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나라, 중국 2
2014-12-04  |   16,295 읽음

소비는 VIP, 매너는 블랙리스트
요즘 세계적인 불황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품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많은 명품 브랜드가 부도위기에 처해 회사를 팔려고 내놓는 요즘, 명품 브랜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중국인들이다. 만약 중국인들의 구매 열기가 없었다면 문을 닫은 업체가 하나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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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오 기차역.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공항처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들은 프랑스와 이태리의 명품상가를 떼지어 다니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을 사재기한다. 한국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물건 값을 따지지 않는 것은 물론 들고 가지 못할 정도로 많은 물건을 산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비행기 안에서 이우의 상점 주인이나 공장 사장들과 마주치곤 하는데 이들은 한국에서 샘플조사와 더불어 쇼핑을 하는 게 일이자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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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기차를 타려면 검색대를 지나야 한다

 

필자의 영국 바이어인 올리의 이태리 출신 여자친구는 상하이에서 여행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로 쇼핑을 가려는 중국인을 모집해서 패키지 관광을 연결하는 일인데 고객이 워낙 많아서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단다. 중국인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현지로 쇼핑을 가는 것은 적어도 짝퉁을 사지 않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사는 명품은 혹시 가짜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 중국인의 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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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요한 운송수단인 삼륜차(三綸車)

 

이들은 또한 해외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명품 쇼핑과 해외여행을 통해 행복감에 도취되는 것이다. 요즘 한국 비행기를 타면 한국 사람들보다 중국인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작년 9월에 영국 런던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당시 이용한 한국 항공사의 비행기 탑승객의 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간 중국인이 5,000만 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인구만큼 해외에 나갔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2015년에는 1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돼 위엔화의 힘이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머지않아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 안의 1/2은 중국인들로 들어차게 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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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c의 삼륜차

 

하지만 해외여행을 다니는 중국인들의 추태도 함께 늘어 중국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데 팔을 걷고 나섰다. 만약 해외에서 중국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90년대 초반 해외여행 바람이 불면서 이런 경험을 한 바 있는데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추태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포커를 하는가 하면 가래침을 아무데나 뱉거나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배를 피워 현지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한 독일 호텔에서는 이런 중국인들 때문에 다른 고객들과 분리시킨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래도 이런 중국인들을 서로 끌어모아야 하는 처지니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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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상하이오토쇼에 나온 질리 GE. 당시 이 차를 본 롤스로이스의 직원은 “수치를 모르는 자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라고 평했다

 

모방을 넘어 첨단기술로
몇 해 전 세계적인 자동차 모터쇼에 중국 업체가 롤스로이스를 카피한 자동차를 전시해 모터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또한 체리 자동차에서 GM대우의 마티즈를 모방한 QQ를 내놓아 법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QQ는 외양뿐만 아니라 부품까지도 똑같이 만들어서 GM 관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신차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렇지만 이렇게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가져다 복사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후발업자들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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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뿐만 아니라 부품까지 마티즈를 그대로 모방한 체리자동차 QQ

 

그렇지만 최근의 발전 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중국도 멋진 디자인과 기술의 자동차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현대나 기아차의 디자인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발택시가 우리나라 자동차의 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럼통을 펴서 당시 유행하던 미군 지프를 본떠 만든 것이었고, 최초의 고유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포니’ 또한 잘 알다시피 이탈 디자인의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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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인산인해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차의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엔진이나 안전성에서 문제가 많다. 몇 해 전 중국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 유럽이 실시한 안전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충돌 테스트에서 앞좌석의 운전자뿐만 아니라 뒷좌석의 동승자까지 모두 사망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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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를 위한 침대 버스. 중국에만 있는 특이한 버스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이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원조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풍부한 노동력과 아울러 큰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3억 명이 넘는 인구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진 시장이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내수 시장이 제한적이어서 개발비 부담이 큰 관계로 선뜻 제품 개발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인구가 1억 이상이 돼야 내수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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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노란 신호는 천천히 가라는 뜻이니 헷갈리지 말자

 

중국은 이처럼 큰 구매력을 가진 시장을 무기로 선진 메이커들에게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즉 가장 큰 시장을 줄 테니 기술을 넘겨 달라는 것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기술을 중국에 넘기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시장을 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중국정부에서는 첨단기술이 아닌 업체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노동집약적인 산업도 반가워했으나 이제는 기술집약적 산업에만 중국 투자를 허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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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표시되는 신호등

 

일제는 쓰지만 일본은 싫어해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일본군에 대항하는 독립군에 대한 영화가 많이 상영됐다. 극한 상황에서 이리 쫓기고 저리 내몰리며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투사들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독립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볼 수 없다. 작년에 ‘각시탈’이라는 드라마가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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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정한 경차다. SUV 절반 크기의 1인용 미니카

 

반면 중국 텔레비전에서는 아직도 70~80년 전 일본과 싸우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방송국에서 일본과의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는 데서 중국이 얼마나 일본을 미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터져 나오기라도 하면 대대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난다. 작년에 칭다오에 있는 일본 슈퍼마켓 JUSCO가 중국인들에게 약탈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마켓 측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봐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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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나갈 때 하나씩 들고 나가는 카메라와 캠코더는 100% 일본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도 일본차다.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좋지만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들이다. 그러다 불매운동이 일어나면 일본차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죄인 취급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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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일본인은 가까이 오지 말라는 스티커. 일본에 대한 강한 적대심을 느낄 수 있다

 

지난번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 이름은 센카쿠 열도) 분쟁이 생겼을 때는 일본차를 때려 부수고 운전자를 폭행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안 일본차 운전자들은 급히 스티커를 만들어서 붙였다. “일본차를 타지만 다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다.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이 스티커를 달고 다니는 운전자들이 간혹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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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강남 스타일의 이름을 건 음식점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를 여행한 중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인들은 단결심이 강하고 애국심이 높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국 도로에 보이는 차들이 대부분 ‘한국산’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일본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데 그들의 눈에는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높아서 일본차를 사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보다. 내가 한국차의 품질이 외제차에 손색없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믿지 않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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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환 중국통신원

1957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나 91년까지 금융권에서 일하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동차와 함께 하는 삶에 새롭게 도전했다. 91년 국산 자동차로 미국 48개 주를 일주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92년 아시아 록스타로 호주를 일주했다. 93년 호주 웨스턴 랠리스쿨을 이수한 뒤 호주 웨스턴 랠리 침피언십, 홍콩-북경 랠리(94년), 태국 랠리(94년) 등에서 전문 드라이버로 활동했다. 93년부터 96년까지 본지의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참가한 랠리를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경주와 시승기를 소개했다. 저서로 ‘대머리 돈키호테’, ‘차를 알고 문화를 세우는 여유로운 운전’이 있다.


11년째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양인환 통신원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등의 재미있는 여행기를 소개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호주에 이어 중국과 남미대륙을 일주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글·사진 양인환 중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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