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트렌드와 예술이 소통하는 거리 - 삼청동(三淸洞)
2009-11-19  |   24,644 읽음

광화문 네거리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곧장 들어가다 보면 청와대 진입로와 삼청동길 두 갈래로 길이 갈라진다. 그 가운데 소박한 입구와 낮은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선 삼청동길의 풍경은 이색적이면서도 고즈넉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고 대신 담벼락이 낮은 집들과 오래된 가옥들이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 삼청동은 주말에만 사람들이 몰렸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평일에도 젊은이들과 외국인의 왕래가 잦다.

삼청파출소를 시작으로 삼청 터널 입구까지 뻗은 삼청동길과 화개길을 비롯해 그 사이사이 골목에는 각종 식당과 카페, 그리고 패션 관련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옛날 한옥을 개조한 퓨전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테라스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40대 여성들이 주 고객이었던 삼청동에 20대의 왕래를 압도적으로 늘어나게 했다. 삼청동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와 디자인로커스가 기획한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사이드’로 인해 삼청동의 벽은 작품으로 물들었다.

폐가 벽에 소박한 ‘삼청동 옛지도’를 그리고, 굽이굽이 휘어진 골목마다 ‘꽃내음길’과 ‘바람길’ 등의 문패를 달았다. 사람들의 낙서로 가득한 담벼락에는 시를 붙이고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삼청동 재창조 프로젝트를 기획한 디자인로커스는 2008년 한해 동안 화개길에 있는 10개의 숍을 ‘아트 벨트’로 선정해 매장의 쇼윈도에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삼청동은 수십 년의 세월이 담긴 앨범을 넘겨보듯,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이색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지며 과거와 현재, 전통과 이국적인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그 때문일까, 삼청동을 찾아 가겠다 마음먹으면 가장 먼저 챙기게 되는 것이 카메라인 이유는.

갤러리와 카페의 색다른 동거
삼청동에 있는 미술관은 아트숍과 커피숍이 함께 있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멀티갤러리가 대부분이다. 삼청동 초입에 있는 ‘국제 갤러리’는 국내 현대 미술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곳으로,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 미술 애호가들이 꼭 들르는 필수 코스로 통한다. 한옥을 개조한 ‘갤러리 피프틴’은 ‘쿡앤하임’이라는 가정식 이태리 레스토랑을 운영, 맛있는 식사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작품 앞에 앉아 작가의 의도를 고민할 필요 없이 식사를 하면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2003년 문을 연 ‘아프리카 미술관’은 아프리카의 문화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곳. 짐바브웨, 케냐, 세네갈의 아티스트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조각품은 물론, 1920~50년대 아프리카 골동품, 회화 등 수백여 점이 전시돼 있다. 

방문객이 가장 선호하는 3층 옥상은 테이블 카페로 꾸며져 있어, 역시 편안히 쉬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화개길에 있는 ‘세계장신구박물관’ 역시 삼청동의 명물이다.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각국에서 모은 전통 장식품 2,000여 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유목민의 목걸이부터 값비싼 보석에 이르기까지 각종 장신구가 다양한 민족의 역사를 보여준다. 삼청동에 들러 여유롭게 차 한 잔을 즐기고 싶다면 북카페가 제격. 삼청동의 유명한 북카페는 2곳으로 삼청동길 초입에 있는 ‘진선 북카페’와 삼청동길 우리은행 옆에 있는 ‘북카페 내 서재’가 그곳이다. 특히 북카페 내 서재에는 과학, 인문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 3,000여 권이 앤티크한 책장에 진열돼 있다. 은은한 조명과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진한 나무색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

삼청동에서 트렌드를 묻다
삼청동에 있는 숍들은 단순 보세 상품보다는 희귀한 수제 제품을 취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 중 신발 매장이 압도적으로 많고 가방, 모자, 액세서리 등 패션 잡화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의류 매장의 경우 뉴욕이나 유럽 보세 제품들을 수입하거나 실험적인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쇼룸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삼청동 수제비길에 있는 ‘지아衣 갤러리’는 작은 매장이지만 예술 작품 같은 의상들로 판매 매장이라기보다는 근사한 갤러리 같다. 의상 하나하나마다 디자이너의 섬세한 감성이 정성스럽게 녹아 있어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제품으로 엄마와 함께하는 데이트는 물론, 오랜만에 여자친구들과의 외출이면 다채로운 컬러의 의상들을 보며 쇼핑과 감성 모든 것이 충전된다.
 
‘슈즈’와 ‘화랑’의 앞뒤 글자를 따서 조합한 ‘슈랑’은 그 이름과 퍽 어울리게 일렬종대로 줄을 선 슈즈들이 한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 만나는 슈랑의 모든 슈즈는 단 한번의 홍보 없이 오로지 입소문으로만 이름을 날린 확실한 ‘물건’들이다. 자개, 문고리, 한글 등 한국 고유의 장식 요소를 가미한 백 숍인 ‘스토리’는 한국보다 영국 등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 런던, 마드리드 등 12개국에 40개 매장을 가진 유명 가방 브랜드이며 영국 리버티 백화점에서 3년 연속 베스트 가방 브랜드 1위를 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길의 시작과 끝 위에 놓인 세계의 벼룩시장
삼청동의 여정이 끝나고 기념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는다면 ‘벼룩시장’에 들러보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삼청동길의 명물 중 명물로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워낙 작은 소품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어 일일이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 보면 10~20분은 그냥 지나간다.

벼룩시장 1층과 지하에는 앤티크 소품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는데 가구, 도자기, 돌그릇, 목공예 조각품 등 300여 점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벼룩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바로 고양이 조각품. 한복 입은 고양이부터 고기 잡는 고양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고양이까지 디자인도 다양하다. 특히 한복 입은 고양이는 이곳 사장이 직접 디자인해 인도네시아에서 2개월 동안 작업한 것이다. 좌판에는 대학생이 손수 나무 조각에 그림을 그린 휴대전화 줄을 비롯해 케냐 작가가 코끼리를 그린 접시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이정표, 간판, 조명, 나무 한 그루, 어디선가 흐르는 음악 등 삼청동에서는 무엇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삼청동에는 최근 와플가게가 부쩍 늘었다. 기와집 밑에서 즐기는 자바 커피와 와플, 그리고 아이스크림. 색다른 풍미다주머니가 가벼워도 괜찮다. 삼청동에는 무료로 입장하는 갤러리가 널리고 널렸으니까저 작은 카페에 무려 3,000여 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골목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삼청동길. 개성 가득한 가게들을 만날 때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마음이 설렌다삼청동길 초입에 있는 ‘벼룩시장’에 가면 낚시 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COFFEE’와 ‘WAFFLE’, 참으로 간단명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