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가 외설악에 눌러앉은 사연
2014-02-26  |   16,847 읽음

울산바위. 강원도 속초시 외설악 북서쪽에 자리한 이곳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거대한 크기와 해발 873m에 이르는 높이는 동양의 돌산 중 으뜸이라고 알려져 있다. 기이한 형태가 울타리를 닮아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천둥이 치면 하늘이 울린다고 해서 천후(天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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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울산에서 지내던 울산바위는 이 소식을 듣고 자신감 가득한 눈빛과 함께 금강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와 몸무게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결국 울산바위는 약속했던 시간 내에 금강산에 다다르지 못했다. 금강산을 대표하는 봉우리가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당당하게 고향을 떠났는데, 다시 귀향할 생각을 하니 영 체면이 서지 않았다. 이미 약속시간이 지났으니 더 이상 금강산으로 향할 필요도 없었다. 결국 울산바위는 걸음을 멈춘 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날 밤이 깊어갔고 다음 날 해가 떠올랐다. 울산바위가 잠을 청했던 곳은 다름 아닌 설악산. 우연찮게 찾은 이곳은 울산바위의 눈에 금강산에 버금가는 절경으로 비춰졌다. 그곳은 정확히 지금의 외설악 북쪽 지역이었다. 이때부터 울산바위는 여기에 엉덩이를 꾹 붙이기로 다짐했다. 울산바위가 눌러앉자 설악산은 이전보다 더욱 멋진 모습을 뽐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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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울산바위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새벽 3시의 서울. 이 시각 평일 도심은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죽은 도시처럼 너무나도 고요했다. 짧은 크랭킹과 함께 86의 복서 엔진을 깨우자 정적도 함께 깨지고야 말았다. 잠이 덜 깬 탓인지 울산바위를 감상한다는 벅찬 기대보다는 그저 차분하고 감상적이기만 하다. 수평대향 엔진의 실린더 내벽에서 가솔린이 폭발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터덜거리는 배기음은 꿈결처럼 보드랍게 느껴진다. 금세 서울을 빠져나와 쭉 뻗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빨려들듯 속초로 향했다. 도착에는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동이 트기까지는 1시간 정도가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올 만한 곳을 뒤졌고, 마침내 적절한 곳을 찾아 토요타 86의 주차 브레이크를 힘껏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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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한 보람이 헛되지 않게, 울산바위가 장엄한 자태를 남김없이 뽐냈다

 

드디어 오전 7시. 차디찬 공기를 뚫고 샛노란 해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동해를 서서히 비추더니 이윽고 6개의 봉우리와 설악산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목구멍에서 입김과 함께 ‘하아’ 하는 탄성이 절로 튀어나온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멋진 바위산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오렌지색 86도 그 경치에 감탄했는지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보였다. 장관에 취한 사진기자는 순간을 놓칠세라 수십 번 셔터를 눌러댔고 “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한 보람이 있다”며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금강산에 다다르지 못했던 울산바위가 이곳에 자리를 틀 때 처음 느꼈을 그 기분, 분명 우리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과 같았으리라.

 

 

ROAD
울산바위를 끼고 달리는 미시령 와인딩

2007년 5월 미시령터널의 개통으로 이제는 미시령 옛길로 불리는 미시령 와인딩. 평범한 운전자라면 미시령터널을 두고 왜 험한 길을 찾느냐고 묻겠지만 86을 사랑하는 매니아라면 무조건 미시령 옛길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와인딩은 정상의 미시령 휴게소를 기점으로 인제 방면과 속초 방면으로 나뉜다. 인제 쪽 도로는 편도 3.2km로 거리가 짧고 경사가 필요 이상으로 심해 오르막에선 출력에 대한 스트레스가,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와 타이어에 큰 부담이 있기에 그리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속초 방면으로는 편도 6.4km의 적당한 거리, 적절한 경사, 코너 각을 품고 있어 업힐과 다운힐 모두 무척이나 재미있는 코스. 아울러 대부분의 차들이 미시령 옛길 대신 미시령터널을 이용하기에 통행량이 극히 적고 노면 상태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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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휴게소로부터 속초 방면으로 내달리는 6.4km의 와인딩은 적절히 굽은 수십 개의 코너가 커다란 재미를 선사한다. 윈드실드 너머 펼쳐지는 설악의 절경은 덤!

 

무엇보다도 미시령 와인딩을 달릴 때는 울산바위와 설악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미시령터널 속에 가득 찬 매연과 달리 설악산이 품은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고 오픈 모델이라면 계곡을 타고 튕겨지는 배기음을 감상하기에도 최고의 환경이다. 주의할 점은 일부 블라인드 코너와 요즘 같을 때 도로에 쌓인 낙엽들, 그리고 겨울에는 응달진 곳의 빙판이다. 아울러 미시령은 내륙에 비해 겨울이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달리기에 앞서 노면 온도를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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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강조하지만 차는 목적에 맞게 타야 한다. 구불거리는 도로를 즐기기 위해 탄생한 86의 운전대를 잡은 입장에서 산길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수평대향 엔진이 선사하는 낮은 무게중심과 53:47의 무게배분, 7,500rpm까지 회전하는 엔진과 짧은 스트로크의 수동변속기는 운전재미를 부추기며 미시령을 제압했다. 언더스티어를 모르는 코너링은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바라보면 즉시 그곳으로 몸을 틀었다. 헤어핀에서 액셀 페달을 서서히 누르면 아름답고 점진적인 리어 슬라이드와 함께 코너 안쪽을 매콤하게 찔렀다. 감동적인 움직임은 폭 205mm의 타이어 그립 한계를 무시한 느낌마저 든다. 스포츠드라이빙을 철저히 고려한 페달 배치는 그 어떤 스포츠카보다 쉬운 힐앤토를 가능하게 만들고 기어노브와 스티어링 휠 사이의 거리는 한 뼘이 채 되지 않았다. 토요타 엔지니어들은 우리가 86을 이렇게 타기를 원하고 이 차를 개발했을 것이다. 그 어느 아침, 미시령 와인딩의 악동은 단연코 오렌지색 86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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