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포커스로 달린 시드니
2016-10-20  |   57,405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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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초청을 받아 호주 시드니로 날아갔다. 이번 출장의 주인공은 포커스.
그런데 일반적인 시승출장과 달랐다. 이틀을 꽉 채운 일정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먹고 놀고 운전하기.
포드는 포커스오너에 어울릴 라이프스타일을 체험시켜주고자 했다.
20년 만에 찾은 시드니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민첩한 포커스와 함께한  덕에 추억은  한층 더 명징해졌다.

머나먼 지평선의 한 지점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고도를 낮춰가는 비행기 창밖으로 아침 햇살에 노릇노릇 물든 시드니가 펼쳐졌다. 멀리서도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또렷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20년 만에 찾는 호주, 그 중에서도 시드니. 과거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눈에 비친 시드니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문득 그때의 감흥이 밀려들었다.

 

이번 여정은 포드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기획했다. 출장의 주인공은 포커스. 그런데 포드 측은 “일반적인 시승 출장과 많이 다르다”고 미리 귀띔했다. 심지어 짐을 꾸려 시드니로 떠나기 전까지도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설렘을 한가득 안고 시드니 국제공항을 나섰다. 맑고 푸른 하늘, 늘씬한 홀덴 승용 픽업. 시드니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다만, 엄청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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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미디어 환경 느낄 수 있어

기자의 이름이 적힌 포드 푯말을 든 스태프를 만나 몬데오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이날은 저녁까지 공식 일정이 없었다. 목적지는 본다이 비치. 서퍼들의 천국으로 유명한 해변이다. 시드니 공항에서 본다이 비치까지 가는 길은 단조롭고한산했다. 20년 전엔 시드니 도심에만 머물렀다. 다른 데 갈 차편도, 돈도 궁해서였다. 도시 외곽의 허름한 풍경이 퍽 낯설었다.

한 시간여를 달려 본다이 비치에 도착했다. 해변을 이웃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여름 시즌에 장기 투숙하는 서퍼들이 많은지, 콘도미니엄처럼 취사 시설은 물론 세탁기까지 완벽하게 갖춰놓았다. 짐을 대충 풀고 서둘러 바닷가로 나섰다. 과연 서퍼들이 사랑할 만했다. 하늘은 맑았지만 바람은 거셌다. 짙푸른 바다는거대한 파도를 연신 둥그렇게 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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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쯤 되어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처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았으니 점심을 먹자고 했다. 식당에서 대만과 중국 기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홍보 담당은 “다른 기자들 체크인을 챙겨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대만에서 온 기자 빈센트에게 물었다. “이번 출장 뭐하는 거래?” 빈센트 왈, “글쎄~.” 나머지 기자들 역시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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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가진 분명했다. 시대가 확실히 바뀌었다. 과거 기자들은 으레 돼지저금통만 한 DSLR과 수첩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이제 고프로나 액션캠, 스태빌라이저가 필수다. 컨텐츠도 달라졌다. 이날 함께 한 기자 넷 가운데 셋은 영상컨텐츠를 만들러 왔다. 대만에서 온 꽃미남 친구는 공중파 프로그램의 진행자라고 했다. 어쩐지 얼굴이 조막만하더라니.

나중에 만난 중국의 또 다른 친구는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다. 말레이시아에선신문사가 운영하는 방송국의 여기자를 보냈다. 장비도 장난이 아니다. 삼각대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늘 보던 친구들이 모이는 자동차 전문지 대상의 시승회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아이폰 하나로 찍어보겠다고 캠코더도 마다하고온 나 자신이 무척 부끄러워졌다.

 

날 저녁, 모든 기자들이 호텔 로비에 모였다. 중동과 호주, 아시아 각국을 아우른 다국적 기자단. 우린 포드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시드니 도심으로 향했다.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시드니의 마천루가 눈앞에 한가득 펼쳐졌다. 꼬깃꼬깃 아껴둔 호주의 플라스틱 돈을 모아 킹스크로스 인근의 한국 식당을 찾던 20년 전 내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찡했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 웰컴패키지를 열어 보니 일정을 소개한 책자가 있었다. 어색한 오탈자나 삐뚤빼뚤한 서체 없이 완벽한 한국어판이었다. 책자의 한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여러분은 단순한 차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서 포커스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사진과 영상 스태프가 대기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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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체험 위주의 행사

다음날인 8월 24일 아침이 밝았다. 낭패였다. 창밖엔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있었다. 처음 겪는 겨울의 호주. 날씨는 걱정 이상으로 춥고 스산했다. 우린 셔틀을 타고 본다이 비치를 바로 옆에서 굽어보는 ‘본다이 아이스버그’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브리핑을 들었다. 비바람을 헤치고 파도를 타는 서퍼가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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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대만 꽃미남과 한 조였다. 그는 오른쪽 운전석이 부담스러웠는지 한사코 운전대를 양보했다. 결국 기자가 먼저 몰고 나섰다. 포커스의 행렬은 샤워기로 쏟아 붓는 듯한 빗줄기를 헤치며 본다이 비치를 빠져 나갔다. 이 친구는 스스로를 방송인이 아닌, 유튜버라고 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1년 반 정도 됐다”고 했는데, 한국 미디어에 궁금한 게 많았다.

포드가 준비한 첫째 날 여정의 테마는 ‘남부 해변 어드벤처’다. 본다이 비치를 출발해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는 코스였다. 일반적인 시승회처럼 출발 이후 도착지까지 알아서 가는 방식이 아니었다. 중간 중간 콘텐츠를 만들 포인트와 운전자 교대장소, 커피 스톱을 마련해 지루할 짬이 없었다. 한참을 달려 로열 내셔널파크에 도착했다. 비는 아직도 그칠 조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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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내셔널 파크는 호주의 흔한 공원처럼 야생동물이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이곳을 점령한 동물은 앵무새와 오리였다. 포드 스태프는 코알라 주식인 유칼립투스 잎으로 만든 이 지역의 전통차와 쿠키 등 주전부리를 한 상 차려놨다. 문제는 우리보다 새들이 이 간식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점. 특히 앵무새는 끊임없이 과자를 노렸고 짬짬이 훔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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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지키는 우리와 호시탐탐 노리는 앵무새의 실랑이를, 포드의 사진과 영상 스태프들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기록했다. 조명까지 동원한 스태프에게 에워싸여 있다 보니 예능 프로그램 촬영 현장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 왠지 으쓱했다. 그런데 바쁜 건 스태프뿐이 아니었다. 각 나라의 기자들은 저마다의 장비로순간순간을 기록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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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시승회와 분명 달랐다. 우린 시드니 인근의 명소를 따라 밟는 투어를왔는데, 다만 이동수단이 포커스일 뿐이었다. 이번엔 꽃미남이 운전대를 쥐었다. 그는 오른쪽 운전석이 익숙지 않은지 자꾸 왼쪽 갓길로 차를 붙였다. 그때마다 “차선 가운데로 달리라”는 무전이 날아왔다. 하지만 잔뜩 긴장한 꽃미남은 웅웅거리는 영어 무전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교대 포인트에서 운전자를 바꾸고, 포커스의 행렬은 시클리프 브릿지로향했다. 높직한 교각 형태의 도로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해안 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절경을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비바람이 워낙 드셌기 때문. 궂은 날씨 속에서도, 포커스는 네 바퀴를 지면과 밀착시킨 채 늠름하게 달렸고, 실내는 쾌적하고 아늑했다.

 

안팎 다듬고 1.5L 에코부스트 엔진 얹어

땅거미가 질 무렵, 첫째 날 일정의 종착지인 패퍼스 매너 하우스에 도착했다. 드넓은 농장을 낀 저택을 개조한 호텔이었다. 포드는 앞마당에 유리창을 검게 칠한 포커스 한 대를 준비했다. 직각 주차보조 기능을 체험할 기회였다. 한 번에성공한 기자에겐 샴페인을 건넸다. 기자들은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도, 다른 이들의 실수에 탄식하고 성공에 환호했다.

 

둘째 날은 눈부시게 화창했다. 이날 일정은 좀 더 운전 위주였다. 벤들리 에스테이트, 버랑고랑 전망대, 글렌브룩, 시드니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포커스는 포드의 간판 해치백이다. C세그먼트에 속해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등과 경쟁한다. 현재 140개국에서 판매 중인 포드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지난해 전세계시장에서 40분마다 한 대꼴로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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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를 대개 미국 빅3 중 한 브랜드로 알고 있지만 사실 유럽에 뿌리 내린 지100년이 넘었다. 1909년 영국 포드(Ford of Britain), 1916년 프랑스 포드, 1925년독일 포드(Ford Germany)를 통해 유럽 현지형 포드를 만들어오다 1967년에는유럽 전체를 총괄하는 유럽 법인(Ford of Europe)을 독일 쾰른에 설립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유럽 시장과 궁합이 좋은 차종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서다.유럽 기반의 포드는 앵글리아, 타우너스, M시리즈, 에스코트, 카프리, 컨설, 코티나, 그라나다 등 북미와는 다른 유럽 스타일의 포드를 만들었다. 현대자동차가 60~70년대 라이선스 생산한 코티나와 20M, 그라나다도 바로 유럽 포드에서 만든 것이다. 포커스는 1998년 에스코트의 후속으로 데뷔했으며, 현행 모델은 2010년 나온 3세대다.

이번에 시드니에서 만난 포커스는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최신형이다. 포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싱크3’으로 진화했다. 애플 카플레이가 기본이고 기존의 장점이던 음성인식기능도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 그래서 이제 단어뿐아니라 문장도 인식한다. 가령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말하면 주위의 커피숍을 가까운 곳부터 일목요연하게 띄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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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판매 중인 포커스는 4도어 세단과 5도어 해치백으로 나온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5L 디젤 터보(TDCi) 한 가지로,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27.5kg·m를 낸다. 변속기는 6단 듀얼 클러치. 반면 시드니에서 시승한 포커스는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터보(GTDi) 엔진을 얹고 180마력, 24.4kg·m를 낸다. 변속기는 자동 6단 ‘파워시프트’다.

 

실내 구성은 국내에서와 정확히 반대다. 운전석 위치가 바뀌었을 뿐인데, 포드코리아의 배려로 출국 직전까지 몰던 포커스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계기판을비롯한 디스플레이는 정교하고 컬러풀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시선을 옮겨 정보를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워낙 다양한 요소를 짜임새 있게 배치하다 보니 실제보다 공간이 빠듯해 보이는 단점도 있다.

이번에 포커스에 새로 얹은 1.5L 에코부스트 엔진은 기존의 1.6L 에코부스트를대신하게 된다. 포드는 “배기량을 살짝 다독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힘은 아담한 차체를 끌기에 차고도 넘친다. 특히 토크는터보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 화끈하게 치솟는데, 이 순간이 퍽 극적이어서 본의 아니게 ‘터보랙’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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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의 장점 부각시킨 프로그램

이날 환상적인 날씨에 힘입어 포커스의 행렬은 움직임의 템포를 바짝 당겼다.대만 꽃미남도 어제보단 오른쪽 운전석에 적응한 듯 운전이 한결 자연스러웠다. 포드 측은 정숙성도 강조했다. 포드의 자랑엔 과장이 없었다. 꽤 속도를 높여 달리면서도 우린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플로어 카펫과 옆 유리창 두께, 엔진룸 방음에 남다른 공을 들인 결과다.

포커스의 또 다른 장점은 민첩하고 굳건한 몸놀림이다. 국내 시장엔 실용적인엔진만 얹는데, 사실 포커스의 꼭짓점은 스펙이 막강하다. 최근 나온 포커스 RS는 직렬 4기통 2.3L 에코부스트 엔진을 품고 무려 350마력, 48.3kg·m를 뿜는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6초로, 폭스바겐 골프 R보다 0.5초 더 빠르다. 최고속도는 시속 26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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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L 에코부스트를 타면서 RS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섀시의 잠재력을 설명하기위해서다. 신나게 달린 이날의 결론은 명확했다. 섀시가 엔진을 압도했다. 이따금씩 평정심을 잃고 과욕을 부려도, 섀시는 눈 하나 꿈쩍 않고 다 받아줬다. 격렬하게 달리다 종종 노면을 놓치기도 했는데, 그건 섀시의 밸런스보단 경제적인 사이즈와 소재의 타이어 문제였다.

 

둘째 날은 다들 어제의 우중충한 기분에서 벗어나 시원하게 달렸다. 포드는 구간별, 운전자별로 연비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속 페달을 깻잎 두께로 밟는 ‘신공’을 동원한 끝에 기자는 평균 30km/L를 넘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2등에 머물렀다. 기름 값도 싼 말레이시아에서 ‘연비의 달인’을 보냈을 줄이야. 포드는 주차장을 막아 짐카나와 J턴 체험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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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다이내믹 체험’을 하는 사이,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어느덧 각자출국 일정에 맞춰 헤어질 시간. 그새 친해진 우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본다이 비치에서 하룻밤을 더 보낸 뒤 기자는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서서히 기수를 높이는 비행기 창밖으로 시드니가 아련히 멀어졌다. 이번 역시20년 전처럼, 코알라는 코빼기도 못 본 채.

* 글 김기범  사진 포드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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