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오래된 한국차 운행하기 1
2013-12-01  |   23,250 읽음

올해 초 우연한 기회에 10여 년 전 생산된 삼성 SM520을 손에 넣게 되었다. 오래된 차라 6개월에 한 번씩 차량검사를 해야 하고 부품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상태가 좋아 가능하다면 오래 탈 생각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이우에는 단 한 대밖에 없는 차라 눈에 확 띄며, 외국인 차량용 검정색 번호판을 단 덕분에 특수기관 차로 오해받는 일도 종종 있다.

 

필자가 올해 초부터 중국에서 타고 있는 차는 삼성자동차 시절 제작된 SM520이다. 1998년 삼성이 자동차 생산을 시작하며 내놓은 원년모델로, 2002년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필자의 지인(김용옥 사장)이 칭다오로 가지고 온 차다.

 

1941063278_CV7lZhqf_d39a74c8da4a9c82566f36b1b2c5c41d0bae673f.jpg

이우에 단 한 대만 있는 삼성 SM520. 오래된 모델이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모델이자 희소성도 있다. 중국인들은 삼성에서 만든 차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당시에는 외국인이 중국 현지에 투자하면 해외에서 차를 2대 가지고 올 수 있었는데, 업무용으로 삼성 SM520을, 화물용으로 픽업트럭을 가지고 와서 사용했다. SM520은 삼성에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첫 모델이다. 닛산의 세피로(수출명 맥시마)를 기본으로 2,000cc 엔진을 얹었으며,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출고된 이후 성능과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더욱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던 10여 년 전 광고 문구가 새롭다. 당시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모델이다. 그런데 이 차가 올해 초 우연히 필자에게 넘어오게 됐다.

 

1941063278_quBls312_6a4df2e8203fb7ea39a92d13e5833a92102aef27.jpg

주차공간이 부족한 탓에 무질서하게 주차한 모습을 흔히 본다

 

 

“삼성이 자동차도 만들어요?”
김 사장이 10여 년을 칭다오에서 사용했던 이 차는 지난해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중국 내의 한국으로 통하는 칭다오에는 30여 만 명의 한국인들이 상주해 있다. 이곳에는 한국차들이 많기 때문에 부품조달이 어렵지 않지만 SM520은 그 흔한 고장 한번 나지 않아서 10년 넘게 사용하는 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고.

 

1941063278_tyruSznh_440681192236f8e33e56bfcc9eb064c500d0beae.jpg

특이한 모양의 삼륜차

 

그런데 2012년 칭다오가 중국에서 최초로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면서 운행하는 데 곤란을 겪기 시작했다. 생산된 지 10년이 넘는 차는 상태와 관계없이 도시 환경보호를 위해 출입을 제한하는 지역이 많아진 것이다. 갈 수 없는 곳이 많으니 기동성이 떨어지고, 차는 멀쩡한데 자동차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 거래처에 가야 하는데 보호구역이라 들어갈 수 없으면 다른 차로 갈아타고 가야 하는 수밖에….

 

1941063278_oRe3AhdZ_a395ee2206382ca8dda093a5e88adb19581eb730.jpg

중국 도로에서는 번호판 없이 돌아다니는 차를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이 차가 필자에게 넘어왔다. 저장성 이우는 아직까지 환경보호 문제가 그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아 10년 넘은 차로 전지역을 다니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98년형 SM520이 지금까지 달린 누적 거리는 9만9,000km로, 연식에 비해 운행거리는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뿐 아니라 차의 전반적인 상태도 양호하다. 주행거리 5,000km마다 엔진오일을 갈아주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한 덕분에 현재 별다른 문제가 없다. 현행 SM5보다 두 세대 전의 구모델이지만 필자가 중국으로 건너온 10여 년 전 한국에서 좋은 느낌을 가졌던 차를 지금 중국에서 탈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울 따름이다.

 

1941063278_2wZh5V6p_5adefbd92f940a04d80869f0950c9a503ab9566a.jpg

필자가 타는 삼성 SM520. 삼성이 자동차 생산을 시작할 때 내놓은 98년형 모델로, 2002년 중국으로 건너와 지금껏 별 탈 없이 운행되고 있다

 

엔진은 2,000cc라 주행하는 데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주로 출•퇴근에 이용하고 가끔 공장을 방문할 때 이외에는 장거리를 뛰지 않으므로 필자가 인수한 후에도 주행거리가 그다지 늘지 않고 있다. 주유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데 이곳의 휘발유 가격은 옥탄가 93의 경우 L당 7.42위안(약 1,300원)이다. 연비는 정확히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대략 L당 7km여서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로 시내에서 주행하고 매일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넘어갈 만하다.

 

1941063278_XNnbHaeC_5adefbd92f940a04d80869f0950c9a503ab9566a.jpg

 

10여 년 전에 좋은 평을 받았던 승차감이나 주행능력 모두 만족스럽다. 오래된 모델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차 중 하나이고 이우에는 단 하나뿐인 희소가치 때문에 뿌듯함도 느낀다. 그리고 한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만든 차를 중국에서 타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물론 SM520을 완전한 한국차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1941063278_GTsOJfzC_2ebbeee9db66583c24524e1708e71370984e1733.jpg

 

이곳의 운전자들 역시 이우에 나타난 새로운 차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창문을 내리고 “어는 회사에서 만든 차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지난번에는 교통경찰관이 신기한 차를 봤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생전 처음 보는 자동차이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삼성에서 만든 차”라고 하면 그들은 대부분 뜻밖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삼성에서 자동차도 만드느냐?”면서. 물론 지금은 삼성이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1941063278_WEfKabys_6d1c8e5a29aa3c77bad05baa7d81ae3f888b79b2.jpg

SM520의 소모성 부품은 주로 한국에서 사온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전자제품 메이커로 중국인들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필자의 차량 번호판은 10여 년 전 등록할 당시의 번호판을 그대로 달고 있다. 즉, 일반 차량과 달리 검정색 바탕에 흰 글씨로 쓰여 있어 더욱 눈에 띈다. 검정색 번호판은 외국인이 차량을 등록할 때 사용한 번호판인데, 지금은 이 제도가 없어져서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검정색 번호판을 단 내 차를 특수기관 차로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1941063278_QJ32WgoA_6d1c8e5a29aa3c77bad05baa7d81ae3f888b79b2.jpg

 

 

타국에서 한국차를 타는 뿌듯함
필자는 1992년 호주에 처음으로 수출되는 아시아자동차의 록스타를 타고 홍보를 위해 호주를 일주한 적이 있다. 시드니에서 출발해서 브리즈번을 거쳐 내륙으로 들어간 후 그레이트 빅토리아 사막을 지나 퍼스까지 간 다음 다시 시드니로 돌아오는 1만2,000km가 넘는 대장정이었다. 그때 많은 호주인들이 록스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퍼스의 일간지와 자동차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기로 했다.

 

1941063278_Kfd8mGJj_3f16b3f50c5b640311a730b3bdcba25f867da4ee.jpg

필자가 1992년 아시아 록스타를 타고 1만2,000km를 달려 호주를 일주할 때의 모습(자동차생활 1993년 1월호 게재)

 

한번은 시니드에서 브리즈번으로 갈 때 과속으로 달리다 벌금 티켓을 받은 적이 있다. 호주의 고속도로는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잘 정비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실제 달려보니 기대 이하였다. 지도에 표시된 고속도로에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함께 다니는 데 깜짝 놀랐다. 또한 고속도로가 마을을 통과하게 되어 있어 제한속도가 시속 40km인 곳도 있었다.

 

1941063278_gS1xRwY3_707baccabaefd2626389f9dfbd9b4b1751af419b.jpg

중국의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이 통하지 않기에 반드시 현지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운전할 수 있다

 

급한 마음에 속도를 늦추지 않고 한 마을을 지나갔는데, 하필이면 마주 오는 차가 경찰차였다. 그런데 그 경찰관이 벌금 티켓은 발급하지 않고 차에 대해 신기하다는 듯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어느 나라에서 만든 차냐, 어느 회사 차냐, 엔진은 몇 cc냐, 출력은 얼마나 나오느냐.” 차에 관심이 많은 그는 처음 보는 차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 같았다. 나중에 호주달러로 120불짜리 벌금 티켓을 발급해 주었는데 친절하게도 “당신은 외국인이니까 15일 이내에 출국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까지 해주었다. 그래서 “그럴 거면 뭐 하러 티켓을 주느냐”고 했더니 “그건 내 의무”라고 잘라 말했다.

 

아무튼 당시 호주에서 차를 세우면 모이는 사람마다 이것저것 물어봐서 대답하느라 바쁘기는 했지만 우리 차를 홍보한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무척 컸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지금 중국에서 SM520을 타는 기분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41063278_JR9Xiqp6_820a84c2ff093f6e6012e9c3e18626b9d265ddc7.jpg

중국의 자동차등록증

 

 

한국 폐차장에서 어렵게 범퍼 구입
SM520은 관리를 잘 해서 차령이 15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 이들이 많다. 차의 품질이 좋은 면도 한 몫 하지만 디자인도 요즘 나오는 신차에 비해 그다지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구닥다리라는 느낌이 거의 없다.

 

다만 차가 특이하기 때문에 필자의 동선을 다른 사람들이 모두 꿰차고 있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다. 내 차가 주차해 있는 곳이면 내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보험회사에서 차가 너무 오래되었다고 자차보험에 가입해 주지 않는 것이다. 만약 내 실수로 차가 망가지면 알아서 고치라는 뜻이다.

 

1941063278_fv0YRNPF_327c1d0b94b336ee681585a940a4c8a92efe589b.jpg

등록된 자동차 사진이 들어간다

 

그나마 상대방 차량에는 무제한 보상이 되는 보험 가입은 가능하다. 이우에는 고급 외제차가 무척 많기 때문에 상대차 보상 보험은 필수다. 가끔 운행을 하다 보면 앞뒤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좌측은 포르쉐, 우측은 레인지로버가 서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이런 차와 사고에 휘말리면 수리비가 엄청 많이 나온다. 그래서 모든 사고에 최대한 보상이 많이 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는데, 정작 내 차에 대한 보상보험은 가입되지 않았다.

 

1941063278_ix7LBhYj_f88f865f485bbe65c27868c6172556489dc91ee4.jpg

차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들어간 중국의 자동차등록증

 

또한 다른 차는 1년마다 받는 차량검사를 오래된 차는 번거롭게도 6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 차 상태는 새차나 다름없지만 중국 법이 그러니 따를 수밖에.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운행 과정에서 제일 힘든 부분은 부품 조달이다. 이우에는 없는 모델이다 보니 부품을 파는 곳이 없고, 그래서 모든 부품은 필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그래서 한국에 들를 때마다 부품을 왕창 사가지고 온다. 주로 오일필터, 에어클리너, 브레이크 패드 등 소모성 부품들이다.

 

1941063278_mliOvT7c_10c26e03c8def0fd7812c03dbcf7a325fa430345.jpg

차량검사는 1년마다 한번씩이지만 오래된 차는 6개월에 한번씩 받아야 한다

 

이런 불편한 점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차를 먼 타국에서 타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대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런 소모성 부품들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운반해 오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범퍼와 같이 덩치가 큰 부품을 가져올 때는 상당한 애로가 따른다.

 

1941063278_VMu8rDOh_9c039dc85cd9e56ec9d4e4644b256cdaeead2a9b.jpg

점검을 받고 있는 SM520. 6개월에 한 번씩 차량검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 초 이곳에 큰 눈이 내렸다. 눈이 잘 오는 곳이 아닌데 올 초에는 유별나게 눈이 많이 내렸고, 특히 그날은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범퍼가 왕창 깨져 있는 게 아닌가. 이곳에서는 눈이 내리면 평소보다 10배 이상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곳이라 눈길에서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 그래서 눈이 내리면 차를 길에다 버리고 가는 운전자들이 많다.

 

1941063278_OWbHt2en_18f5d3b973c28e3526c0520e623cf1afbaa92121.jpg

지난 겨울 큰 눈이 내렸을 때 범퍼가 깨져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가해차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보험 처리를 하기로 했는데, 그날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보험회사에 몰려왔는지 길이 막혀 보험회사까지 차를 가져가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한 후 보험회사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SM520의 범퍼를 구할 수 없어 한국의 폐차장을 수소문해 겨우 하나를 구했다. 그런데 이것을 중국으로 가져오는 방법이 쉽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가서 짐으로 반입하려 했는데 항공사에서 크기가 너무 크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항공화물로 보내려니 운송비만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게 나와 포기하고 말았다. 수소문 끝에 중국운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를 소개받아 40만원을 주고 맡겼다.

 

1941063278_3bxhXKE8_92d636071f7ab077a0a302716fe407f267be8ce7.jpg

한국 폐차장에서 범퍼를 구했지만 중국까지 갖고 오는 데 40만원이 들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사고가 난 지 3개월 만에 범퍼를 교체할 수 있었는데, 그 동안은 깨진 범퍼를 그대로 달고 다녔다. 보는 사람들마다 신기해 해서 창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전 처음 보는 차인 데다 흉측하게 깨진 범퍼를 달고 다니니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 이런 낭패를 겪지 않으려면 앞으로도 가능한 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니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1941063278_widJkDQE_19e56e481eddee79f878a202aab55e9bf3e27e65.jpg

 

 

1941063278_0Kl2haCm_99dfbc2dfeaeef309ab8d6e78008f2bf2ff82a1d.jpg

양인환 중국통신원

 

1957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나 91년까지 금융권에서 일하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동차와 함께 하는 삶에 새롭게 도전했다. 91년 국산 자동차로 미국 48개 주를 일주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92년 아시아 록스타로 호주를 일주했다. 93년 호주 웨스턴 랠리스쿨을 이수한 뒤 호주 웨스턴 랠리 침피언십, 홍콩-북경 랠리(94년), 태국 랠리(94년) 등에서 전문 드라이버로 활동했다. 93년부터 96년까지 본지의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참가한 랠리를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경주와 시승기를 소개했다. 저서로 ‘대머리 돈키호테’, ‘차를 알고 문화를 세우는 여유로운 운전’이 있다.


11년째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양인환 통신원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등의 재미있는 여행기를 소개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호주에 이어 중국과 남미대륙을 일주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글·사진 양인환 중국통신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