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은 몰론 민사적 보상까지 - 고의적인 교통사고의 보상처리
2011-01-25  |   27,997 읽음

최근 지방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차를 밀고 있는 사람을 친 것도 모자라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에게 삿대질까지 하는 운전자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결국 그 운전자는 뺑소니로 입건됐다. 피해자는 운전자가 고의로 자신을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서 조사과정에서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만약 운전자의 고의성이 인정됐다면 이번 사고의 처리과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번호에서는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을 때의 보상처리를 소개한다.

‘고의’는 자신의 행위에 의해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행하는 ‘확정적 고의’와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 즉, 피해자를 다치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 감행한 경우까지도 고의에 의한 사고로 인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고의사고 유형으로는 음주 단속하는 경찰관을 차 문에 매단 채 주행하여 경찰이 상해를 입은 경우, 사고현장을 떠나려는 가해 차를 피해자가 몸으로 막고 있는데 그냥 밀치고 나가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상대 차의 추월이나 급차선변경 때문에 감정이 상한 운전자가 상대차를 고의적으로 추돌하거나 상대 차 앞에서 급정거한 경우 등이다.

가해자가 능력 없어도 보상받을 수 있어
앞서 소개한 주차장 사고가 고의로 인정됐다면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아니라 ‘형법’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아 더 큰 형사처벌을 받는다. 게다가 고의사고는 자동차보험 약관의 면책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보험혜택을 전혀 받을 수가 없으며(보험은 언제나 우연성을 전제로 한다) 피해자의 손해를 직접 배상해야 한다.
상법 및 자동차보험약관은 ‘고의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서 고의사고를 면책하는 이유는 사고의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고, 이러한 고의사고를 보상할 경우 범죄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동차보험 일부 담보에서는 고의사고에 대해서도 보상하는 예외적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

‘대인배상Ⅰ’(흔히 ‘책임보험’이라 불림)은 고의사고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9조에 의거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할 때에는 보험회사가 책임보험금 한도 내에서 먼저 보상하고,
그 금액을 피보험자(가해운전자)에게 청구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책임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 때문이다. 따라서 가해자가 손해배상을 거부하거나 배상할 능력이 없더라도 피해자는 책임보험금 한도내에서 가해차가 가입한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자기신체사고’(자동차상해) 담보는 고의를 유발한 당사자에 대한 보험금만 지급하지 않고 나머지 피보험자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운전 중 고의로 사고를 내어 그 차에 타고 있던 가족들이 사상한 경우, 보험회사는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피보험자(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만약 이 사고로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사망보험금 중 아버지가 상속받을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제된다. 그렇지만 일가족 모두가 고의사고를 공모한 경우에는 누구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참고로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 ‘자기차량손해’ 담보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이들의 법정대리인 또는 피보험자와 살림을 같이하거나 같이 사는 친족의 고의로 인한 손해’까지도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고의사고는 운전자에게 형사적 책임은 물론 민사적으로도 손실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유의하여야 한다. 운전할 때에는 상대방의 고의사고(보험금을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부딪치는 사고)도 조심해야 하겠지만 순간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생기는 우발적인 고의사고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발적인 고의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려다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난폭운전하는 상대 차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양보하는 방어운전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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