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천하제일이라는 계림의 산수]
2016-10-25  |   54,616 읽음

 

桂林山水甲天下
천하제일이라는 계림의 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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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리지앙(Lijiang, 漓江: 이강)을 내려오면서바라보는 구이린(Guilin, 桂林: 계림)의 풍경은 필자가 이제껏 보아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예전에 중국의 내로라하는 시인들과 화가들이이곳으로 몰려와서 천하제일이라는 말을 서슴없이내뱉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환상적인 풍경을 안고있었기 때문이다. 안개가 낀 날이라면 시라도 한 수읊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중국의 지폐 뒷면에는 중국의 아름다운 풍광들이그려져 있다. 50위안에는 티베트 포탈라 궁전이, 1위안에는 항저우 서호(西湖)의 모습이, 그리고 20위안에는 구이린의 황부탄다오잉(Huang bu tandaoying, 黄布滩倒影)이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구이린은 중국에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2개의 강과 4개의 호수, 그리고 비

고속철을 타고 광동성을 지나 광시성에 들어서면주위의 기묘한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그림을 그리는 대상으로 생각해왔던 산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마치 전북 진안의 마이산 같은 산들이 주위에 널려 있다. 마이산은 2개의 봉우리가 생뚱맞게 올라와 있지만 이곳에서는그런 모습의 크고 작은 산들이 수백 km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구이린의 절경은 수억 년 전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인해 지상으로 돌출되어 수만 년동안 침식작용과 비바람에 씻기면서 만들어졌다.지질학자들에 따르면 가르스트(Karst)라고 하는 석회암으로 조성된 산들로서, 중국 계림과 베트남의 하롱베이가 이와 비슷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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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에서 계림까지 고속철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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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스트라는 형태의 석회암으로 구성된 산들이 계림(구이린)의 주위를 감싸고 있다(고속철 안에서 찍은 사진)

 

구이린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큰 도시에서 보았던 8차선 같은 대로는 없고 높은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연간 1,5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이지만 그리 고급스럽거나 화려한 건물이 없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도로에는 이층버스가 돌아다니고 무엇보다 모터사이클이 많다. 베트남의 호치민이나 동남아시아의 큰 도시만큼 많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모터사이클을 운전하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니 이곳의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아마 오토바이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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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위한 2층 버스와 구이린 시민들의 발인 모터사이클

 

구이린에는 메리어트와 쉐라톤 등 세계 유수의 체인호텔들이 대부분 들어와 있지만 한결같이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작은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매장은 있다. 그동안 필자는 베이징이나 난징을 제외하고는 중국의 큰 도시에서 고대건물들을 별반 볼 수 없는 점을 특이하게 생각해왔다. 중국 남부의 최대 도시인 광저우에도 옛 성터의일부가 웨이슈 공원에 남아 있을 뿐 오래전에 지어진 건축물이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구이린에서도이러한 건축물을 볼 수 없었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경제개발이 모든 정책에서 우선시되어왔기 때문에 문화재 보호에는 관심이 없었다. 공산당과 연결되지 않는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모두 헐어버리고 새시대의 건물들을 짓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라 생각해왔다. 구이린은 2,0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진시황 시절부터 천하의 구이린이란 소리를 들어왔고, 한때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区)의 성도였지만(지금은 난닝(南宁)이 성도) 변변한 역사적인 건축물이 없다는 것은 유감이다.

 

구이린은 물이 많은 도시다. 구이린의 중심부는 두개의 강과 네 개의 호수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에서봄은 베이징, 야경은 상하이, 안개는 중경, 비는 구이린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린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물과 무척 친숙하다. 구이린 관광은 배를 타고 강과 호수가 이어진 시 중심부를 도는것으로 시작된다. 여름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의 모습을 길에서 잘 볼 수 없지만 저녁이 되면 그들은 호수로 나와 더위를 식힌다. 밤늦게까지 시내의 강과 호수를 도는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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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는 4개의 호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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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은 물이 많은 도시다. 도시에 2개의 강과 4개의 호수가 있고 비까지 많이 내린다

 

연중 온화한 날씨를 보이지만 여름에는 섭씨 36도를 오르내려서 무척 덥고 습도 또한 높다. 겨울에는평균기온이 섭씨 4~5도 정도이고 역시 습도가 높은 편이다. 봄에는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이곳을여행하려면 9월이나 10월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20위안 지폐 속의 환부탄다오잉

구이린의 진면목을 보려면 리지앙(漓江: 이강)을 따라 양수어(Ynagshuo, 阳朔: 양소)까지 이어진 강을 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구이린에서 양소까지63km에 이르는 강 옆으로는 그림 같은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다. 구이린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코스를 선택한다. 여기를 보지 않고는 구이린을 구경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구이린의 선착장에는 항상 수많은 관광선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구이린은 도시 전체가 관광을 위한 도시이고 이곳 주민들은 모두 관광 가이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텔마다 그리고 길거리의 관광안내 부스마다 여행 패키지 상품과 유람선 티켓을 팔고 있다. 식당 앞이나 택시 정류장에도 안내를해주겠다는 호객꾼들이 상주를 한다. 그렇지만 필자가 구이린에서 지내면서 받은 이곳 사람들의 인상은 대체로 순박하기 그지없었다.

 

구이린에서 배를 타고 양소까지는 3시간 정도가 걸린다. 강 양쪽으로 펼쳐진 비경들을 감상하다보면마치 딴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나 2시간쯤 지나면 좀 지루해지기도 한다. 워낙 멋진 풍광이지만 너무 많으니 나중에는 조금 무감각해지는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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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타고 이강(리지앙)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가 구이린 관광의 기본이다

아무튼 중국에서도 보기 드문 기이한 산세 때문에 이곳을 보기 위해 국내외에서 연간 1,500만 명이 훨씬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 수익은 정부의 재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구이린 시민들의 삶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상하이나 선전처럼 돈 많은 갑부나 큰 기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이린의 관광 시스템은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다. 전날 호텔에서 예약을 하니 아침에 관광버스가 각호텔을 돌며 여행객들을 태우고 선착장까지 안내한다. 선착장에는 수많은 유람선이 출발을 위해 정박해 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나룻배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생각보다 크고 깨끗한 유람선이다. 필자는 구이린에서는 사공이 젓는 나룻배를 타고 한가로이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것이 제 맛이라고 상상해왔다. 아마도 예전부터 구이린에 관한 자료를 보면 묘한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나룻배가 한가로이 떠다니는 장면이 꼭 나왔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최신 유람선이 우리를 반기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우리와 같이 배를 탄 여행객 중에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 여행객도 꽤 많았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을 위해 안내원이 중국어와 영어로 안내를해주었다.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강변을 따라 늘어선 작은마을들이 보인다. 이곳에는 유람선보다 훨씬 작은5~6인승 배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이런 마을에서 며칠 푹 쉬었다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따라 유유히달리던 유람선이 갑자기 속력을 늦추기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지붕이 낮은 작은 배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허름한 배가 유람선과 머리를 맞대더니 나이 지긋한 부부가 생선과 조개 등 각종 음식재료를 유람선에 전달하고 순식간에 떠나간다. 유람선에서 승객들이 주문한 음식 재료들을 이런 배를 통해 조달하는 모양이다. 모든 거래가 강 위에서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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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늘어선 작은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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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배가 유람선에 식재료를 팔고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뗏목을 탄 젊은이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빠른 물살을 따라 내려오더니 금방 유람선에 달라붙는다. 뗏목에는 망고, 수박 등 과일이 담겨져 있다. 지나가는 유람선에 뗏목을 대고 과일을 파는 과일장수다. 물에 익숙하다고 하지만 거의 목숨을 걸고 장사를 하는 위험천만한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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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을 타고 과일을 팔러 다니는 과일장사

무협지를 보면 중국인들은 과장이 좀 심한 편이다.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손에서 장풍을 뿜어내서 상대방을 날려 보낸다. 이강에서 멋진 풍경이 몇 군데있는데 그 중 하나가 9마리 말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는 주마화산(구마화산: 九马画山)이라는 기암괴석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억지로 꿰어 맞춰도 아홉 마리의 말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하여튼 중국인들은 9마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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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마리의 말이 새겨져 있다는 주마화산(구마화산)

 

점심을 먹을 즈음 구이린이 자랑하는 황부탄다오잉(黄布滩倒影)에 도착했다.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20위안 지폐에그려진 모습과 대조하니, 지폐의 그림이 약간 과장되게 그려졌음이 한눈에 느껴진다. 천하제일이라는풍경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워낙 비슷한 풍경이 많다보니 ‘천하제일’이라는기대 효과가 반감된 걸까? 우리나라의 마이산처럼 봉우리 2개만 우뚝 올라와 있다면 마냥 신기하겠지만 이곳의 풍경은 전체가 그런 마이산 봉우리의 연속이다. 어쨌든 눈앞에 펼쳐진 황부탄다오잉의 모습은 인간이 그려낼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조각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수억 년 동안 지구의 역사를그대로 간직한 위대한 자연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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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의 제일이라는 황부탄다오잉

 

우리 입맛에 잘 맞는 구이린 음식

약 3시간 동안의 유람선 여행의 종착지는 양소다. 양소는 인구 5만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 전체가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아니다. 기묘한 형상을 한 산들이 마을을 에워싸고있는 신비스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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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의 환상적인 풍경

 

계림이 속해 있는 광시성은 광시좡족자치구(广西壮族自治区)로 불린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조선족을 포함해서 55개 민족이 있는데 그중 좡족(壮族)은약 1,600만 명 정도로 소수민족 중에서 가장 많은 인구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좡족은 광시성과 구이저우(Guizhou, 贵州:귀주)와 윈난성(Yunnan, 云南省: 운남성) 등 중국 남부에 널리 퍼져 있다. 또한 계림에는 좡족 외에도 묘족, 위족, 동족 등 다양한 민족이 함께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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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양소에 들르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스와이타오위안(世外桃源: 세외도원)이다. 큰 호수를 끼고 소수민족들의 전통가옥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생활풍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또한 배를 타고 돌아봐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으니 계림은 역시 물이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소수민족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들을상대로 춤을 추고 노래하며 기념품을 만들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한다. 소수민족의 대부분은 중국 경제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외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데, 관광지에서 얻는 이익이 이들에게 들어오지 않고 정부에귀속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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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외도원(世外桃源)에서 바라본 구이린의 모습

 

구이린을 거쳐 양소에 도착하면 하루 일정의 관광코스가 끝난다. 양소에서 구이린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대부분 육로를 이용한다.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도로 사정은 별로 좋지 않다. 새롭게 도로 공사를 하고있어 구이린으로 돌아오는 내내 먼지가 폴폴 날리는도로를 달려야 했다.

중국음식은 주로 기름에 볶는 것이 많아서 우리 입맛에는 너무 느끼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구이린의 음식은 기름지고 느끼한 대부분의 중국음식과 달리 담백하고 매콤하다. 덕분에 입맛이 까다로운 한국인들에게도 이곳 음식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이는 구이린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추와마늘, 그리고 마를 이용한 독특한 양념 때문인데, 이 양념을 어느 음식에나 이용하기 때문에 매콤하고 쌉쌀한 맛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매운 맛이 느끼하면서 무척 매운 사천요리와는 또 다르다. 덕분에 구이린에 머무는 동안 음식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었다. 대부분의 음식이 매콤하고 쌉쌀한 맛이 나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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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의 음식은 맵고 쌉쌀한 맛을 낸다

 

한편 쌀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 오래 전부터 쌀로 국수를 만들어 먹은 구이린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지닌 쌀국수 식당이 있을 정도로 오랜 쌀국수 역사를 자랑한다. 구이린 사람들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처럼 아침을 밖에서 사먹는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많이 먹는 죽이나 유토(油条)도 인기가 있지만 구이린 사람들이 제일 즐기는 것은 역시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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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의 명물인 쌀국수

 

일전에 베트남에서도 쌀국수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적이 있다.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 간단한 쌀국수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지금도 입맛이 돋는다. 쇠고기 두 점과 숙주나물이 조금 올라간 것이 전부였지만 육수의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반면 계림의 쌀국수는 베트남쌀국수와는 조금 다르다. 물 국수에서는 중국 특유의 약간 느끼한 맛이 나지만 비빔국수는 텁텁하면서도 끝맛은 쌉쌀한, 묘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 글, 사진 양인환 (중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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