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cious Table in Spring
2014-02-25  |   18,895 읽음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무용을 전공한 28살 박예나입니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한 탓에 체중 관리를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네요. 학창시절부터 같이 무용을 배우며 친하게 지내온 동생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친구들과 만나 어울릴 때도 늘 식단에 신경 쓰다 보니 아쉬울 때가 많아요. 평소 자주 보던 카라이프와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벤트를 보고 사연을 보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멋진 장소에서 요리도 하고, 내가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어보고 싶습니다. 제 소원 들어주실 거죠?”

 

 

<카라이프> 편집부로 날아온 메일에는 진수성찬 앞에서 입맛만 다셔야 하는 세 여자들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사연이 담겨 있었다. 먹지 못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박예나(28), 신지연(27), 송지윤(25) 씨에게 맛있는 하루를 선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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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요리의 시작은 장보기부터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알록달록 컬러풀한 우산을 받쳐 든 세 여자가 화사한 미소로 나타났다. 예나 씨와 지연 씨, 지윤 씨 모두 무용학도답게 날씬하고 균형 잡힌 몸매를 과시했다. 평소에는 편한 차림으로 만나는 막역한 사이이지만 이날은 특별한 날인만큼 한껏 멋을 냈다고.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세 명의 여성이 선택한 차는 토요타의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 ‘캠리’. 미혼인 지윤 씨는 현재 소형차를 타고 다니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넉넉한 공간이 장점인 ‘캠리’의 오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곤 했단다. “예전에 캠리를 타본 적이 있는데 실내 곳곳의 다양한 수납공간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여자들은 커피를 자주 마시기 때문에 컵홀더가 필수요소인데 ‘캠리’는 지금까지 타본 차 중 컵홀더가 가장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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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첫 목적지는 대형마트. 쉐프에게 직접 요리를 배우기로 한 이들은 직접 신선하고 저렴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무용전공자인 이들은 체중관리 때문에 평소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 하지만 요리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 직접 요리를 해서 가까운 지인들과 나눠 먹는 것을 즐긴다고. 미리 적어온 구매 리스트를 보고 꼼꼼하게 재료를 고르는 예나 씨의 장보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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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를 위해 마트에 들러 필요한 재료 구매에 나선 예나, 지연, 지윤 씨

 

“인스턴트 같은 가공식품은 몰라도 야채나 과일 같은 건 질 좋고 신선한 제품을 고르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이 많아요. 그래서 장을 보기 전에 미리 인터넷을 보고 구매할 제품에 대해 검색해보는 버릇이 있어요.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베테랑 주부 못지않은 예나 씨의 철저한 준비성 덕분에 일사천리로 장보기를 마쳤다. 20대 미혼의 무용학도라는 말에 내심 걱정을 한 기자의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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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캠리. 예나 씨와 친구들은 캠리에게 ‘넉넉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지어주었다

 

 

Step 2
음식은 손맛과 정성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울 차례. 경기도 분당에 자리한 로네펠트 티하우스의 쉐프 정호연(28) 씨가 일일 요리 선생님으로 나섰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주의사항을 전해들은 주인공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어지는 쉐프의 시범, 손동작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 세 여자의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전문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요리는 손맛이라는데 역시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네요.” 지윤 씨가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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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 쉐프의 요리 시범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진지한 그녀들

 

그녀들이 도전한 첫 번째 요리는 단호박 소스와 자색고구마 샐러드를 곁들인 가리비&영계 에피타이저. 이 메뉴는 로네펠트 티하우스의 대표적인 에피타이저 메뉴이기도 하지만 평소 단호박을 즐겨 먹는다는 주인공들을 배려한 정호연 쉐프의 선택이기도 했다. “훌륭한 쉐프는 예정된 각본과 레시피 없이도 그날의 가장 좋은 재료를 활용해 즉석에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정 쉐프의 이야기에 세 여자들은 머리를 끄덕이며 감탄 섞인 반응을 보였다.

 

예나, 지연, 지윤 씨는 먼저 단호박을 저온으로 장시간 조리해 만든 퓨레에 생크림과 우유로 삶은 자색고구마를 얹어 만드는 가리비영계구이에 도전했다. “단호박을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긴 것 같다”는 예나 씨의 말에 정 쉐프는 “프랑스식 요리들은 필연적으로 긴 시간의 조리 과정을 거쳐야만 녹는 듯한 식감을 만들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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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이저 위에 다진 브로콜리를 조심스레 올리는 지연 씨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럴싸해 보이는 에피타이저가 완성됐다. 그러나 완성의 기쁨도 잠시, 음식의 온기가 식기 전에 식사를 해야만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메인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메인 요리는 라구와 버섯 프리카세를 곁들인 한우 채끝 스테이크. 스테이크 재료로는 맛은 등심과 비슷하지만 육질은 오히려 더 부드러운 등뼈허리 채끝살을 택했다. 혹자는 질 좋은 재료 선택만으로도 요리의 반 이상은 성공이라고 하지만 이들에겐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우채끝 스테이크는 향신료와 와인을 사용해 프랑스 요리의 풍미를 잘 살려주는 것이 관건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예나 씨와 친구들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비교적 간단했던 에피타이저와 달리 결국 메인 요리를 만드는 데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고기 부위 선택에서부터 소스를 만드는 일까지 몇 차례의 재시도 끝에 정 쉐프의 OK 사인이 떨어지자 예나 씨와 친구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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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3
맛있는 식사, 그리고 이야기

메인 요리까지 마친 그녀들은 홍차로 만든 크림무스와 홍차를 곁들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것이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관이라는데, 무용을 하는 저희들에게는 정말 꿈 같은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이렇게 요리를 배우고 직접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요.”

 

비록 단 하루의 만찬이지만 예나, 지연, 지윤 씨는 프랑스식 정찬의 여유로움을 한껏 즐겼다. 프랑스식 정찬 풀코스는 10가지가 넘고 먹는 시간만 3시간 이상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요즘은 코스를 묶거나 생략해서 3~8단계로 압축한 레스토랑이 대부분인데, 이 정도의 코스라면 가끔은 그 여유로움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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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에 자리한 로네펠트 티하우스에서 잊지 못할 런치를 즐기는 예나, 지연, 지윤 씨

 

본인들이 직접 요리한 에피타이저와 스테이크를 먹는 예나 씨와 친구들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서툰 손놀림 때문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쉐프에게 요리를 배우는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뿌듯했다며 재잘거린다. 지연 씨는 “직접 설명을 들어가며 요리했기 때문인지 고기를 씹을 때 느껴지는 질감과 육즙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풍미를 더 깊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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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강습을 마친 뒤 잠깐의 휴식시간. 로네펠트 티하우스 1층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맛있는 수다를 떠는 그녀들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정성은 물론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새삼 그런 과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에 배운 레시피 잊지 않고 있다가 다음에 꼭 초대해 대접할게요.”


맛있는 하루를 보낸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넉넉한 인심이 배어 있었다. 동행한 기자의 마음도 함께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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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산책에 나선 주인공들의 발걸음이 더없이 경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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