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운명 찾기, 짝
2015-09-08  |   15,874 읽음

 

“안녕하세요? 올해 서른 살이 된 오신혜입니다. 저에게는 16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친구 2명이 있는데 저희 모두 3년 동안 애인은커녕 서른이 되었다는 부담감에 그나마 남아 있던 연애세포도 죽어가고 있답니다. 평소 차를 좋아해서 <카라이프>를 꾸준히 구독하고 있었는데, ‘토요일에는 토요타와 함께! 시즌2’를 통해 소원을 이룬 분들을 보고 저도 용기 내어 신청해봅니다. 저희에게 좋은 짝과의 만남, 그리고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토요타 차를 빌려주세요! 그런데 이런 사연도 들어주시나요?”

 

예상들 하셨겠지만 죄송하게도 답은 ‘NO’. 짝을 찾을 생각이면 <카라이프>가 아닌 SBS를 찾는 편이 빠를 것 같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메일을 닫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며칠이 지나도 서른의 부담에 연애세포가 죽어가고 있다는 문구와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그녀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 어쩌면 그녀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진 않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지난해 12월 사나이들의 우정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다던 이들의 사연이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화기를 들었다. 마침 나이도 그녀들과 동갑인 서른 살이라 공통점도 많을 것 같고, 서울에 산다고 했으니 ‘딱’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행히 사연을 보낸 5명의 남자 중 3명이 솔로였고, 당장 날짜를 잡자며 격하게 호응해주었다. 그렇게 먼지가 되어 사라질 뻔한 두 사연의 주인공들은 운명 같은 궁합을 자랑하며 기사회생했고, 새해 첫 주말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1941063278_R8f5hU9N_e2af39c7438717367497b3c5383d3c082dad8527.jpg

 

운명의 자동차 선택
짝을 찾기 위해 일찍부터 꽃단장을 하고 나온 미모의 여성들을 보니 3년 동안 남자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그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들은 입을 모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것 같아 마음이 이끄는 대로만 행동하는 게 조심스러워지기도 했으며 현실적인 조건에 남들의 눈까지 신경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점점 마음보다는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게 된다는 그녀들을 위해 운명적인 만남을 계획한 만큼 그동안의 소개팅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번 만남에서는 학벌, 직업 등 개인 신상은 절대 노출하지 않고 ‘마음의 소리’에만 집중해 짝을 찾기로 했다.

 

그 첫 관문으로 세 여자는 인물이 아닌 세 남자의 스타일을 나타낸 차를 보고 첫인상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그녀들 앞에는 토요타 프리우스, 아발론, RAV4가 세워져 있었다.

 

1941063278_fJ9i1jN2_42ad1e4952e55d8f2c4029dde1f8cf92d7a84c80.jpg

차를 보고 첫인상선택을 하는 여자들. 내 운명의 짝은 어떤 차의 주인일까?

 

차를 고르라는 말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것도 잠시, 여자1호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개성 있는 디자인의 하이브리드카를 고른 걸 보면 세련되고 센스 있는 남자가 분명하다며 프리우스 앞에 발길을 멈췄다. 여자2호는 활동적인 자신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RAV4를 골랐다. 마지막으로 다소곳이 차 세 대를 바라보던 여자3호는 아발론을 선택했는데, 부드러운 승차감의 아발론처럼 여자를 배려할 줄 아는 신사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첫인상 선택을 통해 남자1호와 여자1호, 남자2호와 여자3호, 남자3호와 여자2호 커플이 탄생했고, 그들은 차에 올라 첫 데이트를 즐겼다. 프리우스를 고른 남자1호와 여자1호는 우연히 옷 색깔이 겹쳐 커플룩을 입은 듯 다정해보였고, RAV4를 선택한 여자2호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남자3호를 사로잡았다. 아발론을 탄 여자3호는 남자2호의 이름이 ‘최고’라는 말에 ‘저는 오로라’라고 센스 있게 받아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무 정보 없이 느낌만으로 만난 인연이었지만 마치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모두들 잘 어울렸다.

 

1941063278_tX4zVdSj_d5c93b5492ca5741ded048fb4d7025f6be6e40bb.jpg

아발론을 선택한 남자2호와 여자3호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1941063278_5DXuRHV2_11b6d7ae0beb944d06337757f28c7a06e964df71.jpg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RAV4를 접수한 여자2호

 

데이트권을 얻기 위한 보물찾기
서로에 대해 전체적으로 알아가는 시간도 가졌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와 데이트를 즐기며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볼 차례.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데이트의 기회를 줄 순 없어 데이트권을 놓고 ‘자동차 보물찾기’ 게임을 펼쳤다. 각자 타고 온 차에 숨겨진 데이트권 종이를 가장 빨리 찾는 남성만이 마음에 드는 여성과 데이트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는 것이다.

 

1941063278_G3Xqw1oD_3fa87a499b4c6a00b9eb7fbe8cbd1ec81b1295ee.jpg

남자1호는 하트를 그리며 여자1호를 반겼다

 

“준비, 시작!”을 외치자마자 여성들의 응원과 함께 남자들은 차의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들 트렁크, 시트 밑, 컵홀더 등을 샅샅이 뒤지는 가운데 남자1호는 바닥 매트를 벗길 기세로 게임에 열중했다. “찾았다!” RAV4를 타고 온 남자3호가 선루프에 숨겨진 흰 종이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종이를 펼쳐보니 데이트권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고 꽝이 아닐까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남자1호와 2호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데이트권을 획득한 남자3호는 여자1호와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사실 첫인상 선택에 앞서 그는 여자2호와 여자1호에 대한 호감을 비쳤었는데, 첫인상 선택을 통해 여자2호와 데이트를 즐겼으니 여자1호와도 대화를 나눠보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소소한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여자1호의 뜻에 따라 길거리 데이트를 즐겼다. 1월의 매서운 칼바람이 이들에게만 비켜갔는지 두 사람은 추위도 잊은 채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며 거리를 거닐었다.

 

1941063278_MapzLhmO_f3065a43339b9c9374743bb762df4167cb43f604.jpg

마음에 드는 여성과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보물찾기에 열중한 남성들

1941063278_JOBsZjGL_73b0f609b056d543902eb6054bc5b7e0ff407ec4.jpg

 

사랑과 우정 사이
두 사람이 데이트를 즐기는 동안 나머지 이들은 숙소에서 자유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첫인상 선택 때 여자1호와 커플이었던 남자1호의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남자3호가 여자1호와 데이트를 나간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여자2호 역시 첫 파트너였던 남자3호가 자신에게 데이트권을 쓰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실망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때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남자2호가 기타를 꺼내들었다. “우리 여섯 명이 이렇게 만난 것도 큰 인연인데 누가 커플이 되고 안 되면 어때요? 커플이 되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요!” 남자2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 둘러앉았다. 짝을 찾겠다는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은 채 8090 노래를 부르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마치 오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온 이들처럼 보였다.

 

1941063278_xkjDmeCB_6b71cafe983f91bd98d5435878ccd43b05a184db.jpg

데이트권을 획득한 남자3호가 여자1호와 길거리 데이트를 즐겼다

 

그리고 어느덧 다가온 중간 선택의 시간. 카페에 모인 이들에게 커피 한 잔씩을 나눠주고 여자들은 각각 다른 테이블에,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이의 건너편에 앉도록 했다. 데이트권을 얻지 못해 여자1호와의 데이트를 놓쳤던 남자1호는 잽싸게 여자1호의 앞에 앉았다. “데이트 즐거웠어요?” 적극적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그의 질문에 여자1호는 묘한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2호와 남자3호 역시 의리를 지키겠다며 첫인상 선택 때 커플이었던 여성들 앞에 자리를 잡았다.


훈훈했던 중간선택이 끝난 뒤, 좋은 자리에 술이 빠지면 섭섭하다는 남자들의 말에 숙소에 차를 놓고 다 같이 근처의 고기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배를 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2호가 “우리 이제 서른이다. 다들 힘내자!”며 소주를 한입에 털어 넣자, 다들 잔을 부딪치며 힘내자는 말로 서로를 다독였다. 삼겹살에 소주 덕분인지 더욱 가까워진 그들은 말을 놓고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과 우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1941063278_lCMO9yoX_03d2d5af584064c70952fcb239beee6e34e105bb.jpg

데이트권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은 숙소에서 자유 시간을 보냈다. 8090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된 모습

 

최종 선택은 다음 달에?
문제(?)의 최종 선택의 날, 아침 알람보다 충격적인 청천벽력의 소리를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식사를 마치고 최종선택을 하기로 했는데 다들 어젯밤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가 되어 당장 최종 선택을 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말을 전해왔다. <카라이프>의 애독자이기 때문에 독자들을 속이는 선택은 할 수 없다며 기자의 마음을 흔드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최종

선택 후 찍으려 했던 커플 사진을 여섯 명이 추억으로 간직할 만한 단체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애초 그녀들의 소원은 짝을 찾아달라는 것이었지만, 사실 그 사연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서른이란 나이에 한숨 쉬고 있을 그녀들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확연히 밝아진 그들의 표정을 보고 어찌 안 된다는 말로 부담을 줄 수 있으랴. 그렇게 그들은 연인 대신 (잠재적으로 연인이 될 수도 있는) 든든한 친구를 마음에 품은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1941063278_NnIAWwBK_e8aa3871580246dbbd9bfcb5dc823f2e15acad45.jpg

남자들의 중간선택. 모두 첫 만남 파트너와의 의리를 지켰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날 밤, 기자는 애써 쿨한 척하며 최종 선택을 무산시켰지만 내심 허탈하게 끝난 결말에 원고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짝을 찾아달라며 사연을 보냈던 신혜 씨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자님, 수고 많으셨어요. 연인을 찾아달라고 사연을 보냈지만 사실 힘든 일상에 제 자신이 너무 지쳐 있어서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그 공허함을 채워줄 누군가를 원했던 것 같아요. 서른이 되면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20대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초조하고 불안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만남을 통해서 서른을 맞이한 다른 친구들을 만나보니 저 혼자만 그런 게 아니었단 생각에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당장 커플을 정하진 못했지만 덕분에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새삼 많이 깨달았어요. 특히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을 느껴보니, 조건보다는 마음이 움직이는 사랑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정말 가슴 떨리는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3명 중 한 명이 될 것 같은데 잘되면 기자님께도 알려 드릴게요~’

 

1941063278_rzjhd5IP_6e6840cc5a253e7e48e0d05351c9e15bfefabc8e.jpg

 

메시지를 다 읽고 나니, ‘토요일에는 토요타와 함께! 시즌2’ 세 번째 사연의 소원도 조만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어 그제야 마음을 놓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아마도 2월호가 나올 때쯤이면 손을 꼭 잡고 잡지를 읽고 있을 커플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