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월동 동화마을이 시작되는 곳
2016-11-23  |   39,127 읽음


송월동 동화마을이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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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종점인 인천역에서 이정표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송월동 동화마을이 나온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인천 차이나타운’과 실처럼 연결되어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 글, 사진 김태종

 

아련한 추억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에 제격인 계절, 가을이다. 문득 백설공주와 오즈의 마법사,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 흥부와 놀부, 신밧드의 모험 등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동화를 떠올려본다. 이제 그 시절의 기억들은 수명을 다해가는 전등처럼 잠시 켜지는가 싶다가 이내 꺼져버리기 일쑤고, 새벽강의 안개처럼 희미해져 간다. 어른에게 있어 동심(童心)은 새벽녘 이지러지는 달과 같이 그렇게 사라져야만 하는 걸까? 기억의 창고 한 귀퉁이에서 먼지 뽀얗게 앉고 색이 바래 막상 꺼내어도 도통 원본을 되살릴 수 없는 그런 것일까? 그래서 떠났다. 아련한 동심을 다시 꺼내어볼 수 있는 곳으로. 인천광역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은 이제 다 자란 어른들을 행복했던 그 시절로 친절하게 안내하고, 현재의 아이들에게는 웃음으로 가득한 시간과 공간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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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다양한 동화 캐릭터와의 만남인천 송월동에 동화마을이 조성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소나무가 많아 솔골 또는 송산으로 불리다가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달이 운치가 있어 송월동이라 불리게된 이곳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후 독일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부촌을 형성했다. 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마을에는 연로한 노인들만 남아 활기를 잃어버렸고, 사람들이 떠난 빈집들이 군데군데 썰렁함을 더했다. 이런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천시가 꽃길을 만들고 세계 명작 동화를 주제로 담벼락에 색칠을 해 아름다운 동화마을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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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함께 춤을!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인천역에서 내려 이정표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10분 이내에 동화마을 입구에 들어선다. 이곳은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 먹거리가 풍성한 인천 차이나타운과 실처럼 연결되어 있어 한나절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동화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동심의 세계로 빨려든다. ‘오즈의 마법사’를 테마로 한 건물에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도로시와 그의 친구들인 사자와 허수아비, 그리고 양철나무꾼의 캐릭터가 친근감을 준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도끼를 든 양철나무꾼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장이 없어 아주 작은 생물에게도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하며, 따뜻한 마음을 얻기 위해 모험을 떠난 동화속 이야기처럼 조형물은 정겨운 낙서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천진난만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허수아비가 정겨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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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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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과 백설공주

 

 

동화의 장면은 수시로 바뀐다. 멀리 ‘라푼젤’의 긴 머리를 타고 올라가는 왕자가 보이는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그 밑에 갖가지 색으로 칠한 성을 배경으로 두 여인이 서 있다. 한 여인이 뽕이 잔뜩 들어간 드레스에 사과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백설공주가 분명하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여인은 누구지? 사악한 계모가 아닐까 싶다가도 백설공주보다 예쁘고 어려 보여 헛갈린다. 400년 사랑의 증표 별비녀가 소원을 이뤄준다며 유혹하는 곳에서는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아리따운 여인과 왕자가 더없는 사랑의 눈길을 보내며 춤을 추는 그림을 보니 신데렐라가 분명하다. 맞은편에서 심술 맞은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언니 둘을 보니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닭과 고양이, 늙은 개와 당나귀를 주인공으로 한 ‘브레멘 음악대’는 이들의 노래에 깜짝 놀라 도망치는 도둑들을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영심이와 경태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영심이’ 벽화에는 부러움과 시샘, 그리고 자신들도 그러하기를 기원하는 낙서가 빼곡하다. 그 옆에서 ‘드래곤볼’의 용이 불을 뿜으면서도 착하디착한 눈망울로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골목을 돌아 언덕으로 향하자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거대한 몸을 곧추세웠다. 마치 소원을 빌면 금방이라도 들어줄 것 같은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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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사랑의 증표, 별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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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음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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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뿜는 귀여운 용

 

 

너무 서두르지 말고 쉬어가라며 ‘개구리 왕눈이’의 아로미가 어깨를 내어준다. 살짝 기대어 맞은편의 카메라를 향해 살짝 포즈를 취하노라니 연잎을 우산 삼아 빗속에서 왕눈이와 뛰놀던 아로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가로등은 이제 ‘콩나무’가 되어 끝도 없는 하늘로 뻗었고, ‘잭’은 하늘의 성으로 나무를 타고 오른다. 그리고 육지여행이 서서히지루해질 즈음, 거북과 수중 생물들이 나들이객들을 바다속 세계로 안내한다.한국의 전래동화도 발길을 붙잡는다. 흥부가 박을 터트리자 금은보화가 쏟아지고 놀부는 심술이 날 대로 나 있다. 용왕과 용궁의 풍경을 그려놓은 ‘별주부전’에서는 거북의등에 올라탄 토끼가 용궁으로 향한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모습을 몰래(?) 구경한 뒤, 도깨비 방망이 앞에서 동심과는 거리가 먼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며시 외쳐본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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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라고 어깨를 내주는 아로미와 왕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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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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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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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이 지척에

화마을을 거닐던 발걸음이 어느새 자유공원으로 이어진다. 화단에는 가을의 향기를 머금은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그 너머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의연하게 인천 앞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동상의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서자 ‘제물포구락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물포구락부는 1891년 청국과 일본을 비롯해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사교장으로, 1901년 러시아인 사바친이 설계해 건물 안에 사교실, 당구장, 독서실과 외부에 테니스장을 설치했다. 이후 일본 재향군인회, 미군의 장교클럽, 시립박물관, 문화원 등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제물포구락부의 옛 모습을 재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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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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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

 

 

기자가 이곳을 찾은 10월에는 ‘독일을 보다’라는 주제로 도서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제물포구락부 맞은편에 있는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시장 공관은 현재 인천 역사자료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1882년 신헌과 로버트 윌슨 슈펠트가 제물포 화도진 언덕에서 체결한 한미수호통상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웅장한 탑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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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동물 모형과 나무그늘이 운치를 더하는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차이나타운 뒤편에 다다른다. ‘초한지’와 ‘삼국지’ 벽화는 사실적인 그림에 간결한 문장을 더한 것이 특징인데, 천천히 감상하며 나도 모르게 한 고조 유방이 되기도,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세상을 뒤엎을 정도로 강한 힘과 기운을 일컫는 말)의 항우가 되기도 한다. 사나이들의 진한 의리가 느껴지는 ‘삼국지’의 도원결의 장면과 ‘적벽대전’의 화려한 전투장면 앞에 이르자 타임머신이라도 탄 양 2000년을 거슬러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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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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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도원결의

 

 

차이나타운의 식당거리에 들어서면 대형 중식당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길거리에 늘어선 상점들도 중국식 만두와 공갈빵 등 온갖 먹거리로 여행객의 시각과 후각을 사로잡는다. 중국 민예품과 생활용품을 구경하고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동화마을과 자유공원, 그리고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지는 루트는 넉넉하게 반나절 정도면 둘러볼 수 있고, 잠시 쉬고 싶으면 어느 곳에서든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수도권에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거리에 있고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접근성도 좋다. 어느 날 문득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다면, 인천 동화마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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