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BRIDGE - 낭만교량
2009-02-06  |   9,340 읽음

방화대교

반포대교에서 색색의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몇십 m를 날아 강으로 떨어진 그것은 한 시청 직원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분수 폭포다. 며칠 후 바람이 불면 물이 차에 튀어 위험하고, 자전거 타기가 곤란하다는 등의 불편이 호소됐다. 반면 어떤 이들은 그래도 보기 좋다며 카메라를 들이밀며 환호했다. 교통 대란이나 붕괴가 아니면 존재감조차 없던 삭막한 다리가 이토록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던가. 어쨌든 반포대교 입장에서는 때아닌 시선에 수시로 물에 잠기는 설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있을지 모른다.

반포대교(잠수교)

잠실대교

굳게 닫혀 있던 잠실대교의 수중보가 열리면 제법 세찬 물보라가 일고, 그 덕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물 속 생물들이 시멘트 둑을 타고 오른다. 막힌 교각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물고기들은 인간이 따로 내어준 길로 이동하며 수시로 제 모습을 보인다. 다리는 지역과 지역을 잇는 ‘소통’에 곧잘 비유되지만, 한강의 다리는 그보다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고리로서의 의미가 더 깊은 곳이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것. 서울의 산업화가 본격화될 당시 한강의 다리는 단지 그 정도 의미였다. 그러다 기능을 넘어 도시의 미적 상징이 되는 외국의 다리들에 감탄했고, 그 영향을 받아 만든 첫 작품이 바로 성산대교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가 한강 다리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성산대교의 탄생이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성산대교

우리나라 첫 인도교(人道橋)인 한강대교는 6ㆍ25전쟁 때 적의 진군을 막으려고 고의로 파손했던 아픈 역사가 있는 다리다. 그 때문인지 강박하고 칙칙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아치형 구조물이 강물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혹시 아는가. 수많은 발길과 역사의 무게를 버텨낸 그 어깨가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을 이어준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처럼 누군가의 운명의 끈이 되어 줄지.

한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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