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 - 좌회전 교통사고의 보상처리
2010-11-20  |   25,190 읽음

지난 8월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비보호 좌회전’에 대한 사고처리기준을 변경하였다. 종전에는 비보호 좌회전 표시가 있는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좌회전 차에 ‘신호위반’을 적용했지만, 이제는 녹색신호에 좌회전을 한 경우에는 ‘신호위반’이 아니고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을 적용한다. 또한 2012년부터는 모든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가 없어지고 3색 신호등 체계로 개편된다. 이것은 모든 국가의 교통신호체계를 동일하게 운영해 어느 국가에서 운전을 하든지 신호체계로 인한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제협약의 표준 신호체계는 녹색, 적색, 황색의 3색 신호등만 사용하며, 녹색에서는 좌회전을 허용하고 적색에서는 우회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좌회전 신호가 없는 3색 신호등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좌회전 신호에 익숙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녹색신호의 비보호 좌회전 사고는 쌍방과실
우선 변경된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비보호좌회전표지(또는 표시)가 있는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하게 되면, 어떤 신호에 좌회전을 했느냐에 따라 보상처리가 달라진다. 만약 녹색신호에 좌회전을 했다면 좌회전 차에 80% 정도의 과실이 적용되지만, 적색신호에 좌회전을 하면 신호위반으로 처리되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녹색신호에 좌회전을 했을 때는 좌회전 차의 피해에 대해서도 상대방차와 과실비율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단 녹색 신호에 좌회전을 했어도 보행자와 충돌하면 여기에는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이 적용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CCTV나 목격자가 있다면 누가 더 잘못했는지 파악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양쪽 운전자의 주장이 서로 달라 경찰관도 쉽게 판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는 과실판정이 훨씬 복잡하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의 통행우선순위는 교차로에 먼저 진입하여 진행하는 차, 도로 폭이 넓은 곳을 진행하는 차, 직진 진행 차 순으로 우선권이 결정된다. 따라서 좌회전 차는 교차로에 먼저 진입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상대차보다 과실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 자동차보험 약관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좌회전 차와 직진차가 충돌한 사고에 있어 좌회전 차의 기본과실을 70%로 규정하고 있고, 도로상황 및 사고형태에 따라 10~20%를 수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상대방이 이륜차 또는 자전거인 경우에는 좌회전차의 기본과실이 80~90%로 올라간다. 간혹 직진 차 진행 방향에만 일시정지 표지가 있고 좌회전 차의 진행방향에는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예외적으로 직진 차의 과실이 60~70%로 더 많다.

1, 2차로에서 동시에 좌회전하다가 충돌하는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이 경우에는 교차로에 표시해 놓은 좌회전 유도선을 벗어난 차의 과실이 더 많다. 만약 유도선 표시가 없는 곳이라면 가상의 유도선을 그려서 가·피해차를 구분한다. 때로는 1차로에서 좌회전하지 않고 직진하다가 2차로에서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던 차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지정차로를 위반한 1차로 차에 더 많은 과실이 적용된다. 그리고 교차로를 빨리 통과하려고 안쪽으로 바짝 붙어서 좌회전하는 차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차체의 일부가 중앙선을 넘어간 상태에서 회전을 하기 쉽다. 그러다가 마주오던 차 또는 교차로 왼편 차로에 대기 중인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중앙선침범’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된다. 경찰청 교통사고 처리기준에 의하면 바퀴 등 차체의 일부가 중앙선을 넘어간 경우에는 단순 운전부주의로 보고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차체의 전부가 중앙선을 넘어가거나 의도적으로 중앙선을 넘어간 경우에는 ‘중앙선침범’ 사고로 처리된다.

이번에 변경된 비보호 좌회전 처리기준은 운전자들에게 교차로 통행시 예전보다 더 많은 주의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녹색신호에 직진하는 차도 교차로를 통과할 때에는 속도를 줄여야 하며, 교차로에 선진입한 차에게 통행을 양보하는 운전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좌회전 차도 무리하게 좌회전하려고 하지 말고,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없을 때에만 좌회전을 하여야 한다. 또한 좌회전을 할 때에도 과감하고 신속하게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마주 오는 차뿐만 아니라 보행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튼 이번 조치는 교통흐름 개선과 운전자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하여 실시된 제도인 만큼 모든 운전자가 조금 더 양보하고 신호를 준수하여 교통문화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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