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이 도담삼봉을 사랑한 이유
2014-02-21  |   14,518 읽음

팔경(八景)이란 어떤 지역에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군데의 경치를 이르는 말이다. 유래는 ‘소상팔경’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후난 성의 샤오샹팔경.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의 관동팔경과 충북의 단양팔경을 그에 견줄 팔경으로 꼽곤 한다. 이 중 단양팔경은 단양군에서 12km 안팎에 자리한 기암과 산봉우리들로, 남한강과 그 지류에서 빼어난 경치를 뽐낸다. 그 아름다움은 금강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지며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이 그를 이루고 있다. 이들 중 도담삼봉(嶋潭三峰)은 단양팔경 중 으뜸인 존재. 그 독특한 위치와 생김새 탓에 2008년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명승 제4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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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
도담삼봉의 위치는 충북 단양군 매포읍 도담리로 남한강 줄기 한가운데에 선 세 개의 봉우리를 일컫는다. 푸른 강물을 뚫고 우뚝 선 기암괴석은 모두 남쪽을 향해 살짝 기울어져 있는데, 가운데인 주봉은 높이 약 6m의 크기다. 북쪽인 상류 방향으로 옆에 선 봉우리(사진 좌측)는 첩봉 또는 딸봉이라 하고, 하류 쪽에 선 봉우리는 처봉 또는 아들봉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름 때문인지 전설에 따르면 ‘남편이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들이자 심통이 난 아내가 새침하게 돌아앉은 모습’이라고 전해진다. 그 아름다움이 가히 으뜸이라서 이황을 비롯한 김홍도, 김정희 등이 그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남겨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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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에 관해서는 여러 설화가 내려오는데 조선왕조의 개국공신 정도전에 관한 것이 많다. 그는 도담삼봉을 무척 좋아해 주봉에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 풍월을 읊었다고 하며, 애착이 워낙 커서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고 지을 정도였다고. 도담삼봉은 강원도 정선군에 자리했던 삼봉산이 홍수로 떠내려온 것이라는 민담도 전해진다. 그래서 정선은 단양에 자기네 산에 대한 세금을 내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이를 두고 소년 시절의 정도전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고. 그 뒤부터 단양은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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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나루 휴게소의 전망대에서는 구담봉과 충주호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날이 샐 무렵에 찾을 것을 추천한다. 동쪽에서 서서히 해가 차오르다보면 주봉의 정자가 해를 담아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 토요타 86과 우리는 이 모습을 담기 위해 새벽부터 채비를 마쳤다. 서울에서 도담삼봉까지의 거리는 약 170km. 2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새벽녘이지만 도담삼봉 앞에는 커다란 카메라를 든 인파들이 적지 않다.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소개한 한 사내는 매일 일출을 앞둔 시각마다 도담삼봉에 셔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단다. 새벽녘에 찾는다면 물가까지 차를 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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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도담삼봉을 찾는다면 강가까지 차를 댈 수 있다

 

도담삼봉의 어깨 너머로 해가 드리우고 나면 곧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86과 함께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수많은 사진가들의 셔터 소리가 들릴 때쯤, 우리도 함께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일출 시간이 지나도 해는 떠오르지 않았다. 시계의 고장을 의심했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그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안개 때문. 이날 단양은 오전 9시가 지나도록 뿌연 안개로 도시 전체가 침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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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개가 선사하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인해 오히려 더 큰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버섯처럼 솟은 도담삼봉, 그를 휘감은 푸른 강물과 말 없는 안개는 꿈결 속 한 장면처럼 잘 어울렸다. 찰랑거리는 물소리도, 새의 지저귐도, 솔솔 부는 바람도 없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 가만히 세 개의 돌 봉우리를 바라보니 정도전의 도담삼봉을 향한 애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감상에 젖은 후배 기자에게 침묵을 깨고 농담을 건넸다. “여기 그림 같지 않아요?” 물론 그 중 일부는 진담이었다. 도담삼봉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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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의 야경을 책임지는 고수대교 앞에서 한 컷!

 

 

ROAD

굽이치는 36번 국도와 양방산전망대
36번 국도는 전국 25개 동서노선 중 하나로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서 경북 울진 근남면에 이른다. 이 중 단양 시내에서 시작해 충주시 수산면과의 경계까지 이어지는 장회재 구간은 오른편에 충주호를 두고 달리는 맛이 최고다. 특히 등산안내소인 얼음골탐방지원센터부터 충주호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장회나루까지는 구불구불한 코너가 4km 넘게 이어져 86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코스. 통행량이 그리 많지 않고 도로 폭이 넓어 시야나 안전에 대한 부담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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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번 국도 장회재 구간은 눈앞에 구담봉을, 옆구리에 충주호를 끼고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윈드실드 너머 펼쳐지는 풍경은 레이싱 게임 속에서나 감상할 수 있던 절경을 뽐내는데, 그 정체는 바로 단양팔경 중 하나인 구담봉이다. 말목산 끄트머리의 구담봉은 바위가 거북 무늬로 되어 있고 절벽의 돌이 거북처럼 생겨 붙은 이름. 그 장대한 크기와 아름다움은 7,500rpm으로 회전하며 정신없이 폭발하던 수평대향 엔진을 아이들 상태로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장회나루 휴게소에 주차하고 충주호 유람선선착장을 찾으면 구담봉의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므로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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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산 정상에 오르면 단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양 시내의 야경을 책임지는 고수대교를 지나 오른쪽의 작은 길로 들어서면 양방산에 오를 수 있는 좁은 도로가 나온다. 이곳을 따라 약 3km 거리를 오르면 양방산 전망대가 자리한다. 경사가 심하고 길이 좁아 86은 1단 기어에 고정한 채 올라야 할 정도였고, 상태가 좋지 않은 차라면 냉각수 온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녹지 않아 뒷바퀴굴림이라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이 따름에도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여기서 단양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 양방산전망대는 해발 664m로 차를 타고 오르는 높이로는 제법이다. 전망대 앞에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활공장이 마련되어 있는 데서 이곳의 넓게 펼쳐지는 시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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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산 전망대는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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