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휴식의 성지 - 일본 오이타 현(大分縣)
2009-11-19  |   22,924 읽음

지옥에서 즐기는 달콤한 온천, 벳푸(別府)
온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일본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 규슈 오이타 현에 있는 벳푸는 온천수 하루 용출량이 많고 교통이 편리해 아리마, 노보리베쓰와 함께 일본 3대 온천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벳푸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다양한 온천장이 마련돼 있다는 것.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온천장부터 까다로운 여행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급 온천장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이런 벳푸 온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지옥온천 순례.’ ‘지옥온천’은 1,200여 년 전 벳푸를 감싸는 쓰루미다케 산의 화산 폭발로 분화구가 생성된 뒤 사람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라고 해 붙은 이름이다.

온천수가 돌 사이로 솟아오를 때 발생하는 증기로 밥을 지었다는 ‘가마도 지옥’, 솟아오르는 온천수와 연기가 마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우미 지옥’, 물 색깔이 붉은 ‘지노이케 지옥’ 등 8개의 각기 다른 온천이 있다. 온천수에 익혀 먹는 계란과 어묵은 누구나 맛보는 이곳의 명물이다.

뜨거운 온천수로 몸의 피로를 풀었다면 다음은 ‘오이타 향 박물관’을 들러 마음속까지 상쾌해질 시간이다. 벳푸 시 기타이시가키에 있는 향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시작된 향의 역사와 제조과정, 세계의 유명한 향수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그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중세를 재현한 방에는 1억원이 넘는 드레스가 전시돼 있고, 세계 각국의 유물급 향수병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직접 향수를 만들어보는 조향체험공방. 박물관 입구에서 미리 예약을 하면 관람이 끝날 즈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기만의 오리지널 향수를 만들 수 있다.

남성 혹은 여성향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만드는데, 완성된 향수는 일주일 후부터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라벤더, 자몽, 민트향 등을 골라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로마 룸과 향기 제품을 판매하는 뮤지엄숍, 허브가든을 바라보며 차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등이 마련돼 있다.

언덕 위의 사무라이 고장, 키츠키(杵築)
에도 시대의 전통 가옥과 마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이타 현의 키츠키(杵築)는 일명 ‘사무라이 고장’으로 통한다. 지금도 사무라이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키츠키는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언덕이 형성돼 있는데, 언덕 위에는 과거 무사들이 살던 저택이, 언덕 아래에는 상인들의 터가 조성돼 있다. 지금은 누구라도 언덕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과거 상인들은 절대 이 길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언덕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간조바노사카 언덕길’과 ‘스야노사카 언덕길.’ 그 중 간조바노사카 언덕길은 넓은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유는 말과 가마꾼이 오르내리기 쉽도록 만들었기 때문. 언덕길 양옆의 토벽과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에도 시대의 그윽한 향기에 젖어 당시의 유적들이 뭔가 속삭이는 듯한 묘한 감정에 빠져든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키츠키 성과 모리에만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

이 사무라이 마을을 반대쪽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키츠키 성(천수각)이다. 키츠키 성은 모두 3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에는 키츠키 시를 대표하는 다양한 소품이, 2층과 3층에는 키츠키뿐만 아니라 일본 전통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의복, 장신구 등이 전시돼 있다. 키츠키 성 3층은 전망대로 광활한 키츠키 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키츠키에서는 독특한 풍경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키츠키를 안내하는 노년의 가이드. 이들은 전문 교육을 받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오직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 활성화하기 위해 몇 년째 자청해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것. 이들 자원봉사자는 키츠키 뿐만 아니라 오이타 현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벳푸 최고의 온천 리조트, 스기노이 호텔
벳푸 최고의 온천 호텔인 스기노이 호텔(SUGINOI HOTEL)은 산 중턱에 있어 한쪽으로는 푸른 숲이, 다른 한쪽으로는 벳푸 시내와 벳푸만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스기노이 호텔의 마스코트는 호텔 옥상에 있는 대전망 노천탕 ‘다나유.’ 뜨끈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눈앞에 펼쳐진 벳푸의 절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일상의 갖은 잡념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다나유는 호텔 투숙객들뿐만 아니라 벳푸 시민 등 일반인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노천탕인 ‘미도리유’는 호텔 투숙객 전용으로 운영돼 한결 오붓한 온천욕을 할 수 있고, 가족 단위 투숙객들을 위한 가족탕도 있다. 이밖에도 대형 실내 워터파크인 ‘아쿠아비트’, 대규모 볼링장인 ‘스기노이 볼’, 오락실 ‘남코랜드’, 각종 기념품과 특산품을 파는 ‘쇼핑 아케이드’ 등 리조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한 다채로운 위락시설을 갖추고 있다.
숙박료: 1만5,900엔~(평일, 1박 2식 포함) 홈페이지: www.suginoi-hotel.com

일본의 옛 모습을 찾아 떠나는 여행, 분고타카다(豊後高田)
오이타 현 북동쪽에 있는 분고타카다(豊後高田)는 쇼와(昭和) 30년대(약 1960년대)를 재현한 쇼와 마을(昭和の町)로 유명한 곳이다. ‘SONY’(소니) 간판이 크게 달린 전기상회에는 쇼와 시대에 만들어진 냉장고, 세탁기, 흑백 TV 등이 전시돼 있고 마을 곳곳에는 옛날 물건과 먹거리 등을 전시ㆍ판매한다. ‘쇼와좌’, ‘하이눈’, ‘로마의 휴일’ 등의 간판이 걸린 극장은 마치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상인들 역시 쇼와 시대 의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총 500m의 거리에 이어지는 이러한 모습은 사실 얼마 되지 않은 풍경이다. 분고타카다 지역은 쇼와 시대인 1954년 정촌(町村) 합병으로 1시 2정으로 개편되면서 젊은이가 떠나고 고령화가 지속되는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급속한 산업화의 바람이 더해져 결국 개와 고양이만 남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퇴락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위기감에 사로잡힌 마을 주역들은 마을의 얼굴인 중심가(쇼와거리)를 되살리기로 결정, 현대화가 아닌 쇼와 시대로의 복귀를 선택한다.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시도와 변화 끝에 현재 이 작은 마을은 연간 400만 명이 찾는 일본 최고의 여행지가 됐다. 쇼와거리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쇼와 시대 유물을 전시해 놓은 ‘다가시야 꿈의 박물관’(Dagashiya-no-yume Museum)이다. 박물관장이 25년간 모은 20만 점의 물품을 전시했다는 이곳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우주소년 아톰부터 다양한 일본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쇼와 30년대의 향수를 마음껏 즐겼다면 이제 천 년의 낭만과 대자연이 조화로운 후키지(富貴寺)와 구마노마애불(熊野磨佛)을 감상할 차례다. 언뜻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자그마한 절 후키지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마을 주민이나 몇몇 오갔을 초라한 이곳이, 알고 보니 일본 국보로 지정된 절이란다. 게다가 규슈에서 현존하는 제일 오래된 목조 건축물일 뿐 아니라 나무 한 그루만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절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정면이 아닌 측면, 즉 신을 벗고 계단을 올라가 절의 앞쪽을 돌아 옆으로 가야 있다. 이동을 불편하게 만든 이유는 절 안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최대한 막아 불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귀하게 모셔진 ‘아미다 불상’ 역시 주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구마노마애불은 약 1200년 전 바위에 조각된 불상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석불로 뒤쪽에는 사람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다. 구마노마애불로 오르는 길은 신자들이 고행의 길로 여길 만큼 가파르지만 그 시간이 고되지 않을 만큼 맑은 공기와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분고타카다 시의 명물, 보넷또 버스
이 버스는 보넷또 버스(bonnet bus)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닛이 길게 튀어나와 붙여진 이름이다. 1956년에 만들어져 13년 동안 운행되다 1969년부터 방치, 관광 목적으로 올여름에 복원됐다. 엔진부터 차 내부까지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운전사와 여차장의 모습도 옛 복장 그대로다. 독특한 것은 차체 바닥이 나무 합판이고 앞좌석이 마주보게 되어 있다는 것. 25명 정원인 보넷또 버스의 승차비는 무료, 허나 엄청남 엔진 소리와 에어컨이 없는 관계로 여름에는 더위를 감수해야 한다.

벳푸의 절경을 품다, 히지마치(日出町)
히지마치에 가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이 바로 요코쿠성(暘谷城) 유적터다. 1601년 초대 영주 기노시타 노부토시 공이 축성한 이곳은 눈앞에 다카사키 산과 벳푸만의 아름다운 경관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오이타 현 백경(百景)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요코쿠 성벽에는 2.1km의 보행로가 조성돼 있다. 1960년대 건축된 이 운치 있는 보행로를 걷노라면 귓전에 들리는 파도 소리와 오밀조밀하게 늘어선 집들의 풍경이 더해지며 세상의 시름은 가벼운 깃털처럼 사사롭기만 하다. 요코쿠 성 주변에는 과거 무사의 자제들이 교육을 받던 번교(서당)와 매일 아침 8시 30분에 7번 울린다는 성벽 위의 종, 역대 영주의 묘지, 화가인 셋슈가 축조한 만류 정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히지마치에는 독특한 동물원이 하나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을 관람하는 곳이 아닌, 돌 위에 그려진 동물들로 가득한 바로 이시고로타치노 동물원(石ころ たちの 動物園)이 그곳. 스톤 주(Stone Zoo)라고도 불리는 이곳에는 길에서 흔히 보이는 돌 위에 온갖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완성된 작품으로 꾸며진 정원과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수백 점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섬세함과 완성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여러 방송 매체와 유명인이 찾아왔을 만큼 히지마치의 명물이 됐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일본 캐릭터 놀이공원 하모니랜드(ハ-モニ-ランド). 1993년 7월 21일 개관한 하모니랜드는 오이타 현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잡은 야외 테마공원이다. 헬로키티와 시나몬, 우사하나를 비롯한 산리오의 여러 캐릭터를 빠짐없이 만날 수 있으니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나 캐릭터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반가운 여행 코스다. 리드믹 코스터, 헬로키티 엔젤코스터, 하모니 트레인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으며, 특히 대관람차 원더파노라마는 귀여운 캐릭터 곤돌라를 타고 지상 약 60미터에서 벳푸의 화려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취재협조 : 화인존 www.fin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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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지는 벳푸만‘오이타 향 박물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향수를 만날 수 있다지옥에서 뿜어 나오는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고 해 이름 붙여진 가마도 지옥.  총 여섯 개의 연못이 있는데 색깔이 모두 다르다‘붉은 연못’이라 불리는 지노이케 지옥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 지옥이다벳푸 최고의 온천 리조트, 스기노이 호텔정겨운 토담과 기모노를 입은 여인전쟁으로 사라졌다가 1970년대 기부금으로 복원된 키츠키성무사의 저택과 상가를 잇는 스야노사카 언덕길. 토담과 석축이 아름답다에도시대의 정취가 지금도 남아 있는 키츠키의 전경키츠키의 한 상점히토마츠 저택. 수십 채의 집을 지을 수 있는 돈으로 건축됐지만 태풍 탓에 사람이 살지 못하고, 결국 관광용으로 쓰이고 있다규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후키지 사원구마노마애불로 오르는 길은 고행의 길이자 휴식의 길이다8m 높이의 일본 최대 마애석불인 구마노마애불1960년대를 재현한 쇼와 마을. 이 작은 마을에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분고타카다 시의 명물, 보넷또 버스요코쿠성 유적터. 역사에서 사라진 성터, 바다와 산을 바라보며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자연석 위에 아크릴로 그린 동물들산리오의 인기 캐릭터가 모두 모여 있는 하모니랜드시로시타 카레이는 요코쿠성 아래 바닷속에서 자라는 생선으로 육직이 두껍고 담백하며, 입에 넣는 순간 끈끈할 정도의 진한 맛이 일품이다요코쿠성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오이타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