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떠난 77일간의 유럽 집시여행2
2014-09-10  |   16,203 읽음

이 글은 고태규 교수가 서유럽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체험을 글로 풀어낸 기행문이다.

1부(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이어 2부에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헝가리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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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코모 호수에서 스위스 생모리츠로 넘어가는 길의 전경

 

4월 23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시작하여 5월 14일 독일 로스톡에 이르는 총 주행거리 4,000km. 생모리츠, 쿠어, 루체른, 인터라켄, 베른, 로잔, 제네바, 에비앙, 몽트뢰, 베른, 취리히, 퓌센, 뮌헨, 인스부르크, 짤츠부르크, 비엔나, 부다페스트, 프라하, 베를린, 로스톡 - 갯서(페리 이동), 하노버,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그 등을 경유했다. 더불어 이번에는 유럽에서 자동차 여행을 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고속도로 통행료, 톨게이트 통과하는 방법, 자동차 연료비, 주유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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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인증을 거쳐야 주유가 가능하고 주유한 다음 카드를 다시 넣어야 영수증이 나오는 주유기도 있다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
자동차 여행자 입장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는 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받는 나라는 나쁜 나라다. 일부 구간에서는 40∼50유로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통행료는 여행 경비 운용에서 큰 부담이 된다. 서유럽 동북 국가들은 받지 않지만 서남부 국가들은 대부분 통행료를 받고 있다. 특히 독일은 통행료가 완전 무료일 뿐만 아니라 속도 무제한 구간이 많아서 스피드족들의 천국이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도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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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에 덮인 노이슈반슈타인 성(독일 퓌센)

 

통행료는 안 받지만 통행허가증(비그넷: 10∼20유로)을 사서 그 나라에서 주행하는 동안 운전대 앞 유리창에 부착해야 하는 나라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다. 덴마크는 통행료는 없지만 두 개의 대형 다리 통행료로 25∼45유로를 받는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일부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간에서 통행료를 받는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고속도로 수준도 낮으면서 가장 비싼 통행료를 받는다. 1km에 10센트, 그러니까 10km에 1유로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다만 장거리로 갈수록 좀 싸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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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멋진 경치가 흔하다(라이생 스키리조트)

 

나라만큼 다양한 톨게이트 통과 방법
톨게이트에 접근할 때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우리 하이패스처럼 그냥 통과하는 라인과 카드로 내는 라인, 현금으로 내는 라인, 카드와 현금 동시에 낼 수 있는 라인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는 현금과 신용카드를 모두 준비하고 있었는데, 일부 신용카드는 안 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두 개 이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우리는 세 개를 가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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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 융프라우 캠핑장. 장기 자동차 여행자에게 아주 유용한 숙박시설이다

 

통행료를 내는 방법도 고속도로마다 다르다. 진입할 때 내는 곳과 나갈 때 내는 곳이 있지만 나갈 때 내는 고속도로가 훨씬 많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수금 직원이 있는 게이트로 가면 된다. 그러나 직원이 없는 곳이 많아서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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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명소 비어 가든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현금을 내는 곳은 문제가 없지만 카드로 낼 때는 좀 복잡하다. 진입할 때 뽑은 통행카드를 넣는 구멍과 신용카드를 집어넣는 구멍이 다른 곳(주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도 있고, 같은 곳(주로 이태리)도 있다. 구멍이 같은 곳은 처음에는 신용카드 구멍 찾느라 한참 헤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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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디자인의 뮌헨 지하철 모습

 

먼저 진입할 때 뽑은 카드를 구멍에 넣으면 통행료 금액이 액정으로 표시된다. 그러면 같은 구멍에 신용카드를 넣으면 된다. 영수증은 자동으로 나오는 곳도 있고, 안 나오는 곳도 있고, 영수증 버튼을 눌러야 나오는 곳도 있다. 몇 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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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시립공원에 자리한 요한슈트라우스 동상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우리처럼 반드시 주유소가 함께 붙어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주유소가 휴게소 기능을 함께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휴게소에서 파는 음식과 물건을 주유소에서 판매한다. 샤워가 가능한 휴게소도 많아서 자동차 여행자에게는 정말 유용하다. 특히 차에서 잠을 자는 여행자들은 여기서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해결하면 경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계속 차에서 자기는 힘들기 때문에 하루는 차에서 자고 다음 날은 호텔에서 자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켄터키프라이드치킨 같은 체인 레스토랑이 있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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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뮌헨의 호프브로이하우스 내부

 

주유소 화장실에서 50유로에서 1유로(환율은 6월 13일 기준, 1유로=약 1,516원) 정도 사용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연료를 넣거나 음식을 사 먹으면 화장실 이용이 무료인 곳도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화장실 영수증을 바우처로 이용하여 해당 주유소에서 연료비나 다른 물건을 살 때 그 금액만큼(주로 50센트) 감액해준다. 예를 들어 화장실 이용료가 70센트일 경우, 70센트를 머신에 넣으면 50센트짜리 바우처가 나온다. 그걸 버리지 말고 주요소 가게에 가서 제시하면 물건 살 때 50센트만큼 깎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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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은 고속도로 통행료 대신 비그넷(Vignett)이라는 통행허가증을 운전석 앞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10∼20유로)

 

필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코 넘겼는데 깐깐한 마누라는 왜 그럴까 며칠이나 고민하더니 드디어 그 바우처 시스템을 알아냈다. 지도를 손에 들고도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모르는 여자도 그런 건 귀신같이 알아낸다. 사실은 독일에서 내내 모르고 다니다가 암스테르담에 있는 한 화장실 앞에 그 바우처 제도를 설명하는 큰 포스터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친절한 암스테르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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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로스톡 항에서 덴마크 겟서 항으로 건너가기 위해 승선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와 화물차들

 

 

주유소 가격 안내판
자동차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눈길이 많이 가는 곳이 내비게이션 다음으로 주유소 입구에 붙어 있는 가격 안내판이다. 연료 종류는 네 가지가 보통이고, 독일에는 다섯 가지도 있다. 보통 디젤(일부 주유소에는 ‘Gasole’이라고 표현된 곳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Gasole은 휘발유가 아니라 디젤이다), 고급 디젤, 보통 휘발유, 고급 휘발유. 그래서 혼동하지 말라고 대개 디젤은 주유기가 검은 색, 휘발유는 녹색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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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길거리에 있는 대여 자전거. 30분은 무료이고 그 다음부터 시간당 1유로씩이다

 

연료비는 평균 1.1∼2.0유로(환율은 6월 13일 기준, 1유로=약 1,516원) 정도 한다. 안도라가 1.1유로로 가장 싸고, 스위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대체로 비싸다. 독일이 1.4에서 1.5 유로 정도로 싼 편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1.5에서 1.8유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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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니의 야경

 

전체적으로 연료비가 우리보다 비싼 편이어서 전체 여행 경비 운용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싼 나라에서 가득 채우고 비싼 나라는 그냥 경유하는 지혜를 짜야 한다. 우리 차(1.6L급 소형차)의 경우 가득 채우면 80∼90유로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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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자존심 베를린 필하모니 챔버홀. 랑랑에 이어 중국의 떠오르는 별 왕유자의 피아노 독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당연하게 고속도로보다는 일반 도심에 있는 주유소가 가격이 20∼40센트 정도 더 싸다. 우리는 독일의 어떤 주유소에서 1.80유로에 연료를 가득 넣었는데, 불과 10km 안팎 떨어진 다음 주유소(네덜란드 국경 부근)에서 1.30유로인 걸 보고 하루 종일 가슴이 쓰린 적이 있었다. 50L를 주유할 경우 25유로(약 3만7,000원)나 차이가 난다. 25유로면 두 명의 한 끼 식사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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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루체른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펠교. 지붕 아래 그려진 패널화(화판에 그린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주유 방법은 자가 주유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직원이 넣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주유도 해주고, 유리창까지 닦아주는 곳도 있었다. 연료비 지불 방법은 먼저 주유를 한 뒤 주유소 가게 안에 들어가서 계산하면 된다. 아주 드물게 신용카드로 넣어서 인증을 받고, 주유를 하고, 다시 카드를 넣으면 영수증이 나오는 곳도 있다. 이때 카드를 같은 구멍에 다시 넣어야 영수증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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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인 짤쯔캄머구트에 있는 볼프강 호수 전경

 

우리도 이걸 몰라서 한참이나 헤맨 적이 있다. 주유소에서 더러워진 유리창도 닦고, 타이어에 바람도 넣고(우리는 둘 다 할 줄을 몰라서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화장실도 가고, 식사도 하고, 샤워도 하면서 주유소를 아주 유용한 지원센터로 이용하면 자동차 여행이 훨씬 편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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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규 (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
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규태 씨는 틈틈이 국내와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실크로드 문명에 관심이 많아 은퇴 후 일본에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과 카쉬가르, 사마르칸트, 이스파한, 바그다드, 이스탄불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걸어가는 것이 생애 마지막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혼자 걸으며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 ‘마음으로 하는 여자, 몸으로 하는 남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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