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실크로드의 중심 란저우(兰州) 上
2019-08-20  |   2,868 읽음


신 실크로드의 중심 란저우(兰州) 




실크로드 길목에 자리한 간쑤성 란저우는 동서양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기에 이슬람 사원, 불교 사찰, 도교 사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기획 중인 신실크로드에서도 란저우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그 덕분에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고층 건물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 


하늘 위에서 본 간쑤성(甘肃省)의 지형은 아주 특별해 보인다. 지금까지 보아온 중국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간쑤성은 중국 서북부 교통의 요지로, 북쪽으로 내몽골(内蒙古), 서쪽으로 신장(新疆), 남쪽으로는 칭하이성(青海省)으로 연결된다. 동쪽에는 회족(回族)자치구가 있다. 란저우(兰州) 인근의 북부지역은 대부분 사막이며 남쪽은 높은 산과 평야가 공존한다.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간쑤성의 토양은 신장이나 내몽골의 사막과 칭하이의 산악지형을 합쳐 놓은 것 같다. 그래서 아단 지질공원과 같은 특별한 지형의 공원이 많다.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세계의 학자들이 지구의 생성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을 한다. 내가 란저우를 방문했을 때도 베이징의 지질대학 학생들이 단체로 대형 버스 여러 대에 나누어 타고 이동 중이었다.   



란저우 주변의 토양은 사막에 가깝다 


란저우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은 비 때문에 많은 곳이 패어 있었다. 모래가 많은 지형이라 비가 내리면 토사가 쉽게 흘러내린다. 시안에서 연안으로 가는 길과 비슷해 보였다. 그렇지만 주위의 풀들이 마치 쑥쑥 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빛을 띠고 있다. 도로 주변에 과일이나 채소를 기르는 농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쪽은 사막, 반대편은 초록이 무성한 색다른 풍경이다. 사막과 같은 이곳에서 푸르름이 넘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내몽골에서도 한번 경험을 했는데, 삭막한 모래땅 위로 비가 한번 내리니 거짓말처럼 여기저기서 초록 풀들이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마치 사막 위에서 기적이 펼쳐지는 듯했다.           



하늘에서 본 깐수성의 모습.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할 수 없이 시작된 란저우 투어

란저우는 간쑤성의 성도다. 인구는 380만 명으로 상하이나 광저우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중국 서북부에서는 꽤 큰 도시에 속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로 짓고 있는 고층 빌딩과 대형 아파트다. 중국 어딜 가나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이나 아파트를 볼 수 있는데 란저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인구는 아니지만 이것도 10여 년 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계획으로 많은 한족이 란저우로 이주해 오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인구의 급작스러운 증가는 자연히 건설 붐으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중국의 어느 도시나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란저우는 회족들의 터전이다. 란저우 시내에 많은 이슬람사원이 있다  

   

아직도 전동 오토바이가 많기는 하지만 급격한 자동차의 증가로 도심은 교통체증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지하철을 건설 중이다, 1호선이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란저우역 근처에서 내린 후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택시 잡기가 수월치 않다. 길에서 비를 맞고 있으려니 일반 자가용이 다가온다. 내가 수첩에 적어 놓은 호텔 주소를 보더니 “50위안을 내라”고 한다. 비는 오고 택시 잡기는 어렵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라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한참 동안 시내를 누비던 차가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 30여 분 이상을 달렸으니 50위안(8,400원)이라는 돈이 그리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란저우 역을 가려는데 택시 기사가 “정말 택시를 타겠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호텔 앞쪽의 길에서 우회전을 한 후 1분도 안 되어서 란저우역에 도착을 했다. 걸어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라 택시를 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전날 운전사가 50위안을 받기 위해 나를 태우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셈이다. 



란저우 역, 란저우는 중국 북서부 교통의 요지이다  


란저우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여행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여행사부터 찾았다. 이곳에서 신장으로 고속철이 연결된다. 또한 칭하이를 거쳐 티벳의 라사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우루무치를 갈 수 있는 5박 6일의 여행상품도 있었다. 가격도 650위엔(11만원)이니 파격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6일 동안의 숙식비는 물론 교통비와 입장료까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그런데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외국인은 불가하단다. 중국인이 잘 수 있는 호텔에는 외국인 숙박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올수록 이런 경향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장이나 티베트는 중국에서 민족적 분규가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이다. 신장 위구르족은 한때 무장투쟁을 통해 중국 정부에 대항을 했고 티베트는 승려들의 분신으로 자신들의 독립 의지를 분출해왔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제 또다시 불씨를 키울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티벳과 신장 지역을 출입하려면 상당히 많은 보안검사를 받는다. 어쨋든 이런 여행 상품을 이용할 수 없으니 조금은 답답하다. 난 중국인이 이용하는 호텔에 익숙하기 때문에 여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니 야속하기만 하다. 여러 여행사를 다녀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헛물만 켜고 란저우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란저우시내를 관통하는 황하강, 중국에서 장강 다음으로 긴 강이다  


동서양이 만나 형성된 특별한 문화

란저우는 동서양의 문명이 만나 특별한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특히 실크로드의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이슬람 문화가 전달되는 기착지 역할을 했다. 이런 연유로 많은 이슬람인이 거주한다. 특히 회족의 모습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회족이 만드는 란저우 라멘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수다. 투르크만스탄이 고향인 회족들은 당나라 시대 이전부터 물물을 교환하면서 자연스레 중국으로 들어와 정착했다. 일부는 광동성과 푸젠성까지 진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간쑤성과 인접한 회족 자치구에 터전을 잡았다. 중국이 근대화되면서 회족들도 도심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그중 란저우가 중심에 서게 되었다. 많은 회족이 중국 전역에 퍼져 란저우라멘(兰州拉面)을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란저우 라멘이라는 간판만 달면 장사가 되는 셈이니 회족들에게는 란저우가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다. 



란저우 라멘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우에도 여러 개의 란저우 라멘 가게가 있다. 나도 가끔 일부러 먹으러 가기도 하는데 모두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란저우 라멘은 일반 중국의 국수와 달리 쇠고기 육수를 사용한다. 돼지고기를 즐겨먹는 중국에서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서북부는 모래가 많은 땅이라 쌀 대신 밀 농사를 짓는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밀가루를 사용하는 빵이나 국수가 발달했다. 그리고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란저우 라멘을 파는 식당은 대게 돼지고기가 없다. 중국에 살면서도 일반 중국인과 다른 문화와 식생활을 지니고 있다. 



란저우에는 많은 회족들이 살고 있다. 남자는 흰모자를 여자는 히잡을 쓰고 생활한다 


란저우에 왔으니 란저우 라멘을 건너뛸 수 없다. 란산 인근에 있는 유명한 식당에 들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명한 란저우 라멘집이다. 종업원들이 회족임을 나타내듯 남자는 흰 모자를, 여자는 히잡을 두르고 있다. 식당 안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손님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눈에 봐도 장사가 잘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주방에서는 흰 모자를 쓴 주방장이 엄청난 양의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 란저우 라멘은 모두 손으로 만든다. 이들은 라멘의 굵기를 엄지손가락 굵기부터 실처럼 가늘게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라멘 가격은 7위안(1,180원)이니 그리 비싸지도 않다. 국수는 덜 익은 듯한 맛이 나지만 국물 맛은 끝내준다. 내가 그동안 먹어보았던 일반 중국 국수와는 다른 담백한 맛이다.



강물을 물통에 담으며 감격해 하는 중국인, 평생 간직할 멋진 추억이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주식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먹는 음식에 돼지고기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양을 먹어 치운다. 미국과 무역전쟁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해서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돼지 사료로 쓰는 대두의 90%를 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북서부로 오면 돼지고기를 구경하기 어렵다. 또한 쌀농사를 짓지 않으니 밥이 귀한 지역이 많다.     



중산교의 야경, 중산교는 저녁에도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란저우에서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 있고 종교도 다양하다. 길거리에서 이슬람사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절과 도교사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부 지역에는 교회도 있으니 그야말로 종교의 천국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종교는 정부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다. 3개월 전에 이우의 한국인 목사가 추방을 당했다. 추방 이유는 종교 비자 없이 교회에서 설교했다는 명목이었다. 만약 중국 교회에서 외국인이 설교를 하려면 해당 국가의 중국 영사관에서 종교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 영사관에서는 절대 종교에 관한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 결국 외국인 목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란저우는 불교와 이슬람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사찰 앞에 이슬람 사원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란저우다


중국의 종교인 유교와 도교는 기독교나 이슬람처럼 특정한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기독교나 이슬람과 달리 도교나 유교에서는 자신들의 조상이나 미 특정의 신령에게 예를 표한다. 또한 예를 표하는 목적이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자신에게 복을 가져다 달라는 의미다. 유교는 공자, 도교는 노자의 사상을 토대로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종교란 모두 재물과 연계되어있다. 중국이 급격한 경제발전을 통해 서구주의를 받아들이다 보니 유교나 도교 사상이 많이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문화혁명 당시 공자는 타도의 대상이 되어 많은 사원과 공자상이 부서졌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상대할 만한 경제 대국이 되면서 공자나 노자의 사상을 재평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란중산교는 안전 문제때문에 자동차가 다니지 못한다. 중산교는 걸어서 건널 수 있다다 


중국인에게 너무나 특별한 강, 황하

란저우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이 황하강(黄河江)이다. 황하강은 중국에서 장강 다음으로 긴 강으로 길이만도 5,464km나 된다. 황하라는 단어는 중국인들에게 단순한 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 역사와 함께 한 황하에는 중국인의 역사와 삶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중국에서 제일 긴 장강(长江)은 무려 6,300km다. 중국은 장강을 기준으로 남과 북을 가른다. 장강 위쪽에 살면 북방 사람이고 남쪽에서 살면 남방 사람이 된다. 남방은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다. 그 기준이 바로 장강이다. 장강으로 인해 성격 또한 구분된다. 북방 사람들은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올 정도로 다혈질이지만 남방에서는 싸울 일도 말로 끝내는 냉철함을 지녔다. 



란저우의 대표적인 사찰 백탑사의 대웅전, 란저우 시내가 바라다 보이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장강이 중국 제일의 강이지만 황하강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태도는 그 이상이다. 황하에는 장강에 없는 혼이 서려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황하를 접하는 처음 중국인은 경건하고 숙연해진다. 황하는 말 그대로 흙탕물이다. 도도히 흐르는 황하는 칭하이에서 발원하여 여러 개의 성을 거쳐 황해로 빠져나간다. 황하강의 상류인 란저우에는 항상 수량이 풍부하다. 이를 이용해 란저우 사람은 예로부터 물자를 옮기고 수차를 돌렸다. 우리의 물레방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다. 황하강 변에 만들어 놓은 수차 박물관에는 여러 종류의 물레방아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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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양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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