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워커힐로, 가을 끝자락을 달리다
2018-12-24  |   13,017 읽음

아차산 워커힐로

가을 끝자락을 달리다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624_1226.jpg

언제 만나도, 아무 때나 가도 기분 좋아지는 대상이 있다지만 모든 것엔 그에 어울리는 ‘때’가 있는 법이다. 저물어 가는 가을녘에 달리면 그 운치가 배가 되는 ‘워커힐로’를 달리고 왔다.


아차산 가을 드라이브, 워커힐로

가을철 인기 높은 서울 드라이브 코스인 아차산 워커힐(Walkerhill)로. 그 시작은 아차산 생태공원이다. 코스 이름에는 워커힐로만 붙었지만 실은 아차산 생태공원은 영화사로와 워커힐로, 두 길 모두와 맞닿아 있다.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758_3908.jpg
워커힐로 드라이브 코스의 시점에 생태공원 산책길이 나 있다


공원 바로 옆엔 아차산 공영주차장이 자리해 주차하기 좋다. 말인즉슨, 드라이브코스이면서 가벼운 산책 코스도 가능하단 얘기가 된다. 이곳을 찾은 건 지난달 초 서울에 한 차례 큰 비가 내리고 난 주말이었다. 거센 비바람 때문에 단풍잎이 모두 떨어져 나간 게 아닌가 걱정했다. 다행히 아차산로 단풍나무는 전성기 때의 풍성함까지는 아니어도 붉은 빛으로 염색한 건강한 모발을 뽐내고 있었다. 간간이 브릿지를 넣은 듯 가을 물이 덜 든 초록 잎사귀이 내 걱정이 괜한 기우였다며 다그쳤다. 명색이 드라이브 코스라지만 차창에 가려진 상태로 가을을 즐기는 건 뭔가 아쉬웠다. 총천연색 가을 단풍을 찍고자 차를 세운 곳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입구. 어느덧 코스의 절반을 지나온 까닭에 잠시 교정을 거닐었다. 따로 믿는 종교는 없지만 신학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경건함 때문인지 나무가 단풍의 붉은 색채가 좀 더 안온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814_4657.jpg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정에 들러볼 수 있다


워커힐 아파트, 워커힐 호텔... 그리고 워커힐로

입구로 돌아오니 많은 행락객이 잠시 차를 세운 채 저물어 가는 가을 오후를 렌즈에 담기 바빴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 오른편으로 워커힐 아파트 단지 입구가 보인다. 나무숲에 싸여 이토록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나의 주거 환경은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건지 잠시 의문이 들었다. 지도상으로 1km가 채 되지 않는 드라이브코스는 일부러 천천히 달리고 여유를 부렸음에도 10분 남짓 만에 끝이 났다. 코스 끄트머리에는 강변과 인접한 도로(아차산로)로 접어들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할 워커힐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워커힐 아파트에 이은 워커힐 호텔. 이 드라이브 코스의 이름이 워커힐로여야 하는 이유다. 이름의 유래가 된 6.25 전쟁 영웅 월튼 워커(Walton Walker) 장군이 살아 돌아오면 무척이나 반길 일이다.


평양식 만두국, 묘향만두

요즘은 그런 일이 없지만 어릴 때만 해도 집에서 만둣국을 먹다보면 갑작스런 등짝 스매싱을 당하곤 했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빚어 맛깔스레 만든 만두를 헤집어 놓고 먹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알고 있다. 만두는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혀에 닿는 만두피의 쫀득함과 터져 나오는 육즙 그리고 만두소에 들어간 각종 재료에서 어우러져 나오는 풍미에 진정한 매력이 있음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너무 뜨거운 걸 어쩌겠는가. 그래서 어릴 적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까지 만두를 헤집곤 했다. 이렇게 먹으면 틀린 건 줄 알았다. 묘향만두에 오기 전까진.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836_8189.jpg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836_9977.jpg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만둣국과 묘향뚝배기. 만둣국은 아무런 고명을 넣지 않아 오로지 만두와 국물 맛으로만 승부를 본다. 으레 평양식이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꾸미지 않은 심심한 만둣국’이 모습을 드러낸다. 만두 속에는 두부를 많이 넣어 담백한 맛에 전념한다. 육수에선 멸치 우려낸 맛이 제대로 난다. 묘향뚝배기는 아까 말한 ‘헤집어 놓은’ 만두가 들어간다. 외형만 보면 육개장에 만두를 풀어헤쳤다고 하면 알맞겠다. 그런데 맛은 또 그리 간단치 않아 얕보다간 큰코다칠 감칠맛을 품고 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니 문득 진짜 북쪽 평양 만두도 실제로 이런 맛일지 궁금해진다.

주소 경기 구리시 아차산로 63 

전화 02-444-3515 

운영시간 9:30~21:30(월요일 휴무) 

가격 만둣국 9,000원, 묘향뚝배기 1만 원 

주차 가능


믹스&매치 커피집, 아차산로 59

식후엔 커피가 당긴다. 기왕에 서울을 벗어나 구리까지 온 마당에 어정쩡한 카페를 가고 싶진 않았다. 고민에 빠진 채 주차된 차를 향해 걷다보니 웬 단층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894_0967.jpg
대청하루, 툇마루는 물론 실내 공간까지 갖춘 한옥 카페다


 ‘아차산로 59’는 점차 차별화가 어려운 카페 무한 경쟁 속에서도 꽤 괜찮은 곳이라 평을 받는 곳이다. 특이하게 도로명주소를 그대로 상호명으로 쓴 아차산로 59의에 들어서면 일견 여느 카페와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단, 주문을 마치고 왼편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통유리창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는 건 북촌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한옥. 홀리듯 밖으로 나가 가까이 보니 카페 컨셉트 때문에 일부러 급히 지어 올린 게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음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당신이 바로 저 자리에서 태어났다고. 뜻하지 않은 출생 비화를 듣고 나니 아까 주문한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 오렌지크림 커피와 마롱 스쿠로 카푸치노가 나왔다. 오렌지크림 커피는 아메리카노 위에 오렌지 휘핑크림을 얹어 나오는 전형적인 비엔나 커피의 모양새다. 차가운 생크림에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기다가 이내 딸려 나오는 아메리카노의 쌉쌀한 맛을 즐기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마롱 스크로 카푸치노는 카푸치노 위에 슬라이스된 밤이 얹혀 나온다. 안 그래도 우유 거품이 입 안 가득 포근함을 전하는데 밤이 합세하니 살짝 아쉽던 2%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고즈넉한 대청마루가 좋았지만 다소 찬 가을바람 때문에 지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림만 걸려 있다면 흡사 갤러리로 착각할 만큼의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따금씩 심심한 주말에 갤러리 찾는 기분으로 들러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914_0211.jpg

얼핏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지하 공간
f34e01bde1ef9ff5b3d901c540870d2d_1545634914_2295.jpg
주문받는 곳과 커피를 내리는 곳이 분리돼 있어 위생적이다


주소 경기 구리시 아차산로 59 

전화 02-444-1957 

영시간 10:30~22:00(연중 무휴) 

가격 시그니처 커피 7,000원, 아메리카노 6,000원 

주차 가능


글, 사진 김민겸 기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