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ㆍ호수ㆍ숲에 둘러싸인 전원도시 - 서호주 퍼스
2009-04-10  |   13,610 읽음

근래에 일본의 가나자와(金澤)와 서호주의 퍼스(Perth) 두 곳을 다녀왔다. 두 곳을 모두 렌터카로 쏘다니며 너무나 대조적인,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극단적인 면을 보게 되었다. 도로 통행료가 가장 비싼 곳, 그리고 통행료가 가장 싼 아니 전혀 없는 곳. 가나자와만 비싼 것이 아니라 일본 전역의 고속도로 통행료는 살인적이다. 웬 놈의 고속도로는 그렇게 많은지 20~30분을 가도 톨게이트는 아가리를 벌리고 엄청난 통행료를 빼앗아 삼킨다. 더더구나 요즘은 엔화가 하늘을 찔러 톨게이트에 멈춰 설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거의 세 시간 반 만에 안동에 가도 통행료는 1만2,000원 남짓한데 일본에서는 20분만 달려도 1만2,000원을 훌쩍 넘긴다. 필자의 경험으로 일본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통행료를 내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퍼스의 명물 ‘캣’과 지상 천국 ‘만두라’
남한의 33배가 넘는 땅덩어리를 깔고 앉은 서호주의 수도는 인구 150만의 퍼스(Perth)로 유일한 도시다운 도시다. 퍼스에서 헷갈리는 것은 프리웨이(free way)와 하이웨이(high way). ‘프리웨이는 통행료가 없고 하이웨이는 있다’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프리웨이는 출퇴근 시간 도심의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한 5차선 혹은 4차선의 드넓은 직선 고속도로로, 퍼스 시내에서 해안선과 평행하게 남북으로 뻗어 있다.

프리웨이는 퍼스를 관통하는 단 두 개밖에 없다. 북쪽으로 뻗은 게 미첼 프리웨이, 남쪽으로 내달리는 게 퀴나나 프리웨이로 둘 다 길이는 30km 내외다. 퍼스도 호주의 다른 해안 도시와 마찬가지로 주거지가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산재해 있기 때문에 두 개의 프리웨이가 주거지를 따라 남북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러시아워가 시작되어도 차가 엉키지 않는다.

하이웨이는 외곽으로 빠져 지방으로 가는 2차선 고속도로로 퍼스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프리웨이든 하이웨이든 100km를 달려도, 1,000km를 달려도 통행료가 없다. 아예 톨게이트 자체가 없는 것이다. 서호주 주 정부는 ‘톨게이트 만들어 놓고 오가는 차 붙잡아 귀찮게 푼돈 받느니’란 투다. 서호주 인구는 호주 전체의 10%밖에 안 되지만 호주 국내 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부자 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드넓은 사막에서 캐내는 온갖 광물자원을 우리나라에서도 수입하고 있다.

부자 주의 교통체계를 들여다보면 부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 퍼스 시내엔 캣(CAT)이란 버스가 다닌다.
 
‘도심교통’(Central Area Transit)이란 뜻의 이 버스는 최첨단 컴퓨터로 연계되어 퍼스 시내의 온갖 정보를 제공한다. 버스 정류장에 서면 교통상황에 따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히 오디오로 알려 준다. 붉은색 캣은 동서로, 푸른색 캣은 남북으로, 주중엔 5분 간격으로, 주말엔 7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최근에는 동쪽 퍼스에서 도심 사이를 운행하는 노란색 캣이 새로 등장했다. 놀랄 일은 무슨 색이든 캣 버스는 무료다.

퍼스에서 인도양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올드코스트 로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보자. 퍼스를 분기점으로 북쪽과 남쪽이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북으로 갈수록 메마르고 거친 반면 남으로 갈수록 풍성하고 안온하다. 퍼스에서 75km를 내려가면 서호주 최고, 최대의 휴양지 만두라(Mandurah)에 닿는다.

천당이 있다면 아마 만두라 같을 것이다. ‘만두라’라는 말은 원주민 에보리지니 말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이다. 만두라는 마이애미, 산레모, 실버스프링스처럼 호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여생을 달콤하게 보내려는 은퇴자들이 몰려와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골프를 하고 요트를 타고 낚시를 한다. 만두라는 리조트 지역으로 천혜의 입지를 자랑한다. 필인렛이라는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호수는 수로들이 바다와 서로 통해 라군이 되었다. 이 바다호수 속엔 돌고래가 뛰어놀고 온갖 철새가 찾아오고 왕새우와 게가 우글거린다.

바다호숫가 말레이시아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들어가다가 괴상한 클래식(?)카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클래식카도 아니고 키트카(Kit-car)도 아닌, 자작차(自作車)다. ‘쿨쿱’(Kool koop)이란 로고를 붙인 이 검은색 자동차의 주인이 나타났다. 히피 차림을 한 그의 직업은 자동차 정비 수리공으로 이름은 셰인 힐러드. 그는 신나게 자신이 만든 차를 자랑한다. 그는 친구와 둘이서 8년 동안 약 8,000만 원을 들여 이 차를 만들었다. 차체는 캐나다에서 들여왔고 엔진은 302 윈저(winsor), 스트록(strok)/347, 1930년 A모델이라며 노출되어 반짝거리는 엔진을 쓰다듬는다. 스타트할 때의 폭발음에 주위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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