에라도 내연기관은 더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작은 배기량으로 고효율, 고성능을 추구하다 보면 CO2는 저절로 줄어들기 마련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어느 사이엔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저공해 청정기술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신 승용 디젤과 비교해 연비나 공해물질 배출 등에서 앞서간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미국은 장거리 주행이 많아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힘든 환경. 이런 곳에서는 낮은 rpm으로 저연비 주행이 가능한 승용 디젤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유별난 휘발유 선호 때문에 유럽산 디젤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

미국은 디젤보다는 전기차 쪽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GM EV1이 실패작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전기 스포츠카 테슬라가 팔리고, 빅3이 다양한 컨셉트카를 선보여왔다.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 용량과 긴 충전시간 같은 사용상의 문제점이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하이브리드에 전기차 개념을 강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다를 것이 없지만 가정용 전원을 이용해 직접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카에 전기차의 기능을 강화한 개념이다. 야간전기를 활용하면 저렴하게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를 다 썼을 때는 엔진으로 움직이거나 충전도 가능하다. 따라서 일반 하이브리드에 비해 유지비와 공해 배출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주행거리도 길다.

이렇게 되려면 일반 하이브리드카보다 큰 배터리가 필요하다.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의 경우 2.6kWh의 배터리를 얹어 전기만으로 13km(일반 프리우스는 7km 정도)를 달린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가볍고 용량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야 해서 배터리 탑재공간이 늘어나고 값도 올라간다.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시속 100km를 돌파한 것은 전기차였다. 하지만 배터리 발전이 느려 휘발유 엔진에 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전기에너지를 화학적으로 저장하는 배터리는 용량과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기 매우 어렵다. 순식간에 많은 전기를 충전하고, 강한 방전에 견디면서 수명이 긴 배터리는 꿈과 같은 이야기. 현재 가장 대중적인 Ni-MH(니켈-수소 저장합금)와 가벼우면서 용량이 큰 리튬-폴리머, 리튬-이온 그리고 뛰어난 안정성과 내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Li-Fe(리튬-페라이트) 계열 등이 전기차용 배터리의 대표주자들이다. 최근 GM은 2010년 데뷔할 시보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볼트의 에너지원으로 LG화학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선정했다.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내연기관이 없는 순수 전기차의 출현도 멀지 않아 보인다.

몇 분만에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고 수백 km를 달려내는 엔진 자동차들과 달리 전기차는 충전에 최소 수십분(용량 일부만 충전시)에서 몇 시간이 걸리고, 1회 충전 주행거리 역시 100∼200km 수준이다. 주행거리를 늘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면 차가 너무 무거워져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올라간다. 테슬라처럼 충전된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해 주면 5분만에 끝낼 수 있지만 이 서비스를 세계 어디서나 받을 수 없을 뿐더러 다양한 배터리에 대응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완전한 전기차가 사랑받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전기차의 미래는  배터리의 성능 개선에 모든 것이 달렸다.

수소 연료전지의 미래
연료전지는 아폴로 계획과 함께 우주시대를 열었던 기술이다. 수소와 산소를 공급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는 말 그대로 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 배터리처럼 충전하지 않고 연료 공급만으로 우주선에 꼭 필요한 전기와 물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었다. 당시 기술로는 효율이 낮았고, 값도 무척 비싸 실생활에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의 자동차 동력원으로 누구나 연료전지를 꼽는다.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는 긴 시간 충전해야 하지만 연료전지는 액체 혹은 기체상태의 연료에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충전이 간편하고 한 번 주입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전기로 모터를 굴린다는 점에서는 전기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바닥을 보이고 있는 석유와 달리 수소는 지구상에 무한대로 존재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3/4이 수소다. 연료전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전기와 순수한 물이므로 환경에도 이롭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동력원이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좁은 공간에 수소를 많이 저장하기 위해서는 액체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수소의 녹는점은 영하 252.8도. 더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액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조금 높은 온도에서 액체로 만들려면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 하므로 안전성 문제가 생긴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한 연료전지차 기술표준에서는 700기압 수소용기의 안전성 확보를 검토 중이다. 고압용기 외에 금속분자 사이에 수소를 저장하는 수소저장합금도 있다.

값이 싸면서 효율이 좋은 연료전지 개발도 필수요소다. 아직까지는 가격 경쟁력을 지니기 힘든 현실. 혼다가 판매를 시작한 최초의 연료전지차 FCX 클러리티의 값은 약 1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수퍼카를 사고도 남는 금액이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최고의 연료전지차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혼다는 월 이용료 600달러(약 82만 원)에 리스 판매를 시작했다.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주요 고객. 혼다는 10년 내에 1만 달러(약 1천370만 원) 이하의 연료전지차를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연료전지차는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완충전 후 주행거리가 448km나 되지만 이곳에서만 수소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저온으로 운반, 취급해야 하는 액체수소는 일반 주유소에서 취급할 수 없고, 충전에 위험도 따른다. 미국처럼 광활한 대륙에 수소 충전소를 건설하는 일은 값싸고 성능 좋은 연료전지차를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 보인다. 10여년의 개발기간과 오랜 테스트를 통해 연료전지 자동차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연료전지차가 실용화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아우디는 고성능 세단 S4의 V8 엔진을 V6 수퍼차저로 바꾸어 CO2 배출을 줄였다당연하지만 CO2 는 소배기량 차가 더 적게 나온다메르세데스 벤츠 컨셉트카 F700의 디소토 엔진은 휘발유와 디젤 엔진의 특징을 고루 갖추었다직분사 기술로 CO2  배출을 20% 이상 줄인 신형 E클래스미국을 중심으로 가정용 전원을 사용하는 전기차 보급이 가시화되고 있다가볍고 용량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특성을 조합해 공해를 더욱 줄인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다완전 전기 스포츠카 테슬라시보레 전기차 볼트는 충전용 제너레이터와 엔진을 얹었다. 일종의 직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전기차가 널리 쓰이려면 충전소 보급이 필수적이다. 아파트가 많은 한국 역시 마찬가지혼다가 세계 최초로 판매에 들어간 수소 연료전지차 FCX 클러리티.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영화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 FCX 클러리티의 생산공장. 혼다는 현재 1억 원 가까운 차값을 10년 안에 1천만 원 대로 끌어내릴 계획이다수소연료 충전소는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사진은 베를린에 있는 수소 충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