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시간을 즐기다 - HUNTING WITH LANDROVER
2009-01-13  |   23,930 읽음

남자의 야성을 그닥 필요로 하지 않는 도시생활에 젖어 살다 보면 가끔 사나이다운 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 무언가 거칠고 고독하며 때로는 위험해서 희미한 동물적 본능을 곤두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넣고 싶은 막연한 충동 같은 것 말이다.

팔방미인 디스커버리3 TDV6
남자의 야성을 자극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위험한 것은 무엇일까. 몇날며칠을 생각하던 중 한순간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냥이다. 사나이의 로망 중 하나인 멋진 총을 들고 든든한 사냥개를 동무 삼아 거친 산속을 누비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레였다.

그래서 튼튼한 SUV를 타고 사냥터로 가기로 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베테랑 수렵인을 섭외해 12월 중순의 토요일 아침 수렵장으로 향했다. 취재팀이 찾아간 곳은 충청북도 음성군 소이면 일대로, 수도권에서 두 세 시간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수렵장 중 하나다.

사냥터로 취재팀을 실어나른 것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TDV6였다. 험난한 사냥터에서 든든한 발이 되어줄 디스커버리3은 V6 2.7ℓ 디젤 터보 엔진에 6단 AT를 물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는 49.9kg.m를 낸다. 널찍한 차체를 바탕으로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TRS)과 연동되는 풀타임 4WD 시스템은 없는 길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험로 주파능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온로드 주행성능 또한 안락하고 부드러워 다목적 SUV로 손색이 없다. 

서울을 출발해 중부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정오쯤 되었다. 가을걷이가 끝난 산과 들은 황량했다. 아침에 수렵장에 도착했다는 김종원 씨의 SUV에는 포획한 고라니 세 마리가 실려 있었다. 김씨는 수렵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으로, 사냥 친구 네 명과 함께였다.

우리나라는 매년 11월초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합법적인 수렵기간이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가 수렵구역을 지정하는데, 대부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냥을 하려면 우선 수렵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별로 1년에 2회 시험을 실시해 자격을 부여하는데 공기총과 엽총면허 등이 있다. 수렵 면허증이 있다고 곧바로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설 수는 없다. 사냥철이 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수렵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꿩과 고라니, 멧돼지 등의 사냥감을 지정할 수 있고 해당 수렵장에서 지정된 것만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꿩 사냥만 허가받은 사람이 고라니나 멧돼지를 잡으면 불법이다. 현재 유해 야생조수로 분류되어 수렵이 허가된 동물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멧돼지와 고라니, 청설모, 수꿩, 어치, 까치, 멧비둘기, 참새, 흰뺨 검둥오리, 청둥오리, 까마귀 등이다.

4~5연발 반자동 샷건, 수렵용으로 인기
솔직히 말하면 현대인이 야생동물을 사냥한다는 건 금붕어가 고양이를 잡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일이다. 문명이라는 안락한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에, 맨몸으로 야생에 던져진 인간은 사냥은 커녕 살아남기조차 힘들 만큼 나약한 존재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별 문제없이 사냥을 할 수 있는 건 어떤 험한 곳에서도 든든한 발이 되어주는 SUV와 아무리 난폭한 사냥감도 한순간에 제압할 수 있는 총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잘 훈련된 사냥개가 더해지면 사냥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수렵인들 역시 자신들의 사냥행위를 ‘게임’이라 부른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엽총(shot gun)은 기본적으로 60~70m 이내의 가까운 목표물을 맞추기 위해 개발된 것이기에 사거리가 100m를 넘어가면 명중률과 위력이 크게 떨어진다. 샷건 메이커로는 이태리의 베넬리와 베레타, 벨기에 브라우닝, 미국 레밍턴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샷건은 일반적인 총기류와 달리 탄두가 따로 없고 플라스틱 탄피 속에 여러 개의 쇠구슬이 들어 있는 셸(shell)이라는 탄알을 사용한다.

셸은 사이즈에 따라 구경이 아닌 게이지(gage)로 표기하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12게이지짜리다. 셸은 크게 버드샷(birdshot)과 벅샷(buckshot), 슬러그(slug)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오리나 꿩 사냥에 쓰이는 버드샷은 작은 구슬이 수백 개 들어 있고, 사슴사냥용 벅샷은 이보다 큰 구슬이 수십 개 들어 있다. 이 역시 구슬 사이즈와 개수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뉜다. 슬러그는 곰이나 멧돼지 등의 큰 동물을 잡기 위한 것으로 크고 무거운 샷 한 개가 끼워져 60~70m 안에서는 크고 억센 짐승도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다. 쇠구슬의 재료는 납과 니켈, 스테인리스 등 다양하지만 환경문제 등으로 납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셸은 25발씩 포장되어 판매되는데 가격은 보통 한 발에 1천~1만 원이다.   

사냥용 샷건은 크게 세 가지다. 네발 이상의 셸이 장전되며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한 발씩 발사되는 반자동(semi-auto) 타입과 쏠 때마다 손으로 장전해야 하는 펌프액션(pump action), 일명 ‘훌치기’ 방식이 있다. 그밖에 상하 또는 수평으로 이어붙인 두개의 총열을 꺾어 한 발씩 장전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사냥용으로는 반자동 방식이 가장 많이 쓰인다. 이 같은 반자동 샷건은 장탄수에 따라 4~8연발이 존재하며 4~5연발 모델이 인기가 높다. 반자동 방식보다 신뢰성이 높은 펌프액션 타입의 경우 숙달된 사람은 반자동 수준으로 연사가 가능해 전투부대와 대테러부대의 장애물 돌파 및 근거리 제압용으로 많이 쓰인다. 대표적인 것이 미군이 현재 제식 채용하고 있는 모스버그 500이다. 반자동 방식으로는 베넬리 M4가 미해병대의 근거리 전투용 샷건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수렵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비싼 새 엽총보다 수렵 동호회나 총포사 등에서 200만 원 내외로 구할 수 있는 중고 물건이 경제적이다. 엽총은 대부분 구조가 단순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잘 관리하면 대를 물려 쓸 수 있다고 한다. 

사냥견 데리고 꿩 잡으러 출동~
점심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사냥을 위해 음성군 소이면 인근의 수렵장으로 향했다. 네 명은 고라니를 잡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고, 김준기 씨 홀로 꿩 사냥을 위해 논밭이 펼쳐진 평지로 향했다. 그의 곁에는 한 살짜리 사냥개 솔이(독일 포인터)가 따라붙었다. 사진기자와 협의 끝에 취재팀은 김준기 씨와 동행하기로 했다. 사방이 툭 터진 평지가 사진촬영에 좋고, 체력적으로도 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5연발 반자동 샷건을 쓰는 일행과 달리 김씨의 엽총은 총열을 꺾어 두 발의 셸만 장전할 수 있는 이른바 ‘상하쌍대’ 방식이어서 오발 가능성이 더 적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이 같은 방식은 셸이 장전된 상태로 총열을 꺾은 채 휴대할 수 있어 오발사고의 위험이 낮다고 한다. 김씨 역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면 총열을 꺾은 채로 휴대해 안심이 되었다.

꿩사냥은 사냥개를 풀어 사냥감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찾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일이다. 사냥개는 숙련도와 자질에 따라 사냥감을 감지하고 찾아내는 실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좋은 사냥개는 엽총의 유효 사거리 안에서 수색하고 비탈과 수풀을 가리지 않으며,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멈춰 꼬리나 앞발을 떨어 주인에게 사냥감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것을 수렵인들은 ‘포인한다’고 하는데, 사냥개의 포인은 주인으로 하여금 가까운 거리에 사냥감이 있으니 사격 준비하라는 사인이다. 사냥개가 포인을 하면 주인은 사냥견이 가리킨 방향으로 엽총을 조준한 후 달려든 사냥개에 놀라 꿩이 하늘로 날아오르면 목표물을 최종 확인한 후 사격한다. 이것이 사냥개를 이용한 기본적인 꿩 사냥법이다.

김씨에 따르면 샷건은 사거리가 길수록 탄착군이 넓게 퍼지는 특성이 있는데 가장 이상적인 지름 30cm 정도의 탄착군이 만들어지는 40~60m가 사격하기에 제일 좋다고. 이 같은 탄착군은 총의 세팅과 셸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표적사격 위주의 군용 소총과 달리 샷건은 두 눈을 뜬 채로 목표물의 거리와 속도에 따라 0.5~1m 전방을 향해 사격해야 한다. 

킁킁거리며 여기저기를 수색하던 솔이가 냄새를 감지하고 행동이 빨라지면 김씨는 개방했던 약실을 닫고 사격준비에 들어갔고 그럴 때마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엄습했다. 사냥의 묘미 중 하나가 바로 사냥견과 호흡을 맞춰가며 공동의 목표물을 쫓을 때의 스릴이다.

김씨는 꿩이 있을 만한 지역에 솔이를 보내 냄새를 맡게 하고 꿩의 흔적을 찾았지만 좀체 사냥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김씨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수렵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선착순으로 발부되는 수렵 허가증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김씨의 이야기를 증명하듯 소이면 수렵장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이곳저곳에 엽총 탄피가 떨어져 있었다.

한번은 솔이가 활발히 움직이며 농로 주변의 나즈막한 언덕을 파고들길래 뒤쫓아보니 산토끼가 있었다. 마음속으로 ‘산토끼가 걸려들었구나!’ 하며 총소리를 기다리는데 왠걸, 김씨가 솔이를 불러들이는 게 아닌가.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김씨는 산토끼는 수렵이 금지된 보호종이라고 일러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수렵을 허용하는 이유는 과도하게 번식한 야생동물들의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생태계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에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호하는 것 역시 수렵인의 의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쉽지만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
그렇게 한참을 논과 밭, 야산의 가장자리를 훑으며 다니는데 산쪽에서 세 발의 총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아마도 고라니 사냥을 간 나머지 일행들 같았다. 이후로도 간헐적으로 세 발씩 두어 번의 총성이 더 들려왔고 김씨는 “아주 따발총을 쏘는구만. 고라니떼라도 만났나 보네” 하고 혼잣말을 했다. 

잡은 동물은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었더니, 요리해 먹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받고 파는 일은 거의 없다고. 고라니의 경우 달여서 약으로 먹기도 하는데, 건강원을 통해 일반인이 구입할 땐 40만 원가량이지만 고라니를 가져가면 15만 원 정도에 달여 준다고.

김씨를 따라 얕은 언덕과 밭고랑의 가시덤불을 헤치며 다니다보니 기자의 옷차림이 사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엔 가시덤불이 많은데 이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다니려면 가시가 박히지 않게 보강된 옷을 입어야 한다. 신발 역시 진창과 얕은 개울 등을 건너다닐 수 있도록 방수처리된 등산화나 장화 같은 것이 좋다. 면바지에 가죽 구두를 신은 기자의 복장은 한마디로 넌센스였던 것. 처음 만났을 때 기자를 훑어보며 “그래가지고는 따라다니기 힘들텐데요” 하던 김씨의 말이 떠올랐다. 동시에 군복도 아니고 작업복도 아닌 어딘가 독특한 모양새의 사냥복을 보며 의아했던 궁금증도 풀렸다. 멋진 총과 좋은 사냥개 못지않게 사냥복도 중요하다는 것.

땅거미가 깔릴 무렵까지 들판과 언덕을 뒤졌지만 산토끼와 죽은 비둘기를 발견한 것 외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수렵철이 시작되면 초반에는 재미를 보는 편이지만 갈수록 사냥감 찾기가 힘들어진다고. 이유는 동물들이 사냥꾼을 피해다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멀리서 자동차 소리만 나도 사냥꾼인줄 알고 꿩들이 멀찌감치서 날아오른다고.

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산너머에서 다섯 발의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무엇을 잡았을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한참 후에 일행이 나타났다. 기대와 달리 모두 빈손이었다.

장비를 정리하고 가까운 국도로 나서는데 진창으로 엉망인 좁은 비포장 도로에 못보던 트럭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연락처도 없이 방치된 트럭을 다같이 길가로 힘겹게 밀어내고 도로 가장자리의 둔덕을 넘어 통과하기로 했다. 어두운 밤길에 미끄러운 진창과 울퉁불퉁한 장애물을 통과하려니 막막했다. 디스커버리3 TDV6의 TRS를 진흙길 모드로 세팅하고 천천히 액셀을 밟으니 이내 네 바퀴에 구동력이 실리면서 진창과 장애물을 타고넘기 시작했다. 디스커버리는 너무나 쉽게 험로를 통과해 오프로드의 제왕다운 면모를 확인시켜주었다.

어렵게 국도로 나와 일행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사냥팀은 오전에 잡은 고라니 세 마리로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취재팀은 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서울를 향해 차를 몰았다.
기대했던 멋진 사냥 장면을 볼 수 없었지만 꿩을 찾아 황량한 들판을 돌아다닌 겨울 한나절은 무척 즐겁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번 수렵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사냥터를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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