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나라, 중국 1
2013-11-04  |   19,825 읽음

황하문명의 발상지인 중국은 18세기 산업혁명의 맥을 이어받지 못한 탓에 강대국이지만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만큼은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고, 특히 그들만의 짝퉁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담배, 고급술은 물론 핸드폰과 자동차, 심지어 위조지폐까지 만들어내는 중국의 기상천외한 짝퉁문화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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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조업의 중심, 중국
중국은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황하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4대 발명품인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을 모두 만들어낸 나라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맥을 이어받지 못하고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지만 18세기 초까지는 세계 교역량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부강하고 앞선 문화를 가졌었다. 산업화가 늦어진 탓에 후진국이 밟았던 전철을 따르고 있지만 최근 들어 급속하게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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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해 보이는 중국의 한 아파트

 

특히 중국은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제품의 대부분을 만드는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다. 광동성의 동관(东莞)에 며칠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몇 달 동안 판매할 컴퓨터 부품이 없어 세계가 혼란 속에 빠져들 정도다. 이처럼 중국은 간단한 소비재부터 컴퓨터, 반도체 등 첨단제품까지 고루 생산하며 세계 제조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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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차로 아파트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상천외한 짝퉁의 천국
중국은 지금까지 자체적인 기술보다는 남의 것을 사거나 베껴서 만드는 것으로 일관해왔다. ‘모방’은 ‘창조’의 한 방법이란 말처럼 처음에는 남의 것을 베끼면서 기술을 축적해 자기 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들어 남의 기술을 모방했다고 엄청난 특허권을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세계의 모든 나라가 중국에 특허료를 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4대 발명품을 특허료 없이 수백 년을 사용해 오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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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시장. 짝퉁 명품 핸드백을 저렴한 값에 팔고 있다

 

중국은 짝퉁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휴대폰, 핸드백, 자동차, 운동화, 티셔츠 등 품목도 다양하고 소비되는 수량도 어마어마하다. 광저우에 가면 짝퉁 시장이 있는데 우리 돈으로 수백만원 하는 유명한 핸드백을 6~7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다. 손목시계는 3만원, 선글라스는 7,000원 선이다. 예전에는 대놓고 매장에 진열해 팔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감춰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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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만 있는 BMW X5. 물론 짝퉁이다

 

그런데 짝퉁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짝퉁이 아니다. 원제품과 똑같은 디자인으로 파는 것도 있지만 소비자를 혼돈스럽게 만드는 일명 ‘사이비 짝퉁’도 있다. 삼성 휴대폰은 중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은 제품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짝퉁도 무척이나 많다. 시장에 가면 휴대폰을 들고 싸게 팔겠다고 흥정하는 상인들과 수시로 마주치게 되는데, 글꼴은 같지만 자세히 보면 ‘SANSUNG, SAMSEONG, SAMSENG, SANXING’ 등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이우에 있는 아이폰 전문매장 또한 모두 애플 지정점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짝퉁 매장이다. 실제 아이폰은 중국에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한 곳씩만 전문매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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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코롤라. 마찬가지로 짝퉁

 

한때 우리나라도 올림픽을 전후해 짝퉁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의 브랜드를 훔친다는 죄책감보다는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 만들어서 판다는 시각이 팽배하던 때였다. 특히 이태원에 가면 질 좋고 값싼 복제품들이 많았는데 전문가들도 진품과 짝퉁을 구별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어느 호주인은 한국에 올 때마다 이태원에 들러 쇼핑을 했다. 하루는 청바지를 사러 갔는데 주인이 어떤 브랜드를 달아 줄까 물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리바이스’(Leivs)와 ‘리’(Lee)가 인기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 친구는 기왕이면 두 개 다 달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습게도 오른쪽 주머니에는 ‘리바이스’를, 왼쪽에는 ‘리’를 달고서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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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 없이 다니는 차. 흔히 보인다

 

고급술과 담배에 돈까지 짝퉁?
대부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고 가능하면 그걸 고집한다. 내 친구 중에 ‘말보로’만 피우는 사장이 있다. 그가 상하이에 갔다가 백화점에 들러 담배를 사게 되었는데, 매장 직원에게 ‘이거 혹시 가짜 아니냐?’고 물었더니 ‘여기도 중국입니다’라고 애매하게 대답하더란다. 그 백화점은 중국에서도 유명한 고급 백화점이었다. 그 여직원도 자신이 팔고 있지만 그게 진짜라는 것을 100%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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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장 사장들은 중화(中華)라는 담배를 피운다. 하드 팩은 한 갑에 45위엔(약 4,400원), 소프트 팩은 65위엔(약 1만1,400원)이나 하는 대단히 비싼 담배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기 위해서 이렇게 비싼 담배를 피운다. 그러다보니 가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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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내가 중국에서 경험한 비싼 담배는 쑹모우(熊猫: 팬더)로 한 갑에 250위엔(약 4만3,800원)이다. 그 담배는 은행 지점장과 만나서 상담을 할 때 그가 피우던 것이다. 그보다 더 비싼 황허로우(黄鹤楼)도 있는데 한정판매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진 못했다. 한 갑에 850위엔(약 14만8,800원)이라 아무나 피우지는 못할 것 같다. 한 개비에 우리 돈으로 7,000원이 넘으니 한 번 들이마셨다가 뱉으면 몇 백원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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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줄기를 엮어 만든 독특한 헬멧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10여 년 전에는 가짜 고급술 때문에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 고급술이 빠질 수 없던 터라 가짜로 만든 고급술을 먹고 죽거나 눈이 먼 일이 허다했다. 지금도 중국의 노래방에서 나오는 양주는 대부분 가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필자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맛은 어느 정도 아는 편이다. 한번은 중국 노래방에 가서 양주를 시킨 적이 있는데 그건 양주 맛이 아니었다. 가짜를 만들려면 좀 비슷하라게도 만들 일이지, 완전히 구별되는 가짜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러고도 노래방 사장은 ‘우린 절대 가짜는 안 판다’며 목에 힘줄을 세워가며 항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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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단 전기 모터사이클. 중국다운 기발함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런 술을 마시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속았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몸에 해로운 원료를 사용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중국에서는 비싼 술보다는 대중들이 즐겨먹는 것을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고급술에 가짜가 많은 이유는 비쌀수록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고급술에 속하는 우량예(五粮液)는 1,200위엔(약 21만원)에서 2만위엔(약 350만원)까지 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오타이(茅台)도 비슷한 수준이다. 9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0009란 술은 88만위엔(약 1억5,407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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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호텔에서 보관 중인 위조지폐. 워낙 가짜 돈이 많다보니 항상 확인을 한다

 

돈도 가짜가 많다. 예전에 광저우에서 택시비로 100위엔을 냈는데 운전기사가 다른 돈으로 달라며 되돌려준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한 장을 꺼내 지불했는데 그 돈 역시 받기를 꺼려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지불한 돈이 가짜란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정중하게 받기를 거절했지만 만약 내국인이었다면 한바탕 말싸움을 했을 거라고 분개했다. 기가 막힌 것은 그 돈이 은행에서 받아왔는데도 위조지폐라는 사실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인쇄술이 하도 정교해서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하다보니 이제는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데 일가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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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 거래가 많은 중국은 업소나 회사마다 지폐 계수기를 가지고 있다. 계수기는 위조지폐 감별을 위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고 있어서 현찰 거래가 많다. 그래서 업소나 회사마다 지폐 계수기를 가지고 있는데 워낙 가짜 돈이 많다보니 위폐 감별 기능까지 갖추고 있단다. 특히 밤에 택시를 탈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요금으로 100위엔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을 때 50위엔짜리에 가짜가 딸려 나오는 경우가 많고 어두운 불빛에서는 위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졸업장, 각종 증명서, 호구(우리로 말하면 호적)도 돈만 주면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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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환 중국통신원

 

1957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나 91년까지 금융권에서 일하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동차와 함께 하는 삶에 새롭게 도전했다. 91년 국산 자동차로 미국 48개 주를 일주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92년 아시아 록스타로 호주를 일주했다. 93년 호주 웨스턴 랠리스쿨을 이수한 뒤 호주 웨스턴 랠리 침피언십, 홍콩-북경 랠리(94년), 태국 랠리(94년) 등에서 전문 드라이버로 활동했다. 93년부터 96년까지 본지의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참가한 랠리를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경주와 시승기를 소개했다. 저서로 ‘대머리 돈키호테’, ‘차를 알고 문화를 세우는 여유로운 운전’이 있다.


11년째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양인환 통신원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등의 재미있는 여행기를 소개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호주에 이어 중국과 남미대륙을 일주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글·사진 양인환 중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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