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물든 산수화 단양
2008-09-14  |   9,193 읽음
구인사를 찾은 중생의 보따리가 버려야 할 삶의 무게만큼이나 버겁다. 오방색 단청과 기와 끝 풍경이 이곳이 사찰임을 말해주나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차라리 궁궐에 가깝다.
세속을 버린 부처의 해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욕(無慾)과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바란 나그네의 마음이 아쉬울 무렵 기도를 마친 여인의 미소가 청자색 단청만큼이나 고와 담고 버리는 것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햇살을 가득 품은 양백산 숲길에 여름은 완연하나 더위는 잠시 주춤하다. 태양이 주체 못할 제 불덩이를 토해내면 초록은 수백 가지 색으로 깨어지며 빛을 따라 춤을 춘다. 초록이 이토록 투명했던가……. 그늘을 빌려선 나그네가 한참을 서성인다.

양백산 오르는 길이 고역이라 두 번은 못 오겠다던 투덜거림도 그 끝에 오르니 시답지 않은 투정이다. 단양 풍경이 모두 여기 있다. 엉덩이를 붙이고 끈기를 가지면 더디긴 하여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이 한편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노을이 베를 짜면 하늘은 자주 빛 비단이 되고 더위는 동백꽃이 되어 단숨에 떨어진다. 완벽한 어둠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이때 현실은 몽롱한 꿈과 같다.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을 무렵 단양은 화려한 빛 치장을 시작한다. 단양 별곡리와 고수리를 잇는 고수대교가 가장 먼저다. 간혹 소박하여 아름다운 그것을 덮어버린 조명이 야단스러워 미(美)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지만, 스치고 말 발걸음을 잡고자 하는 단양의 노고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마음 한 귀퉁이 내어주지 못하는 야박함과 무채색 같은 도시의 삶을 잠시 벗어나니 이곳의 밤이 별스럽게 따스하기도 하다.

도담삼봉 위 육각정자 꼭대기를 백로가 빙글거리며 주인 행세다. 날 선 벽과 갈라진 틈으로 바람소리 거칠고, 정자의 모양새가 위태롭기는 하나 바위섬 아래로 흐르는 남한강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어둠이 지고 도담삼봉에 오롯이 해가 뜨면 그 옛날 님 보듯 달려왔다던 정도전이 당장에라도 도포 자락 펄럭이며 시 한 수 읊을 듯하다. 여름, 남한강의 녹색은 유난히 짙고 눈앞엔 산수화(山水畵)가 펼쳐진다.

Travel Tip
단양팔경은 단양읍에서 5∼30분 거리에 있다.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도담삼봉은 유람선을 타고 석문까지 한번에 돌아볼 수 있다. 장회유람선은 1시간 동안 구담봉과 옥순봉을 거쳐 제천의 청풍나루까지 왕복한다. 단양은 숙박시설이 많아 묵을 곳이 언제나 넉넉하다. 가족 단위의 여행이라면 가곡면 어의곡리에 있는 ‘한드미 마을’에 들러 다양한 산촌체험을 즐기거나, 소백산 관광목장에서 질 좋은 한우를 맛보며 하룻밤 묵어가도 좋다. 단양의 별미는 마늘과 더덕. 단양읍내 장다리 식당(043-423-3960)은 마늘 솥밥부터 마늘장아찌, 마늘 샐러드까지 마늘 요리로만 한상을 차려낸다. 더덕 요리는 어디가나 쉽게 맛 볼 수 있지만 단양읍내의 돌집식당(043-422-2842)이 맛 좋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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