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과 뀌숑82, 메타세콰이아 길을 달리다
2018-09-14  |   11,689 읽음

양재천과 뀌숑82

메타세콰이아 길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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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와 양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영동6교까지, 하천을 따라 메타세콰이아 길이 펼쳐진다. 한적한 도로 위를 달리면 시원시원하게 자라난 나무가 한 여름 뜨거운 햇빛을 막아준다. 답답한 도심 속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잠시 차를 세워 두고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숨겨 둔 보물 같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양재천 메타세콰이아 길

관악산 남동쪽에서 발원한 양재천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 가로지른다. 소설가 김영하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울의 길을 도로가 아닌 하천으로 다시금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예부터 하천은 자연이 만들어준 길이었던 셈. 그래서인지 양재천 메타세콰이아 길은 오래전부터 다닌 길 같은 익숙함 속 편안함이 있다. 1차선 길이지만 답답한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30여 년 전 영동 2교부터 6교에 이르는 도로가에 순차대로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심어졌다. 쉽게 볼 수 없는 나무였던지라 처음에는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당시 강남에 한창 아파트가 들어서던 시절,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어느새 훌쩍 자라난 메타세콰이아 길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영동 3교와 5교 사이는 나무가 유독 곧고 높게 뻗어 마치 터널을 지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모습도 하늘에서 잠시 지워준다. 오로지 하늘과 짙은 녹음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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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뀌숑82

요리가 알맞게 익는 온도를 뜻하는 프랑스어 ‘뀌숑(Cuisson)’과 프랑스 수도 파리를 떠올리는 숫자 ‘82’가 합쳐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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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색 외벽이 메타세콰이아 길과 잘 어울리는 뀌숑82


정식당과 봉에보 등 2000년대 초반부터 묵묵히 한국 프렌치 다이닝의 길을 걸어온 김영원 셰프가 2012년 이 자리에 오픈했다. 뀌숑82의 컨셉트는 언제든 편하게 찾아와 먹을 수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 으레 프랑스 요리는 코스와 와인, 비싼 가격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접근이 어렵지만 이곳은 아루아뇽, 라비올리 같은 캐주얼하고 친숙한 음식을 단품으로만 선보인다.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춰 여러 개 주문해 지인들과 안주삼아 먹는 단골손님이 많다. 이글루나 통나무 산장을 연상케 하는 따뜻한 느낌의 테이블이 실내에 준비되어 있다.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가게 곳곳에 근래 주목 받고 있는 세계 유명 레스토랑의 레시피 북이 놓여 있다. 묵묵히 내공을 쌓는 숨은 고수의 아지트를 발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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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벽과 원목 테이블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식전빵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직접 만든 것으로, 완제품은 일체 쓰지 않는다. 뀌숑82의 대표 메뉴는 람블라스(Ramblas). 김영원 셰프가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서 맛본 요리를 잊지 못해 개발한 메뉴로 세리뇨 하몽, 감자튀김, 수란, 그리고 샐러드를 곁들여 낸다. 와인 안주로 먹기 제격이다. 바스크 풍의 새우 라비올리는 하루 3접시만 한정판매 된다. 새우가 없을 때는 가끔 로브스터가 들어가기도 한데 이때는 다소 가격이 올라가는 대신, 맛은 그 이상이라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프랑스어로 ‘삼겹살(poitrine de porc)’이라 이름 붙은 스테이크는 국내산 암퇘지를 사용한다. 바삭하게 익힌 겉면과 육즙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부드러운 속살이 조화를 이뤄 놀라운 식감을 연출한다. 특히 함께 나오는 감자 퓌레와 레드와인 소스가 돼지고기의 풍미를 잘 살려준다.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기름진 입 안을 깔끔하게 헹구는 수제 셔벗도 꼭 맛보시길. 마치 프랑스 가정집에 초대를 받은 것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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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요리, 람블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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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퓨레와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인 암퇘지 삼겹살 스테이크

뀌숑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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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 167

전화 02-529-3582

운영시간 11:50~21:30(브레이크 타임 14:30~17:50, 월요일 휴무)

가격 라비올리 2만 8,000원, 람블라스 2만 6,000원, 암퇘지삼겹살 스테이크 3만 5,000원

주차 가능


글, 사진 최종인(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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