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떠난 77일간의 유럽 집시여행1
2014-08-10  |   24,412 읽음

이달부터 3회 일정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고태규 교수의 ‘유럽 자동차 여행기’는 고 교수가 77일 동안 자동차로 서유럽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체험을 글로 풀어낸 기행문이다. 유럽으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들을 여행지 소개보다는 자동차 여행 방법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가 유럽 여행을 위해 계약한 리스차의 기간은 90일. 장기 계약 할인율 때문에 77일보다 90일 계약이 더 쌌다고. 1편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2편에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헝가리를, 3편에서는 베네룩스 3국, 스칸디나비아 3국,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연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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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 전경.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지난 3월 12일, 리스차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3월 5일에 서울을 떠나 같은 날에 파리에 도착했다. 시차 때문인지 파리는 아직도 한겨울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9일 내내 비 아니면 눈이 내렸다. 급기야 11일 저녁에는 폭설이 내려 다음 날 아침으로 예정된 리스차 인수를 포기하고 13일에서야 차를 인수했다. 차주가 필자 이름으로 등록된 새차(르노 세닉)다. 에이전시 주차장에 차를 대기시키고 아내가 택시에 짐을 싣고 와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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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쌍떼밀리옹에 자리한 와이너리의 한가로운 풍경

 

첫 번째 일정은 3월 13일에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4월 21일(38일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이르는 코스. 경유 국가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안도라, 모나코, 이탈리아 6개국이며, 주행거리는 약 9,000km. 서울-부산을 10번 정도 왕복하는 거리다. 유럽 대륙은 작은 나라와 도시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지만 주행거리가 긴 도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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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에 있는 순례자 동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3월 13일 파리를 출발해 몽생미셸부터 생말로, 보르도, 생장피에드포르, 팜플로냐, 부르고스, 레옹, 산티아고, 포르투, 리스본, 세비야, 말라가, 그라나다, 코르도바, 톨레도, 마드리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아를/아비뇽, 마르세이유, 칸느, 앙티브, 니스, 모나코, 망통, 산레모, 제노바, 라스페짜, 피사, 피렌체, 로마, 나폴리, 폼페이, 쏘렌토(카프리), 아씨지, 시에나, 피렌체, 볼로냐, 베니스, 베로나까를 거쳐 4월 19일에 밀라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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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p 주유소의 주유기 모습. 오른쪽(검은색)부터 일반 디젤, 고급 디젤, 일반 휘발유, 고급 휘발유다

 

지면 관계로 찾아 간 주요 관광지에 대한 여행기는 대부분 생략한다. 요즘은 유용한 정보를 집대성한 가이드북이 넘쳐나기 때문에 관광 명소에 관한 내용은 이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는 ‘유럽 100배 즐기기’(RHK), ‘유럽’(론니 플래닛 한국어판), ‘드라이브인 유럽’(시공사), ‘세계테마기행’(EBS), ‘채널t’(여행 전문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관광명소를 중심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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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포로로마노의 아름다운 야경

 

 

자동차 여행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
유럽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관광 목적지에 대한 이동과 접근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짐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거니와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다른 여행 수단보다 덜 피곤하고, 취사도구와 식자재를 싣고 다니니 식사에 큰 불편함이 없다. 남자들의 경우 두 명 정도는 차 안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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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만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었던 프란체스코 성당

 

반면 유럽 자동차 여행의 단점은 자의든 타의든 사고의 위험이 매번 도사리고 있고, 해외라서 보험처리 절차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불어(프랑스 자동차를 리스할 경우나 프랑스 지역을 여행할 때)나 영어를 못하면 굉장히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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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동굴 따블리오 (Los Trantos)에서 플라멩코를 추고 있는 여인

 

필자도 로마에서 차량 테러와 강도를 당했다. 강도들이 필자가 없을 때 자동차 앞바퀴를 고의로 펑크를 낸 후, 펑크가 난 것을 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필자에게 카센터를 알려준다고 얘기를 거는 사이 다른 강도 한 명이 반대편 차 문을 열고 카메라와 핸드폰이 든 가방을 가지고 달아난 것이다. 이건 소매치기가 아니라 완전히 조직적인 날강도 수준이다(자세한 보험처리 절차는 다음호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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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명품 거리에 있는 페라리 스토어. 페라리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여행 경비는 여행자의 사정과 여행의 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필자는 여행 경비를 아내와 2인 기준으로 3개월(90일에 동유럽과 그리스, 터키를 제외한 유럽 국가. 90일이 넘으면 여행자 보험이 안 되고 일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1인당 300만원 정도 소요된다) 동안 4,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항공편을 포함한 교통비 1,200만원(연료비, 주차비, 통행료), 숙박비 1,000만원, 식사비 1,000만원, 기타 생활비와 비상금 800만원을 합친 금액으로, 이는 최저 예산으로 계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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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무라노 섬의 유리 제조 기술은 오랜 역사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참고로 정식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것은 보르도(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소고기를 소스에 버무린 보르도 특산 요리)와 마드리드(꼬친요; 새끼 돼지고기 요리로 원래는 세고비아 특산 요리) 등 두세 번 밖에 없다. 그밖에는 모두 빵과 컵라면 등 자가식(까르푸나 파노라마 등 대형 쇼핑센터에서 구입)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민박집에서 얻은 고추장에 오이와 피망(고추 대신)을 찍어 먹으면서 황홀해 하는 기분을 이해하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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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글리아 다리’에 등장하는 다리와 안내판에 그려진 고흐 그림

 

자동차를 리스로 할 것인지, 렌트로 할 것인지는 여행기간과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간이 21일(리스차 대여 기준) 이상이면 무조건 리스차가 유리하다. 필자는 르노 세닉을 90일에 315만원(종합보험비 포함)에 리스해 하루 3만5,000원 정도로 이용했다. 트렁크가 커서 모든 짐이 다 들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현재 리스차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푸조, 르노, 시트로엥에서 서울에 에이전시를 두고 영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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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1786년에 올라가서 스케치를 하다 스파이로 몰려 곤혹을 치른 말체신 성탑(이태리 가르다 호수)

 

그밖에 준비물로는 핸드폰은 반드시 로밍과 인터넷이 되는 것으로 준비하고 지도는 1/300만, 1/90만, 1/5만을 각각 준비하는 게 좋다. 도착지가 런던이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사온다. 차를 인수하는 파리는 영어판 지도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필자 역시 아직도 1/5만 지도를 구하지 못해 1/300만, 1/90만 지도 2개와 내비게이션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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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두깔레 궁 부근에서 바라본 성. 조르죠 마조레 성당과 곤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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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장이 유리벽 안에 있어서 매우 깔끔했다

 

동행자는 최소 2명 이상이어야 경비가 절감되고, 동행 중 최소한 2명은 운전을 할 수 있어야 장거리 운행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하루에 500~700km 운전하는 구간도 있기 때문에(여행 기간이 짧을수록 운행 거리는 길어진다) 혼자서는 운전하기가 매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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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명물 레알토 다리

 

필자가 생각하건데 자동차 여행자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모든 도로와 교통 시스템이 낯선 환경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해외 자동차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보닛을 열 줄도 몰랐고 바퀴 하나 교체할 줄 몰랐는데, 어느덧 운전을 잘하게 됐으니 말이다. 아내처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던 사람도 프랑스와 스페인 고속도로에서 시속 140~150km으로 내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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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하우스 입구 통로에 그려진 수만 명의 낙서가 잭슨 폴록의 현대 미술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38일 동안 견인 한 번 당하고(코르도바), 딱지 한 번 떼이고(리스본), 사고를 한 번 당했다(로마).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의 도시들은 도로 시스템과 운전 방법이 비슷해서 일주일이면 익숙해진다. 한국에서 멱살 잡고 싸우면서 운전을 배운 우리는 세계 어디를 가도(단, 이탈리아는 제외) 운전을 잘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유소와 휴게소, 숙박, 식사 해결 방법에 관한 정보는 다음호에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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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규 (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
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태규 씨는 틈틈이 국내와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실크로드 문명에 관심이 많아 은퇴 후 일본에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과 카쉬가르, 사마르칸트, 이스파한, 바그다드, 이스탄불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걸어가는 것이 생애 마지막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혼자 걸으며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 ‘마음으로 하는 여자, 몸으로 하는 남자’ 등이 있다.

 


 

고태규(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
사진 고태규(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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