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아름다운 성, 리장 고성
2019-12-05  |   24,866 읽음

구름 위의 아름다운 성, 리장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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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은 무지개색으로 표현될 만큼 다채롭고 신비롭기로 유명하다. 고원에 자리 잡은 운남성 리장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으며 다양한 소수민족이 있어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자랑한다. 기온 변화도 크지 않아 최근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리장 고성에서는 매일같이 축제가 열리며, 객잔에서는 호텔과는 다른 특별함을 맛볼 수 있다. 호도협은 운남성의 차를 티벳으로 실어 나르던 차마고도의 일부분으로, 가파른 협곡 사이로 거친 물살이 흘러 장관을 이룬다.


운남성(云南省)을 중국에서는 치차이 윈난(七彩云南: 무지개색 운남)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하면 각양각색의 신비스런 모습을 지닌 팔색조라는 뜻이다. 인터넷에는 운남성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글과 사진이 넘쳐난다. 우리나라의 한 출판사로부터 리장(丽江)의 나시족(纳西族)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원래 이번 달에는 헤이롱장(黑龙江省: 흑룡강성)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이 때문에 급히 리장으로 행선지를 바꿔야 했다.


헤이롱장의 성도인 하얼빈(哈尔滨)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도시인 수이펀허(绥芬河)까지 간 후 그곳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볼 작정이었다. 지금까지 흑룡강, 신장(新疆), 시장(西藏: 티벳)만 빼고 중국의 전 지역을 다녀보았다. 이번에 비록 흑룡강을 가지는 못하지만 내년까지는 나머지 3개 지역을 다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지대에 자리잡은 천혜의 자연 경관

저장성 항저우(杭州)에서 운남성 리장(丽江)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이 넘게 걸린다. 리장은 해발 2,400m 고원에 형성된 도시다. 도착했을 때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공항에 표시된 해발고도를 보니 갑자기 숨 이 가빠진다. 리장은 3,000m가 넘는 산에 둘러싸인 도시다. 첫 인상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주변에 공장이 없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공해와 미세먼지에 시달리던 이우와 비교하니 천국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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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 고성 안으로 항상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내린다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운남성은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한다. 특히 운남성에는 34개의 소수민족이 있어 중국 다른 지역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독특함이 있다. 가는 곳마다 다른 문화와 풍습이 있어서 운남성만의 특별한 매력을 발한다. 그 중에서도 리장은 군계일학처럼 빛나는 존재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리장의 하늘은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이런 곳이라면 아무렇게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될 것 같다. 폐부가 확 뚫리는 깨끗한 공기는 마음까지 후련하게 해준 다. 이뿐만 아니라 5,596m의 옥룡설산(玉龙雪山)의 만년설에서 녹아내린 물이 골목 구석구석까지 적신다. 그래서 리장은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이곳은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아 일 년 내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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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이 흘러드는 흑룡담 


고성도 특별하다. 800년이 넘은 고성은 중국의 다른 성과 달리 성곽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변방이라 전란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고성이 온전하게 남은 곳은 산시성(山西 省)의 핑야오(平遥)와 리장 뿐이다. 리장 고성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


리장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1996년 운남성 대지진 이후다. 방송 매체에서 지진 소식을 전하면서 자연스레 리장의 아름다운 속살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일본인이 가장 먼저 찾아왔고, 그 후 중국의 경제사정이 좋아지면서 중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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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 고성은 파란 하늘만큼이나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호텔과는 다른 객잔만의 특별한 매력

리장 고성의 또 다른 매력은 객잔(客栈)이다. 중국 전통의 가옥에 현대식 호텔을 가미한 객잔은 아름다움과 편리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고성 안에 호텔이 없기 때문에 관광객은 모두 객잔에 머문다. 객잔마다 손님을 끌기 위해 갖가지 장식을 해 놓았다.

일반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멋진 객잔은 차마고도 트래킹 코스에 있는 중도 객잔이라고 한다. 이곳 화장실에 앉아 환하게 떠오르는 둥근 달을 보며 일을 보노라면 최고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객잔 주인은 지역 정보를 꿰차고 있어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자연스레 외지 여행객과 만날 수 있다. 필자도 이번 여행 에서 강소성 난징에서 온 군인 부부와 함께 옥룡설산을 함께 오르고 저녁도 같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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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모든 길은 돌로 깔아 놓았다 


리장 고성의 시작은 스방제(四方街: 사방가)에서 출발한다. 이곳으로 부터 고성의 모든 길이 연결된다. 스방제에서는 매일 축제가 열린 다. 나시족 할머니들이 오전과 오후 이곳에 모여 전통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춘다. 광장에서 큰 원을 그리며 춤을 추노라면 관광객도 자연스레 어울려 흥겨운 마당이 된다. 축제는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어둠이 내리면 모닥불이 밝혀지고 나시족의 전통 춤은 절정에 이른다. 스방제 바로 옆에는 차마 고도(茶马古道)를 통해 티벳으로 옮겨지던 차의 집산지, 마이초창(卖草场)이 있다. 리장은 운남성의 차를 티벳으로 실어 나르던 중간기지 역할을 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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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방제에서 매일 나시족 전통 춤을 선보이는 나시족 여인들 


볼거리, 먹거리 넘치는 리장 고성

리장 고성을 한 눈에 내려다보려면 사자산(狮子山)에 올라야 한다. 산시성의 핑야오 고성은 전체가 평지라서 어디서 봐도 성 안의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에 반해 리장 고성은 사자산 밑에 오밀조밀하게 형성되어 있다. 산이 그리 높지 않지만 해발고도가 높아선지 언덕을 오르면 숨이 가쁘다. 사자산 정상에 있는 만월 대(万月台)에 오르니 고성뿐만 아니라 리장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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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방제에서 매일 나시족 할머니들의 춤 공연을 볼 수 있다


멀리 보이는 나시족의 성산 옥룡설산의 정상은 구름에 둘러싸여 있다. 사자산 부근에는 멋진 카페들이 있다. 목이 좋은 곳이라 전경도 좋지만 커피 가격이 비싸 다. 커피 한잔에 우리 돈으로 만원이 넘고 카푸치노는 2만원이나 된다. 자리 값이 다.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전망 좋은 곳에서 커피를 시켰다. 값에 비해 맛은 실망스럽다. 카페마다 호객을 위해 배치해 놓은 라이브 가수는 노래 실력이 엉망이 다. 그래도 밤이 되면 고성의 불빛과 함께 노래가 흘러나오니 운치가 있다. 사자산 아래로 내려오면 휘황찬란한 조명이 번쩍이는 술집이 줄지어 서있다. 여기가 고성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굉음을 울리는 디스코텍도 있다. 한나절 고성의 이곳 저곳을 누볐던 젊은이들은 밤에도 어김없이 청춘을 불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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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축제가 벌어진다 


고성에는 볼거리, 먹거리도 많다. 대도시에서 느껴볼 수 없는 가장 중국적인 모습 이다. 그래선지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맛집은 항상 대기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맛본 대추 카스테라는 별미였다. 한국에서 팔아도 대박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남성이 차의 고장임을 입증하듯 차를 파는 매장이 많다. 리장 아래로 푸얼차를 생산하는 푸얼시(普洱市)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곳 운남 성에도 카페가 꽤 많다는 점이다. 중국인은 예로부터 차를 마시는 것을 생활의 일부로 여겼다. 그런데 개방 이후 커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이 사이 에서는 차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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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관광객들로 붐빈다 


중국의 스타벅스 매장 수가 약 4천개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점이 이를 잘 증명한다. 이 때문에 운남성에서는 차밭을 갈아엎고 커피나무를 심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스타벅스가 커피 생산을 위해 운남성의 차재배지를 대량 구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선지 고성 안에도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리장의 젊은이들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폰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감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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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밤은 뜨겁다. 술집과 디스코텍은 고풍스런 고성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호랑이가 건넜다는 호도협

나시족이 가장 좋아하는 전통 음식은 닭고기 샤브샤브다. 여행지 어딜 가나 이걸 내놓지만 사실 맛은 별로다. 이것도 혼자 먹기는 어렵다. 항상 혼자 여행을 하니 먹는 게 문제가 된다. 중국은 혼자 먹기 적합한 음식이 별로 없다. 아침을 빼놓고는 매끼 볶음밥 아니면 국수다.


그런데 리장의 볶음밥은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들어가니 빅맥 세트가 45.5위엔(7,517원)이나 한다. 보통 다른 지역에서는 27.5위엔(4,543원)이다. 엄청난 바가지요금이다. 바로 옆 KFC의 치킨 버거도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 비싸다. 고성 안에서는 모든 것이 비싸다고 객잔 주인이 귀띔을 해준다. 자신들은 고성 안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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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산 정상에 있는 만고대. 이곳에서 리장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고성 안에는 작은 여행사가 무수히 많아 옥룡설산(玉龙雪山), 샹그릴라(香格里拉), 호도 협(虎跳峡) 등 리장의 유명관광지를 안내하고 있다.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호도협 코스를 예약했다. 호랑이가 건넜다는 전설이 있는 협곡이다. 


수억 년 전 옥룡설산과 합바설산(哈巴雪山)이 지각변동으로 갈라지면서 대협곡이 만들어졌다. 이 사이로 흐르는 진사강(金沙江)은 칭하이(青海)에서 발원한 장강(长江) 줄기다. 진사강이 운남성에서 사천성(四川省) 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장강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인근에 노강(怒江)과 란창강(澜沧江)이 함께 흐른다. 노강은 운남성에서 미얀마를 거쳐 인도양으로 빠져 나가고, 란찬강은 운남성 에서 미얀마와 태국을 거쳐 베트남에서 메콩강으로 명칭이 바뀐다. 장강은 길이가 6,300여 km에 이르는 중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중국 내륙을 굽이굽이 흘러 황해로 빠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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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고장 운남성에서도 커피를 생산한다. 운남성의 커피를 할인판매하고 있다


협곡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난 길

차마고도의 한 줄기인 호도협으로 가는 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운남성과 사천성의 차를 티벳으로 나르고 그곳에서 말을 끌고 오던 길이 다. 해발 5천m가 넘는 험난한 길이었지만 요즘엔 관광객의 차지가 되었다. 본래 호도협은 1 박 2일의 트래킹 코스다. 해발 2천m가 넘고 길이 16km에 이르는 협곡을 따라 이어진 산길을 때론 말을 타고 때론 걸어서 중도 객잔까지 간 후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호도협까지 가는 것이 기본 코스였다. 그러나 요즘엔 대형 버스가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버스를 이용 하면 리장에서 호도협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여행사에서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중간에 배를 타고 진사강을 건너는 코스를 슬그머니 추가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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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596m의 옥룡설산은 리장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호도협을 가는 여행 코스가 입장료와 점심을 포함해 180위엔인데 배를 타는 데에만 160위 엔을 별도로 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황당한 경우다. 그런데 배를 타지 않으면 2시간 반 동안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더구나 산속에 혼자 덜렁 버려 놓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만 타지 않겠다고 버틸 수가 없어 어쩔 수없이 160위 엔을 내고 배에 올랐다. 진사강은 장강의 상류지역이라 물줄기가 엄청나게 세다. 대신 강폭은 엄청나게 넓고 주변 경치는 한폭의 그림과 같다.


호도협으로 향하는 도로는 가파른 산을 깎아 만들어 협곡사이를 아슬 아슬하게 지나간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 옆은 수 백 미터나 되는 낭떠러지다. 굴러 떨어지면 급류에 휩쓸려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안전벨트를 매어봐야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떨어져서 죽으나 물살에 휩쓸려 죽으나 매한가지다. 그래도 호도협은 장관이었다. 굉음을 내며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같은 기세로 협곡사이를 흐르는 거친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몸이 절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호랑이가 이 협곡을 건너뛰었다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너비가 100m 가 훨씬 넘고 물이 많을 경우에는 그 이상이니 아무리 날랜 호랑이라도 불가능할 일이다.

과장이 심한 중국인들이 지어낸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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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협이 흐르는 대협곡은 수억년전 지각 변동에 의해 만들어졌다 


날씨까지 좋아 일 년 내내 관광객 몰려

주차장에서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무척 길고 가파르다. 웬만한 사람은 걸어서 오르내리는 것이 수월치 않다. 그래서 중국식 가마 부대가 입구에서 대기 중이다. 왕복 200위엔(3만 3,000원), 편도는 150위엔(2만5,000원)이다. 중국식 가마는 1994년 홍콩 북경 랠리에 참가했을 때 호주인 웨인 벨과 함께 광동성 총화라는 곳에서 경험한 적이 있다. 벨은 당시 현대 엘란 트라를 타고 이 대회에 참가했었다. 가마는 6명이 한 팀인데, 4명이 가마를 메고 산을 오르다가 힘이 들면 2명이 교대를 한다. 사람을 태운 가마를 메고 산을 오른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처음엔 재미있어도 용을 쓰는 가마꾼들에게 금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내려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250위엔이었으니 왕창 바가지를 쓴 것이 확실하다. 당시 중국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이 150위엔 내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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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뛰어 넘었다는 전설을 지닌 호도협


리장 고성의 아침은 학생들의 등교로 시작된다. 중국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 부모들이 바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대신해서 간다. 리장은 나시족의 터전이다. 하지만 고성 안에는 정작 나시족이 거의 살고 있지 않다. 고성 안 주택은 나시족 소유이지만 대부분 외지인에게 임대를 주고 리장 시내에 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마다 조그만 중국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중국식 꽈배기인 유툐(油条)와 두유를 파는 식당이다. 주인 부부는 랴오닝성(辽宁省) 따렌(大连)에서 왔다고 한다. 내가 묵었던 객잔 주인은 헤이롱장 출신이다. 모두 이곳의 기후가 좋아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리장은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도 영하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온화한 기후다. 또한 일 년 내내 많은 여행객이 찾아와 경기를 타지 않는다. 


이렇게 고성에서 장사를 하는 이는 대부분 외지인이다. 고성 안의 주택은 모두 물건을 파는 상점이나 식당으로 개조되었다. 아침에는 객잔의 침구류를 운반하는 소형차들이 골목을 누빈다. 본래 고성 안에는 일반 차량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객잔에 물품을 나르는 소형차만 큼은 아침에 한해 통행이 가능하다. 이곳의 소방차도 소형이다. 고성은 골목이 좁아 큰 소방차는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리장은 관광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신 연간 2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니 쓰레기 처리가 큰 문제다. 이런 연유로 리장에서도 얼마 전부터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쓰레기 수거 차량 이 거리를 누빈다. 본격적인 고성의 아침이 시작되는 것은 보통 10시부터다. 가게 대부분이이 때 문을 연다. 저녁 늦게까지 야경을 즐긴 여행객은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고성으로 하나둘 모여든다.


이제는 보기 힘든 나시족 고유의 동바문자

나시족에는 고유의 언어와 문자가 있다. 상형문자처럼 생긴 동바문자(东巴文字: 동파문 자)는 2,000자가 조금 넘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것은 1,400자 내외다. 전에는 리장의 초등학 교에서 동바글자를 가르쳤지만 요즘은 그럴 처지가 못 된다. 학생들의 구성이 나시족은 물론 백족, 장족 등으로 무척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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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바문자 체험실에서 동바문자를 소개하고 있다 


리장이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다른 지역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여러 민족이 교류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동바문자보다는 중국어에 의존하는 처지가 되었다. 더구나 컴퓨터와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 나시족 학생만 있는 일부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3시간 정도 동바글자를 배운 다고 한다. 리장에서 모두 동바문자를 쓸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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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 고성에서 동바문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성 안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사천성 출신인 선생님은 참 인자하게 생겼다. 학생 구성이 워낙 다양해 동바문자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리장 외곽으로 나가면 나시족만 사는 지역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아마도 동바문자를 가르칠 거라고 했다.


고성 안에는 나시족 문화원과 동바 문화원이 있다. 그런데 동바글자와 나시족 문화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니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이가 없었다. 나시 문화원에 가면 ‘그건 동바 문화 원에서 알아보는 게 좋겠는데요’라고 얼버무리고, 반대로 동바문화원에서는 ‘이건 저희 소관사항이 아닙니다, 아마도 리장 박물관을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라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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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협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중국의 가마부대


고성 안에 동바문자 책을 파는 매장이 있다. 그곳 판매원이 나시족이었다. 그래서 혹시하는 마음에 물건을 사면서 판매원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그렇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열심히 대답해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동바문자도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웠다고 한다. 나시족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전통 문화보다는 서구 영화와 한국 노래에 더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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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 박물관에서는 나시족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나시족 문화 찾아 삼만리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동바(东巴: 동파)를 만나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동바는 동바교를 관장하는 인물로 전통 춤과 노래, 역사 등 모든 것을 꿰차고 있다. 버스를 2번 갈아타고 리장 외곽에 있는 북악묘(北岳庙)를 찾았다. 기대 보다 그리 크지 않은 사찰 안에는 나시족이 신으로 모시는 삼도신(三 多神)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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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족의 동바는 모든 나시족 행사를 주관한다 


삼도신은 나시족들이 신성시하는 옥룡설산의 화신이다. 리장 박물관에서 보았던 삼도신은 백마를 타고 하얀 모자와 하얀 갑옷을 입고 있었다. 나시족의 가장 큰 명절인 음력 2월 8일에 삼도제(三多节)를 지낸다. 그런데 삼도신 양쪽에 부인이한 명씩 앉아 있다. 한명은 백족이고 한명은 장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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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은 나시족의 터전이다. 나시족은 동바라는 상형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원래 나시족은 따리(大理: 대리)의 백족, 샹그릴라(香格里拉)의 장족과 한 핏줄이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지역 별로 나뉘어 살다보니 다른 민족으로 분파가 되었다고. 그동안 몰랐던 사실이다. 사찰 한쪽 허름한 건물 앞에 노인네가 앉아 있다. 생김 새로 보아 70살은 훌쩍 넘어 보이고 행색도 초라해서 이곳 관리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중국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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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족의 사당에서는 매년 2월 8일에 삼도제를 지낸다 


한문으로 써 보라고 했지만 자신은 중국 글은 잘 모른단다.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가 하나도 없다.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니 55살이란다.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데 충격적이다. 내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동바가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바로 동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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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족들이 수호신으로 믿는 삼도신. 2명의 부인을 두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사진으로 보았던 동바는 화려한 옷에 왕관을 쓰고 상대방을 압도하는 듯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었는데 앞에 앉은 볼품없는 노인네가 바로 동바라니, 조금은 실망스럽다. 차림새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동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초라한 노인네가 삼도제가 거행되는 날에는 화려한 동바의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많은 군중을 향해 이런 저런 주문을 외며 자신의 카리스마를 마음껏 내뿜을 것임에 틀림없다.


글, 사진 양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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