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SIP - 개념 사수 차안 에티켓
2008-12-18  |   10,742 읽음

몇 년 전 오래된 이성 친구의 차를 얻어 탄 적이 있다. 아침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에 들어가야 하는 야근이 지속되고, 몸이 땅으로 꺼져 들어갈 즈음 마침 회사 앞을 지나던 친구가 집까지 태워 주겠다는 고마운 제안을 한 것. 당시는 오너드라이버가 아니었기에 기회를 놓칠세라 급하게 일을 마무리하고 친구의 차를 탔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출발을 기다리는데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곧이어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 “내가 운전기사야? 빨리 앞으로 와서 앉아!”

갑작스런 공격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동반석 뒷자리, 그러니까 일명 ‘사장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말 많은 친구는 당시의 굴욕(?)을 빌미로 여자들이 차안에서 하는 개념 없는(?) 행동에 관하여 줄줄 내뱉기 시작했다. 잠깐의 실수로 그 ‘개념 없는 여자’에 속하게 된 기자 역시 이에 질세라 여성의 입장에서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 시간 가량 지속된 혈전의 내용은 이렇다.

차만 타면 잠자는 여자는 꼴불견
상대가 아무리 편하다 해도 구두를 벗고 대시보드에 발을 올리는 것은 정말 이해 못할 행동이다. 제아무리 사랑하는 여자라도 발 냄새가 차안에 진동하는데 참고 넘어갈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부츠를 신었다면 냄새는 몇 배 더 지독하다). 설상가상으로 한심하단 듯 바라보는 옆 차의 시선을 느낄 때면 고개 돌리기가 민망할 정도다.

여자와 거울은 떼어 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은 안다. 거울을 보며 립스틱이나 마스카라를 칠하는 여자의 모습은 어떤 남자가 보아도 섹시하다. 허나 그 거울이 남자의 차안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남자의 차가 화장대도 아닐 뿐더러 운전에도 방해가 된다. 혹 화장이 번질까 조심스레 운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때면 스스로 한심해지기까지 한다.

간혹 자신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도 된 듯 착각하는 여자가 있다. 동반석에 앉았다 하면 잠들어버리는 여자, 장거리 운전에는 더더욱 그렇다. 운전은 남자가 하는데 왜 여자가 피곤하단 말인가. 그 긴 시간 말동무라도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음료수 캔이나 과자 봉지, 휴지 등의 쓰레기를 차안에 함부로 버리는 행동도 참으로 못마땅하다. 기껏 세차하고 실내 클리닝까지 완벽하게 했는데 차안에 쓰레기가 쌓여가는 꼴이라니. 차라리 나에게 던져라. 거침없이 문을 여닫는 매너는 또 어디서 배운 건가. 특히 좁은 공간에 주차했는데 과격하게 문을 열 때면 문에 흠집이라도 날까 조마조마하다. 일일이 따지면 쩨쩨하다 생각할까 말도 못하겠고, 이런 행동들은 알아서 자제해 주면 안 되나? 

운전만 하면 카레이서가 되는 남자는 No
누군가 그랬다. 남자의 시선엔 두 가지 타입의 운전자가 있다고. 자신보다 차를 빨리 모는 사람과 천천히 모는 사람. 모두 자신에게 욕을 먹어 마땅한 ‘형편없는 운전자’란다. 평소에 점잖다가도 차만 타면 욕이 튀어나오는 남자들. 혼자 운전을 한다면 그 안에서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지만 적어도 여자와 동승했다면 듣기 민망한 욕은 자제해야 하는 것이 매너 아닐까. 담배를 피울 때도 마찬가지다. 예의를 갖춘답시고 창문은 내리지만 바람 때문에 애써 단장한 머리가 실타래처럼 얽혀버릴 때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운전석에만 앉으면 카레이서로 변하는 남자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옆 차선의 차가 좀 더 앞서가면 여자의 속이 울렁거리든 말든 괜한 경쟁심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영화를 찍는다. 일을 그렇게 하면 좋으련만. 더욱이 이겼다고(?) 환호하거나 졌다고 자존심 상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닌텐도라도 사주고픈 심정이다.
운전이 서툰 차를 보면 ‘여자야?’ 하며 굳이 운전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남자. 그리고는 ‘그럼 그렇지!’로 시작해 여자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괴변들을 늘어놓을 때면 듣고 있기 거북하다. 같은 오너드라이버로서 이해는 하지만 특정 상황을 여성 전체의 문제로 묶어 비하하는 말이라니……. 자신의 어머니나 여동생, 여자친구도 운전한다는 사실을 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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