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퀴에 의한, 네바퀴를위한 Four Wheel Drive
2011-01-22  |   27,428 읽음

최초의 자동차는 세바퀴(칼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카)였지만 일반적으로 자동차 하면 네바퀴가 주류를 이루어왔다. 앞뒤 좌우에 배치된 4개의 바퀴는 롤링이나 피칭 등 차체 움직임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개차 같은 특수장비를 제외하면 앞바퀴는 방향을 바꾸는 조향바퀴로 사용한다. 반면에 엔진의 동력을 받아 차를 움직이는 구동바퀴의 경우 여러 가지 방식이 존재해왔다. 현재 국산차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앞바퀴굴림, 대형차나 스포츠카에서 쓰이는 뒷바퀴굴림 그리고 네바퀴굴림으로 나뉜다.

네바퀴굴림(4WD, 4 Wheel Drive)차의 역사는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93년 영국의 B. 디플록은 네바퀴 조향과 세 개의 디퍼렌셜을 갖춘 혁신적인 구동계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자동차 기술로 실현하기란 쉽지 않은 꿈의 메커니즘이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로너사에 근무할 당시 설계했던 네바퀴굴림 하이브리드카. 1899년 제작된 이 차는 바퀴마다 하나씩 허브 모터를 갖춘 네바퀴굴림 전기차였다.

2차대전과 WRC를 통한 대중화
일반적인 의미의 네바퀴굴림 자동차(기계적인 네바퀴 굴림)의 효시는 1903년 등장한 스파이커 60 H.P를 꼽는다. 네덜란드인 스파이커 형제가 제작한 이 차는 6기통 엔진을 얹고 네바퀴를 굴리는 2인승 스포츠카로서 역사상 최초의 4륜구동차로 불리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로우만컬렉션에 가면 이 차를 볼 수 있다.

네바퀴굴림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비싸고 내구성이 떨어졌지만 1차대전을 기점으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창업한 FWD(Four Wheel Drive Auto Company)는 1차대전 기간 중 미국과 영국군에 2만여 대의 네바퀴굴림 모델B 트럭을 판매한 기록이 있다.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는 군용차에게 4WD는 매우 유용한 장비였다. 네 개의 바퀴에 구동력을 분산시킴으로써 바퀴의 미끄러짐을 막을 수 있어 거칠거나 굴곡진 노면도 마음껏 달릴 수 있었다. 따라서 초창기 4WD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군용차 등 특수용도에 주로 사용되었다. 포드 트럭을 네바퀴굴림으로 개조한 마몬 헤링턴이나 1907년 다임러의 데른버그 바겐 등이 이런 케이스. 메르데세스 벤츠는 1926년 G1을 시작으로 G시리즈를 발전시켰는데, 1937년 G5의 경우 이미 네바퀴 구동, 네바퀴 조향, 3개의 디퍼렌셜과 독립 서스펜션을 갖춘 선진적인 구조였다. 이 G시리즈의 전통은 현재의 G바겐과 우니모그로 이어지고 있다.

1941년에는 4WD계의 최고 네임벨류를 자랑하는 지프(Jeep)가 등장했다. 그 역사는 미육군의 군용차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서 활약한 큐벨바겐에 자극받은 미육군은 135개 회사에 군용차 설계를 급하게 요청했다. 여기서 선택된 것이 아메리칸 반탐의 제품. 가벼운 차체에 네바퀴를 굴린 이 차는 큰 인기를 끌어 2차대전 중 무려 64만 대 이상 생산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네바퀴굴림 전령사로 활약했다. 지프 못지않게 4WD에서 명성이 높은 랜드로버의 시발점 역시 지프였음은 잘 알려져 있다. 1947년 윌리스 지프의 섀시에 로버의 엔진과 기어를 얹은 차가 랜드로버의 첫 프로토타입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오자 자연을 즐기는 캠핑족과 오프로드 매니아를 중심으로 4WD 모델이 사랑받기 시작했다. 아직은 군용차 느낌이 강한 외모로 투박한 모델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반인에게 훨씬 가까운 존재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독립적 영역에 머물러 있던 4WD가 승용차 영역으로 내려오게 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그 개척자는 일본의 스바루와 독일의 아우디. 역사적으로는 영국 젠센의 FF가 최초의 양산 4WD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생산대수가 320대에 불과했다. 반면 아우디는 유럽을 중심으로 열리던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콰트로’라는 이름의 4WD 쿠페를 출전시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전까지 랠리카의 주류는 소형 FR이었는데, 덩치 큰 아우디 콰트로 쿠페가 오프로드, 눈길, 빗길 가리지 않고 고속질주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네바퀴굴림의 장점을 눈앞에서 확인한 메이커들은 너도나도 4WD 랠리카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대세가 되었다.

1980년대까지 4WD는 험로나 비포장 혹은 빗길이나 눈길을 위한 장치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랠리무대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4WD 머신을 통해 스포츠주행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수퍼카는 레이싱카 설계에서 영향을 받은 미드십 리어 드라이브(MR)와 전통적인 뒷바퀴굴림(FR)이 주류였다. 그런데 1986년 포르쉐가 발표한 959는 이런 선입견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점차 강력해지는 엔진출력을 뒷바퀴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포르쉐가 네바퀴로 동력을 나누어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신세대 수퍼카를 개발한 것. 일본에서도 1989년 부활한 스카이라인 GT-R(R32)이 일반도로뿐 아니라 서킷에서 연전연승하며 스포츠카시장에 4WD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지금은 양산차 메이커 대부분이 4WD 모델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을 만큼 보편화되어 있다. SUV가 인기를 끈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로, 이는 한국의 경우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세단은 아직 쌍용 체어맨 W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 메이커들은 4WD 도입에 훨씬 적극적이어서 일본은 눈이 많은 홋카이도 지역을 고려해 대형부터 경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에 4WD 버전이 있다. 유럽에서는 콰트로 브랜드를 앞세운 아우디 외에도 폭스바겐 4모션, 메르세데스 벤츠 4매틱, BMW x드라이브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첨단 네바퀴굴림의 시대로
네바퀴굴림은 말 그대로 네 개의 바퀴에 모두 구동력을 전달하는 구동방식이다. 언제나 네바퀴를 굴리느냐 선택적으로 2WD 전환이 가능하냐에 따라 풀타임 4WD, 파트타임 4WD 등으로 나뉘고 센터 디퍼렌셜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뉘지만 요즘은 구조나 기능이 세분화되고 전자제어장비까지 결합되면서 명확한 구분이 힘들어지고 있다.

레이아웃에 따라서는 앞바퀴굴림 기반과 뒷바퀴굴림 기반, 센터 디퍼렌셜이 있는 타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본 형태에 따라 특성이 갈리지만 최근에는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과의 결합을 통해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추세.

4WD 시스템의 단점이라면 구조가 복잡해 가격이 오르고 무게가 늘어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안정적인 대신 앞바퀴 그립을 구동력에 일부 사용하기 때문에 핸들링의 민첩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동력의 좌우 비율을 능동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미쓰비시가 WRC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AYC(Active Yaw Control)나 혼다 레전드의 SH-AWD 그리고 아우디의 스포츠 디퍼렌셜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코너를 돌 때 바깥쪽 바퀴에 더 큰 힘을 배분해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기 때문에 코너링 스피드를 높이고 핸들링 성능을 개선한다.

앞서 언급한 기술이 온로드 성능에 중점을 두었다면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와 지프의 셀렉 터레인은 잠금 가능한 디퍼렌셜과 조절식 서스펜션 등을 조합해 온로드부터 본격적인 오프로드, 락 크롤링까지 가능케 하는 첨단 시스템. 전통적인 오프로더의 최신 진화형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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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랠리무대를 휩쓸었던 아우디 콰트로(1984)세계 최초의 4WD 자동차인 스파이커 60 H.P (1903)미군 군용차로 시작된 지프는 4WD 전령사가 되었다. (1941)스바루는 아우디와 함께 승용 4WD의 선도적 존재다. 사진은 1972년에 나온 최초의 승용 4WD 레오네 왜건 (1972)오프로더용 4WD 진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랜드로버 터레인리스폰스 (1980)수퍼카 최초로 네바퀴를 굴린 포르쉐 959 (1986)1937년의 벤츠 G5는 3개의 디퍼렌셜과 4WS를 갖춘 선진적 구조를 보여준다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