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속 여름 맛보는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海南)
2019-02-15  |   29,384 읽음

한겨울 속 여름 맛보는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海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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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더운 여름이면 추운 겨울이 그립고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 오면 따듯한 봄이 기다려진다. 영하가 10℃가 넘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칠 때 나는 한가로이 여름을 즐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광저우에서 일을 끝낸 후 하이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 년 내내 여름 한 계절만 존재한다는 하이난도(海南岛:해남도)는 특별한 섬이다. 중국 28개 성 중 최남단에 위치하여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존재인 동시에 풍부한 천연 자원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다. 이곳을 기점으로 중국이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하는 난사군도가 있는 남중국해가 시작된다. 남중국해는 베트남과 필리핀을 지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코앞까지 이어진다. 


한겨울에 즐기는 여름

연중 300일 넘게 화창한 날씨를 자랑한다는 하이난이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하이커우(海口)를 방문했을 때는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더울 것이라 생각해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잔뜩 싸가지고 왔는데 기온까지 뚝 떨어져 여름옷을 입을 기회가 없었다. 추위를 피해 따뜻한 하이난을 찾아왔는데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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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는 일년중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지속될 정도로 좋은 기후를 지니고 있다 


하이난은 아열대와 열대성 기후다. 여름에는 최고 38℃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도 25℃ 내외를 유지한다. 38℃라면 우리에게 더운 날씨이지만 중국 다른 지역에 비하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가장 덥다는 충칭이나 우한, 난징은 최고 42~45℃까지 올라간다. 거의 찜통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남부는 습도까지 높아서 사람의 진을 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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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의 전통모자, 강렬한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하이커우 공항에 내리니 여행사 깃발 든 안내원 뒤를 줄줄이 따라 가는 여행객들이 보인다. 모두들 두툼한 겨울 복장이다. 한겨울에 따뜻한 날씨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모두들 공항에서 겨울 외투를 벗어 버리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하이난이 섬이기는 하지만 면적이 33,920㎢로 제주도의 18배가 넘는 상당히 큰 규모다. 중국 근대사까지 광동성에 속했으나 1988년 하이난성으로 분리되면서 총 28개 성 중에서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하이난은 오래전부터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과도 교역을 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런 연유로 성도인 하이커우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치로우라오지에(骑楼老街)에는 말레이사아, 싱가포르, 태국인들이 살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중국의 전통 건물과 다른 근대 서양식 상가와 주택이 이색적이다. 중국 안에 있지만 중국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인과 함께 어울려 살던 모습이 절로 연상된다. 그래서인지 하이난 사람들은 타 지역 사람들에 대해 그리 배타적이지 않다. 하이난의 인구는 867만 명으로 대부분이 한족이고 나머지는 묘족, 이족 등 소수 민족이다. 


배로 연결되는 기찻길

이곳의 택시는 모두 하이마(海马:해마)라는 회사에서 생산되었다. 하이마가 하이난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자동차이다 보니 이곳 사람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존재다. 공항에서 호텔을 가려 택시를 탔는데 승차감이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중국 자동차 품질이 몰라보게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중국 자동차도 10년, 10만 km를 기본적으로 보증한다. 하이마는 전기차 생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환경을 중시하는 하이난이기에 친환경 전기차 보급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거리의 오토바이도 대부분 전기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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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우의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은 전기 오토바이다 


중국의 자동차 번호판은 각 성을 상징하는 글자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베이징(北京)은 징(京)을 제일 앞에 표시한다. 하이난의 번호판을 보니 왕(王)자와 징(京:경)자가 합쳐진 칭(琼)이라는 글자가 맨 앞에 온다. 칭이란 해협이라는 뜻이다. 이곳 지형은 광동성의 끝자락이 밑으로 내려오다 하이난과 마주하는 지점에서 끊어져 있는 형상이다. 오래전에는 광동성과 한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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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사람들의 삶도 내륙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길거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  


하이난은 섬이기 때문에 광동성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은 배이다. 그렇지만 열차가 광동성에서 하이난까지 연결되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광동성에서 출발한 기차가 부두에서 배에 실려져 하이난까지 운반된다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거대한 기차를 배에 싣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택시기사의 말을 믿고 난강(南港)역을 찾았지만 밖에서는 역 안을 볼 수 없도록 벽으로 막아 놓았다. 그래서 배는 보았지만 아쉽게도 기차가 실리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런 광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사도 말만 들었지 실제로 기차가 어떻게 배에 실려지는지 보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기관차를 제외하고 객차만 실린다고 한다. 이런 운반 수단을 통해 내륙에서 하이난까지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또한 고속철의 나라답게 하이난에도 고속철도가 있다. 하이커우에서 최남단 산야까지 일주하는 코스다. 그렇지만 아직 내륙과 고속철이 연결되지는 않았다. 현재 건설 중인 하이난 대교가 완공되면 내륙에서 하이난까지 고속철로 단번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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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우에도 급격하게 차량이 늘어 교통체증이 심하다  


어김없이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

하이난에는 논과 밭 그리고 각종 농장이 많다. 날씨로 보아 아무거나 잘 자랄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벼농사는 2모작이 기본이고 3모작은 선택이라고 한다. 중국 어딜 가나 비슷한 건설 바람은 하이커우 역시 마찬가지다. 이용하는 택시 기사마다 이곳에 집을 사라고 권유한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많이 사들였다. 특히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하이난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겨울을 하이난에서 지내고 봄이 되면 북쪽으로 날아간다. 우리가 흔히 말하던 ‘강남 가는 제비’에서 강남이 바로 하이난이다. 러시아인들의 꿈도 추운 겨울은 따뜻한 하이난에서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곳은 4계절 내내 꽃이 핀다. 겨울임을 잊고 지낼 수 있는 환상적인 섬이다. 다만 겨울에 피는 꽃들은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색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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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우에도 개발 붐이 불어 고층 건물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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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에는 사계절 꽃이 핀다


택시 기사가 부동산을 사라고 한 것이 결코 과장은 아닌 것이, 섬 어딜 가나 광고판이 걸려있다. 마치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듯하다. 예전 우리나라 제주도의 모습과 비슷하다. 중국도 부동산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경기를 부양한다고 4조위엔(660조원)이 넘는 엄청난 자금을 풀었다. 이런 유동성 자금이 산업 쪽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고 부동산으로 몰려 집값만 잔뜩 올려놓았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 전쟁 때문에 내수를 진작시키려 또다시 자금을 푼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 중국에 비어있는 아파트가 5백만 채라는 보도가 있었다. 대부분의 아파트 구매자가 계약금 10%만 내고 잔액은 대출을 받아서 샀기 때문에 거품이 꺼지면 언제 파산을 할지 모르는 위험한 시한폭탄인 셈이다. 만약 경제가 위축되기라도 하면 부동산 폭락으로 깡통 아파트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아름다운 백사장과 야자수의 이국적인 풍경

하이커우에 펼쳐진 기다란 백사장과 아름다운 해변의 풍광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특히 야자수로 조성된 거리의 가로수는 이곳이 열대지방임을 인식하게 한다. 가로수에 달린 튼실한 야자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하다. 중국인이 먹는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열대 과일 대부분은 이곳 출신이다. 하이커우는 끝없이 펼쳐진 평탄한 구조라 골프장 만들기에도 유리한 조건이다. 한국의 골프광들이 겨울에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하이난이다. 특히 추운 날씨 때문에 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골프 패키지여행이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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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바나나 농장, 하이난은 열대과일 생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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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야의 열대성 기후는 한겨울에도 수영을 할 수 있다


하이커우의 인구는 2백만 명. 그래서 지하철까지는 필요 없지만 최근 차가 엄청나게 늘어나 도심은 교통 체증이 심하다.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버스가 가장 편하다. 버스 요금은 1위엔이라 항상 잔돈을 넉넉히 준비해 놓아야 한다. 거리는 출, 퇴근 시간에 너무 많은 오토바이가 몰려 혼잡하기가 짝이 없다. 좁은 공간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가슴이 철렁한다. 

인도에는 수많은 공용 자전거가 진을 치고 있다. 세계에서 공용 자전거가 제일 발달한 중국이다. 아무 곳에서나 탈 수 있고 아무 곳에나 세워둘 수 있어 선풍적인 인기다. 공용 자전거가 시작될 때는 3일에 한 업체가 생겨 날 정도로 수많은 기업이 경쟁을 벌였다. 현재는 모바이크, 헬로우 바이크, 오포 등 3개 업체가 전국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알리바바와 위쳇의 텐센트가 공유 자전거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서 모인 자료를 자율운전 자동차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공용 자전거에는 QR 코드와 함께 GPS가 내장되어 있다. 이런 정보를 통해 자전거 이용자들이 어떻게 이동을 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저렴하고 편리해서 나도 자주 이용하는데, 택시를 타기에도 걷기도 어정쩡한 경우에 좋은 대안이다. 하이커우에서도 자주 공용 자전거를 탔다. 내가 세우고 싶은 곳 아무 데나 정차해서 사진도 찍고 볼일도 볼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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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하이커우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모두 하이마란 브랜드다


휴대폰 날치기 때문에 맞은 위기

오토바이가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은 아슬아슬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길에 서 있으면 자연스럽게 와서 "어디 가느냐?"며 묻는다. 일종의 공유 오토바이 서비스다. 심지어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다가도 이용할 손님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세운다. 참 재미있는 동네란 생각을 하던 중에 휴대폰을 날치당당했다. 포구가 바라보이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길거리 대부분이 전기 오토바이였는데 일반 오토바이 배기 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옆구리를 쳤다. “억”하는 소리가 절로 나며 중심을 잃는 순간에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없어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해서 어떤 상황인지를 몰랐다. 휴대폰이 없어졌음을 알아 차렸을 때에는 오토바이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여행 중 휴대폰 분실은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동안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시 후에야 나의 모든 정보가 사라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아무한테도 전화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필요한 번호를 기억해 두었지만 요즘에야 휴대폰이 알아서 저장해 주니 그럴 필요가 없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결제를 위챗으로 하기 때문에 일정 금액도 휴대폰에 들어있는 셈이다. 위쳇으로 결제를 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상점 계산대에서 사용하는 기계는 QR코드를 스캔만 하면 비밀번호 없이 결제된다. 마음이 급해졌다.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은 중국통신이다. 물어물어 중국통신을 찾았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내 휴대폰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다. 다른 성에서 발급된 휴대폰 카드는 이곳에서 알 수 없다고 한다. IT 강국이라는 중국인데 좀 황당하다. 그러니까 하이난성에서는 분실신고도, 카드 재발급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우 사무실 직원의 전화번호를 겨우 기억해 내서 분실신고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은행을 돌아다니며 위챗과 연계된 통장의 잔액을 카드로 모두 찾았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새로 사야 했다. 하이난에 머물면서 임시로 사용할 휴대폰이다. 하이커우에서 산야(三亚:삼아)로 넘어가는 고속열차표와 호텔 예약, 하이난에서 항저우로 가는 비행기 표가 모두 휴대폰에 담겨 있었다. 휴대폰 없이는 꼼짝할 수가 없는 구조다. 잃어버린 휴대폰의 카드는 이우로 돌아가서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예정에서 축소된 여행 일정

모든 수습을 끝내고 나니 밤 9시다. 그나마 중국 통신이 밤 10시에 문을 닫는 점이 천만다행이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무척 속이 상했지만 다치지 않고 또 여권이나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여권이나 지갑을 분실하면 언제 해결이 될지 모를 일이다. 휴대폰은 아니지만 이런 유사한 경우를 예전에도 한 번 당했다. 동관(东莞)에서 광저우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소매치기가 뒷주머니에 든 지갑에서 돈을 빼 갔다. 지갑은 빼지 않은 상태에서 지갑 안에 든 돈을 빼갔으니 마술 같은 솜씨라 아니할 수 없다. 버스에서 내려서 걷다 보니 뒷주머니가 덜렁거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갑을 만져보니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지갑에 칼자국이 나 있었고 지갑 안에 돈이 대부분 빠져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바지 주머니를 칼로 도려낸 후 지갑에 있는 돈을 핀셋을 이용해서 빼 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아무튼 그 놀라운 솜씨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행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지만 예정대로 하이난의 남부 도시인 산야까지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만 원래 산야에서 2박을 하려 했던 일정을 하루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하이커우에 대한 인상이 좋았는데 휴대폰을 잃어버리니 그런 기분이 싹 사라졌다. 겨울에도 한여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하이난의 특징이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하이난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 생각했던 나의 판단 착오였다. 오토바이가 많은 곳에서는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이커우에서 산야까지는 고속철도로 이동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중국의 고속철은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티에(고철:高铁) 그리고 200km 내외로 달리는 똥처(동차:动车)로 구분된다. 하이난을 일주하는 고속철은 후자다. 하이난의 고속철은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 경제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중국은 사통팔달로 고속철을 건설하고 있다. 하이난의 고속철은 섬을 한 바퀴 도는 구조인데, 하이커우에서 산야까지 320Km로 고속철로 2시간 반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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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역은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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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에도 고속철이 건설되어 있다. 하이난 섬을 한바퀴 도는 노선이다  


하이커우가 봄이라면 산야는 여름

하이커우는 산 하나 보이지 않는 대평원이다. 그렇지만 남부로 내려오면서 산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수없이 많은 터널이 이어진다. 기찻길 옆으로 보이는 농장에는 바나나와 야자수, 파인애플이 줄지어 서 있다. 한쪽에서는 석유 시추 기계가 돌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이난 인근에는 석유를 캐내는 광구가 많다. 풍부한 농산물을 생산하며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하이난은 중국에서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은 절대적으로 남중국해를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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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의 꽃들은 겨울에도 강렬한 빛을 띈다


산야(三亚)에 도착하니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산야는 하이커우에 이은 하이난 2번째 도시다. 인구는 60만. 같은 하이난에 속하면서도 하이커우는 아열대, 산야는 열대성 기후다. 산야의 온도가 하이커우보다 평균 8℃ 정도 더 높다. 하이커우가 봄이라면 산야는 한여름이다. 하이커우에서는 봄옷을 입고 있었지만 산야에 오니 모두 반소매 차림이다. 하이난섬 중간에 자리 잡은 산들로 인해 양쪽의 기후가 달라진다고 한다. 섬 중앙에 자리 잡은 제일 높은 산은 1,867m의 우지산(五指山) 산이다. 

같은 섬이라고 하지만 하이커우와 산야는 300km가 떨어져 있다. 그래선지 산야의 분위기는 하이커우와 또 다르다. 산야역에 내리니 한여름의 무더위가 느껴진다. 햇볕이 무척 따가워  금방이라도 살이 탈 것 같은 느낌이다. 눈이 부셔 선글라스부터 찾았다. 산야역에는 베이징으로 가는 기차가 서 있다. 여기서 베이징까지는 2,896km로 37시간이 걸린다. 산야에서 하이커우까지는 기찻길로, 바다를 건널 때에는 배로 운반이 된다. 그리고 보니 산야는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역이다. 하이커우의 꽃은 색이 바랜 것처럼 칙칙했지만 산야의 꽃은 강렬한 색이 화려했다.   


한겨울 해변에서 해수욕 즐기는 별천지

이곳은 하이커우보다 훨씬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다. 백사장에는 제철을 맞은 듯 많은 사람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한 겨울 추위에 시달리다 온 이방인의 눈에는 완전히 별천지다. 하이난을 중국의 하와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산야를 두고 한 말이다. 해변가에는 수많은 호텔과 고급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과연 중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리조트 건물이 건설 중에 있다. 이곳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집을 사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외지인들이 땅을 구매하면서 땅값도 많이 올랐을 것이다. 이곳에서 많은 러시아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하이난이 러시아와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사람들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역시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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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몰려있다 


산야에는 멋진 해변이 많다. 일 년 내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야롱베이, 산야만 등 길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또한 여행객을 위해 엄청나게 큰 면세점을 만들어 놓았다. 무척 친절한 여행 안내소에서는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통역기를 들고나온다. 내가 중국말을 해도 막무가내다. 이곳에서 가볼 만 한 곳을 알려 주었다. 

중국 최대 규모라는 산야의 면세점은 완전히 별천지다. 웅장한 건물에 세계의 명품을 모두 모아 놓았다. 그렇지만 면세점보다는 아름다운 해변을 제대로 즐기는데 묘미가 있다. 그것도 한겨울에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으니 참으로 매력적이다. 해변에 늘어선 야자수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국 북방이 영하 20℃가 넘는 혹한이 몰아치는 시기에 이곳에서는 해수욕을 즐기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든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오는 곳이라 그런지 혼자 지내기에는 참으로 따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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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반주기에 맞춰 노래를 하는 모습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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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는 중국에서 가장 청명하고 푸르름이 빛나는 곳이다


편의 시설 늘어나는 만큼 매력도 잃어가

산야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현지 태생이라고 한다. 그는 표준말, 하이난 말, 산야 말, 고향 말 등 4개 말을 한다. 보통 중국인들은 표준어 외에 출신 지역 말을 한다. 중국에선 차를 타고 한 시간만 가면 말이 달라진다. 광동 사람들의 경우 고향 말, 광동 말, 보통 말(표준어)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중국 사람들의 언어 구사 능력은 대단하다.

택시 영업은 예전에 수입이 괜찮았지만 요즘엔 자가용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별로라고 한다. 또한 공유 자동차인 띠디추싱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중국에는 띠디추싱(滴滴出行)에 종사하는 개인 운전자가 500만 명이 넘는다. 띠디추싱 운전자에 의한 강간 및 살인사건이 몇 번 있어 잠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 인기는 사그러지지 않았다. 하이난에는 11월부터 3월까지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온다고 한다. 

멋진 리조트 앞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을 만났다. 리조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꽃 이름을 물어보았는데 발음이 정확하다. 북방 사람이 틀림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베이징에서 왔다고 한다. 베이징은 공기가 안 좋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 이곳에서 3개월 정도를 지내다 돌아간다고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좋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한 노인이 옆에서 거드는데 그 역시 베이징에서 왔다며 반가워했다. 베이징의 돈 많은 부자라면 하이난에 별장 하나씩 사놓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하이난에도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늘어서 편리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숙박시설도 그리 많지 않아서 불편했었다고. 그렇지만 지속적인 개발로 자연환경이 훼손되면서 하이난이 지니고 있던 매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우리의 제주도와 똑같은 현상이 하이난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글 사진 양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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