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의 생명연장술
2012-02-28  |   26,091 읽음

19세기 중반, 니콜라우스 오토가 4스트로크 내연기관을 발명하고 칼 벤츠와 고트리프 다임러가 그 엔진을 얹어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를 개발한 것이 자동차의 시초. 그로부터 한 세기동안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과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내연기관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 지난 126년간 축적된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과거의 오명을 떨쳐내며 전기차의 공세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적게 먹으려면 위장도 작게 
최근 자동차계의 화두는 단연 탄소 감축이다.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을 법으로 제한하면서 자동차 메이커들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지금까지는 연비가 나쁘다고 비난을 받거나 배출가스 규정을 맞추기 위해 고생하는 정도였지만 이제 탄소배출 기준을 맞추지 않으면 자동차를 팔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메이커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엔진의 여러 가지 요소에서 영향을 받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배기량. 대부분의 경우 배기량에 비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 대배기량 엔진을 많이 사용하는 미국과 독일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쉐보레 콜벳 Z06용 V8 엔진의 경우 km당 350g의 CO₂를 배출하지만 푸조 1.6THP 엔진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0g/km. 따라서 엔진 사이즈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푸조 508은 407보다 커져 준대형에 가까운 보디 사이즈를 지녔지만 엔진은 최소 1.6L부터 시작한다. 1.6L 직분사 디젤 엔진에 각종 연료절감기술을 통합한 e-HDi 버전은 22.6km/L의 국내 공인연비에 CO₂ 배출량은 겨우 119g/km. 대배기량 엔진의 상징과도 같은 아메리칸 스포츠 아이콘 쉐보레 콜벳의 경우는 현행 모델에서 V8 7.0L를 6.2L로 줄였지만 신형은 5.5L까지 배기량을 축소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과급기의 재발견
배기량을 줄이면 탄소배출은 낮출 수 있지만 출력저하가 문제다. 그래서 메이커들은 출력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과급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퍼차저나 터보차저는 원래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에서 항공기 엔진의 출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수퍼차저는 1920년대, 터보차저는 1960년대부터 자동차에 쓰이기 시작했다. 인위적으로 공기를 압축하는 이들 과급기는 같은 배기량에 보다 많은 연료를 연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출력이 가능하다. 반면 초창기 과급기들은 연비나 배출가스 면에서 단점이 많았으므로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된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배기량 축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요즘, 과급기는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선 디젤 엔진이 앞장섰다. 직분사 시스템을 통해 혁신적 진보를 이룩한 디젤 엔진은 터보차저를 활용해 보다 강력한 성능을 손에 넣었고, 최신 디젤 엔진은 대부분 직분사 터보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연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할 뿐 아니라 성능 면에서도 가솔린 엔진에 많이 근접하자 가솔린 엔진 역시 디젤의 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과급기를 단 가솔린 엔진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폭스바겐 TSI/TFSI 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함께 사용하는 1.4 TSI가 특히 눈길을 끈다. 저회전에서는 수퍼차저, 중고회전 영역에서는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트윈 차저 방식으로 두 과급기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했다. 회전수와 부하에 따라 배기가스를 선택적으로 공급하고, 수퍼차저 효율이 떨어지는 고회전에서 전자석 클러치를 사용해 동력을 끊는다. 덕분에 1.4L의 배기량으로 2.0 FSI 엔진(자연흡기)에 비해 10% 이상 출력이 높고 연비는 낮출 수 있었다. 가장 성능이 높은 버전은 폭스바겐 폴로 GTI의 180마력형. 1.4L 배기량으로 0→시속 100km 가속 6.9초의 가속력과 16.4km/L의 연비 그리고 CO₂ 배출량 139g/km를 달성했다.

2기통 엔진의 부활
자동차라면 최소한 4기통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후유럽의 어려운 시절에는 2기통 모델도 더러 있었다. 보통 1톤이 넘는 덩치를 굴리기에 2기통은 너무 빈약할 뿐더러 진동 등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에는 3기통이나 2기통 엔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약 반세기 전 유럽에는 2기통 자동차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1950~80년대 피아트의 엔트리 모델이었던 500과 126이 대표적인 예. 2차대전이 끝나고 1957년 등장한 피아트 500은 직렬 2기통 479cc 엔진을 얹었다. 겨우 13마력을 내는 빈약한 엔진이었지만 당시의 물자부족과 생산성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자동차의 차체가 점차 커지고 진동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데 피아트는 레트로 디자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신형 500에 다시금 2기통 엔진을 부활시켰다. 탄소저감을 위한 저배기량화는 소형 클래스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 친퀘첸토 시절의 낡은 OHV 구성이 아니라 최신 설계로 연비와 배출가스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875cc 배기량에 SOHC 4밸브 헤드를 얹고 상황에 따라 밸브 타이밍을 제어하는 트윈 에어 기술과 터보차저를 결합했다. 그 결과 최고출력 85마력, 최대토크 15.8kg·m. 진동문제는 밸런스 샤프트를 이용해 해결했다. 30km/L에 이르는 연비에 km당 CO₂ 배출량 100g을 밑도는 이 엔진은 2011 올해의 엔진(1L 이하)과 베스트 뉴 엔진, 베스트 그린 엔진을 동시에 수상했다.

직분사와 압축비로 가솔린을 혁신
내연기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압축비에 숨겨져 있다. 압축비를 10:1에서 15:1로 올리면 열효율 9%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올릴 수 없는 데는 여러 가지 기술적 장벽이 있기 때문. 가솔린 엔진의 압축비는 10~12:1이 일반적으로, 그 이상 올리면 노킹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압축된 혼합기체가 빨리 뜨거워져 스파크 플러그 불꽃이 튀기기도 전에 스스로 불붙어 이상연소가 일어나는 것이다.

가솔린 엔진은 고성능차라도 12:1이 한계로 여겨져왔지만 마쓰다 스카이액티브-G 엔진은 압축비가 무려 14:1. 연소 후 남아 있는 잔존가스가 연소실 온도를 높이는 주범이라는 데 착안해 새로운 배기 시스템을 설계하고 연소시간을 줄이도록 피스턴 윗면에 옴폭한 연소공간을 만든 결과다. 또한 배기밸브를 늦게 닫아 팽창행정의 스트로크를 더 높게 활용하는 밀러사이클을 사용, 1.3L의 배기량으로 하이브리드에 필적하는 30km/L의 연비를 실현했다. 물론 이것은 직분사와 아이들스톱 등 다양한 기술이 조합된 덕분이다.

스카이액티브에도 쓰인 연소실 직접분사(직분사)는 고압축비보다 훨씬 일반화된 기술이다. 1990년대 미쓰비시 GDI를 기점으로 토요타 D-4, 폭스바겐 FSI, 메르세데스 CGI, 포드 에코텍 등 다양한 이름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들이 등장했는데, 디젤에 비해 연료의 점성이 낮기 때문에 분사압은 200~300기압이면 충분하다. 최신 직분사 가솔린은 디젤에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연료를 여러 차례 나누어 분사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연소제어를 실현하고 있다.

배기량을 내 마음대로
제아무리 탄소감축이 중요하다고 해도 함부로 엔진 크기를 줄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미국산 대형차라면 역시 V8 엔진을 얹어야 제맛이고, 고성능차 역시 멀티 실린더에 대한 로망이 있다. 엔진 기통수에 대한 메이커들의 딜레마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우디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우디 S시리즈에는 S3부터 S4, S5, S6, S8 등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하며 그들간의 명확한 경계선을 나눌 필요가 있다. S3이 4기통, S4/S5가 6기통을 선택했으니 S8은 V8 이하로는 내려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형의 V10 대신 V8 4.0L 직분사 트윈 터보를 개량해 519마력을 얻어냈다.

구형 V10 5.2L 엔진의 연비는 7.6L/km. 반면 신형은 9.8km/L까지 개선되었다. 스타트/스톱 기능에 더해 가변식 실린더 기술(cylinder on demand)을 사용한 덕분이다. 이 기술은 일부 실린더에 연료공급을 끊어 8기통 엔진을 상황에 따라 4기통만 작동시키는 원리다. 미국 메이커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가변 배기량 기술은 2003년 GMC 엔보이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V8 엔진에 얹은 것이 시초. 가속 등 큰 힘이 필요할 때는 모든 실린더를 작동시키지만 정속주행처럼 부하가 낮을 때에는 일부 실린더에 연료공급을 끊어 연료를 절약한다. 이후 쉐보레 임팔라와 몬테카를로 등에도 얹혔으며 AFM(GM), VCM(혼다), MDS(크라이슬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상품화되었다.

효율이라면 가솔린보다는 디젤
19세기 말 루돌프 디젤에 의해 개발된 디젤 엔진은 고압축비를 통해 연료를 자연발화시킴으로써 높은 효율과 강력한 토크를 낼 수 있었다. 초창기에는 산업기계와 선박, 트럭 등 대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1930년대 메르세데스 벤츠 260D를 시작으로 양산차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연비는 좋지만 시끄럽고 매연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디젤 엔진은 90년대 말 직분사 기술이 확립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교한 분사제어와 터보차징 덕분에 성능 면에서도 가솔린 엔진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 특히 유럽에서 디젤 엔진의 인기가 높아 결코 경유가 가솔린보다 싸지 않지만 새로 팔리는 차 절반 이상이 디젤 엔진을 얹는다.

내연기관은 이론적으로 압축비가 높을수록 효율이 높다. 그런데 노킹 때문에 12:1 이상으로 올리기 힘든 가솔린 엔진과 달리 압축착화 기관인 디젤 엔진은 20:1 이상도 가능하기 때문에 연비 면에서 유리하다. 1986년 피아트가 처음 선보였던 디젤 직분사 시스템은 당시 300바의 압력이었는데, 최신 커먼레일 시스템의 경우 2,000기압을 넘기도 한다. 압력이 높을수록 연료를 미세하게 분사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은 동급의 가솔린 엔진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연비가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으며 토크가 강력하다. 폭스바겐 골프의 가솔린과 디젤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GTi와 GTD를 비교해 보면 두 엔진의 장단점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발전하는 하이브리드
엔진과 모터를 함께 얹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9세기 말 페르디난트 포르쉐에 의해 처음 개발된 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7년 토요타가 최초의 상용 모델 프리우스를 발표하고 성공시킴으로써 미래형 저공해 자동차의 한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가솔린 엔진으로 연비를 높이고 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하이브리드. 따라서 디젤 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판매고를 보인다. 최근에는 유럽 일부 메이커에서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대부분 바퀴를 굴리는 데 엔진과 모터의 동력을 함께 사용하는 병렬 방식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PHEV(Plug-in Hybrid Vehicel)가 주목받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기존 하이브리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보다 많은 배터리를 얹고 외부에서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전기차의 특성을 더한 것. 전기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EV 모드)가 늘어나므로 충전만 제때 해준다면 엔진을 거의 가동하지 않을 수 있다.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은 EV 모드에서 23.4km, 쉐보레 볼트의 경우는 64km를 달릴 수 있다. 또한 전기차와 달리 엔진이 달려 있으므로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계속 주행이 가능하다.

마른 걸레도 다시 짜라
연료의 폭발력을 회전운동으로 변환하는 내연기관은 그리 효율이 뛰어난 기관은 아니다. 엔진 블록을 통해 발산되는 열과 마찰 등 쓸모없이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에는 엔진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산차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이나 변속기와 변속 타이밍을 늦추고 액셀 페달을 둔감하게 만드는 에코 드라이브 모드 등이 바로 이런 노력들이다.

BMW에서는 다양한 효율개선 기술을 한데 뭉뚱그려 이피션트다이내믹스(EfficientDynamics)라고 부른다. 우선 효율이 가장 높은 직분사 엔진을 중심으로 차가 정지할 때마다 시동을 멈추는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달아 공회전에서의 연료 낭비를 막는다.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엔진을 멈추었다가 액셀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린다. 회생제동 장치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모으는 장치. 모터가 발전기가 되어 전기를 만들고 배터리에 저장한다.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은 유압펌프를 엔진으로 구동하느라 일정수준 부하로 작용했다. 따라서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역시 연비 개선에 효과가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경우에는 에어컨 컴프레서까지 모터로 구동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공기저항을 줄이는 가동식 에어 벤트나 구름저항을 줄인 타이어도 이피션트다이내믹스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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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 토요타 프리우스. 최근 가정용 전기로 충전해 모터 주행거리를 늘인 플러그인 모델이 나왔다쉐보레 볼트는 전기차처럼 보이지만 발전용 엔진을 얹고 있다쉐보레 콜벳은 후계 모델에서 배기량을 5.5L로 줄일 예정이다폭스바겐 1.4 TSI와 닛산의 1.2 직분사 수퍼차저 등 과급기 엔진이 늘어나고 있다피아트는 소형차 500에 2기통 엔진을 부활시켰다압축비를 14로 높여 효율을 개선한 마쓰다 스카이액티브 엔진녹색(작동) 빨간색(비작동)같은 배기량이라면 가솔린보다는 디젤쪽이 효율과 연비가 뛰어나다고성능이면서도 뛰어난 연비와 낮은 CO₂ 배출량을 자랑하는 골프 GTDBMW 이피션트다이내믹스처럼 많은 메이커에서 다양한 효율개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